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영 부산대 녹색국토물관리연구소 연구위원 “세종보 물과 실핏줄처럼 연결 땐…재해 안전도시·생태계 풍부”“세종보 해체하기 보다 기후변화·녹조 등 제대로 된 해결 노력부터 해야”
  • ▲ 최경영 부산대 녹색국토물관리연구소 연구위원. ⓒ최경영 연구위원 제공
    ▲ 최경영 부산대 녹색국토물관리연구소 연구위원. ⓒ최경영 연구위원 제공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해체를 결정하고 환경단체가 ‘세종보 해체’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의 한 연구위원이 “엄청난 세금을 들여 건설한 세종보를 기후변화 대응 능력과 녹조‧생물 다양성의 문제 등과 관련해 제대로 된 노력을 한 뒤 안 되면 그때 보를 해체해도 된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경영 부산대학교 녹색국토물관리연구소 연구위원(55, ㈔한국빗물협회 회장)은 최근 한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뭄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고 홍수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1287억 원을 들여 만든 세종보를 허물자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라고 밝혔다.

    최 연구위원은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이미 만들어졌고 녹조의 문제나 생물상의 변화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아니었다”며 “세종보를 만들기 이전이라면 기후변화에 대비해 1287억 원을 들여 세종보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하게 고민해야 마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연평균 강우량으로 볼 때 절대 물 부족 국가가 아니지만, 대부분의 강우가 여름에 집중되고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물을 재난이라고 생각해 가능한 한 빨리 배제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도시 대부분은 불투수 면적으로 포장돼 있고 30년 빈도의 강우량에 맞춰 배수체계를 수립했지만, 이젠 100년이 아닌 1000년 만의 홍수도 빈번히 발생한다. 특히 불투수 면에 쌓인 오염물질은 여과되지 못한 채 하수구를 통해 강으로 유입되고 이는 녹조의 주요 원인이 된다. 사실 보를 설치하기 전에도 녹조 문제는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도시가 스폰지처럼 물을 흡수하고 머금었다가 필요할 때 배출한다면 지하수의 충전은 물론이고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고, 도시의 열섬현상이나 열대야 문제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최 연구위원은 “이로 인한 탄소 감소 효과 역시 절대 적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세종보 모습.ⓒ세종시
    ▲ 세종보 모습.ⓒ세종시
    최 연구위원은 “세종시에 떨어지는 빗물의 양과 흐름을 정확히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도시 전체가 빗물을 머금을 수 있는 스펀지 역할을 한다면, 그리고 이 물을 이용해 다양한 생물 서식지를 복원하고 이 물의 흐름을 세종보의 물과 연계해 실핏줄처럼 연결한다면 단순히 보를 허무는 것보다는 훨씬 재해에 안전한 도시, 생태계가 풍부한 세종시를 만들 수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세종보 해체 문제와 관련해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최민호 세종시장은 ‘세종이 미래다’라고 선포했는데, (최 시장은 세종보와 관련해) 분명 남다른 노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 번쯤 제대로 된 노력을 할 기회를 주자. 그런데도 나아지는 것이 없다면 그때 보를 허물어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세종보의 해체 문제는 절대 진영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엄청난 세금을 들여 만든 일이니 세종보가 가져올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극대화하고, 녹조와 생물 다양성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을 노력을 기울여 기회를 주는 것에 옹색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공주보를 찾아 보 해체와 관련해 “어림 턱도 없는 소리”라고 반대한 데 이어 6‧1 지방선거 당시 최 시장은 시민의 삶 저하, 보 해체 비용 발생, 수력 발전 중단, 용수 부족 등을 이유로 세종보 존치를 주장해왔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세종보 등을 철거보다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세종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노무현 정부 때부터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설계될 때부터 도시 기반시설에 포함된 시설이다. 세종보는 일정 수량 이상일 때 저절로 흘러넘치도록 한 수중보다.

    서울대에서 학사·석사(식물유전공학), 농학박사를 수료한 후 건국대 대학원(지역건설환경공학과)에서 공학박사(하천·수생태복원 전공) 학위를 받은 최 연구위원은 한국빗물협회 회장, 환경부 한국물기술인증원 심의위원, 한국도로공사 춘천~양양간 고속도로 환경생태조사단 위원,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사전환경성검토 및 환경영향평가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