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스러운 精氣를 품은 靈妙한 山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남 홍성군 편
  • ▲ 충남 제2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용봉산.ⓒ진경수 山 애호가
    ▲ 충남 제2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용봉산.ⓒ진경수 山 애호가
    충남 홍성군 홍북읍에 위치하면서 산 전체를 뒤덮고 있는 기암괴석이 금강산과 비슷하다 하여 충남의 ‘제2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용봉산(해발 381m)을 찾는다. 이 산은 산세가 구름과 안개 사이를 주름잡는 용(龍)의 형상과 같고, 달빛을 감아올리는 봉황(鳳凰)의 머리와 같다하여 ‘용봉산(龍鳳山)’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전한다. 한편 8개의 산봉우리로 형색을 갖췄다고 하여 팔봉산(八峰山)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용봉산은 홍성군 홍북읍과 예산군 덕산면에 걸쳐있으며, 예산 땅에 있는 수암산(秀岩山)까지 이어져 있다. 고도는 높지 않지만 기암괴석이 많은 바위산으로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남녀노소 많은 산객들이 즐겨 찾는 산이다. 더욱이 산행을 포행(布行) 하듯이 하면 마음이 청정해지고 산의 정기(精氣)를 온몸으로 받을 수 있는 영묘(靈妙)한 산이다.

    홍성8경 중 제1경인 용봉산의 관찰 산행을 위해 ‘용봉산 휴양림관리소~구룡대매표소~거북바위~병풍바위~용봉사~병풍바위~용바위~마애석불~악귀봉~노적봉~용봉산 고스락~투석봉~미륵불~용봉폭포~용봉산 휴양림관리소’의 코스로 정한다.
  • ▲ 푸른 소나무와 연분홍 진달래, 하얀 속살의 암반.ⓒ진경수 山 애호가
    ▲ 푸른 소나무와 연분홍 진달래, 하얀 속살의 암반.ⓒ진경수 山 애호가
    용봉산 공용주차장에 주차하고 매표소를 거쳐 산행을 시작한다. 주말을 맞아 많은 단체 등산객들의 버스와 개인 승용차들로 주차장이 만원이고, 등산객들의 형형색색 옷차림은 만발한 진달래꽃과 더불어 움직이는 인화(人花)로 푸른 용봉산을 색칠하여 생동감을 더한다.

    이정표를 따라 이동하면 미륵불, 노적봉, 용봉사로 갈라지는 네거리를 만난다. 여기서 용봉사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연분홍빛으로 물든 산비탈을 오르면서 나뭇잎이 돋기 전에 다른 꽃들보다 앞서 꽃을 피우는 진달래는 진정한 시대의 선구자가 아닐까? 남모르게 축적한 에너지로 회색빛 단조로운 자연에 밝은 희망을 던져준다. 이처럼 우리도 그렇게 닮아갔으면 좋겠다.

    구룡매표소 입구에 도착하여 병풍바위를 향해 계단을 오른다. 내포사색길을 가로질러 계단을 오르는가 싶더니 곧이어 암릉을 오른다. 하얀 속살을 드러난 암릉을 오르지만, 산길이 초록 저고리에 연분홍 치마를 입은 새색시의 아름다음으로 충만하고,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용봉산의 멋진 풍광이 펼쳐지며,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면 새롭게 조성되는 충남도청 신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힘들다고 여길 시간이 없다.
  • ▲ 용봉사의 가람배치.ⓒ진경수 山 애호가
    ▲ 용봉사의 가람배치.ⓒ진경수 山 애호가
    완만하게 고도를 높여갈수록 기암괴석들이 하나 둘 출현하면서 발길을 더디게 한다. 거북바위에 올라 앞으로 지나갈 병풍바위와 용바위를 비롯해 용봉산 능선을 조망한다. 거북바위에서 내려오자 그 옆에 우렁이 바위가 못 본체 지나는 산객들에게 서운한 모습을 드러낸다. 싱그러운 소나무와 진달래의 환영을 받으며 돌길과 암반 길을 오르면 병풍바위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정약용도 유람한 천년고찰인 용봉사를 다녀오기로 한다. 용봉사로 내려가는 길에 병풍바위를 올려다보니 자연의 위대함에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난다. 하행하면서 용봉사의 가람배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백제 말에 창건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용봉사(龍鳳寺)에는 대웅전, 지장전, 삼성각, 적묵당, 일주문 등의 건물이 있다.

    주변에는 보물인 홍성 신경리 마애여래입상과 영산회 괘불탱, 충청남도 유형문화재인 마애불, 그리고 충청남도 문화재자료인 용봉사지석조와 부도가 있다. 마침 대웅전에서 사시기도를 올리시는 스님의 염불소리와 대웅전 앞에 달려있는 알록달록 고운 빛깔의 연등, 적묵당 담 아래로 하얀 미소를 짓는 매화가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마음을 고요하고 맑게 해준다.
  • ▲ 노적봉에서 바라본 병풍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노적봉에서 바라본 병풍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용봉사에서 부처님을 친견하고 절집을 두루 살펴본 후, 대웅전 뒤편으로 얼굴을 삐쭉 내민 병풍바위로 다시 오른다. 병풍바위에 오르니 의자바위 안내판이 있어,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찾아 헤매기도 한다. 이곳에는 의자바위 뿐만 아니라 여러 모양의 기암괴석들이 보는 사람의 생각대로 모양을 바꾼다. 천 개의 얼굴을 가진 바위들이 수두룩하다.

    병풍바위에 올랐으나, 정작 이곳이 병풍바위인 줄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나 자신을 스스로 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일까? 당태종 이세민은 책사인 위징이 세상을 떠났을 때 “구리거울을 보면 내 몸을 단정히 할 수 있고, 역사의 거울을 보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득실을 밝힐 수 있다”라고 했다. 이 말의 의미가 아마도 자연의 관찰 등 상대의 비교 관찰을 통해서 자신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아닐까?

    병풍바위에서 내려오는데, 발길 닿는 곳마다 기암괴석들이 갈 길을 멈추게 하고, 발걸음을 멈추면 그곳이 바로 멋진 풍광을 감상하는 전망대가 된다. 소나무 숲을 지나 바위가 겹겹이 쌓아져 형성된 괴봉에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의 조화가 이루는 힘, 그 자체가 무위(無爲)가 아닌가 싶다.
  • ▲ 용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용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병풍바위에서 내려온 후 계단을 오르면 용바위를 만난다. 만나자마자 당황스러운 것은 용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바위를 지나 악귀봉을 향해 조금 하행한 후 돌아보니 그때서야 보인다. 바윗길을 내려가면서 정면으로 악귀봉, 노적봉, 용봉산 고스락, 투석봉 등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임간휴게소라 불리는 고갯마루에 도착하니, 주변에는 평상과 의자들이 제법 많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은 악귀봉과 용봉사로 가는 세거리 길이다. 바위에 설치된 철제 난간에 의지해 산길을 오르니 한결 수월하다. 경사진 길을 오르면서 병풍바위와 용바위를 조망한다.

    선바위를 지나서 육각정의 대피소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다. 다시 계단을 오르면서 대피소, 용바위, 병풍바위, 그리고 충남도청 신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바위 틈새로 겨우 한사람씩 일방통행만 가능한 좁은 철제 계단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난다. 
  • ▲ 노적봉에서 바라본 악귀봉.ⓒ진경수 山 애호가
    ▲ 노적봉에서 바라본 악귀봉.ⓒ진경수 山 애호가
    계단을 오르면서 삽살개 바위를 만나고, 바위를 휘돌아가는 데크로드와 데크브리지를 건너서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악귀봉(해발 368m)에 이른다. 이곳에서 물개바위를 만나려고 줄서서 기다린다. 물개바위를 내려와서 기차바위의 안내에 따라 전망대로 가서 두꺼비 바위를 만난다.

    전망대에서 악귀봉을 바라보니 마치 칼 날을 세운 듯 날카로운 바위들이 나열되어 있다. 악귀가 도저히 얼씬대지도 못할 정도다. 다시 전망대에서 악귀봉으로 돌아오는데, 일부 등산객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선진국의 국민으로서의 행태가 아닌 듯하다.

    악귀봉의 바위들이 연출하는 연극을 관람하고, 계단을 내려와서 노적봉으로 향한다. 돌탑을 지나 돌길과 계단을 오르고 나면 철체 계단을 통해 암봉에 오른다. 행운바위와 솟대바위를 지나고, 주변 풍광을 감상하느라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 ▲ 노적봉의 암벽에서 옆으로 크는 소나무.ⓒ진경수 山 애호가
    ▲ 노적봉의 암벽에서 옆으로 크는 소나무.ⓒ진경수 山 애호가
    데크로드를 따라 이동하면 암벽의 갈라진 틈새에 뿌리를 박고 100년 이상 살고 있는 용봉산의 보물 ‘옆으로 크는 나무’를 만난다. 이 바위가 노적봉의 고스락이지만 소나무 때문에 고스락 돌이 옆으로 살짝 이동해서 설치된 듯하다.

    노적봉에서 경사진 암반을 내려가는데, 얼마나 많은 등산객들이 오고갔는지 바위가 헐어 하얀 가루가 일어난다. 선바위를 지나 야간 평지를 걷는가 싶더니 다시 돌길을 오르다가 돌계단과 암반에 설치된 철제 난간을 붙잡고 오른다.
     
    이후 철제 계단을 오르면서 지나온 바위들과 봉우리들을 조망한다. 등산로에서 비켜서 있는 멋진 모습의 바위 능선들이 찾아달라고 유혹하는 듯하다. 전망바위에 올라 노적봉을 내려다보고 신도시도 조망한다.
  • ▲ 용봉산의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 용봉산의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전방바위에서 0.1㎞를 이동하면 용봉산의 고스락(해발 381m)에 도착한다. 바위 옆에는 고양이 빈 밥그릇이 있는데,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용봉산 고스락 돌을 촬영하는데도 한참을 기다린다. 등산객들이 고스락 돌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촬영하는 것은 좋은데, 고스락 돌을 맨발로 짓밟거나 올라타는 행위는 볼썽사납다.

    바위 틈새에서 꽃을 피운 진달래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선돌과 고인돌 등을 지나서 우측으로 전망바위에 오른다. 이곳에서 예산군 덕산면 둔리저수지와 덕숭산, 서산시의 가야산, 예당평야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어 풍광이 일품이다. 또 지나온 악귀봉의 측면을 조망할 수 있다.

    정상에서 0.23㎞를 하행하면 큰 고인돌이 있는 투석봉(해발 358m)에 이른다. 이곳에서 용봉산 자락과 주변 능선을 조망한다. 이곳에서 돌을 던지면 신도시까지 날아가 떨어질 것 같다. 이제 용봉초등학교 방향으로 하산한다.

    하행 길은 구불구불하고 나지막한 소나무와 바윗돌이 조화를 이룬다. 돌탑을 지나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연분홍 진달래의 미소를 받으며 돌길과 암반 길이 반복되는 산길을 내려간다.

  • ▲ 홍성 상하리 미륵불.ⓒ진경수 山 애호가
    ▲ 홍성 상하리 미륵불.ⓒ진경수 山 애호가
    하행하는 발걸음이 마치 신선이 되어 산길을 주유하는 듯하다.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으니 세상 부드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 내 것이 없고 집착도 사라지니 잃을 것도 없다. 사각정 대피소를 지나 산을 내려갈수록 진달래꽃의 연분홍이 점점 짙어진다.

    용봉초교와 산림휴양관의 세거리에서 용봉초교 방향으로 10m 정도 내려가면 만물바위와 홍성 상하리 미륵불을 만날 수 있다. 미륵불 앞에 있는 너럭바위의 울퉁불퉁한 변화가 마치 산, 들, 호수, 계곡 등 만물의 형상을 담고 있어 만불바위라 한다.

    미륵불(彌勒佛)은 먼 훗날 이 땅에 출현하여 중생을 제도하는 미래의 부처이다. 이 미륵불은 자연암석을 활용해 조각한 입상(立像)으로 충청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다시 세거리로 올라와서 산림휴양관 방향으로 향한다.

    산비탈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산길을 걷는데, 암반의 경사가 심한 위험 구간을 지나기도 해서 추락에 주의해야 한다. 매우 위험 구간에는 철제 난간과 데크로드가 설치되어 있다. 용봉폭포를 지날 때 물이 흐르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산자락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비탈길을 걸으면서 산 위아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풍광도 제법 괜찮다.
  • ▲ 용봉산 자연휴양림 숙소 투석봉동.ⓒ진경수 山 애호가
    ▲ 용봉산 자연휴양림 숙소 투석봉동.ⓒ진경수 山 애호가
    이 산길을 걸으면서 플로깅을 한다. 등산객들이 버린 막걸리와 물병 등이 눈에 띄는데 그냥 지나치기엔 용봉산에게 부끄럽기 때문이다. 용봉산을 찾는 등산객들은 이 산을 잠시 빌려 즐기는 것이지, 결코 내 것이 아니고 후손에게 물려줄 천혜의 자연이므로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용봉산은 전체가 기암괴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소나무와 바위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봉우리를 넘을 때마다 수 백 장의 동양화를 보는 듯 수려한 풍광을 자아내고,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신비로운 정기를 심어주는 영묘한 산이다.

    이제 자연휴양림 숙소 투석봉동과 산림휴양관, 매표소 등을 지나 공영주차장에 도착하여 총 9.5㎞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참고로 용봉산 자연유양림에는 투석봉, 노적봉, 악기봉, 용바위, 명품바위 등 5개 동의 숙소가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