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상인 조경준씨 모친에 대물림…뼈 삶고 순대 말아 “중소마트에 밀려 경쟁력 저하…먹거리시장 시장 변화 줘야”
  • ▲ 증평장뜰시장에서 35년 간 인삼을 판매해 온 장뜰인삼직매장 최금화 대표가 증평 인삼을 저장고에서 꺼내 선보이고 있다.ⓒ김정원 기자
    ▲ 증평장뜰시장에서 35년 간 인삼을 판매해 온 장뜰인삼직매장 최금화 대표가 증평 인삼을 저장고에서 꺼내 선보이고 있다.ⓒ김정원 기자
    ‘군사도시’이자 ‘인삼의 고장’인 충북 증평읍 ‘증평장뜰시장’은 장날이면 ‘왁자지껄’하는 소리 등으로 생기가 넘친다. 증평은 사통팔달의 교통이 좋아 인근 시‧군에서 장을 보기 위해 많이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기 때문이다.

    장날은 인근 지역이 대부분 농촌지역이어서 주민들이 필요한 물건을 증평에서 사고 이웃 마을주민들 간의 정보교류, 농사정보도 활발히 교환한다. 

    증평은 한때 인삼 농사를 많이 지어 전국의 인삼이 증평인삼이라고 할 정도의 ‘인삼골’이었다. 금산인삼이 증평에서 생산된 인삼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정도였고 지금도 충북에서 생산된 인삼 3분의 2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금은 인삼농사가 점점 북상하면서 증평 인삼고을은 명맥만 잇고 있다. 덩달아 지역경제도 침체되면서 전통시장에 그 영향이 고스란히 드리워지고 있다.

    증평에는 육군 37사단과 13 공수여단(흑표부대) 등이 자리하고 있는 군사도시다. 군인가족들이 장뜰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자녀들도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지역경제에 기여도가 크다. 군인들이 37사단에서 훈련을 마치고 증평에서 음식을 먹거나 면회 때 증평에서 음식을 사먹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직업 군인들이 전역을 한 뒤 증평에 정착하는 수도 늘고 있다. 

    ◇ 사통팔달 인삼고장 증평 

    증평 인삼 거래는 인삼의 고장답게 인삼농사를 많이 지으면서 시작됐다. 한때 ‘증평인삼’이 ‘금산인삼’이라고 불릴 정도로 호황을 구가했다. 증평 인삼은 사포닌이 풍부하고 내부 조직이 단단하며 인삼 특유의 향이 오래도록 지속돼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인삼 생산량이나 거래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증평 장뜰시장에서 인삼을 판매하는 곳은 두군데에 불과하다. 최금화 씨(59)가 운영하는 ‘장평인삼직매점’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750g에 2만 원부터 7만 5000원까지 받고 있다. 증평에서 생산된 홍삼, 근삼, 수삼 등을 도‧소매하는 최 씨는 35년 간 인삼을 판매했으며 남편은 40년 간 인삼을 판매했다. 최 씨는 “여기서 판매하는 인삼은 1년 후에 이식 등으로 사포닌 함량이 많아 고객들로부터 호응도가 높고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최 씨는 “수삼은 바로 씻으면 안 되고 수삼을 씻은 후 5~6일 간 수분을 뺀 다음 자연 건조시킨 뒤 찐다. 또다시 어느 정도 수분을 뺀 다음 건조시키는데 5일 간 인삼을 찐다. 홍삼을 만드는 과정은 힘들지만 이렇게 하면 인삼 색깔도 진하고 영양분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정성이 들어간 만큼 맛이 좋다”고 노하우를 공개했다.
  • ▲ 증평장뜰시장에서 순대를 판매하고 있는 증평순대 이련해 대표가 순대를 썰며 환하게 웃고 있다.ⓒ김정원 기자
    ▲ 증평장뜰시장에서 순대를 판매하고 있는 증평순대 이련해 대표가 순대를 썰며 환하게 웃고 있다.ⓒ김정원 기자
    장뜰시장은 1‧6‧11‧16‧21‧26일에 장이 선다.   

    장날에는 증평이 생활권인 청주 북부권 내수‧북이 등과 괴산 청안‧사리, 진천 초평, 음성 원남면 보천 등 증평으로부터 12km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증평장을 주로 본다. 

    상품 구색에서도 인접한 시‧군보다 잘 갖춰져 있고 교통이 편리해 외지에서 많이 찾아온다. 상인들은  ‘에드팜 특구’가 준공되면 외부에서 방문객이 많이 올 것으로 전망돼 시장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시장에 청년상인은 ‘장터순대’ 조경준 대표가 유일하다. 한때 상인회가 ‘청년몰’ 유치를 추진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증평지역은 인구가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인구밀도가 낮고 상업세도 열악한 것이 그대로 시장에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장날에는 노점상들이 장뜰시장 중앙에 60여 개의 좌판을 편다. 의류와 아케이드 구간에는 잡곡류, 야채류, 반찬류, 도넛, 호떡, 화분 등을 진열해 놓고 판매한다. 또한 아케이드 밖에는 잡화류와 과일, 생선 등을 판매하는 등 여느 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증평장뜰시장은 98개 점포(상인회 가입 72개 점포)가 입점해 장사를 하고 있으며 역시 지역경기가 침체를 벗지 못하면서 빈 점포(3개)가 늘고 있는 추세다.

    증평장뜰시장상인회는 주차장을 네 차례에 걸쳐서 125면(4곳)을 조성해 평소에는 비교적 주차장은 원활한 편이다.

    아케이드 공사는 1차 구간으로 170m를 공사를 2004년에 마쳤고 2차 구간에는 비가림시설 130m(2007년)도 끝냈다. 또한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연도 하고 노인들을 위한 점심나누기 행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다목적 광장도 설치돼 있다.

    장뜰시장은 외부 관광객들을 유치할 정도의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렇다 할 관광객 유인책이 없는 것이 시장활성화에 걸림돌이다. 

    인근에 좌구산 휴양림과 김득신 선생(조선 효종 때 인물) 묘소 등이 성역화돼 있지만 관람객들은 청주에서 내수읍 초정을 거쳐 좌구산으로 가고 관람 이후에는 초정을 거쳐 가기 때문에 증평시장으로의 유입은 미미한 실정이다. 

    장뜰시장 상인회는 시장이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역시 인구가 많지 않고 지역경제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 ▲ 증평장뜰시장 상인회 전승필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영진장식에서 벽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증평장뜰시장 상인회 전승필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영진장식에서 벽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특히 장뜰시장의 경쟁자는 신업태인 중소형 마트다. 장뜰시장 주요 진입로 마트가 산재해 있어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문제는 마트 판매 상품과 장뜰시장 판매 상품과 겹친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상권이 위축되고 마트에 의해 전통시장이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시설의 낙후성 등으로 중소형 마트에 비해 전통시장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다.  

    대표음식은 저렴하고 맛이 좋고 가성비가 좋은 ‘삼겹살’, ‘순대국밥’ 등이다. 

    장뜰시장 상인들은 대표 음식점으로 ‘시장정육점식당’, ‘신정불고기’, ‘한돈정육점식당’ 등을 꼽는다. 이 중 시장정육점식당이 가장 오래됐고 가격도 저렴하다. 삼겹살 1인분에 8000원(도시 1만1000~1만2000원)이어서 항상 고객이 줄을 서지 않고서는 먹을 수가 없다.

    순대국밥은 ‘장터순대’, ‘시골선지국밥’이 대각선으로 바라보며 영업을 하고 있고 두 음식점 모두 오래됐다. 도시에 비해 가격이 5000원으로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 청년상인 조경준 씨 유일

    장뜰시장 청년상인은 장터순대 조경준 대표(37)가 유일하다.

    조 대표는 모친 이련해 씨(65)로부터 순대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 씨는 순대와 족발, 머릿고기, 순대국밥, 얼큰한 수제 야채순대, 찹쌀당면순대 만드는 법을 아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장터순대는 이른 새벽 돼지머리를 삶아 빼낸 머리뼈만 사용해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의 국밥 육수를 만들어낸다. 육수는 보약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진하다.

    1987년부터 장뜰시장에서 장사를 하기 시작한 조 대표의 모친은 아들에게 음식점을 물려주기 위해 일을 가르치고 있고 최근에는 딸에게도 장사를 가르치고 있는데, 딸은 다른 곳에 점포를 낼 계획이다.

    조 대표 모친 이 씨는 “아들이 일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데 장가를 가면 가게를 넘겨줄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 증평 상권 보강천 중심으로 양분

    전승열 증평장뜰시장 상인회장(65‧영진장식 대표)은 “인구 3만 8000여 명인 증평은 상권 자체가 인구가 늘어나지 않아 시장이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다. 인구가 5만 명은 돼야 어느 장사를 하더라도 흥할 수 있다. 특히 시장의 70~80%가 먹거리가 차지해야 시장 변화가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 ▲ 아케이드가 설치된 증평장뜰시장 전경.ⓒ김정원 기자
    ▲ 아케이드가 설치된 증평장뜰시장 전경.ⓒ김정원 기자
    그러면서 “최근에는 증평 보강천 중심으로 서쪽에 신도시 건설과 함께 상가가 들어서면서 시장이 양분된 것도 장뜰시장 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며 “신도시 에는 차를 댈 수 없을 정도로 번성하고 있는 등 신시가지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회장은 “시장은 먹거리가 주가 돼야 고객들의 유입이 된다”고 했다.

    전 회장은 “상인들은 고객의 수가 적다 보니 맛있는 것을 아무리 개발해도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수지가 맞지 않는다. 인구가 늘기 전에는 상권에는 큰 희망이 안 보인다”고 장뜰시장이 처한 현실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