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그리울 때 찾는 문의문화재단지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청주시 편
  • ▲ 팔각정자에서 바라본 작두산.ⓒ진경수 山 애호가>
    ▲ 팔각정자에서 바라본 작두산.ⓒ진경수 山 애호가>
    작두산(鵲頭山, 해발 430m)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미천리·두모리·도원리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산이다. 

    산명은 산의 모양이 까치머리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다. 접근 가능한 등산로는 미천6구마을회관․마천방죽·덕은이저수지·어은방죽·문의문화재단지주차장 등을 기점으로 한다.

    이번 산행은 ‘문의문화재단지 주차장~독수리바위~국태정(팔각정자)~작두산 고스락~소류지 갈림길~마천방죽 갈림길~양성산 갈림길~양성산 고스락~문의문화재단지주차장’의 약 5.6㎞이며, 산행 후 문의문화재단지를 관람한다.

    문의문화재단지 주차장에 도착하여 청주시청소년수련원 방향으로 주차장 끝자락까지 이동한다. 차량통제차단기 앞에서 좌측으로 양성산 등산로입구 이정표에서 계단을 오르면, 양성산(養性山, 해발 300m) 등산안내도를 만난다.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로 코끝과 귓바퀴가 차갑다. 출발 전의 산의 검푸른 겉모습이 산을 오르면서 쌀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하얀 잔설이 겨울 산의 단조로움을 덜어준다. 마치 산이 겉모습만 보고 섣부른 예단을 하지 말라고 일러주는 듯하다.
  • ▲ 독수리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독수리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지난주에는 ‘나답게 사는 행복’이란 제목의 도서 발간 예정인 원고를 마감하느라 산행을 하지 못했다. 어제가 되어서 비로소 탈고하고 33년 전 필자의 이름으로 처음 도서를 발행해 주신 다니북스 대표께 원고를 전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행을 한다.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은 덕분인가 가뿐해진 몸으로 순식간에 첫 번째 봉우리에 이른다. 푸른 소나무 숲 사이로 팔각정자와 양성산 능선을 조망하고 가파른 길을 내려가서 청소년수련원 갈림길을 지나 다시 팔각정자를 향해 완만한 산길을 오른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산객들과 마주친다. 그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오르막길을 오른다. 푸른 마음, 청춘의 기운을 샘솟게 하는 소나무 숲길을 지나자, 산길은 바윗길로 모습을 바꾼다. 곧이어 날카로운 부리를 치켜세우고 금방이라도 창공을 차고 오를 것 같은 독수리바위를 만난다.
  • ▲ 팔각정자가 조망되는 뷰포인트.ⓒ진경수 山 애호가
    ▲ 팔각정자가 조망되는 뷰포인트.ⓒ진경수 山 애호가
    독수리바위를 지나자마자 양성산 능선 너머로 상당구 남일면 일대가 조망되고, 우측 소나무 숲 사이로 대청호의 푸른 물길이 살짝 보인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돌길을 얼마 오르지 않아 팔각정자와 그곳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조망되는 뷰포인트에 이른다.

    뷰포인트에서 잠시 하행한 후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면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이어 팔각정자를 지척에 두고 밧줄이 설치된 거칠고 가파른 길을 오르니 붉은 기둥의 팔각정자의 위용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난다.

    누대의 2층에는 ‘국태정(國泰亭)’이란 현판이 걸려있고, 주변에는 ‘작두산 능선 378m'라는 표지석이 있다. 산객들은 1층과 2층에서 제각기의 다양한 모습과 여러 감성으로 대청호반과 주변 산들이 펼치는 진경산수를 마주한다.
  • ▲ 팔각정자에서 바라본 대청호반.ⓒ진경수 山 애호가
    ▲ 팔각정자에서 바라본 대청호반.ⓒ진경수 山 애호가
    팔각정자 2층에 올라 산객들과 함께 어우러진다. 양성산 능선의 끝자락이 미끄러져 내려가 대청호의 수초 섬에 닿는다. 올라온 능선을 바라보니 마치 젖가슴처럼 쌍봉을 이룬다. 쌍봉의 산자락은 그 너머의 옥사봉과 함께 대청호의 물길을 만든다.

    남쪽으로 구룡산과 32번 국도로 이어진 신탄진이 조망되고, 서쪽으로는 두모리 일대의 한가롭고 평화로운 겨울 농촌풍경이 펼쳐진다. 북쪽으로 이번 산행의 목적지인 작두산이 조망된다. 팔각정자 난간의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풍광을 즐기는 산객의 모습이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팔각정자에서 조금 내려가면 안부에 닿는다. 이곳에서 작두산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빽빽하게 들어찬 소나무 숲길로 들어서자 몸이 서늘해진다. 가늘지만 빼꼭하게 모여든 가느다란 소나무 잎이 태양에너지의 장막을 치고, 청량하고 신선한 피톤치드를 펑펑 쏟아낸 덕택이다.
  • ▲ 작두산 능선의 소나무숲길.ⓒ진경수 山 애호가
    ▲ 작두산 능선의 소나무숲길.ⓒ진경수 山 애호가
    산의 고스락에 올라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이 길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작은 구릉을 넘고 또 넘는 것도 산행의 즐거움이 있다. 마치 도전의 결과가 성공이냐 실패이냐 중요하지 않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송전철탑 밑을 지나 다시 소나무 숲길을 오르내리면서 구부정한 모습의 어르신과 마주친다. 비록 허리는 굽었지만 발걸음 소리는 기운이 넘친다. 아마도 꾸준한 산행을 통해 산의 정기와 하늘의 기운을 받은 덕분인 듯하다.

    이어 소나무 숲길은 갈색 낙엽이 깔리고 앙상한 가지의 참나무들이 도열한 가파른 산길로 이어진다. 낙엽 밑에 깔린 자잘한 돌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높은 명산이든 나지막한 평범한 산이든 고스락을 호락호락 내주지 않으니, 우리네 삶이나 다르지 않다.
  • ▲ 작두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 작두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가쁜 숨을 내쉬며 오르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팔각정자가 세워진 봉우리로부터 제법 멀어져 있다. 다시 오르기 시작하자 산불무인감시시스템이 얼굴을 내민다. 이제 산행의 목적지인 작두산 고스락에 도착한다.

    헬기장으로 보이는 넓은 잔디밭 공간 한쪽 곁에 산불감시초소와 산불무인감시시스템 타워가 세워져 있다. 삼각점 앞에는 누군가 가져다 놓은 고스락돌이 다정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이곳을 찾는 산객들에게 산행의 즐거움과 정보를 주고자 한 그 어떤 분의 봉사에 감사를 전한다.

    사방이 초목으로 둘러싸여 조망은 거의 없지만, 겨울이라 간간이 청주시가지가 얼핏 보인다. 잠시 머물러 향긋하고 따스한 커피 한 잔과 맑고 신선한 차가운 공기를 마신다. 다시 하행하여 철탑 밑을 지나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비탈길로 이동하여 소류지 갈림길을 만난다.
  • ▲ 소류지 방향의 하행 길의 계곡.ⓒ진경수 山 애호가
    ▲ 소류지 방향의 하행 길의 계곡.ⓒ진경수 山 애호가
    안부에서 ‘갈 지(之)’자로 낙엽이 수북이 쌓인 가파른 돌길을 내려간다. 몇 차례 낙상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이제 졸졸대며 흐르는 계곡 길을 따라 하행한다.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계곡물은 쉼 없이 흘러간다.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가고, 구덩이를 만나면 잠시 쉬어간다.

    윗자리를 사양하고 항상 아래에 머물고자 하고, 만물에 생명을 주지만 한 번도 생색내는 적이 없다. 추위를 이길 수 없을 땐 잠시 얼어 가던 길을 멈춘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사르르 녹아 다시 흐르니 이것이 시절인연이 아닌가 싶다.

    계곡 물길을 관찰하다가 그만 스마트폰을 계곡물에 빠트리고도 알아채지 못하다가 한참 후에 물속에서 꺼내니 작동이 멈췄다. 주인을 잘못 만나 한시도 쉬지 못하고 달려왔으니 얼마나 힘들고 지쳤을까 생각하니 아쉬움보다 너와 함께 멈출 수 있어 다행이라 여긴다.
  • ▲ 양성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 양성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그 이후로 한동안 계곡과 함께 하행 길을 동행한다. 계곡이 휘어지면 발길도 휘어지고, 계곡이 가로지르면 건넌다.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는 양성산 머리가 눈에 띤다. 이어 대청호오백리길 푯말이 붙은 마천방죽 갈림길 이정표에서 양성산 방향으로 다시 산을 오른다.

    약 0.3㎞를 오르면 세월을 머금은 네다섯 개의 통나무 의자가 있는 안부에 닿는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청소년수련원, 우회전하면 팔각정자, 좌회전하면 양성산으로 이어진다. 양성산 방향으로 완만한 길을 오르다가 밧줄이 매어진 가파른 바윗길을 오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자 오르던 길을 잠시 멈추고 뒤돌아서서 팔각정자에서 좌우측으로 늘어진 산등성이를 조망하며 호흡을 가지런히 한다. 나머지 길을 마저 오르자 크고 작은 2개의 바위가 장승처럼 자리를 지킨다. 그 뒤로 돌탑이 보이고, 그곳으로 오르니 양성산 고스락이다.
  • ▲ 양성산에서 주차장으로 하행하는 구간의 소나무 숲길.ⓒ진경수 山 애호가
    ▲ 양성산에서 주차장으로 하행하는 구간의 소나무 숲길.ⓒ진경수 山 애호가
    양성산 고스락 돌탑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내려와 장승바위를 지나 완만한 길을 하행한다. 산허리로 난 평탄한 길을 한동안 걸으면서 지나온 능선을 가끔 바라본다. 이것도 잠시 이내 가파른 내리막 돌길과 함께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오후가 되면서 매서운 추위가 한풀 꺾인 탓에 산객들이 산을 줄지어 오른다. 인사를 받든 안 받든 관계없이 산행의 습관처럼 인사를 나누며 스쳐 지나간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곧게 뻗어 오른 소나무 군락지를 하행할 땐 올곧은 마음을 지니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양성산 고스락에서 0.9㎞ 정도 내려와 임도를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측의 인도블록이 깔린 길로 내려간다. 기와지붕으로 단장한 멋진 화장실을 지나 계단을 내려서면 문의문화재재단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양성산에서 팔각정자로 이어져 주차장을 둘러싸고 있는 능선을 조망한다.  
  • ▲ 문의문화재단지 내 문산관에서 바라본 놀이마당과 대청호.ⓒ진경수 山 애호가
    ▲ 문의문화재단지 내 문산관에서 바라본 놀이마당과 대청호.ⓒ진경수 山 애호가
    주차장 초입의 경사로를 따라 오르면 문의문화재단지 매표소가 있는 양성문을 만난다. 이곳은 1980년 대청댐 건설로 인해 수몰위기에 처한 지역문화재를 보존하고, 주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할 목적으로 조성됐다.

    양성문을 들어서자 맑고 푸른 하늘과 짙푸른 대청호가 어항처럼 희끗희끗한 맞은편 산들을 담고 있다. 이곳 문화재들이 애잔한 추억과 고즈넉한 눈빛으로 대청호를 바라보듯 하다. 문화재단지를 둘러보는 내내 대청호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어 눈이 호사를 누린다.

    초가지붕 처마에 달린 고드름이 정겹게 다가오고, 놀이마당을 지나면서 대청호 건너편에 우뚝 솟은 옥사봉이 한층 운치를 더한다. 단지 내 맨 위에 위치한 문의현의 관아 객사 건물인 문산관에서 양성산과 그 산등성, 탁 트인 대청호반을 한눈에 조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