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북선 철도 고속화’·‘중부고속道 확장’…세종 ‘세종역 신설’·‘호남선 단거리 노선’ 동조?
  • ▲ KTX오송역에 정차한 고속열차 ‘산천’.ⓒ뉴데일리 충청본부 D/B
    ▲ KTX오송역에 정차한 고속열차 ‘산천’.ⓒ뉴데일리 충청본부 D/B

    KTX세종역 신설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충북도와 세종시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사업’ 제출 요구로 고민에 빠졌다.

    충북도는 예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SOC사업의 우선 순위를 고민해야 하고 여기에 세종시를 달랠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만 뚜려한 사업이 없고, 세종시는 ‘KTX세종역 신설’을 넣어야 하지만 또다시 지역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할 것이 뻔해서다.

    30일 충북도와 세종시에 따르면 기재부는 다음 달 1일 전국 17개 시도의 기획관리실장을 소집해 해당 지자체별 현안 사업 가운데 예타에 묶여 진행을 하지 못해온 사업에 대한 신청을 받는다.

    지자체의 국가에 대한 민원 성격이어서 각 지자체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초미의 관심이다.

    일단 기재부의 사업 계획에 해당 지자체의 예타 탈락 사업이 선정되면 국가 재정사업으로 실행이 가능하고, 장기발전 계획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이러한 방침은 충북도와 세종시간의 ‘KTX세종역 신설’ 갈등이 촉발시킨 것이어서 지역의 관심은 어느 곳보다 높다.

    ◇충북도

    충북도는 ‘충북선철도 고속화’·‘중부고속도로 확장’·‘충북내륙고속화도로 완공’ 등의 현안 사업을 놓고 고민이다.

    충북선철도 고속화는 청주 오송역에서 제천시 봉양읍 간 현행 시속 120㎞를 240㎞로 향상시키는 사업으로 사업비 1조3000억 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충북도는 이 충북선이 고속화되면 국가X축이 완성돼 강원과 호남을 5시간에서 3시간대로 줄이는 효과가 발생해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설득해 왔다.

    하지만 올해 말로 예정된 예타결과 발표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할 것으로 판단, 정부와 여당에 예타 면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다 KTX세종역 신설이라는 세종시와의 갈등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KTX오송역 활성화 악영향을 우려해 세종역 신설을 반대하는 충북도의 우려를 충북선 철도 고속화를 통해 보완하고, 더 나아가 포화 상태에 이르게 해 오히려 세종역 신설 필요성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중부고속도로 확장은 2004년부터 이미 예타결과, B/C(비용편익분석)가 1 이상이어서 지금은 확장이 됐어야 했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 서울~세종간 고속도로 신설 계획 발표로 10년 가까이를 끌어오다 지난 해 증평IC~서청주IC간 확장 사업에 겨우 착수한 상태다.

    충북은 이 노선이 충북의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중요한 발전축이어서 자칫 서울~세종간 고속도로 인근지역으로 성장 잠재력을 빼기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중부고속도로 확장은 충북선을 확장하는 것보다 수도권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어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중부고속도로가 지나는 충북 지자체의 지역내 총생산(GRDP)은 충북 전체의 75%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강호축을 건설한다는 데에 방점을 둔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의지가 강한데다 이 노선이 지나는 8개 시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9개 시도가 희망을 걸고 있어 충북선 고속화는 충북도가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업이다.

    또한, 중부고속도로는 이미 확장을 위한 사업이 시작된 만큼 순차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충북도가 예타대상 사업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충북선 고속화가 이뤄지더라도 충북도가 추구하는 전국대비 4%경제 규모 달성에는 중부고속도로 확장보다 당장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충북도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선 고속화에만 매몰된 충북이 장단기적 실리를 다시 챙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북내륙고속화도로도 이 지사의 선거공약으로 선정됐지만 번번이 예산 확보에 실패하면서 임기 내 완공이 가능하겠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사업이다. 단독으로 선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복수 신청이 가능하다면 다른 사업에 우선순위를 넘겨줄 사업은 아니다.

    충북도가 4%경제 규모 달성과 5%규모 진입을 위한 SOC분야 가운데 최상을 선택을 강요받는 이유다.

    여기에 세종시를 달랠 KTX세종역 신설을 상회할 협력 사업을 만들어 내는 것도 어려운 형편이어서 고민이 깊다.

    ◇세종시

    세종시 역시 예타대상 사업 선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세종시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춘희 세종시장의 ‘세종역 신설’ 요구에 다른 지역 현안이 모두 묻힌 상태다.

    KTX세종역만을 주장하다 다른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KTX세종역이 정부청사 공무원 출퇴근용에 불과하고, 인근지역 아파트 지가 상승을 부추겨 오히려 세종시를 고립무원의 도시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와 이 시장이 경제적 성장 거점을 만들기보다 수도권의 병폐를 갖고 내려오는 상황으로 반전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세종시가 예타 대상 사업으로 변변하게 내놓을 수 있는 사업은 없다.

    KTX세종역 신설도 결정적으로 막힐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충청권 4개 시도의 합의가 없으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담당 정부부처인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29일 충북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덕흠 의원의 질의에 “세종역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정부의 공식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담당부처 장관이 국회답변에서 밝힌 내용에 정면 반박하는 예타 요청 사업 목록을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밀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이 사업을 요청한다손 치더라도 또다시 충북의 반대에 부딪혀 무소득에 그칠 수 있다.

    세종시 고기동 기획정실장은 “일단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이 오면 다음달 1일 회의를 거쳐 면밀히 검토한하겠지만 아마도 결정이 쉽지 않아 다음달 중순쯤이나 돼야 결정 날 것 같다”고 말해 예타 대상 사업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세종시의 의지가 강해 예타 선정에 다시 탈락하는 수모를 당하더라도 강행할 수 있는 소지는 있다.

    호남권에 편승해 ‘세종역이 포함된 호남선 단거리 노선’을 내놓는 것이다.

    천안~남공주 노선 사이에 서세종역을 만들자는 논리이다. 이것도 김현미 장관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

    여기에 세종시 입장에서는 오송역을 이용하는 조치원읍 인근 주민들의 입장과 도시가 점점 오송과 합쳐진다는 점을 고려한 장기적 발전 계획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장 정부청사 공무원들의 요구만 수용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숙고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