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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님께서 지역주의를 불식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한 단계 끌어올릴 비전과 철학을 갖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충청 정신이고 대망론이며, 그렇게 된다면 저도 충청권 최고위원으로서 전략적 투표를 호소하고 다닐 용의가 있습니다."
8·9 전당대회에 새누리당 최고위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정용기 의원(재선·대전 대덕). 충북 옥천 출신으로 대전 대덕구청장을 두 번 지내고 같은 지역에서 재선 의원이 된 충청권의 차세대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만큼 누구보다 '충청권 대망론'에 민감하지 않을까 싶어 반기문 총장에 관한 견해를 대뜸 물었다. 왠걸, 그가 반기문 총장에게 거는 기대는 일반의 예상보다 훨씬 고차원적이고 수준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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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충청 지역연대 이미 실패한 실험… "그게 다 라면 필패"
20일 오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뉴데일리〉 취재진과의 단독 인터뷰에 응한 정용기 의원은 "반기문 총장이 지난 번에 들어왔을 때 보여준 모습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리 현실 정치에서 지역주의는 상수(常數)라고 생각해 TK 지역을 방문하고 JP를 찾아간 것 같은데, 그게 다 라고 생각한다면 성공할 준비가 됐나 라는 생각을 가진다"는 냉정한 진단이 이어졌다.
왜일까.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총재를 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주목한 사람은 TK의 맹주 허주(虛舟) 김윤환 의원이었다. TK와 충청의 지역연대론은 전혀 새로운 전략전술이 아니라, 이미 시도된 적이 있는 셈이다.
정용기 의원은 "97년, 2002년에는 지금보다 지역주의가 견고했는데도 실패하지 않았나"라며 "지역주의, 지역연대로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일깨웠다.
아울러 "TK가 충청과 지역연대를 하려고 하는 정치권의 인식을 국민들은 속셈을 빤히 다 들여다보고 우습게 여기고 있다"며 "충청인들부터가 이를 동의하지 않고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충청권의 차세대 리더 정용기 의원이 제시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정용기 의원은 "충청인들의 전략적인 선택을 받아 표를 모으려면 충청도 사람들을 충청도 스타일로 설득해야 한다"며 "반기문 총장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가 운영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전세계의 다양한 정치시스템을 지켜본 경륜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차기 정치시스템은 이것!'이라고 비전을 내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새로운 제도를 제시해서 국민통합과 남북통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그게 수준높은 '충청 대망론'이 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선거공학적 지역연대론으로는 필패"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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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여다야 역사적으로도 좋지 않았는데" 교만으로 총선 참패 내다봐
이렇듯 반기문 총장을 향해 반드시 필요한 조언,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조언을 하는 정용기 의원은 누구인가.
건국과 산업화를 이끌어온 세력을 대표하는 민주정의당·신민주공화당과, 민주화를 주도해온 세력을 대표하는 통일민주당은 90년 '역사적인 통합'을 통해 민주자유당을 창당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역사적인 화해를 의미하는 이 정당의 공채 1기로 정치권에 입문한 사람이 바로 정용기 의원이다.
이후 정용기 의원은 당의 역사와 함께 하며 [기회의 평등][공정한 경쟁][법의 지배][수준 높은 윤리성] 등 건강한 보수의 가치를 확립해왔다. 오랜 당료 생활을 통해 당무와 선거에 훤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4·13 총선만 해도 그렇다. 다들 '180석을 얻어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네' '200석을 얻어 개헌선을 확보하네' 하는 꿈에 취해 있을 때 지속적으로 경고의 시그널을 보낸 것은 정용기 의원이 거의 유일했다.
정용기 의원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게 구도라고 하지만, 1여다야(一與多野) 구도를 마냥 선거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며 "역사적으로 보면 1여다야 선거가 민정당 시절에도, 민자당 시절에도 좋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국민들은 균형 감각을 가지고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를 계속했었는데, 그런 우려보다도 자중지란에 의해 스스로 망했으니 누구를 탓하겠느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울러 "우리 여당의 방심과 교만이 너무 심했다"며 "더 큰 문제는 총선 직후에는 회초리를 들었던 국민들도 스스로 놀라 '새누리당이 너무 의석이 적게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당이 돌아가는 걸 보니 민심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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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화해' 민자당 공채 1기 출신으로 '건강한 보수의 가치' 확립
정치권에서 유일하다시피 '여당의 참패'라는 결과를 어렴풋이 내다보고 있었던 정용기 의원의 선거와 민심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1997년과 2002년 대선, 보수정당이 뼈아픈 패배를 겪었고 안정 희구 성향의 국민들에게 엄청난 상실감과 공허함을 안겨줬던 지난 두 번의 패배를 가까이에서 지켜봤기 때문일는지 모른다. 특히 2002년 대선 때 정용기 의원은 이회창 총재의 상근보좌역으로 누구보다 지근거리에서 대선 후보를 보좌했다.
정용기 의원은 "그분(이회창 총재)을 통해 법치와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실제로 그분이 됐더라면 인치(人治)의 시대에서 법치의 시대로 이행됐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분이 두 번 패배하면서, 특히 두 번째 패배로 당선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인적인 카리스마와 캐릭터에 기반한 통치로 사회를 요동치게 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회창 총재의 한계점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짚어냈다. "결국 그분이 상품으로서는 완벽했는데, 시장이 원해야 팔린다는 것"이라며 "절대적 가치와 시장가치는 다른 것이었다"고 애석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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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과 방심 수습 않으면 당의 위기는 극복 불가능" 냉철한 현실인식
내년 대선까지 불과 1년 5개월, 정권재창출은 당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모든 대의원과 책임당원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움직이는 대선 백서' 정용기 의원이 해야 할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두 차례 겪었던 대선 패배의 아픔을 다시 겪지 않게 하는 게 정용기 의원의 역할일 것이다. 자신 있을까.
수많은 선거를 몸소 치러낸 전략가답게 그의 전망은 냉철했다. "지금 같아서는 (위기의) 극복이 불가능하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용기 의원은 "사업이든 인생이든 경쟁자에 비해 본인의 경쟁력이 약해서 도태되는 경우도 있지만, 더 많은 경우는 스스로의 교만과 방심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 당의 위기는 분명히 교만과 방심에서 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될 새로운 리더십이 이러한 교만과 방심에서 나온 분열상을 수습할 수 있느냐 없느냐"라며 "(수습하지 못하면) 자칫 분당(分黨)이나, 상상하기 싫은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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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대선 패배 원인 짚어내며 "타산지석 삼아야"
이번 8·9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될 새로운 지도부의 가장 큰 임무는 앞서 짚어냈듯 먼저 당의 화합을 이루고, 이후 쇄신을 통해 내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차기 지도부에 주어진 큰 임무는 대선 후보 경선의 공정한 관리다.
대선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경선이 유리할까. 계파 간의 갈등이 폭발하지 않도록 잡음없이 조용히 치러내는 게 중요할까, 아니면 야권은 문재인·안철수라는 대선 후보가 정해져 있는 상황이니 새누리당에서는 최대한 국민의 주목을 끌도록 흥행성을 최대한 강화하는 게 중요할까.
과거를 돌이켜보면, 1997년에는 경선을 너무 열심히 치르다가 당이 깨졌다. 이인제 후보가 탈당해 국민신당을 창당했고, 여권 구룡(九龍) 중 한 명이던 박찬종 변호사도 이에 가담했다. 결국 그 해 대선은 졌다.
2002년 대선은 달랐다. 2000년 총선에서 조순 전 총재와 허주 김윤환 의원,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등 당내 유력자들을 모두 쳐낸 이회창 총재는 잡음없이 대선 후보의 자리를 꿰찼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대 정당에서 전국순회 경선을 하면서 판세를 요동치게 했다. 노무현 후보로 대선 후보가 확정된 뒤에도 후보단일화 논란 등으로 국민의 시선을 계속 끌었다. 대선은 또 졌다.
이 두 차례의 대선을 지켜봤던 정용기 의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승리하는 길일까. 정용기 의원은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고 일깨웠다.
정용기 의원은 "흥행이나 잡음, 주목성 그 자체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만"이라며 "교만에서 오는 분열이 패배의 중요한 코드"라고 단언했다.
이어 "97년에는 'DJ절대불가론'이라는 게 있었다"며 "안티DJ가 워낙 많고 호남은 소수라 도저히 DJ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게 얼마나 교만한 생각이냐"라고 개탄했다. 결국 분열은 'DJ절대불가론'으로부터 시작된 교만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게 정용기 의원의 설명이다.
지금 야권이 분열돼 있고, 호남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비토'하는 등 겉보기에는 유리한 구도다.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제1야당 대권 주자는 절대 승리할 수 없을 것' '문재인·안철수 둘 중 한 명이 절대 양보하지 않을테니 야권의 승리는 안될 것' 등 벌써부터 교만한 소리가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경계할 일이다.
정용기 의원은 "2002년에도 저쪽이 흥행으로 쇼를 하고 행정수도로 재미를 본 요소도 있지만, 그 때도 (한나라당이) 눈에 보이는 분열만 없었을 뿐 이미 마음들이 교만해져서 다들 집권 이후를 생각하고 서로 다 분열해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총선에서 졌기 때문에 대선 때는 유권자들이 우리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들이 있는가보더라. 이게 망하는 길인데…"라며 "교만이 가장 중요한 승패의 갈림길인데, 교만을 버리지 못하면…"이라고 말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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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대선 백서' 지도부에 꼭 필요한 그 사람 정용기
막상 나오고보니 별 내용도 없는 '총선 백서'를 가지고 한동안 자중지란이 벌어졌었다. 그럴 게 아니라, 지난 두 차례의 대선 패배의 아픔을 생생히 간직한 채 그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한 명의 최고위원, 그런 사람이 지도부에 들어가는 게 너무나 소중한 시점이 아닐까.
정용기 의원은 "내가 인지도도 솔직히 가장 낮긴 한데, 과연 여기서 가만히 있는 게 용기가 있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이름이 용기(容基)이다보니, 어릴 때부터 용기(勇氣)란 무엇인지 생각했고, 불의한 일은 목이 잘려도 하지 말고, 해야 할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해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아름답게 사는 길이 아니다 싶어서 고심 끝에 (전당대회 최고위원 출마를) 결단했다"며 "우리 당 대의원들과 책임당원들의 건강한 양심을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