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잊지 못할 역사, 안의사바위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괴산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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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군자산(南君子山, 827m)은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관평리에 위치한 산으로, 속리산국립공원의 가장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산은 군자산(君子山)의 남쪽에 있다하여 남군자산이라 일컫는다.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517번 지방도 하관평 버스주차장(괴산군 청천면 관평1길) 옆에 자동차 3~4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빈터에 주차한다.보람원 방향으로 조금 이동하다가 세거리에서 우측 선유동 펜션 이정표가 세워진 길로 들어선다. 이 길을 따라가면 개천 건너 하관평 경로당이 보인다. 다리를 건너지 말고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등산리본이 붙은 철망을 쉽게 찾을 수 있다.콘크리트 포장길을 걸으며 맑고 신선한 가을 공기를 마신다. 길가로 가을 청취가 가득한 농촌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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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길을 이동하다가 만나는 세거리에서 느티나무가 있는 좌측 길로 들어서서 쭉 걸어간다. 곧이어 비포장 길이 이어지고 전방으로 남군자산의 능선이 유혹하듯 펼쳐진다.세거리에서 약 0.5㎞를 더 들어가면 집단 묘에서 우측의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이어 작은 계곡을 건너 본격적인 남군자산 가을 산행이 시작된다.등산로는 흙길이어서 디디는 발바닥이 부드럽고 푹신한 감촉을 느낀다. 그런 호강스런 발길도 잠시, 산행은 산행인지라 경사진 탐방로가 돌길로 얼굴을 바꾼다.오르막 바윗길을 걷자니 서늘한 느낌은 금방 사라지고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다. 등산로 좌우로 펼쳐진 아름다운 원색의 단풍과 즐비한 기암괴석들을 바라보자니 신비함에 매료되어 힘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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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고도가 높아지면서 산길의 겉옷을 벗긴다. 산이 높을수록 골이 깊듯이, 단풍이 짙어지면서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아름다움은 마음을 흥분되게 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샘솟게 한다.산길을 오르면서 만나는 갖가지 형상의 괴목과 기암괴석들이 거친 숨소리를 진정시키는 여유를 준다. 그렇게 천태만상의 자연을 감상하며 걷다가 커다란 바위를 만나 우회하면 우뚝 선 병풍처럼 생긴 바위를 박차고 오른다.완만한 능선을 타고 발걸음이 가볍게 산속을 누빈다. 가을 햇살이 산을 온통 맑고 순수한 오색으로 변화시키고, 황금색으로 물든 참나무 덕택에 눈이 호강한다. 완만한 길을 걷고 나면 다시 가파른 경사를 오른다.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항상 오늘 같은 날, 늘 어제 같은 미래는 없다. 불행 뒤에는 행복이 누워있고, 행복 뒤에는 불행이 기대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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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바위를 비롯한 기암들이 온갖 세상 풍파에 시달린 이들에겐 감로수와 같다. 이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산중턱에 올라서자 조망점이 드러난다. 이곳에서 하관평 마을 뒤로 중대봉과 대야산, 그 우측 뒤로 조항산과 청화산을 조망한다.계속되는 오르막길을 오르자 기가 막힌 풍경이 펼쳐진다. 바위 사이로 구부러진 소나무의 생명력과 푸른 하늘, 붉게 물든 단풍들의 조화가 마치 자연의 신비를 담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이 바위를 오르자 널찍한 암반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삼형제 바위를 만난다. 웅장한 규모의 크기와 모양도 가지가지로 다양하다.코끼리를 닮은 것도 있고, 아이를 앉은 엄마의 모습인 것도, 물개의 모습인 것도 있다. 보는 사람마다 마음속에서 상상하는 것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연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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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바위 뒤로 바위 군락이 있는데, 30㎝ 정도에 불과한 틈새를 빠져나가 산길을 오른다. 배낭을 벗어들고, 허리 굽혀 겸손한 자세로 통과한다. 아마도 산객들에게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은 아닐까?이어 밧줄을 잡고 완만한 경사의 암벽을 올라 빼어난 경관과 의젓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산군을 눈에 담는다. 계속해서 완만한 탐방로를 걷다 보면 710봉에 도착한다. 참나무와 단풍나무가 빚어내는 단풍 색깔이 눈부시게 선명하고 아름답다.710봉을 출발하여 암릉 구간을 걷기도 하고, 평탄 탐방로를 잠깐 동안 걷는다. 곧이어 약 0.1㎞의 급경사를 오르게 되는데, 고스락 도착 직전의 마지막 고된 구간이다. 그 보답으로 산을 오르면서 가끔씩 드러나는 풍광을 감상한다.이정표에는 고스락이 오십 미터 앞에 있다고 알린다. 드디어 해발 827m 남군자산 고스락에 도착한다. 고스락 돌은 비스듬하게 놓여 있고, 약간 비좁지만 사방으로 조망이 탁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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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락에서 북으로는 군자산의 웅장한 산세가 보이고, 북동쪽으로 보배산, 칠보산, 악휘봉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이 유장하게 다가온다. 남동쪽으로는 대야산, 그 너머로는 속리산의 문장대로 이어지는 능선이 그림같이 펼쳐진다.고스락에서 이정표로 내려와 보람원 방향으로 이동한다. 완만하게 이지는 능선을 큰 장애 없이 하행하다가 침니바위를 내려가는 세미클라이밍 구간을 만난다.암벽을 내려오니 알록달록 오색단풍이 절정을 이룬 구간을 이동한다. 만산홍엽의 계절에 남군자산의 단풍 산행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집채만 한 바위를 만나 밧줄을 잡고 오르니, 큼직큼직한 바위들이 나름 질서정연하게 군락을 이루면서 조망점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짙은 단풍에 둘러싸인 코끼리바위와 그 너머로 위용을 뽐내며 우뚝 솟아있는 막장봉과 장성봉 등을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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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자연의 세계를 두루 둘러보고, 또 다른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또 하나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듯 자연과 동화되며 점점 발걸음이 더디게 된다.바위군락지에서 내려와서 밧줄이 설치된 가파른 돌길을 하행한다. 이제부터 평탄한 능선이 이어지면서 단풍나무 숲길을 호젓하게 걷는다. 거무스름한 참나무 허리를 감싸는 맑고 선명하면서 정렬이 넘치는 단풍에서 가없는 열정을 얻는다.단풍 숲길의 능선 구간을 지나면 다시 소나무와 어울리는 약간 경사진 암릉 구간을 하산한다. 이어 마주치게 되는 자연의 예술작품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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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보는 순간 입이 딱 벌어지고 다물어지지 않는다. 간절하게 소원을 비는 합장 기도를 표현한 자연예술가가 빚은 최고의 조각품, 손등바위이다.그런가 하면 잘린 손가락이 연상되는 것은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손이다. 1909년 10월 26일 러시아 제국 하얼빈역에서 일본 제국의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사살한 안중근 의사의 손가락이 연상된다. 그래서 ‘안의사바위(안중근의사바위)’라고도 한다.지금도 일본은 대한제국을 침략해 온갖 비인간적인 수탈을 자행해 놓고도 진정한 사과는커녕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으니 하늘이 노하고 땅이 진동할 일이다.이 산은 일제의 만행을 잊지 않고 지금까지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고, 우리도 그때의 역사를 결코 잊은 적이 없다. 역사를 잊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고,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한 민족에겐 망국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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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등바위를 지나 암릉 구간을 하산하다보면 암벽을 내려가는 세미클라이밍 구간을 만난다. 이처럼 하산 길은 암릉과 단풍구간, 평탄한 길과 세미클라이밍 구간 등의 변화가 있어 지루하지 않다.암릉 구간을 하행하는 도중에 소슬랩바위를 만나서 우회하면 낡은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보람원까지 하산하는데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능선에서 계곡으로 내려서는 하행 길은 급경사로 매우 가팔라 조심한다. 활엽수가 울창하게 우거진 단풍 숲에서 오색 빛깔이 찬란하게 뿜어져 나오는 광경이 아름다워 환희에 넘친다.골짜기로 접어들면서 단풍은 더욱 절정을 이룬다. 가을 정취를 아낌없이 만끽해 본다. 형언할 수 없는 멋진 풍경을 눈으로 모두 담을 수 없어 마음속에 고이 담아 간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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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하행을 하다 보니 어느덧 사유지인 청소년수련원(보람원) 구역 안으로 접어든다. 이정표의 뗏목탐사 방향으로 계속 직진한다.쉼터를 지나 시그널이 붙어 있는 우거진 숲을 지나면, 보람원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보람원 정문까지 포장길을 따라 이동한다.보람원 정문에서 왼쪽 방향으로 517번 도로(대야로)를 따라 약 0.25㎞ 이동해 산행의 기점에 도착하여 가을 산행을 마무리한다.이번 산행 코스는 하관평마을 버스주차장 옆 빈터 주차장~학골~조망점~삼형제바위(코끼리바위)~710봉~남군자산 고스락~손등바위(안의사바위)~소슬랩바위~보람원~원점회귀의 약 8.2㎞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