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줄이려다 납·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최대 40% 증가“기후 정책, 사회적 목표 간 상충 고려한 설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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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소타대 경영대 아심 카울 교수(좌), KAIST 기술경영학과 이나래 교수(우).ⓒKAIST
2013년부터 시행된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인 캘리포니아주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온실가스 감축에는 기여했지만, 오히려 독성물질 배출을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KAIST(총장 이광형)는 기술경영학부 이나래 교수가 미네소타 주립대 아심 카울(Aseem Kaul)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이 제도가 예상치 못한 환경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고 9일 밝혔다.탄소배출권 거래제도(Cap and Trade Program)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 상한(cap)을 설정하고 이를 기업들에 자체 감축하거나 배출권을 거래(trade)할 수 있도록 해 시장 원리로 환경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이다.연구진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대형 제조시설의 온실가스 및 유해물질 배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제도의 적용을 받은 시설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유해 폐기물 처리 활동을 축소하면서 오히려 납, 다이옥신, 수은 등 인체에 해로운 독성물질 배출량이 최대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특히 이러한 부작용은 △환경 감시가 활발한 지역이거나 △공정 단계에서 독성물질 생성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환경 기술을 도입한 기업에서는 덜 나타났으며, 이는 기업들이 규제 비용과 외부 감시 수준에 따라 환경 대응 전략을 선택적으로 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이나래 교수는 “탄소 감축 제도는 탄소의 발생량 자체를 규제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탄소를 줄이는 데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환경 부문을 희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환경 기술을 이전에 도입한 기업들은 이러한 부작용이 덜했다”고 말했다.이어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이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사회적 목표 간의 상충(trade-off)을 정교하게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번 연구는 KAIST의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출판 지원을 받아 논문 전체를 누구나 무료로 열람할 수 있으며, 연구 결과는 학계와 정책 현장에서 더욱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이 연구 결과는 경영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매니지먼트 사이언스(Management Science) 4월 22일 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