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호 아래 사라진 마을 ‘범바우’, 유년의 풍경으로 되살아나다공동체의 온기와 삶의 뿌리 복원한 인문학적 기록
-
- ▲ 박소영 작가의 신간 『안녕』ⓒ박소영 작가
“사라진 것은 마을이지만, 지워지지 않은 것은 기억이다.”박소영 작가의 신간 『안녕』은 2001년 용담댐 건설로 수몰된 전북 진안군 용담면 ‘범바우’ 마을의 기억을 복원한 산문집이다. 그러나 이 책은 개발로 인한 상실을 고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물속에 잠긴 고향을 통해 공동체와 삶의 본질을 되묻는 인문학적 기록에 가깝다.작가는 아홉 살 소녀의 시선으로 봄의 생강나무꽃, 여름 호암천의 물장구, 가을 들녘의 풍요, 겨울 아랫목의 온기를 불러낸다. 사라진 공간은 추억의 대상이 아니라 한 시대의 생활문화와 공동체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기억의 장소로 재탄생한다.특히 ‘짐장’, ‘모팅이’, ‘지둥’ 등 용담의 토박이말은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품은 문화유산으로 등장한다. 외할머니의 이야기, 가족의 안녕을 비는 기도, 서로를 돌보던 이웃들의 모습은 오늘날 점차 희미해지는 공동체 가치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책의 울림은 현재적이다. 암 수술 후 퇴원한 작가가 가장 먼저 찾은 곳 역시 집이 아닌 고향 용담이었다. 삶의 벼랑 끝에서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운 힘이 어린 시절의 기억과 사람들의 온기였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안녕』은 과거를 회상하는 향토 기록을 넘어선다. 급격한 도시화와 공동체 해체가 진행되는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성찰의 기록이다. 작가가 건네는 ‘안녕’은 이별의 인사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안부이자 삶을 향한 조용한 응원이다.한편 저자 박소영은 1955년 전북 진안 출생. 대전대 문예창작학과와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시를 공부했으며, 충남대 일반대학원에서 회화(서양화) 석사학위를 받았다.2008년 『시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둥근 것들의 반란』, 『사과의 아침』, 『나날의 그물을 꿰매다』를 펴냈다. 현재는 수몰된 고향 용담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