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瀑布와 함께하는 한여름 계곡 산행지[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괴산군 편
  • ▲ 칠보산 강선대.ⓒ진경수 山 애호가
    ▲ 칠보산 강선대.ⓒ진경수 山 애호가
    충북 괴산군 청천면 쌍곡리에 위치한 칠보산(七寶山, 해발 778m)은 쌍곡계곡을 사이에 두고 군자산(해발 947m)과 마주하고 있으며, 이웃으로 금부처가 나왔다는 보배산(해발 750m)이 위치한다.

    이 산의 이름은 법화경(法華經)에서 나오는 칠보(七寶)-금·은·마노·유리·거거(車渠, 연체동물 부족류에 속한 조개)·진주·매괴(玫瑰, 붉은 미석)-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졌다고 전한다.

    이번 산행은 ‘떡바위~문수암골~시루떡 바위~청석재~칠보산 고스락~거북바위~활목재~살구나무골~강선대~선녀폭포~쌍곡폭포~쌍곡휴게소~용소~쌍벽~떡바위’로 한여름 무더위 속의 자연과 시원한 쌍곡계곡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등산로 입구에서 속리산펜션 방향으로 약 100m 정도 떨어진 쌍곡구곡(雙谷九曲) 중 제3곡인 병암(餠岩: 떡바위)을 둘러본다. 이 바위는 “시루떡을 자른 것처럼 생겼다”고 해 “떡바위”로 불린다.
  • ▲ 쌍곡구곡 중 제3곡 병암(餠岩: 떡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쌍곡구곡 중 제3곡 병암(餠岩: 떡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떡바위 등산로입구에서 계단을 내려가 목교를 지나면서, 목교 아래에 있는 쌍곡구곡 중 제4곡 문수암(文殊岩)을 조망한다. 이 바위는 계곡의 소(沼)와 잘 어울리며 옛날에 문수보살을 모신 암자가 있었다고 전한다.

    목교를 지나 돌 구릉을 넘으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문수암골을 따라 물길을 거슬러 돌길을 오르는데, 반석을 타고 흘러내리는 옥구슬처럼 맑은 물소리와 깨끗하고 투명한 물이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등산로입구에서 약 300m 정도 이동한 후에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탐방로 분기점을 만난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는 희미한 탐방로가 이전에 이웃한 보배산을 올랐던 코스다.

    계곡의 청류(淸流)에 마음을 빼앗겨 산행 초입부터 발걸음이 더디다. 탐방로가 서서히 고도를 높여 갈 즈음에 목교를 지나면서 가파른 계단과 철제 난간 길을 오르면서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늘 그렸던 것처럼 이후에 온순한 길이 이어져 숨을 고른다.
  • ▲ 쌍곡구곡 중 제4곡 문수암.ⓒ진경수 山 애호가
    ▲ 쌍곡구곡 중 제4곡 문수암.ⓒ진경수 山 애호가
    이어 데크 길을 지나 비가림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 옆으로 계단을 내려오면 깊은 계곡 속으로 쑥 빠져드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을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 없다. 이내 계곡을 따라 바윗길을 오른다.

    탐방로에 놓인 바윗돌과 계곡 물소리가 발걸음을 늦추고, 흘러내리는 계곡물에서 퍼져나오는 서늘한 음이온이 몸의 열기를 식히며 생기를 불어넣는다.

    은은하게 이어지는 계곡길 곳곳에 시루떡 바위, 위태로운 자식을 걱정하는 듯 지켜보는 어버이 바위, 거북바위, 돌고래 바위 등 기암들이 즐비하여 눈요기한다.

    산이 허리를 세우기 시작하자 계단 오름이 시작된다. 돌계단 사이사이에 목재를 끼워 넣어 안전한 계단을 만든 섬세한 배려를 발견하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필자의 입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 ▲ 생기가 충만한 문수암골.ⓒ진경수 山 애호가
    ▲ 생기가 충만한 문수암골.ⓒ진경수 山 애호가
    이어 난간이 설치된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면서 우측으로 하얀 반석의 급경사 낭떠러지를 타고 내리는 계곡물 덕택에 목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고 열기를 잠시 식혀본다.

    가파른 계단 구간이 시작되면서 문수암골과 점점 멀어져 간다. 체력을 고려해 페이스 조절하며 쉬엄쉬엄 계단을 오르니 하늘 높게 뻗은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덮인 해발 599m 청석재에 도착한다.

    이곳은 각연사에서 올라오는 탐방로와 합류되는 지점으로 칠보산 고스락까지 0.6㎞만 이동하면 된다. 짧은 암릉 구간을 지나 곧추선 계단을 오르는 도중에 계곡 건너 위치한 군자산과 이웃한 보배산을 조망할 수 있는 조망 바위를 만난다.

    계단 끝에는 전망대가 있어 올라온 길을 조망한다. 난간 너머로 재미있는 모양의 중절모 바위와 조개 바위를 살펴보고, 산 아래로 고즈넉한 각연사(覺淵寺)의 모습을 조망한다.
  • ▲ 버선코 바위에서 바라본 군자산(左)과 보배산(右).ⓒ진경수 山 애호가
    ▲ 버선코 바위에서 바라본 군자산(左)과 보배산(右).ⓒ진경수 山 애호가
    이후 철제 난간이 설치된 암릉을 오르면 노송(老松)과 고사목(枯死木) 그리고 버선코 모양을 키운 너른 암반이 함께 어우러져 어여쁜 경치를 자아낸다.

    버선코 바위 뒤로 보배산과 군자산이 겹겹이 층을 이루고, 칠보산 고스락을 향해서 청록의 숲속으로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암반 길이 이어진다.

    다시 철제 난간을 붙잡고 가파른 암릉을 오르자 ‘119간이 구급함’이 설치된 능선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지척에 있는 칠보산 고스락을 오르지 않고, 좌측으로 암반 쉼터로 가서 잠시 머물며 한 줄기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듯 온갖 시름을 떨쳐낸다.

    다시 거친 산길과 계단을 오르면서 ‘얼마나 더 올라야 하는지?’라고 생각하자 눈앞이 해발 778m의 칠보산 고스락이다. 고스락 돌이 있는 곳은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이 없어 맞은편 소나무 숲을 지나 암반 전망대에서 속리산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한다.
  • ▲ 칠보산 암반 전망대에서 바라본 장성봉과 대야산.ⓒ진경수 山 애호가
    ▲ 칠보산 암반 전망대에서 바라본 장성봉과 대야산.ⓒ진경수 山 애호가
    암반 전망대에서 장성봉, 대야산, 옥녀봉, 군자산, 보배산 등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한 산들이 겹겹이 포개져 펼치는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고 계단을 통해 하산한다.

    계단을 하행하면서 저 멀리 가덕산과 악휘봉 사이로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 희양산을 조망하고, 선바위를 지나 철제 난간이 설치된 작은 암봉의 경사지를 지나간다.

    다시 계단을 하행하면서 또 다른 선바위를 지나고 안장 바위를 지나면, 노송이 칠보산의 노장답게 늠름하게 서 있는 너른 마당바위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노송을 배경으로 칠보산 고스락을 감상한다.
  • ▲ 마당바위의 노송을 배경으로 바라본 칠보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 마당바위의 노송을 배경으로 바라본 칠보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마당바위에서 활목재로 내려가는 계단 초입부에 목을 길게 뺀 채 칠보산 고스락을 바라보고 있는 거북바위를 지난다. 마당바위를 휘돌아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선 후에 선바위를 지나 밧줄을 잡고 암릉 길을 오른다.

    예리한 암릉 위로 설치된 데크로드를 내려선 후, 병풍바위의 암벽에서 옆으로 자라고 있는 소나무를 신기한 듯 바라본다. 이후 가파른 계단을 한참을 내려가는데, 날씨가 얼마나 뜨겁던지 철제 난간을 잡을 수 없을 만큼 불같이 달궈져 있다.

    집채만 한 바위를 우회하는 계단을 지나 소나무 뿌리들이 뒤엉킨 경사진 암반을 철제 난간을 붙잡고 하행한다. 이후 속리산 정이품송을 닮은 명품 소나무를 지나고, 난간이 설치된 가파른 마사 길을 하행하여 해발 630m의 활목재에 이른다.
  • ▲ 칠보산 고스락을 바라보고 있는 마당바위 옆에 있는 거북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칠보산 고스락을 바라보고 있는 마당바위 옆에 있는 거북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이곳에서 각연사까지는 2.1㎞이고, 절말까지는 3.6㎞이다. 떡바위로 가기 위해 절말 방향으로 하산한다. 완만한 비탈길을 내려가다가 이내 가파른 계단을 내려선다.

    한동안 이어진 가파른 길이 다소 누그러져 완만해졌지만, 장마에 씻겨 내린 탐방로가 흩어진 잔돌로 거칠다. 서서히 물소리가 귓전을 울리기 시작한다. 계단을 내려설 때 2단으로 낙하하는 물소리가 제법 크게 들리면서 한여름 계곡 산행의 묘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집채만 한 바위 옆으로 계단을 내려와 계곡을 따라 바윗길을 내려오면 울창한 소나무와 활엽수가 하늘을 가린 은근한 길이 이어진다.

    계곡의 물소리에 이끌러 잠시 계곡을 내려가 땀으로 찌든 얼굴을 청정수로 씻겨낸다. 절말이 2.4㎞로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날 때, 계곡 건너편 산속에서 여러 단으로 흘러내리는 물길을 보자마자 마음도 그처럼 곱게 자주 써야 청정하게 됨을 깨닫는다.
  • ▲ 신선이 내려와 목욕하고 노닐다간 강선대.ⓒ진경수 山 애호가
    ▲ 신선이 내려와 목욕하고 노닐다간 강선대.ⓒ진경수 山 애호가
    이정표를 지나 하행하는 살구나무골은 한껏 허공을 찌를 듯이 높이 자란 울창한 활엽수들로 가득하고, 청량하고 우렁찬 물소리는 발걸음을 계곡으로 이끈다.

    매미의 몸부림치는 소리가 귓가를 따갑도록 때린다. 애벌레로 7년 이상을 살다가 성충이 되어 기껏해야 반달을 살지만, 종족 번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충실한 삶을 살고자 몸부림치지 않는가!

    목교를 지나서 잔잔한 조릿대가 이끄는 숲길을 걷다가 앙증맞은 돌탑이 여러 개 세워진 편평한 바윗돌을 지나면 바로 우측으로 강선대(降仙臺)가 있다. 이 이름은 필자가 임의로 명명한 것이다. 이곳은 바로 직전에 만난 이정표에서 약 0.5㎞ 거리이다.

    숲을 헤쳐 내려가니 너른 암반 사이로 하얀 비단이 바람결에 날리듯이 쏟아 내리는 폭포수와 투명하게 맑은 푸른 소(沼)가 절경이다. 신선이 지상으로 내려와 이곳에서 목욕하고 노닐다가 갈만하다.
  • ▲ 쌍곡구곡 중 제7곡 쌍곡폭포.ⓒ진경수 山 애호가
    ▲ 쌍곡구곡 중 제7곡 쌍곡폭포.ⓒ진경수 山 애호가
    강선대의 비경에 매료되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옮긴다. 계곡을 따라 타박타박 걸으면서 온몸으로 자연의 맛, 자연의 진리를 음미한다.

    잠시 계곡을 내려가서 청류의 맛을 보고, 목교를 건너 아담하면서도 아름다운 선녀폭포에 이른다. 강선대에서 약 0.5㎞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다.

    이곳을 흔히 강선대라 하지만 부드러움을 간직한 폭포이어서 선녀폭포라 명명하기로 한다. 선녀폭포에서 목교를 건너 하행하면 시묘살이골 갈림길에 이른다.

    이곳에서 절말 주차장까지는 1.3㎞를 더 하행한다. 다시 목교를 지나 하행하다가 계곡에 소(沼)와 단애(斷崖)를 이룬 바위를 지나고, 다시 목교를 지나면서 쌍곡구곡 중 제7곡인 쌍곡폭포(雙谷瀑布)를 만난다. 선녀폭포에서 약 0.7㎞ 거리이다.
  • ▲ 쌍곡구곡 중 제5곡 쌍벽.ⓒ진경수 山 애호가
    ▲ 쌍곡구곡 중 제5곡 쌍벽.ⓒ진경수 山 애호가
    쌍곡폭포에서 하행하여 계곡을 건너자마자 쌍곡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517번 지방도를 따라 내려가면서 절말교를 지나 칠보산장 안으로 들어가 쌍곡구곡 중 제6곡인 용소(龍沼)를 둘러본다.

    옛날 용이 승천하였다고 하는 용소는 100m의 반석을 타고 거세게 흘러내린 계곡물이 직경  16m에 이르는 바위웅덩이에서 휘돌아 장관을 이룬다.

    용소에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0.6㎞를 내려오면 쌍곡구곡 중 제5곡인 쌍벽(雙璧)을 만난다. 온습도가 높은 후덥지근한 날씨에 달궈진 도로의 열기까지 합세하니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땀으로 흠뻑 젖는다.

    가스락펜션 안쪽으로 들어가 계곡으로 내려서면 계곡 양쪽에 깎아 세운 듯한 10m 정도 높이의 바위들이 5m 정도의 폭으로 나란히 협곡을 이뤄 눈길을 사로잡는다.

    쌍벽에서 다시 517번 도로를 따라 떡바위로 회귀해 약 10㎞ 한여름 계곡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