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女性에 얽힌 歷史 소환한 산행[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충주시 편
  • ▲ 국망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 국망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국망산(國望山. 해발 770m)는 충북 충주시 노은면 가신리에 위치하며, 보련산(寶蓮山, 해발 764m)과 이웃하고 있다. 이 산을 오르면서 조선의 국모를 시해한 일제의 만행(蠻行)을 기억하며 나라의 부강(富强)을 기원한다.

    이 산의 이름은 원래 금방산(禽傍山)이었으나, 임오군란 당시 고종의 황후였던 명성왕후가 노은면 가신리 515번지 이도령의 초가에 피난을 와서 있는 동안 한양 소식이 궁금하여 매일 산마루에 올라가 한양을 바라보며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국망산을 오르는 길은 둔터고개, 하남고개, 용대골, 가산3리 등 네 곳이 있다. 이번 산행은 ‘하남고개~659봉~국망산 고스락’ 원점회귀 코스이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하남고개 주차장(충주시 앙성면 용대리)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 ▲ 등산로 초입에서 만난 인동덩굴 꽃.ⓒ진경수 山 애호가
    ▲ 등산로 초입에서 만난 인동덩굴 꽃.ⓒ진경수 山 애호가
    하남고개(해발 340m) 주차장에 도착하여 도로 건너면 국망산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국망산 등산로 안내도를 만난다. 우거진 산벚나무 숲 아래로 설치된 나무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짧은 구간의 계단을 오르면 너른 공터에 인동덩굴 꽃이 만발해 있다. 금색과 은색의 금은화(金銀花)가 사랑의 인연으로 화사하게 피어난다. 우리네 삶도 이처럼 서로 의지하며 사랑으로 이어져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초입부터 등산로 경사가 만만치 않게 가파르다. 낙엽송 군락지를 지나면서 어린 시절 봄 소풍을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흙길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119신고 제1지점을 지나면서부터 약간 평탄하다가 이내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 ▲ 가파른 구간에 설치된 안전 밧줄.ⓒ진경수 山 애호가
    ▲ 가파른 구간에 설치된 안전 밧줄.ⓒ진경수 山 애호가
    숲속의 흙길을 걷는 밋밋함을 달래주듯 간간이 눈앞에 갑옷을 두른 듯한 소나무가 드러난다. 쉼 없이 달려와 헐떡이는 숨을 고르고 마른 입을 적셔주며 깨끗하고 상쾌한 공기로 온몸을 재충전하기 위해 잠시 쉬어간다.

    119신고 제2지점부터 안전 밧줄이 설치된 가파른 돌길을 오른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고르게 뒤섞여 색채의 조화로움을 연출한다. 급한 경사의 산길을 오르니 소나무와 돌탑이 구릉을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 보련산 줄기와 앙성면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오르던 길을 잠시 멈추고 밧줄을 잡고 바윗길을 내려서니 이내 다시 바윗길을 오른다. 흙길과 돌길을 번갈아 가며 산을 올라 하남고개 기점 1.3㎞ 지점인 690봉에 이른다.
  • ▲ 바위 틈새에서 피어난 돌양지꽃.ⓒ진경수 山 애호가
    ▲ 바위 틈새에서 피어난 돌양지꽃.ⓒ진경수 山 애호가
    690봉에서 0.7㎞만 더 오르면 국망산 고스락에 도착한다. 690봉을 출발해 완만한 산길과 카펫을 펼쳐 놓은 듯한 암반을 걷기도 한다.

    진녹색을 참나무 숲을 걸으면서 지난겨울 앙상했던 나뭇가지가 언제 이렇게 풍성한 옷을 입었는지 보는 필자의 마음도 덩달아 풍성해진다. 이 모습도 잠시 머물 뿐 영원할 수 없다.

    자연의 무언지교(無言之敎)는 끊어질 듯하면서 다시 이어진다. 집채만 한 바위 옆을 지나고 또 다른 바위를 지나는데, 그 바위는 돌양지꽃에 자리를 내어준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사랑스러운 꽃을 피우니 보는 이가 행복해진다.
  • ▲ 바위 트래버스 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 바위 트래버스 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잠시 이어진 편안한 길의 끝자락에 험난하고 가파른 산길이 기다린다. 험준한 바윗길에는 밧줄이 늘어져 있다. 장딴지가 당기도록 잔뜩 힘을 쏟아 오르면 가쁜 숨소리와 함께 평지에 이른다.

    그래서 노자(老子)가 이르기를 재앙은 행복이란 것이 그 안에 기대어 있고, 행복은 재앙이라는 것이 그 속에 엎드려져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화혜복지소의 복혜화지소복).

    평지를 걷는가 싶더니 암벽 트래버스를 위해 잠시 내려간다. 가파른 낭떠러지 옆을 지나고 난 후에 밧줄을 잡고 바위를 내려간다. 그리고는 국망산 정상을 향해 마지막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 ▲ 국망산 고스락을 지키고 있는 조록싸리꽃.ⓒ진경수 山 애호가
    ▲ 국망산 고스락을 지키고 있는 조록싸리꽃.ⓒ진경수 山 애호가
    작은 표지석을 지나서 드디어 국망산 고스락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작은 돌탑과 두 개의 고스락 돌이 세워져 있다. 하나는 노은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다른 하나는 충북도와 충주시에서 세웠다.

    고스락에서 탁 트인 조망이 시원하다. 노은면 일대와 앙성면 일대를 조망하고, 보련산 산줄기도 조망된다. 고스락 주변으로는 자주색 꽃다발을 일군 조록싸리꽃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꽃의 꽃말이  “생각이 나요”라고 하는데, 구한말 일제에 의해 조선의 국모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역사적 비극이 생각이 난다. 우리는 역사의 거울을 통해 지나간 발자취와 교훈을 얻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
  • ▲ 국망산 고스락에서 바라본 노은면 일대.ⓒ진경수 山 애호가
    ▲ 국망산 고스락에서 바라본 노은면 일대.ⓒ진경수 山 애호가
    역사를 잊는 민족에겐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 당 태종 이세민은 세 가지 거울을 말했는데 하나는 의관(衣冠)을 단정하게 하는 동경(銅鏡)이고, 교훈을 얻는 역사책이 그 두 번째 거울이며, 정사의 옳고 그름을 일깨워 준 위징이라는 거울이라 했다.

    이제 올랐던 길의 흔적을 따라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이미 지났던 길이라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하산할 때는 상행 시 보지 못한 것이 보인다. 왜냐하면 육안(肉眼)으로는 다 보고 있지만, 심안(心眼)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안락한 마음으로 바윗길을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면서 그 형상을 자세히 관찰한다. 무심코 발을 딛고 오른 바위 계단이 누군가의 수고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말이다.
  • ▲ 누군가의 수고로 등산객의 편안함을 주는 돌계단.ⓒ진경수 山 애호가
    ▲ 누군가의 수고로 등산객의 편안함을 주는 돌계단.ⓒ진경수 山 애호가
    하행하면서 뼈대만 앙상하게 남긴 고사목 한 그루를 만난다. 그 옆으로는 생기 넘치는 푸른 잎들이 너울거린다. 이처럼 딱딱하게 굳은 것은 죽은 것이고, 생기있고 부드러운 것은 살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경직된 사고를 버리고 유연한 사고를 간직하고 잘 행동해야 장구(長久)할 수 있음을 배운다. 무턱대고 오래 길게 사는 것이 아니라 적폐를 쇄신하며 매년 봄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안다.

    걷기 좋은 구간에는 자연을 맘껏 누리며 멈춰진 세월을 움직이게 한다. 비탈진 내리막길을 조심해서 하행하여 690봉에 이른다.
  • ▲ 하산하면서 만난 고사목.ⓒ진경수 山 애호가
    ▲ 하산하면서 만난 고사목.ⓒ진경수 山 애호가
    계속되는 된 내리막길을 내려와서 암반 구릉에 올라서면 돌탑과 그 주변으로 소나무가 호위하는 조망점에 이른다.

    이곳에서 다녀온 국망산을 바라보며 명성황후가 이곳을 오를 때의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나눈다. 그리고 지난번 다녀온 보련산 산줄기를 조망하며 애련한 보련 낭자와 마주한다.

    두 여성의 슬픈 사연을 간직하고 나란히 있는 국망산과 보련산은 넘치는 화려함과 장엄한 풍광은 넉넉하지 않지만, 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산행길이다.
  • ▲ 하행 시 바라본 보련산 산줄기.ⓒ진경수 山 애호가
    ▲ 하행 시 바라본 보련산 산줄기.ⓒ진경수 山 애호가
    가파른 돌길의 내리막을 내려서면 완만한 흙길이 이어진다. 청아한 새소리가 머리를 맑게 하고, 바람이 가늘게 몸을 스치고 지나면서 몸을 식힌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낙엽송 아래에 앉아 어린 시절 봄 소풍의 기분을 내본다. 새소리와 바람 소리를 친구삼아 김밥 한 줄에 추억에 잠긴다.

    지난 시절을 그 자리에 두고 다시 하행하면서 개망초, 오리새, 인동덩굴 등 들꽃을 지나 하남고개 주차장으로 복귀하여 4㎞의 산행을 마무리하고, 인근에 있는 수룡폭포를 다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