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등의 문제로 시간 끌지 말고 작업하라”김태흠 식 ‘火魔할킨 서천특화시장’ 대응 ‘리더십’
-
지난 22일 밤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227개의 상가 점포가 한순간에 잿더미가 됐다.불은 9시간 만에 껐지만, 서천특화시장 화재현장은 참혹했다.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서천특화시장은 그야말로 2층 건물이 검게 그을린 채 골조만 남았고, 마치 폭탄이 터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불이 난 서산특화시장 상인들은 다음 달 설 명절을 앞두고 건어물 등 물건을 잔뜩 싸아놓고 설 대목의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23일 오후 장사를 마치고 귀가한 상인들은 불이 났다는 황망한 소식에 물건 하나라도 건질 수 있을까 하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상가 점포는 마른 장작불처럼 순식간에 잿더미가 된 상가 점포를 보고 상인들은 망연자실한 채 털썩 주저앉았고 ‘삶의 터전이 일순간에 무너졌다’며 울부짖었다.화재가 발생하자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한달음에 달려갔다. 23일 이른 아침 현장을 둘러본 김 지사도 화재현장을 보고 상인들처럼 넋을 잃을 정도로 참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명절을 앞둔 상인들에게는 당장 장사를 못 해 생계대책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었다.지난해 홍성산불로 홍역 치른 김 지사는 충남 내포에서 화재현장으로 가는 승용차 안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출발하기 전에 화재 수습방안을 참모들로부터 보고 받고 피해 상인들에게 제시할 방안을 마련했지만, 여러가지로 지원책은 턱없이 부족하기 마련이다.서천특화시장에 도착한 김 지사는 우선 화마가 할퀴고 간 화재현장을 둘러본 뒤 상인들을 만나 위로했다. 사실 상인들에게 어떤 말로 위로한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상인들에게는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시원찮고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전국 어느 화재 현장이든 어김없이 복구작업과 일상회복은 더디고 오래 걸렸다. 강원도 산불현장만 하더라도 그렇다. 피해 이재민의 불만이 극에 달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
김 지사는 즉각 서천특화시장 상인에게 재해 복구와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재호구호기금 상가당 200만 원 지원, 생계가 막막한 상인들에게 이른 시일 내에 영업할 수 있는 임시시장 개장, 임시시장 활성화를 위한 판촉 행사, 화재 건물 건축 추진, 저리 자금지원, 세금감면, 중앙정부에 특별교부세 지원 요청은 금세 내놓을 수습방안이다.여기까지는 지자체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그러나 그동안 대형화재 등 큰 사고가 발생한 현장 복구는 참으로 오래 걸리고 지치기 마련이다. 몇 년이 가도 완전복구가 이뤄진 곳은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김 지사는 상인들에게 “시장을 신축하기 위해선 공사 규모가 커서 입찰을 하고 설계도 해야 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당장 시작하라”며 간부들에게 지시했다. 물론 화재 감식이 끝나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신속하게 화재현장을 밀어버리고 입찰 등의 문제로 시간을 끌지 말고 작업부터 하라”며 “관계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한다는 마음을 갖고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이어 상인들에게 “화재 건물을 신축하는 만큼 손님 동선 등을 고려해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전국 최고 수산시장을 만들 수 있도록 공무원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그는 이날 오후 화재현장을 동시에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서천특화시장 신축 지원과 특별교부세 170억 원 지원해 줄 것”을 건의했다. 윤 대통령도 화재로 큰 피해를 본 서천특화시장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선포’ 검토를 지시했다.김 지사가 2022년 보령해양머드박람회와 2023 대백제전에 윤석열 대통령 방문을 끌어내는 등 정치력을 발휘한 것은 개인적인 인연이 작동했겠지만, 윤 대통령의 각별한 사랑은 일을 잘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우리는 사고를 치는 단체장, 문제를 일으키는 단체장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고 얽히고설킨 규제를 우회해서라도 지역민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은 도백, 단체장을 원한다. 그것이 진짜 국민을, 지역주민을 위한 진정한 ‘목민관’이기 때문이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리더는 위기 때 나온다. 김 지사는 대형화재현장인 서산특화시장에서 위기 대처 능력 즉,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지금까지 어느 단체장도 화재가 발생한 그 다음 날 순발력 있게 ‘화재복구종합세트’를 제시한 단체장은 보지 못했다.충남도청을 출입하며 김 지사를 지켜본 기자로서 그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 것은 결코 본보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단체장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