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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임기자 김경태/ 보건학박사.ⓒ뉴데일리
노자는 ‘도덕경’에서 “천하의 어려운 일도 반드시 쉬운 데서 시작되고, 큰일도 반드시 작은 데서 비롯된다(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고 했다.
지방의회 의장 자리는 낮은 자리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군의회 의장의 처신 하나하나가 원칙과 정도에서 무너지면 결국 무너지는 것은 지방정치 전체의 신뢰다.
최근 부여군의회 의장 선거를 지켜보면서 군민들은 적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6.3지방선거 결과, 부여군의회는 국민의힘 6명, 더불어민주당 5명의 구도로 짜여졌다.
선거후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거쳐 박순화 의원을 의장 후보로 확정했다. 하지만 조덕연 의원과 백용달 의원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론은 사실상 힘을 잃었다.
결과는 더 큰 논란을 낳았다.
백용달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의장에 선출됐다.
이 과정을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단순화 교차투표가 아니라 정치적 연대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더 나아가 후반기 의장직 배분과 관련한 약속이 담긴 각서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현재까지 이런 내용은 확인된 사실은 아니나 사실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군민들이 이런 의혹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정도로 지방정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현실이다.
조덕현 의원의 출마 역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지역 정가 일각에서는 향후 군수 재선거 가능성과 도의원 보궐선거 등을 염두에 둔 정치적 시나리오 속에서 이뤄진 결정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또한 당론을 거스른 출마가 왜 불가피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는 한, 다양한 정치적 해석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의혹 자체가 아니라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는 정치다. 설명하고 설득하지 못하는 권력은 불신을 키우고, 불신은 결국 민주주의의 비용이 된다.
군민은 정치인들의 속내를 추측하는 데 시간을 쓰고 싶어 하지 않으며, 군민이 원하는 것은 원칙이 지켜졌는지, 공정했는지, 그리고 누구를 위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다.
노자의 “스스로를 드러내는 자는 밝지 못하고, 스스로를 옳다 하는 자는 빛나지 못한다(自見者不明 自是者不彰)”라는 경구가 떠오른다.
정치는 권력을 차지하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를 쌓은 과정이다.
당론을 뒤집는 선택이든 당을 넘어선 협력이든, 그것이 군민을 위한 것이었다면 떳떳하게 설명하면 된다. 하지만 설명보다 침목이 길어질수록 정치는 명분을 읽는다.
부여군의회 의장 선거는 이미 끝났다. 하지만 군민의 평가는 이제 시작이다.
의장직은 승리의 트로피가 아니라 군민으로부터 잠시 맡겨 받는 공적 책임이다. 정치는 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자리에 오르는 과정이 떳떳해야 하고, 그 자리를 지키는 이유가 군민이어야 한다.
도덕경은 권력을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순간, 그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지금 부여군 정치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권력이 아니라 더 많은 설명이고, 더 많은 계산이 아니라 원칙의 준수다.
또 군민은 의장 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신뢰받은 의회를 선택하고 싶어 했다는 사실을 지역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