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일 대표 “칼자이스 넘어… ‘Now Happy’ 캐치프레이즈”반도체에서 디스플레이, 우주로…NASA와 협업 ‘글로벌 명성’“지구에서 우주로”…광학 기술로 ‘세계를 무대로’
  • ▲ 조현일 ㈜그린광학 대표가 충북 청주시 청원군 오청 본사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 조현일 ㈜그린광학 대표가 충북 청주시 청원군 오청 본사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15년 전, 조현일 ㈜그린광학(본사 & 제 1공장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각리1길 45) 대표는 야심 찬 결심을 했다. 세계 최고의 우주 관련 기관인 NASA에 제품을 납품하겠다는 목표였다. 당시에는 막연하고도 도전적인 꿈처럼 보였지만, 지금 그린광학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넘어 우주 산업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인정받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조 대표는 처음에는 반도체 장비 쪽에서 시작했다. 삼성에 장비를 납품할 기회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장비업체들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락’을 걸면서 공급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전략을 바꿔 ASML 같은 글로벌 장비업체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그린광학의 성장은 반도체 산업에 그치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삼성 디스플레이와 협력하며 OLED 패널 제조에 필요한 고정밀 광학계 장비를 공급했다. OLED TV 패널은 크기가 크다. 그러다 보니 렌즈도 대형화됐다. 조 대표는 “그런 대형 광학기기를 만들다 보니, 이 기술을 다른 곳에 적용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주 산업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술과 신뢰로 쌓아 올린 글로벌 ‘강소기업’

    우주 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신뢰와 헤리티지가 필수다. “우리가 처음 목표로 삼았던 곳은 NASA였다. 15년 전부터 꾸준히 기술을 개발하면서 NASA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었고, 결국 납품에 성공했다. 그 후 그린광학은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와 협력을 시작했다. “ISRO에 납품하기 시작한 건 7년 전입니다. 1m급 대형 렌즈를 지금까지 70장 이상 공급했다. 초기에는 가격 협상에서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신뢰를 쌓은 지금은 3배 이상의 가격으로도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 현재는 렌즈 한 장이 10억 원 정도 한다.”

    이 회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우주 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대형 렌즈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우리가 가진 기술은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꾸준히 기술 개발과 품질 관리에 힘쓰고 있다.”

    그린광학은 현재 세계 시장에서 그 명성을 점점 더 확장하고 있다. 조 대표의 비전은 명확하다. “우리의 기술로 지구를 넘어 우주에서도 인정받는 기업이 되는 것, 그게 목표다.”

    ◇“기술로 국경을 넘다”…우주‧국방 선도하는 ‘그린광학의 도전’

    조 대표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라 소개한다. 그의 말처럼, 그린광학은 수십 년간 한국의 산업과 우주, 국방 분야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며 성장을 거듭해왔다. 렌즈 한 개로 시작한 이 기업은 이제 NASA부터 대한민국 국방부까지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조 대표는 회사 초창기 시절, 안경 렌즈를 생각하며 시작했지만, 점차 분야를 확장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반도체 산업이 주요 시장이었다. 그런데 디스플레이와 대형 광학계를 하다 보니 우주 산업이 눈에 들어왔다. 우주로 도전하면서 기술적 한계를 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NASA와의 협력은 그린광학의 전환점이 됐다. NASA와 협업하면서 우주 산업의 엄격한 기준과 기술력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이후,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와의 협력도 이어졌다.

    ◇전략물자의 국산화‧독자적 ‘기술 개발’

    그린광학의 가장 큰 도전은 ‘전략물자’였다. 나로 1호기와 2호기가 실패했을 때, 발사체는 있지만, 카메라가 없었다. 그동안 수입해 쓰던 카메라는 수출 제약에 걸려 더는 들여올 수 없었다. 그래서 이 회사가 직접 과학위성 3호용 카메라를 개발하게 됐다.

    그는 당시의 경험을 통해 소재와 부품 국산화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그때부터 소재 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150억 원을 들여 7~8년간 연구했다. 1년 전 드디어 CVD 공법으로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방산 업체들이 전량 사갈 정도로 중요한 기술이다. 그린광학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미사일의 광학계와 윈도우 소재 개발에 성공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2023년 그린광학은 한국 최초로 미국 국방부 업체로 등록됐다. 이는 그들이 가진 기술력과 신뢰를 증명한 성과였다. 국방부 등록은 국방 산업 진출의 문을 열어줬다. 이 회사는 한국의 우주탐사선인 다누리호에 탑재된 루티 카메라 개발에도 참여하며 우주 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그린광학은 반도체에서 출발한 작은 기업이 우주와 국방까지 확장하며 쌓아온 성과는 한국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도전 정신이 가져오는 결과를 입증한다.

    조 대표는 앞으로도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전념할 것을 다짐했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이끌고, 한국의 이름을 빛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 ▲ 조현일 ㈜그린광학 대표.ⓒ이길표 기자
    ▲ 조현일 ㈜그린광학 대표.ⓒ이길표 기자
    ◇안개를 뚫고 별을 본다…우주서 도는 ‘루티 카메라’

    “안경 렌즈처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우주와 방산까지 아우르는 광학계를 만들고 있다.” 작은 시작은 이제 우주와 지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술로 성장했다. 안개를 뚫고, 별을 바라보며, 대한민국을 세계 기술의 선두로 올려놓고 있다.

    조 대표는 “우리가 만든 ‘루티 카메라’는 현재 달 탐사선 다누리호에 탑재돼 우주를 돌고 있다. 달 표면과 지구를 촬영하는 카메라는 우리가 직접 개발한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우주 산업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가적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현재 그는 한국 우주청이 추진 중인 ‘L4 미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 관측 프로젝트인 L4 미션에 저희 광학계 일부가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건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방산의 새로운 길…‘안개 뚫는 카메라’

    그린광학의 기술력은 방위산업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조 대표는 몇 년 전 안개 낀 날, 서해대교에서의 대형 사고와 북한 목선 사건을 언급하며, 이를 계기로 개발한 ‘안개 투시 카메라’를 소개했다. “열화상 카메라로는 열이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또 일반 비전 카메라는 낮에만 작동하고, 안개 속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래서 안개 속에서도 볼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했다.”

    그 카메라는 서울공항에서 열린 2021년 아덱스 방산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당시 안개가 낀 상황에서도 카메라 성능을 실시간으로 시연하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날 보여준 카메라는 초기 버전이었다. 지금은 줌 기능이 더해져 10㎞ 거리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이 기술은 배의 근접 방어 시스템, 즉 골키퍼 시스템에도 적용되고 있다. 골키퍼는 미사일이 마지막으로 접근할 때 초당 600발을 쏘아 요격하는 방어 시스템이다.

    ◇IMF 위기 속에서 피어난 기술…그린광학의 ‘첫걸음’

    “우리는 처음에 반도체 소모품 렌즈를 만들었다. 노광기에 들어가는 광학 필터였다. 당시에는 그런 필터를 수입에만 의존하던 시절이었으니까.”  조 대표는 창업 초기를 회고했다. 1997년 7월, IMF 외환위기가 닥치기 불과 몇 달 전, 그는 광학 필터 개발을 시작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력만으로는 시장을 뚫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혔다.

    삼성에 필터를 납품하려고 찾아갔더니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아무리 잘 만들었다 해도, 몇백억짜리 장비에 알지도 못하는 회사 제품을 쓸 리가 없었다. 그때 IMF 외환위기가 닥쳤다.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소모품 가격은 환율 폭등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고가의 광학 필터를 국산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절실해졌고, 이는 그린광학의 기회가 됐다.

    조 대표는 “IMF 덕분에 국산화 바람이 불었고, 우리는 어려울 때 잘한다. 그때 납품 기회를 잡아서 본격적으로 성장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광학 필터를 개발하며 회사의 초석을 다졌다. “제가 전공이 코팅이라, 반도체 노광기에 들어가는 아이라인, 지라인 필터를 직접 만들었다. 박막 코팅 기술을 활용해 반사율과 투과율을 조정한 필터다. 삼성에 납품하면서 우리 기술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반도체 광학 필터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빛을 활용한 정밀한 패턴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핵심 소모품이다. 그린광학은 이를 국산화하며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 반도체 산업에 기여하기 시작했다.
  • ▲ 최동국 ㈜그린광학 상무가 본사에 전시된 대형 렌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 최동국 ㈜그린광학 상무가 본사에 전시된 대형 렌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코팅 기술로 뚫은 ‘첫 시장’…평화의 시대가 ‘위기’

    “우리 회사는 평화로우면 힘들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방산 물량이 줄어들던 시기가 딱 그랬다.” 그는 “방산 사업의 어려움과 변화를 실감했다”고 했다. “5년짜리 과제로 꾸준히 이어져야 할 방산 프로젝트들이 갑자기 줄어들었다. 물량이 없어서 죽을 뻔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상황이 바뀌면서 수요가 폭발했다.” 

    그린광학은 평화로울 때도, 어려울 때도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에 집중했다. 그 결과, 방산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그린광학의 기술은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IMF 외환위기가 그린광학의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IMF는 힘든 시기였지만, 우리에게는 기회였다. 그때의 경험 덕분에 지금도 어려움 속에서 가능성을 찾고 있다.”

    그는 회사의 철학을 이렇게 정의했다. “우리는 늘 남들이 어려울 때 더 잘하는 회사예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줄 아는 DNA가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그린광학은 기술력과 끈기로 더 큰 시장에 도전할 것이다.”

    “광학은 과학의 눈입니다.” “사람의 눈이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뛰어난 두뇌와 강한 힘, 멋진 차를 가지고 있어도 그걸 누릴 수 없잖아요.” 조 대표는 광학의 중요성을 이렇게 비유하며 설명했다. ‘과학기술의 눈’이라 불리는 광학은 정보를 관찰하고 분석하며 예측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다.

    “정보를 주는 가장 빠르고 직관적인 방법이 뭘까? 눈으로 보는 것이다. 그게 광학이 하는 일이다. 앞으로 AI가 더 발전하면, 영상으로 얻는 정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광학은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조 대표는 “정밀 측정과 분석에도 광학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30cm 자부터 시작해 더 정밀한 버니어 캘리퍼스, 그리고 서브마이크론 단위를 측정하는 기구들이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빛의 파장을 활용한 광학 기술만이 앙스트롬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다. 반도체에서 3나노, 7나노 공정을 가능케 하는 것도 결국 광학이다.”

    ◇설계부터 제작까지, 그린광학의 ‘철학’

    광학 렌즈 제작 과정은 100% 자동화로 이뤄질 것 같지만, 그린광학에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대량 생산이 아니라 설계와 개발에 집중한다. 설계가 없으면 제작도 없다. 집을 지을 때도 기초 설계가 중요하듯, 광학 설계는 모든 과정의 출발점이다.”

    광학 설계는 단순한 기술 이상이다. 조 대표는 이를 “과학과 예술의 교차점”이라고 표현한다. “광학 설계를 제대로 하려면 시스템 광학을 이해해야 하고, 전자, 물리, 기계 등 여러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런 능력을 갖춘 인력은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인재 양성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린광학은 현재 10명의 전문 광학 설계 인력을 포함해, 총 60명의 설계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규모다.

    그린광학의 기술력은 단순히 오늘날의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거부터 축적해온 설계와 제작 노하우가 오늘날의 기술을 탄탄히 뒷받침하고, 이는 미래의 산업을 위한 초석이 된다.

    “광학은 단순히 관찰만 하는 게 아니다. 정밀한 데이터를 측정하고, 이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죠. AI와 결합하면 영상으로 얻는 정보는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될 것이다.”

    조 대표는 광학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과학기술의 눈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그린광학은 그 눈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는 설계를 통해 미래를 보고, 기술을 통해 그 미래를 만들어갑니다. 그게 바로 광학의 힘이고, 그린광학의 역할이다.”

    빛을 통해 세상을 보고, 세밀하게 측정하며, 나아가 미래를 설계하는 그린광학. 조 대표의 비전 아래, 그들의 광학 기술은 단순히 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 최동국 ㈜그린광학 상무가 광학 렌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 최동국 ㈜그린광학 상무가 광학 렌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광학 기술, 미래 산업의 ‘기초를 세우다’

    광학은 단순히 관찰과 측정의 도구가 아니다. 조 대표는 이를 “미래를 설계하는 열쇠”라고 정의한다. “광학 기술은 정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석과 예측을 할 수 있다. AI와 융합하면 정보화 사회를 넘어선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린광학은 광학 설계를 넘어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고 통합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조 대표는 이 모든 과정을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한다. “우리는 설계를 통해 기술의 미래를 보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듭니다. 그게 바로 광학이 가진 힘이고, 그린광학이 목표로 한다.”

    빛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고, 초정밀 데이터를 측정하며, 나아가 미래를 설계하는 그린광학. 조 대표와 그의 팀은 광학이라는 작은 렌즈를 통해 큰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스라엘, 세계적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국가로 평가받는다. 방위산업에서의 첨단 기술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린광학이 이스라엘의 주요 고객사로 자리 잡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조 대표는 정밀 렌즈의 중요성을 이스라엘 사례로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라파엘(Rafael), 엘빗(Elbit), 엘로(El-Op) 같은 방위산업체들이 우리 고객이다. 그들이 운영하는 무인기는 표적을 정확히 식별하고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고성능 정밀 광학 기술이다.”

    무인기용 카메라는 20~30㎏에 달하는 고성능 광학계를 탑재한다. 무게가 많이 나가면 체공 시간이 줄어들고, 운용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그린광학의 초정밀 광학 기술은 이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무인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밀한 관찰과 분석이 요구되는 다양한 산업에서 초정밀 광학계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비축 비구면 광학기…그린광학의 핵심 기술

    그린광학이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비축 비구면 광학기다. “비축 비구면이라는 개념은 일반적인 정축 렌즈와는 다르다. 정축 렌즈는 중심축을 기준으로 대칭 구조를 가지지만, 비축 비구면 렌즈는 중심축이 아닌 특정 면에서 비대칭 구조를 구현한다. 이를 통해 성능과 정밀도를 대폭 향상할 수 있다.”

    표면 공차를 5나노 이하로 유지하면서 대형 렌즈까지 제작하는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다. 조 대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그린광학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단순히 렌즈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광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다. 초정밀 광학계는 우리가 광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도구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는 한국의 광학 산업이 단순 장비 제작에 머무는 것을 아쉬워했다. “국내 장비업체들은 필요한 광학기를 외부에서 구매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이런 방식은 수명이 짧다. 반대로 우리는 아무도 만들지 못하는 초정밀 광학기를 개발하고, 이를 광 시스템에 통합해 경쟁력을 확보한다.”

    ◇기술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린광학의 초정밀 광학 시스템 개발은 단순한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반도체 노광기를 예로 들면, 25년 전 우리는 일본 니콘에서 노광 장비를 사와야 했다. 지금도 네덜란드 ASML의 노광기를 구매하기 위해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다. 이 기술이 없으면 반도체 생산은 불가능하다. 이는 과학기술의 힘이고, 한 나라를 움직이는 핵심 요소다.”

    조 대표는 대만 TSMC와 네덜란드 ASML의 사례를 언급하며 광학 기술이 가진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TSMC가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가 된 것도, ASML이 반도체 장비 시장을 지배하는 것도 결국 광학 기술 때문이다. 이런 기술력이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결정짓는다.”

    그린광학은 단순히 렌즈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조현일 대표의 철학은 명확하다.“우리는 광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다. 초정밀 광학계를 통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이를 시스템에 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이 회사의 기술은 단순히 기업의 성장을 넘어,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조 대표와 그의 팀은 초정밀 광학 기술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100년의 장벽에 도전하는 20년 기업 ‘그린광학의 야심’

    20년 역사의 기업이 100년 역사를 가진 글로벌 강자들과 경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경쟁업체들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독일의 칼자이스(Carl Zeiss) 규모와 기술력 면에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우리는 이제 겨우 20여 년을 걸어왔지만, 기술력으로 그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린광학은 정밀 광학계를 개발하며 독창적인 길을 걸어왔다.” “초정밀 광학계를 맡길 수 있는 업체로 인정받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 커머셜 렌즈처럼 대량 생산하는 제품이 아니므로, 고객사는 오랜 경험과 실적을 중요하게 본다. 우리 회사가 이런 신뢰를 쌓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최근에는 미국의 방위산업체와의 대규모 계약이 체결되고,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의 협력도 시작됐다. 이는 그린광학이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무대에서 점차 입지를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매출보다는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에 집중했다. 이를 기반으로 소재, 방산, 우주 산업 등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몇 년 안에 우리의 기술과 인지도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낼 것이라 확신한다.”
  • ▲ ㈜그린광학에 전시된 미래 병사체계와 뒤에 대형 광학렌즈가 보인다.ⓒ이길표 기자
    ▲ ㈜그린광학에 전시된 미래 병사체계와 뒤에 대형 광학렌즈가 보인다.ⓒ이길표 기자
    ◇칼자이스와 ‘어깨를 나란히’…기술‧신뢰‧시간

    세계 최고의 정밀 광학 회사로는 독일의 칼자이스가 손꼽힌다. 100년 넘는 전통을 가진 이 회사는 렌즈 제조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반도체 장비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칼자이스를 존경하면서도, 이를 넘어서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칼자이스뿐만 아니라 그들의 형제 회사인 옌오틱(Jeon Optik)도 모델로 삼고 있다. 독일은 우리보다 앞서 있지만, 우리가 가진 기술력과 실행력이라면 따라잡을 수 있다. 기술 중심으로 가는 우리의 방향은 분명하다.”

    그린광학의 여정은 한마디로 ‘기술’과 ‘신뢰’의 싸움이었다. “우리는 단순히 렌즈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초정밀 광학계를 통해 광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0년의 역사를 가진 그린광학이 100년의 전통을 가진 글로벌 강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기술력 때문이다. 

    ◇‘광학 기술은 국가적 자산’

    대전 연구소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그린광학은 20년간 끊임없는 기술 혁신으로 광학 산업의 미래를 개척해 왔다. 조 대표는 인터뷰 내내 ‘광학 기술은 국가적 자산’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광학 산업의 새로운 길을 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광학은 국내에 드문 정밀 광학계 기업이다. 연구와 개발, 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며 기술력으로 세계를 공략 중이다. 대전과 천안 연구소에 마련된 최신 장비와 7명의 연구원이 그 중심에 있다. “우리가 만드는 광학 시스템은 초정밀 장비들로 구성된다. 어떤 제품은 하루 만에 만들 수 있지만, 긴 것은 2년 이상 걸리는 예도 있다. 그만큼 높은 수준의 기술과 정밀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력 덕분에 그린광학은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 그리고 미국 국방부와 같은 고객사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조 대표는 이 과정을 단순히 ‘시간이 필요한 과정’으로 설명한다. “광학 기술은 쉽게 흔들리지도, 쉽게 따라잡히지도 않는다. 우리가 쌓아온 경험과 기술력을 통해 이제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2023년, 그린광학은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의 불황으로 매출은 340억 원에 그쳤고, 그중 수출 비중은 약 30%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4년부터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24년 수출 비중이 50%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2025년에는 수출 매출만으로 70~80억 원을 기록할 그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수주 잔량만 해도 700억 원에 달한다. 앞으로 성장이 더 가속화될 것이다.”

    그린광학은 단순한 광학 장비 제조사가 아니다. 초정밀 광학계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 개발, 방위산업과 우주 산업 진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광학 기술은 한 번 투자하면 오랫동안 유지되지만, 투자하지 않으면 정체된다. 새로운 장비와 기술 개발은 필수다. 우리는 방산, 우주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하며, 세계 최고의 광학 기술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린광학은 지금도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조 대표는 ‘100년 기업’의 비전을 그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빛날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주를 꿈꾸는 기업,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

    “우리는 세계를 대표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기술이 세계에서 인정받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린광학 조 대표는 회사의 비전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20여 년 전 설립된 그린광학은 단순한 광학 렌즈 제조사를 넘어 초정밀 광학 기술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그린광학의 목표는 단순히 매출 성장을 넘어 광학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는 것이다.

    그린광학은 현재 우주 카메라와 통신 장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력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광학 산업에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려는 야심을 담고 있다.

    “우리는 우주에서 쓰이는 영상 카메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술력을 우주에서도 인정받고, 글로벌 인지도를 쌓아 나갈 것이다.”

    “이미 통신용 우주 카메라를 개발한 그린광학은 영상 카메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조 대표는 “이를 통해 글로벌 광학 시장에서 ‘우주 광학’이라는 확실한 영역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광학 기술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2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연구소의 박사급 인력 60명은 그린광학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지만, 이들을 유지하며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비용은 막대하다.

    ◇칼자이스를 넘어서는 ‘행복한 회사’ 꿈꾸며 

    “우리는 10년, 20년간 인재를 키워왔다. 지금 시작하는 R&D는 세상에 없던 아이템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기술은 끊임없이 투자하고 개발해야 정체되지 않는다.”

    조 대표는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광학 시스템 기업들은 모두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도 이런 지원 속에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조 대표의 롤모델은 독일의 광학 기업 칼자이스다. “칼자이스에는 3대째 근무하는 직원이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자신까지. 그들이 느끼는 자부심과 행복을 우리 회사에서도 실현하고 싶다.”

    그린광학은 이를 위해 ‘Now Happy’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있다. 조 대표는 직원들이 행복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회사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광학 기술은 단순히 경제적 성과를 넘어 인류의 삶을 바꾸는 중요한 기술이다. 그린광학은 이 기술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돈만 벌기 위한 회사가 아니라, 우리의 기술이 세상에서 활용되고, 그것이 우리 직원들에게도 긍지를 심어주기를 바란다. 그런 회사가 된다면 자연히 매출도 따라올 것이다.”

    우주를 향한 도전, 그리고 ‘행복한 회사’를 향한 비전. 그린광학은 기술과 인재, 그리고 행복이라는 세 가지 축을 바탕으로, 글로벌 광학 산업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