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도립공원 옥양봉·석문봉·가야봉 산행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남 예산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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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 지방의 제일 명승지인 가야산은 충남 예산군 덕산면과 서산시 해미면의 경계에 위치하는 산으로 주봉인 가야봉(伽耶峰, 해발 678m)을 비롯해 원효봉, 석문봉, 옥양봉, 수정봉, 일락산, 상왕산, 덕숭산으로 이뤄져 있다.이 중에서 상왕산과 덕숭산은 좀 벗어나 있어, 가야산 산행은 주로 옥양봉·석문봉·가야봉·일락산 일대이다. 가야봉은 서해안에서 오서산(烏棲山, 해발 791m)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이번 산행코스는 덕산도립공원 가야산지구 주차장(충남 예산군 덕산면 가야산로 401)에서 출발하는 「주차장~상가리 미륵불~관음전~옥양봉~석문봉~가야봉~남연군묘~주차장」의 원점회귀이다.주차장에서 등산로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상가리 미륵불로 향한다. 상가리 미륵불 공원에 도착하여 옥양봉과 서원산이 이루는 골짜기를 바라보고 서 있는 미륵불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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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리 미륵불에서 남연군묘 방향으로 이동하면 석문봉(옥양봉)으로 가는 이정표를 만난다. 뜨거운 햇살을 그대로 받으면서 포장도로를 이동하니 위아래에서 뿜어대는 열기로 몸이 달궈지기 시작한다.서서히 허리를 일으키는 포장길을 걸으면서 좌측으로 가야봉과 석문봉의 능선을 조망한다. 사방댐에서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를 보며 더위를 시키고, 곧이어 석문봉과 옥양봉의 갈림길에 도착한다.이곳에서 옥양봉 방향으로 비포장 길을 밟기 시작하자마자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 시작되고 우측으로 청량한 계곡 물소리가 산행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두 번째 석문봉과 옥양봉의 갈림길에서 다시 옥양봉으로 방향을 튼다. 완만하면서 널찍한 소나무 숲길에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피톤치드와 계곡에서 날아오는 풍부한 음이온, 그리고 밝게 노래하는 새소리와 맑은 물소리가 아바타인 나를 벗어던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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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길을 걷는 동안 상쾌한 기분은 점점 고조되어 간다. 이후로 진한 갈색의 울창한 소나무 숲길은 생명력이 넘치는 청록의 활엽수 숲길로 서서히 탈바꿈한다.산속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가 내면으로 파고들면 이제 나의 소리로 바꿔 들린다. 가파른 경사의 숲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커다란 바위의 출현과 동시에 짧은 콘크리트 포장길이 이어진다. 그 길 끝에는 넓은 공간이 있고, 앞에는 옥양봉이 0.65㎞라는 이정표가 좌측을 가리키며 세워져 있다.이정표 방향대로 좌측으로 가니 속았다. 다시 이정표로 돌아와 나무계단을 오른다. 이정표도 제대로 세우지 못한 덕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의 존재가 무색해진다. 나무계단에 이어 가파른 자연석 계단을 힘겹게 오른다. 다시 소나무 숲길로 바뀌고 그 서운함도 털어낸다.끝이 없을 듯한 오르막길은 좌측으로 급선회한다. 이곳에 세워진 이정표에는 주차장(2.31㎞)과 옥양봉(0.36㎞)이라 적혀 있다. 우측으로 길의 흔적이 있어 발꿈치를 들고 고개를 쭉 빼고 바라보니 흐릿한 건물이 보인다. 그곳으로 내려가 보니 관음전(觀音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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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도량 관음전 앞에 자리한 바위에 올라서니 상가리 마을의 전경이 멋지게 펼쳐진다. 비구니 노승의 시원한 물 한 잔을 얻어 마신다. 시원함은 잠시 호우로 무너진 위태로운 축대를 보니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다시 탐방로로 올라와 급경사의 자연석 계단을 오르는 도중에 짧은 데크 계단을 오른다. 이어지는 거친 바윗길은 심장을 요동치게 하고, 몸속의 노폐물을 콸콸 쏟아내게 한다. 그런 힘든 보상일까 간간이 가야봉과 원효봉이 나뭇가지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밧줄 난간에 힘을 빌려 가파른 암벽을 오르자 쉬흔길바위에 닿는다. 쉬흔길(50길)은 ‘매우 높다’ 혹은 ‘매우 깊다’는 뜻이다. 이 높고 우람한 쉬흔길바위는 관음전까지 흘러내리고 있다고 한다.쉬흔길바위에 올라 서원산과 가야봉 능선을 돌아보니, 마치 닭이 알을 품듯 상가리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높고 험준한 산은 아니지만, 전방과 좌우로 펼쳐진 산의 형세가 양의 기운으로 가득한 명당자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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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흔길바위에서 조금만 오르면 사방으로 막힘없이 탁 트인 조망을 선사하는 가야산 옥양봉(玉洋峰, 해발 621m) 고스락에 닿는다.서쪽으로 일락산과 서산시 해미면 일대, 동쪽으로 상가리 마을, 남쪽으로 산행의 목적지인 석문봉과 가야봉을 조망한다. 옥양봉을 내려가면서 고스락 돌을 바라보니 창공을 배경으로 하얀 손을 치올린 모습이다.하행하는 데크 계단에서 마을과 주민을 수호하겠노라 한 자리만 지키고 있는 소나무를 바라보니, 그야말로 독야청청(獨也靑靑)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게 다 변한다지만, 사람이 사람을 버린다면 어찌 국가와 인류사회가 존재할 수 있을까?계단에 이어 계속되는 내리막은 돌길로 바뀐다, 평탄한 산길을 걷기도 하고, 부드러운 촉감의 흙길도 걷는다. 탐방로는 소나무와 활엽수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적절하게 햇빛을 들이는 고즈넉한 숲길을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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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산허리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가파른 자연석 돌계단을 오른 후, 잔돌이 깔린 오르막 탐방로 곳곳에는 평상이 마련되어 있어 쉬어 간다. 가파른 길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든다.온순한 숲길에는 성급한 참나무가 벌써 나뭇잎을 붉게 물들이며 떨구기 시작한다. 산불감시 카메라와 부채처럼 나뭇가지를 펼친 소나무 쉼터를 지나면 석문과 주차장 갈림길의 이정표를 만난다.잠시 후 밧줄 난간을 붙잡고 가파른 돌길을 오르면 바위산인 석문봉(石門峰, 해발 653m)에 이른다. 360도 파노라마로 펼치는 아낌없는 풍광에 눈이 호사를 누리고 가슴에 천하를 담는다. 서해바다를 바라보니 간월도가 아스라하고, 수덕사를 품고 있는 덕숭산 능선도 눈에 들어온다.기암괴봉과 바위벼랑으로 이뤄진 석문봉 일대와 산행의 최종 목적지인 가야봉을 바라본다. 간간이 억새가 잔잔하게 피어오른 모습을 보니 어느새 가을이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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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 계단을 하행하면서 옥양봉 산등성을 조망한다. 석문을 통과해 이웃한 암봉을 우회하는 가파른 산길을 올라 능선에 닿는다. 사자바위 조망 포인트를 발견하고는 석문봉과 이웃한 암봉이 연출하는 사자바위 얼굴과 눈을 마주친다.밧줄 난간이 설치된 온순한 암릉 구간에 이어 자그마한 나무들을 가르는 완만한 산길을 이동하면서 땡볕에 노출된다. 이어 꽤 높고 매끄러운 급경사의 암릉 구간을 하행하는데, 릿지화를 착용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구간이다.내리막 숲길이 계속되다가 석문봉 기점 0.5㎞ 지점을 지나면서부터 온순한 숲길이 이어진다. 능선 위에 자리한 커다란 바위에 올라 지나온 석문봉과 가야 할 가야봉을 조망한다. 완만하게 오르락내리락하며 이어지는 탐방로는 중간중간 조망 점을 제공한다.국가, 가족, 친구, 그리고 나를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비는 소원바위를 지나 얼마 되지 않아 가야산의 명물인 거북바위를 만난다. 이후 산길에서 가끔 만나는 멋진 소나무들과 마음을 주고받는 여유를 부리며 힘들지 않게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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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봉을 0.5㎞를 남겨두고 능선에서 만나는 거대한 바위를 우회하여 계단을 오른다. 전방으로는 가야봉이 손을 내밀면 닿을 듯이 지척이고, 우측으로 깎아지른 바위와 낙락장송이 멋진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린다.바위에서 내려와 하행하면서 능선에서 마주한 또 다른 커다란 바위를 우회한다. 이 바위 위에는 하얀 억새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이처럼 속세가 아무리 시끄럽고 혼란스러워도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게 흘러간다.주차장(3.06㎞)과 가야봉(0.3㎞) 갈림길의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서 가야봉을 올랐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주차장으로 하산할 계획이다.가야봉으로 오르는 도중에 조망 바위에서 중계소가 있는 가야봉을 바라보니 고스락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그재그로 계단을 올라 가야봉(伽耶峰, 해발 678m)에 도착한다. 원래 가야산의 상봉은 바로 위의 중계소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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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봉에서 내포와 서해, 그리고 상가리 마을 조망한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이곳부터 옥양봉까지 이어지는 굴곡진 산등성을 감상하니 우리네 삶과 그대로 닮았다.가야산의 ‘가야’라는 이름은 석가모니가 성도(聖道)한 부다가야의 ‘가야’를 절 가(伽) 자와 나라 이름 야(倻)로 음차해서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가야봉에서 주차장 갈림길로 내려와 급경사의 자연석 계단을 밟으며 하산을 시작한다. 잘 정리된 바윗길이 이어지다가 가야봉 기점 0.5㎞ 지점을 지나면서 너덜지대와 같은 구간이 이어진다.가야봉 기점 0.78㎞ 지점을 지나면서부터 완만한 흙길로 얼굴을 바꾸면서 발걸음이 한결 편해지고, 부끄러운 듯 조용하게 흐르는 계류와 함께 하행을 이어가니 마음도 홀가분하고 차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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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에 이르니 계곡 물소리는 제법 왕성해지고 해는 이미 저물어 빛이 약해지기 시작한다. 마치 자식이 성장하여 효도하려 하나 부모는 이미 늙고 병들어 가는 것 같다.잔돌이 깔린 넓고 완만한 길을 내려가면서 밤송이를 떨구고 있는 밤나무밭을 지난다. 이어 보수 중인 임도를 걷다가 석양빛이 물들기 시작한 콘크리트 포장길을 걷는다.대원군이 부친 남연군의 묘를 옮긴 후, 덕산면 광천리 마을에 하사했다고 전하는 궁중식 상여의 복제품이 있는 ‘남은들상여’ 건물에 도착한다.남연군의 묘에 올라가 보니 풍수지리를 모르지만, 옥양봉 산신령의 정기와 석문봉의 굳건한 기상, 가야봉의 온화한 자비가 이어지는 명당자리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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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연군묘 아래에는 가야사(伽倻寺) 옛터 발굴지가 있다. 원래 남연군묘 자리에는 99개의 암자를 거느렸다는 대사찰 가야사가 자리하고 있었다.그러나 흥선대원군은 가야사 자리가 2대의 걸쳐 황제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 나옹의 금탑을 허물고 천년고찰 가야사를 불태운 후, 그 자리에 남연군의 유해를 이장했다.실제로 남연군의 손자 대에서 고종과 순종 두 황제가 나왔으나, 결국 조선왕조는 멸망하게 되었고 일제식민지를 겪어야만 했다. 나라의 운명보다 사욕 때문에 자비를 뿌리치고 악행을 저지른 응보가 아닌가 싶다.포장도로를 따라 주차장에 도착하여 공익보다 사익 추구가 당장 이익을 주지만 훗날 큰 손해를 끼친다는 역사적 사실을 일깨우는 약 11.3㎞의 가야산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