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송전선로와 석재 광산의 아픔[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충주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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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련산(寶蓮山, 해발 764m)는 충북 충주시 노은면 수룡리에 위치하며, 국망산(國望山. 해발 770m)을 마주 보고 있다.40번(평택-제천)과 45번(중부내륙) 고속도로 운행 시에 노은면 지역을 지날 경우, 북쪽으로 우뚝 솟은 산 중턱으로 고압송전선로가 지나고, 광산이 보이는 산이 보련산이다.보련산 산행코스는 보련마을, 돈산온천, 하남고개 등이 있으나, 이번 산행은 ‘하남고개~제1봉~자연동굴~제2봉~스핑크스 바위~제3봉~보련산 고스락’ 코스이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하남고개 주차장(충주시 앙성면 용대리)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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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고개 주차장에 도착하여 하남고개(해발 340m) 표지판과 보련산 등산로 안내도 뒤편의 콘크리트 포장길을 오른다.주차장에서 0.2㎞를 오르면 고압송전 철탑 도착 직전에 등산로입구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등산 리본이 매달린 숲속으로 내려간다.등산로 초입에는 흙길이지만, 조금만 더 이동하면 바위와 작은 돌이 깔린 길로 바뀐다. 경사진 바위 구간에는 밧줄이 매달려 있고, 더 가파른 구간에는 두 줄의 안전 밧줄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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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고개 기점 0.5㎞ 지점을 지나면서 능선에서 약간 벗어나 평탄한 비탈로 휘돌아 오른다.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헐떡거리기 시작하지만 다채로운 형상으로 나타나는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에 에너지를 받는다.삼지송(三枝松)을 지나고 등산로 양쪽으로 소나무 숲이 우거진 경사로를 오르면, 적송(赤松)이 반갑게 맞이한다. 짙은 신록 속에서 그 자태와 색상이 돋보인다. 이 순간을 위해 오래 기다리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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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의 오르막은 계속되고 커다란 바위가 깔린 급한 경사 구간을 오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즈음에 능선으로 올라선다.이정표는 하남고개 0.9㎞, 보련산 고스락 1.8㎞이라고 알린다. 이곳에서 약간 우측으로 등산로 방향이 바뀐다.평탄한 길을 걷다 보면 우측으로 숲길에서 약간 벗어나서 산 아래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난다. 이곳에서 하남고개 건너편에 우뚝 솟은 국망산을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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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을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내리막은 큰 변화가 없고 오르막을 더 많이 오른다. 보련산 제1봉(해발 650m)에 도착하지만, 별도의 표시는 없다. 이곳을 ‘된언덕고개’라고도 부른다.등산 리본과 국가지점번호 푯말이 세워진 곳으로 약간 내려서서 숲길을 조금만 이동하면 조망 바위를 만난다. 이곳에서 보련산 제2봉과 고스락이 조망되고, 보련산 기슭 아래 보련마을도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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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 바위 옆에서 멋들어지게 가지를 늘어뜨린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옆으로 급경사의 산길을 조심해서 내려간다.하행 길 좌측으로 자연석이 뒤엉켜 형성된 석굴을 만난다. 이를 자연동굴이라 부른다.안부에 이르러 돌아온 길을 바라보니 하산할 때 힘들게 올라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제1봉을 ‘된언덕 고개’라 부르는가 보다. 하지만 힘들면 쉬었다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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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에 내려서니 단풍나무 잎이 진한 초록빛의 옷을 입고 있다. 자그마한 돌탑을 지나 제2봉을 향해 산길을 오른다.얼마 동안 평탄한 길을 걸으면서 신록의 향기를 편안하게 누린다. 국가지점번호 푯말을 지나면서 다시 오르막이 이어진다. 산길 옆으로 둥굴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능선에 닿으니, 보련산 119신고 안내 제2지점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이곳이 보련산 제2봉이다. 이어 숲길을 조금 내려가면 이정표를 만나는데, 보련산 고스락이 0.7㎞ 남았다고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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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안전 밧줄이 설치된 급경사의 바위 구간을 내려가면서 스핑크스 바위를 만난다. 이어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보련산 제3봉에 해당하는 보련산 119신고 안내 제3지점 표시판을 만난다. 이곳은 대략 해발 700m 지점이다.제3봉을 지나면서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좌측으로 동암마을로 이어지는 산등성이를 조망한다. 이후 완만한 길을 걷다가 고스락을 앞두고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허벅지에 힘을 주며 통나무 계단을 오르고, 한 줄의 안전 밧줄이 고스락으로 안내한다. 보련산 고스락의 너른 암반에는 고스락 돌 2개와 돌탑, 그리고 데크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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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시대 홀어머니 슬하에 보련이라는 딸과 장미라는 아들 두 남매가 살았다. 두 남매는 힘이 천하장사였는데, 한 집에 두 장수가 나면 큰 난리가 난다는 말에 어머니는 할 수 없이 남매에게 성 쌓기 내기를 하여 패자는 자결하도록 했다.보련은 노은에서, 장미는 가금에서 축성을 시작하였는데, 어머니는 아들 장미를 동정하여 딸 보련의 시간을 지연시키고자 보련에게 떡을 갖다 주며 먹을 것을 권하자 보련은 감사히 떡을 먹고 축성을 서둘렀다.그러나 장미가 먼저 성을 완성하여 만세를 부르자 그제야 어머니의 의도를 알고 집을 떠났다고 한다. 그리하여 보련 낭자가 성을 쌓던 이 산의 이름을 보련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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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련 낭자가 말없이 집을 떠날 때를 상상해 보니 가슴을 저미게 한다. 잠시 고스락에 머물면서 그런 선택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과연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자연의 순리에서 답을 찾아야 할 듯하다. 순환하는 자연 속에서는 선택의 시간이란 존재할 수 없다. 그저 자연의 흐름대로 순응하며 따라갈 뿐이니깐 말이다.보련산을 하행하면서 커다란 소나무와 숲 뒤로 보일 듯 말 듯 보련산 부봉(附峰)을 조망한다. 상행 길의 흔적을 따라 하남고개 주차장으로 복귀해 5.4㎞의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