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데뷔 20년 만에 작품집 11권 낸 ‘수필가 이은희’ 부단한 노력으로 충북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수필가 반열에 ‘우뚝’연말 40년 근무한 직장 떠나 전업 작가로…문화 활동·후학 양성 ‘활발’“청주에 전국 최초 ‘수필연구소’ 설립해 문학 발전에 도움되고 싶다” 포부
  • ▲ 등단 20년만에 11권의 수필집을 출간한 수필가 이은희. 그는 가슴속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에 스스로가 놀랄 뿐이다. 그는  ”앞으로 창작활동에 더 매진해 독자들과 소통하며 위로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양승갑 기자
    ▲ 등단 20년만에 11권의 수필집을 출간한 수필가 이은희. 그는 가슴속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에 스스로가 놀랄 뿐이다. 그는 ”앞으로 창작활동에 더 매진해 독자들과 소통하며 위로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양승갑 기자
    수필은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다. 인생이나 자연,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이다. 특별한 형식이 필요치 않은 글이어서 글 쓴 이의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야만 수필이 된다. 자신의 개성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그려내기 위해 특별한 형식을 정하지 않은 것이다. 작가의 개성이나 인간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문학 장르여서 읽는 이의 감동도 크다.

    그래서 쉬워 보이지만 어렵다. 이은희 작가는 이 작업을 20년 째 왕성하게 하고 있다. 그는 학창 시절 백일장에 나가거나 문예반 근처에 가본 적이 없다. 여상을 졸업하고 경영학을 전공한 그로서는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그 순간부터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글 쓰기에 미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는 지난 시간을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쳐야 미친다’이라고 표현한다. 그 노력이 이은희를 충북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수필가 반열에 우뚝 서게 한 초석이 됐다. 그는 동서커피문학상 대상, 박종화문학상, 한국수필문학상 등을 다수 수상했다. 최근에는 ‘2024 지방 문화의날 기념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장을 받았다. 오늘도 그는 깊어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삶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수필가 이은희를 모교인 대성여상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건설회사 직원에서 작가를 꿈꾼 동기는.
    “작가의 길은 전혀 상상치도 못한 길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문학의 길로 인도한 건 아닌가 싶다. 등단 무렵, 나는 정신적 지주인 친정어머니를 여의고, 마음을 기댈 곳 없어 부유하는 듯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에 사무쳐 지냈다. 우연히 딸의 백일장을 따라가 수상하게 된 것도 그 무렵. 아마도 마음속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래도 작가의 가능성을 발견한 계기가 있다면. 

    “학창시절 백일장에 나가 본 적도, 문예반에도 든 적도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책을 좋아해 그 영향을 받았다. 덕분에 동네 과수원집 친구 언니가 지닌 문학 전집을 읽고 싶어, 어머니의 이름을 수없이 팔아 책을 빌려 읽었다. 여고시절에는 내로라하는 시인의 시(詩)를 노트에 끄적이고 암송하며 감성의 멋을 부리기도 했다. 특히, 대성여상 ‘성녀’ 축제에 시작 노트를 출품하고, 서정의 마음을 이어간 것이 감성의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힘든 과정이었는데.

    “경영학을 전공한 나로선 글을 잘 쓰려면, 글에 미쳐야만 했다. 이덕무의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쳐야 미친다’을 쉼 없이 외쳤다. 직장생활도 겸하니 잠을 줄여 글에 몰두했다. 여러 공모전에 입상하며 날이 갈수록 ‘수필’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수필 이론서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습작했다. 직장에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고 밤 10시 넘어 퇴근해 오프라인 강의를 들을 수 없었다.
    글쓰기의 목마름을 해갈하고자 한 발 더 문을 두드렸다. 한상렬 선생님의 지도를 받는 행운을 얻어 무모한 열정의 햇병아리가 문인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 ▲ 이 작가의 초기 작품집에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의 작품이 많다. 그는
    ▲ 이 작가의 초기 작품집에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의 작품이 많다. 그는 "내가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은 모두 어머니의 간절한 기원 덕분"이라고 말했다.ⓒ양승갑 기자
    -본인의 작품만이 가진 차별화된 특징은.
    “나는 오래된 물상을 좋아한다. 틈만 나면, 우리의 전통문화재를 찾아 기행을 떠난다. 사색의 공간으로 사찰만큼 좋은 공간이 없다. 절집을 여유롭게 서성이며 물상이 주는 고유한 결을 느끼며 사유하기를 좋아한다. 이런 습관으로 일상의 모든 것에서도 숨결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수필집 『결을 품다』에 실린 ‘꽃결, 사색의 결, 바람의 결, 전통의 결, 삶의 결’은 길 위에서 만난 무량한 숨탄것들의 ‘결’의 모음집이다. 
    고전을 좋아해 갖고 싶은 책을 엮었다. 18, 19세기 고전 산문에서 문인의 글쓰기 자세와 좋은 문장을 발췌해 그 느낌을 나만의 해석으로 적었다. 고전 산문에서 조선 지식인의 민낯도 발견하고 시대의 아픔과 고민, 분노 등 감정이 적나라하다. 글에서 드러난 인간의 애증과 희로애락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수필세계』에 8년 동안 연재한 작품을 모아 발간한 『불경스러운 언어』로 제42회 한국수필문학상(2023년)을 수상했다.”

    -쓴 책을 직접 소개하면.
    “무모한 열정 덕분이다. 2004년 제7회 동서커피문학상 공모전에서 수필「검댕이」로 대상을 수상했다. 역대 수상작 중 수필로 전 부문 대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아직도 그 신화가 깨지지 않았다. 2004년 수필 ‘검댕이’는 대학교 수필 창작반에서 교재가 될 정도다.
    현재 등단 20여 년, 11권의 수필집을 출간했으니 2년에 한 권꼴로 작품집을 발간한 격이다. 저서 11권은 삶의 기록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가슴속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에 스스로가 놀랄 뿐이다. 나는 비슷한 수필집은 출간하고 싶지 않았다. 남다른 주제로 삶의 문화를 남기고 싶었다. 독자도 볼거리 즐길 거리 욕구 충족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틈만 나면 옛것을 좋아해 수시로 전국 산사 기행을 나선다. 덕분에 ‘충북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유산’ 포토에세이집 《문화인문학》을,  아파트에서 100여 종의 꽃과 나무를 키우며 ‘꽃의 결’을 다룬 수필집 《화화화》를 냈다.”
    -글을 쓰며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여상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시절 다달이 용돈 오천 원에서 삼천 원짜리 책을 사서 읽었다. 범우문고 발행 법정 스님의 《무소유》나 분도출판사에서 출간한 이해인 시인의 시집 《내 혼에 불을 놓아》 등을 가슴에 품고 설레던 기억이 떠오른다. 법정 스님이 돌아가신 그날, 직장 동료들이 책을 좋아하는 내가 ‘《무소유》 초판본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점심 내기를 했다고 한다. 여하튼 책을 많이 읽는다는 소리이니 기분 좋은 에피소드다. 돌아보니 삶의 뒤안길에 늘 책과 함께한 추억이 많아 행복하다.”

    -평소 존경하고 눈여겨 봐왔던 멘토가 있는지. 
    “물론 스승이신 한상렬 선생님이다. 글에 관한 무지에서 알을 깨고 나오게 한 분이다. 수필이 전부인 선생님을 존경한다. 현재 계간 에세이포레 전국 수필전문지의 발행인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계신다. 
    문단 입문에 도움을 주신 또 한 분이 김우종 교수님이다. ‘검댕이’가 맺어준 소중한 인연이다. 김 교수님은 수필 ‘검댕이’를 가지고 본심에서 ‘이보다 더 나은 작품이 있느냐고 심사위원들에게 되물으신 분’이라고 한다. 지방의 촌부 ‘이은희’를 문단의 샛별로 등극시켜, 제2의 인생을 풍요롭게 열어준 분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큰 것 같은데.
    “초기 작품집에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의 작품이 많다. 신곡문학상 수상 때 ‘이제 어머니를 떠나 소재를 달리해 보라’는 작품 평이 있을 정도다. 나이 36살에 어머니를 떠나보내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도 너무 짧았고, 여섯 명의 동생을 보듬느라 어머니 생각이 더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내 기억 속의 어머니는 당신의 몸을 보살피지 않는 생활력이 강한 분이다. 집안에선 가축을 키우고, 고추 건조 등으로 바쁘고, 밖으로는 동네 부녀회장직을 수십 년 맡아 봉사하셨다. 
    어머니가 지병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날 빈소에 온 스님으로부터 어머니가 생전에 ‘부처님 전에 딸을 위한 기도를 많이 드렸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펑펑 울었다. 내가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은 모두 어머니의 간절한 기원 덕분이다.” 
  • ▲ 이은희는 “청주에 전국 최초로 수필연구소도 설립해 대한민국 수필 문학 발전에 두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양승갑 기자
    ▲ 이은희는 “청주에 전국 최초로 수필연구소도 설립해 대한민국 수필 문학 발전에 두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양승갑 기자
    -얼마 전 고인이 된 (주)대원 전영우 회장님에 대한 기억은.
    “전영우 회장님을 생각하면 눈가에 눈물이 고여 눈앞이 흐려진다. 회장님을 수행하며 많은 일화가 떠오른다. 고등학교 3학년 재학중 회장님 앞에서 ‘대원을 평생 직장으로 다니고 싶다’는 당찬 각오를 밝힌 뒤 입사했다. 그리고 할머니의 이름을 얻은 지금까지 40여 년, 대원을 평생 직장으로 삼고 달려왔다. 회장님은 나를 인턴사원에서 부사장으로, 무엇보다 문인으로 성장시켜준 공간이다. 전 회장님은 겉으로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호랑이처럼 무섭게 느껴지지만, 속으로는 잔정이 많은 분이셨다. 
    이제 고인이 된 회장님과의 추억만 남아있는 대원을 올해 말이면 퇴직한다. 대원은 나의 무모한 열정과 청춘을 불사를 수 있게 해준 곳이다. 대원을 떠나더라도 영속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어찌하다 보니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많은 단체에서 저의 성향과 열정을 알아보고 일을 맡겨 줘 너무 감사하다. 문인이 돼서 향토작가로서 지역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전국의 문인들이 기행지로 삼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교육 문화 문자 성지인 충북 청주를 알리고, 청주 시민과 기업에 문화 마인드 고취와 청주문화 알리기에 힘쓰겠다.

    현재 청주문화원 부원장, 충북 지방시대위원회 위원, (사)스마트경영포럼 본부장, 더블리스합창단 단장을 맡고 있고, 후학 양성을 위한 직장인 글쓰기 지도로 ‘혜안글방’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혜안글방’은 글공부를 원하는 직장인을 위하여 2015년 결성한 단체다. 내가 직장 생활하며 주경야독으로 글을 어렵게 배워선지, 늦은 밤까지 글공부하는 분들에게 애정이 간다.”

    마지막으로 이은희는 ”앞으로 전업 작가로 창작활동에 더 매진해 문학을 통하여 독자들과 소통하며 위로하는 삶을 살고 싶다”며 ”청주에 전국 최초로 수필연구소도 설립해 대한민국 수필 문학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수필가 이은희 주요 약력>
    -충북 청주 출생
    -2004년 『월간문학』 수필가 등단
    -동서커피문학상 대상, 구름카페문학상, 박종화문학상, 한국수필문학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외 다수.
    -수필집 『검댕이』 , 『화화화』(아르코문학창작선정도서) 『불경스러운 언어』외 8권.
    -청주문화원 부원장, 충북문화재단 이사 역임, 한국문인협회 이사, 계간『에세이포레』주간, 충북수필문학회 감사, 수필문우회 회원, (사)스마트경영포럼 본부장, 더블리스 합창단 단장 외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