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가 시원하게 조망되는 山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청주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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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덕유리에 위치한 구룡산(九龍山, 해발 373m)은 나지막한 산이지만, 자연의 싱그러움과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 그리고 대청호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산이다.이 산의 형상이 아홉 마리의 용이 모여 있는 것과 같다고 하여 ‘구룡(九龍)’이란 이름을 얻었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문의 마을 쪽에서 이 산을 바라보면 마치 삿갓과 닮았다 하여 삿갓봉이라 불린다.이번 산행은 ‘문의대교 삼거리~347봉~구룡산 정상~돌탑~5층 석탑~현암사’ 왕복코스로 다녀온다. 문의대교 삼거리 부근 갓길에 주차하고 이정표를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 산길은 대청호 오백리길의 일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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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을 오르면서 짚은 신록의 싱그러움을 만끽한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맑은 새소리는 초록 세상에 물들어 청정해진 마음에 한층 더 여유롭고 평화로움을 더한다.산길에 피어난 이름 모를 야생화에 눈길을 주며 0.3㎞ 정도를 쉬엄쉬엄 올라 산등성이에 이른다. 눈앞에 펼쳐진 초목의 푸름이 유명한 갤러리에 걸려 있는 한 폭의 수채화와 견줄만하다.순수한 자연의 기운을 받으니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삶의 바람직한 길을 떠올린다. 가장 순조로운 삶의 길은 도리(道理)있는 길이요, 가장 성공하는 삶의 길은 겸비(謙卑)하는 길이요, 가장 행복스런 삶의 길은 지족(知足)하는 길이요, 가장 아름다운 삶의 길은 동행(同行)하는 길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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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를 오르면서 둥글레와 은방울, 그리고 개옻나무 꽃망울을 보면서 지난 꿈 많았던 청춘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역시 지나간 과거는 아름답고, 현재는 괴롭고, 미래는 두려운 것이 중생의 삶이 아닌가 싶다.나뭇가지 사이로 대청호가 수줍은 듯 얼굴을 내밀 때 347봉을 지난다. 대청호오백리길 푯말이 예쁘장하게 나무에 붙어있다.새소리와 자연의 내음에 흠뻑 빠져 걷다보면 어느새 장승공원 세거리를 지난다. 이곳에서 구룡산 고스락과 현암사 방향으로 조금만 진행하면 돌탑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자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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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산 고스락(해발 373m)에 오르니 두 개의 장승과 그 사이에서 여의주를 물고 당장이라도 용트림을 하며 하늘을 날아오를 것 같은 있는 용이 자리하고 있다. 구룡산의 정기가 물씬 풍긴다.이곳에서 현암사로 가기 위해 0.8㎞를 남쪽 방향으로 내려간다. 구룡산 고스락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산길 옆으로 돌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 길이가 0.4㎞ 정도가 되는 듯하다. 돌덩이 하나하나에 돌탑을 쌓은 이의 마음과 손끝 정성이 가득 담겨져 있다.우리네 삶은 천년만년 살 것처럼 욕심내어도 자연의 변화를 거슬릴 수 없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하늘의 구름처럼, 허공의 바람처럼 가벼워져서 자연의 흐름을 타고 훨훨 날아간다. 세상의 모든 티끌과 동행하니 무탈한 삶을 누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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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산 고스락에서 0.7㎞ 정도 하행하면 소나무 숲을 지나 오층석탑을 만난다. 이곳에서 온 세상 사람들이 차별이 없이 평등한 삶을 누리고, 다툼과 전쟁이 없기를 기원하는 탑돌이를 한다.연등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내려가니 길 오른편으로 나무 장작 무더기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깔끔하고 반듯하게 적재되어 있다.드디어 현암사(懸巖寺)에 도착한다. 사찰 이름 그대로 바위 절벽에 매달려 있는 것 같은 절집이다. 이 사찰은 고려 후기 창건된 것으로 보이며 조선시대에는 큰 번영을 누리지 못한 채 폐사가 됐다가 8·15광복 후 괴산의 김사익(金思益)이 중건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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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당우(堂宇)로는 대웅전(大雄殿)과 용화전(龍華殿)·삼성각(三聖閣)·요사(寮舍) 등이 있다.불기(佛紀) 2567년 부처님오신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원효대사의 화쟁사상(和諍思想)을 되새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진리(眞理)는 하나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다를 수 있음을 서로 인정하고 화해(和解)와 회통(會通)하는 사회가 되길 기도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색된 정치가 원융회통(圓融會通)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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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매달린 현암사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대청호를 바라보면 그 운치가 더욱 짙어진다. 대청호는 다도해를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고, 그 섬들 사이를 신선처럼 획획 날아다니고 싶은 심정이다.부(富)와 권력(權力)을 가진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그 모양이 마치 구린내 나는 곳에 파리 떼가 날아드는 것 같다. 그러나 그 구린내가 사라지면 파리 떼들도 홀연히 사라진다.그러나 겸허(謙虛)하고 겸비(謙卑)한 태도를 취하면 마치 온갖 하천의 물을 담은 저 대청호처럼 만물과 대중들이 저절로 모여드는 귀의처(歸依處)가 되니 결코 중반친리(衆叛親離)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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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에서 다시 구룡산 고스락을 거쳐 원점회귀 한다. 봄철이 되면 어김없이 발생되는 산불은 자연과 인근 주민의 재산을 재로 만들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산불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산불피해 재난민의 임시거처를 텐트나 컨테이너 형태가 아니라 임시재난주택을 공급하여 상처를 치유하는데 정부에서는 신경을 써야 한다. 각 지자체에서는 임시재난주택을 상시 보유하는 정책을 펼치기를 권유하면서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