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주호 따라 걷는 名品 종댕이길[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충주시 편
  • ▲ 계명산 헬기장에서 바라본 충주호.ⓒ진경수 山 애호가
    ▲ 계명산 헬기장에서 바라본 충주호.ⓒ진경수 山 애호가
    충북 충주시 종민동에 자리한 계명산(鷄鳴山. 해발 775m)은 충주호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충주의 명산이다. 이 산은 원래 ‘삼항산’이었는데, 이 산기슭에 지네가 많아 닭을 풀어 지네를 사라지게 하였고, 산 전체에 닭의 발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하여 ‘계족산(鷄足山)’이라 불리게 됐다.

    그러나 ‘닭 계(鷄)’와 ‘발 족(足)’이란 이름은 ‘닭이 먹이를 먹을 때 모이를 흩뜨려 먹어 충주 고을의 재산이 밖으로 유출되는 형상이라 충주에 부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명을 하게 되었다. 닭이 아침을 알리는 희망적인 이름의 ‘닭 계(鷄)’와 ‘울 명(鳴)’으로 바꿔 지금에 이른다.

    이번 산행은 ‘마즈막재 계명산 등산로 입구~전망대~계명산 고스락~전망대~계명산 자연휴양림~종댕이길~마즈막재 계명산 등산로 입구’ 코스이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계명산 등산로 주차장(충주시 안림동)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 ▲ 대몽항쟁 전승기념탑.ⓒ진경수 山 애호가
    ▲ 대몽항쟁 전승기념탑.ⓒ진경수 山 애호가
    계명산 등산로 주차장에 도착하여 버스정류장과 운동기구가 설치된 곳으로 이동한다. 그곳에는 ‘대몽항쟁 전승기념탑’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그 옆으로 야자 매트가 깔린 널찍한 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기념탑 정상부에 ‘1253’의 숫자가 크게 형상화되어 있다. 이는 몽고군이 다섯 번째로 고려를 침략하여 충주산성을 공격하였을 때 충주지역의 사람들이 모두 힘을 합해 몽고군에 항쟁했던 연도를 의미한다.

    8백 년 전 이 땅의 선조들이 치렀던 고귀한 희생을 기억하고, 나라와 향토를 사랑했던 위대한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충주 시민들의 뜻을 모아 이 탑을 세웠다고 한다. 이 탑 앞에 있는 수로를 따라 등산로 입구로 이동한다.
  • ▲ 급경사 구간에 설치된 계단.ⓒ진경수 山 애호가
    ▲ 급경사 구간에 설치된 계단.ⓒ진경수 山 애호가
    등산로 초입은 통나무 계단을 오른다. 청록으로 변한 숲과 높아진 기온이 여름의 길목으로 벌써 들어선 듯하다. 계단에 이어서 잔돌이 널려있긴 하지만 흙길을 오른다. 무성한 숲속에서 들리는 청아한 새소리가 산중 보행을 실감케 한다.

    너덜지대를 지나 가파른 흙길을 오르는데, 급경사라서 지그재그로 오른 흔적이 역력하다. 능선에 도착해 좌측으로 진행하면 우거진 숲 사이로 설치된 계단을 오른다.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사가 급하고 위험한 구간이라는 것이다.

    계단이 끝나고 능선을 따라 완만한 산길을 걷다 보면 ‘계명산 119신고 안내 제1지점’을 지난다. 오르막은 계속 이어지고 좌측 나뭇가지 사이로 충주 시내가 얼핏 보인다. 이젠 숨을 고르라고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 ▲ 밋밋한 산행을 달래주는 아름드리 노송.ⓒ진경수 山 애호가
    ▲ 밋밋한 산행을 달래주는 아름드리 노송.ⓒ진경수 山 애호가
    힘들다고 영원히 힘든 일이 계속되지 않고, 행복하다고 영원히 행복할 수 없듯이 평탄한 길에 이어 잔돌이 깔린 가파른 등산로를 오른다. 숲 너머로 남산 산등성이가 보인다.

    주차장을 출발하여 0.9㎞ 지점인 전망대에 도착한다. 하산할 때는 이곳에서 계명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내려간다. 전망대라고는 하지만 숲이 무성한 탓도 있지만, 날씨가 심술을 부려서 조망이 시원치 않다.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큰 변화가 없이 이어지는 청록의 숲길이 자칫 밋밋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가끔 만나는 아름드리 노송(老松)이 변화를 주도한다.

    그래서 어느 환경에서나 신구(新舊)의 조화가 잘 이뤄져야 한다. 젊음의 패기와 늙음의 지혜가 상호 존중하고 어우러질 때 그 조직은 안정되고 지속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모든 만물은 서로 대립으로 조화를 이루기 마련이다.
  • ▲ 등산로의 돌길 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 등산로의 돌길 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이제 계명산 고스락을 향해 다시 1.4㎞를 이동한다. 한바탕 고도를 높여 오르고 나면 ‘계명산 119신고 안내 제2지점’에 이른다. 노송 아래 마련된 긴 의자에 앉아 굵은 땀 줄기를 수그러들게 하고, 쏟아낸 것만큼 수분을 섭취한다.

    계명산 고스락까지 0.8㎞ 남았다고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면서부터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하행은 안부를 만나면서 오르막으로 바뀐다. 등산로도 흙길에서 바위와 큰 돌이 깔린 산길로 변한다. 이러한 다양한 변화를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 산행의 즐거움이다.

    우리네 삶도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면 지루하고 따분하다. 그래서 자신을 늘 변화시키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고 그것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이제 계명산 고스락이 0.5㎞을 앞두고 있다고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 ▲ 계명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 계명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이정표에는 제2전망대를 0.5㎞ 전에 있었다고 하는데, 그곳이 어느 곳인지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쳐 왔다. 이어 한동안 평지를 걷다가 안전 밧줄이 매어진 오르막을 힘차게 오른다.

    얼마나 많은 등산객이 밟고 지나갔는지 등산로에 드러난 나무뿌리가 닳아서 반질반질할 정도다. 거칠고 가파른 돌길을 오르는데 쉽게 고스락을 내줄 것 같지 않다.

    허벅지에 잔뜩 힘주며 오르면 헬기장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이정표가 세워진 곳으로 가서 변동 방향으로 조금 이동하면 해발 775m 계명산 고스락에 도착한다.

    고스락에는 바위 틈새에서 기이한 형상의 노송이 튼실한 몸과 푸르른 잎으로 고스락을 빛나게 한다. 노송이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그것이 노송에게 불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등산객들이 소나무에 올라앉아 촬영하기 때문이다. 
  • ▲ 계명산 헬기장에서 바라본 충주호.ⓒ진경수 山 애호가
    ▲ 계명산 헬기장에서 바라본 충주호.ⓒ진경수 山 애호가
    사람들은 삶의 무게를 내려놓기 위해 산을 찾지만, 그 산을 지키는 노송은 사람들이 내려놓은 그 무게를 그대로 받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나 편하려고, 남을 불편하게 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헬기장으로 내려와 충주호를 조망하는데, 시계가 흐릿하여 멀리 월악산 영봉을 뚜렷하게 볼 수 없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어찌 세상일이 생각하고 의도한 데로 다 이룰 수 있겠는가’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지금부터 전망대 갈림길을 향해 올랐던 산길을 다시 내려간다.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올랐던 등산로가 익숙할 만도 하지만 그때의 그 마음이 아닌지라 낯설 정도로 새롭게 느껴진다. 산은 오는 사람 막지 않고 떠나는 사람 잡지 않으니, 돌아서는 발길과 찾아드는 발길이 스쳐 지나가며 인사한다.
  • ▲ 산은 떠나도 찾아와도 막지 않고 잡지 않아.ⓒ진경수 山 애호가
    ▲ 산은 떠나도 찾아와도 막지 않고 잡지 않아.ⓒ진경수 山 애호가
    산벚나무 열매가 붉게 익어 까맣게 변해 가는 전망대 갈림길에 도착하여 계명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하행한다. 이곳에서 계명산 자연휴양림까지는 1.4㎞이다.

    하행의 초입은 경사가 가파르지만 이내 완만한 청록의 숲을 걷는다. 생명력이 가득한 숲은 번잡한 마음과 생각을 내려놓게 한다.

    고압전송 철탑의 정중앙을 통과해 소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완만한 길 끝자락에 이르니 계명산 자연휴양림 표지판과 의자가 마련돼 있다. 이제부터 매우 급한 경사로를 내려간다.
  • ▲ 계명산 자연휴양림 경계에 있는 낙엽송 군락지.ⓒ진경수 山 애호가
    ▲ 계명산 자연휴양림 경계에 있는 낙엽송 군락지.ⓒ진경수 山 애호가
    돌길과 흙길, 바윗길이 연속해서 이어지는 가파른 하행 길도 낙엽송 군락지를 지나면서 사라진다. 이제 계명산 자연휴양림 영역으로 넘어서면 치유숲길이 이어진다.

    울창한 숲속으로 얼핏 보이는 정자의 지붕이 운치가 있다. 잘 정리되어 걷기 편한 치유숲길을 내려오면 충주호수로와 만난다. 이곳에서 마즈막재 삼거리 방향으로 종댕이길의 일부 구간인 1.5㎞를 걷는다.

    충주호 종댕이길은 계명산 줄기인 삼항산(해발 385m)의 아름다운 호수 풍경을 따라 걸으면서 풍광도 즐기고 운동할 수 있는 숲길로 마즈막재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총 11.5㎞이다.
  • ▲ 충주호를 따라 걷는 종댕이길.ⓒ진경수 山 애호가
    ▲ 충주호를 따라 걷는 종댕이길.ⓒ진경수 山 애호가
    삼항산 둘레길로 조성된 3.8㎞의 종댕이길은 하트모양으로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걸으면 걸을수록 사랑이 깊어지는 길이다.

    마즈막재는 옛날 단양, 청풍, 강원 일부 지방의 죄수를 충주 감영으로 이송할 때 이 고개를 넘으면 살아 돌아갈 수 없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계명산 자연휴양림을 내려와 충주호수로를 따라 걸으면서 삼항산으로 이어지는 종댕이오솔길 입구, 충주호 종댕이길 제2, 제1 주차장을 지나 계명산 등산로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로써 약 6.6㎞의 계명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삼항산 종댕이길을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종댕이’라는 말은 인근 종댕이(宗堂)마을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며, 삼항산을 종댕이산이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