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외길, 상상을 현실로…KAIST 출신 창업 멤버들의 집념이 만든 우주 혁신위성 제조 넘어 데이터와 서비스 시장으로…‘우주 인프라 주도권’에 도전장“망원경 너머 꿈꾸던 우주, 이젠 25㎝ 해상도로…초정밀 영상으로 국방안보‧민간 시장 도전“위성 본체‧전자광학 탑재체‧지상국 3대 핵심기술 보유…자체 설계‧개발”‘위성 더 가볍고 작게 만든다’…‘최적화 설계 능력’이 핵심 경쟁력
  • ▲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가 대전 본사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가 대전 본사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상상 속 우주가 눈앞에 펼쳐졌다—이제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시대. 25㎝ 초정밀 위성으로 하늘의 문을 연 ㈜쎄트렉아이, 상상의 경계를 현실로 끌어올리다.”

    국내 대표 위성 전문 기업 ㈜쎄트렉아이(Satrec Initiative, 대전시 유성구 엑스포로 441)의 김이을 대표(55)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도, 위치, 시간 등 이미 우주에서 전송되는 정보는 우리 실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그 영향력이 더 넓고 깊어질 것입니다.”

    쎄트렉아이는 1999년 12월,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현 인공위성연구소) 출신 11명이 뜻을 모아 설립한 기업으로,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김 대표 역시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다. 그는 KAIST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위성공학과 물리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KAIST 인공위성센터 선임연구원을 거쳐 쎄트렉아이에서 이사,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 당시부터 국내보다는 세계 시장을 바라보고 출발했다”며 “국내 우주 시장은 당시 수요가 제한적이었고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이 중심이었다”고 말했다.
    쎄트렉아이는 말레이시아 국영 기업과 함께 한 프로젝트(아스트로노틱 테크놀로지사(社)와 적도면 지구관측 목적의 소형위성, 라작샛(RazakSAT) 공동개발에 관한 계약, 1300만 달러)를 첫 성과로 꼽는다. 그는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다음에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개발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지금의 기반이 됐다”고 덧붙였다.
  • ▲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이길표 기자
    ▲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이길표 기자
    최근 쎄트렉아이는 자사 기술로 만든 초고해상도 위성 ‘SpaceEye-T’를 2025년 3월 15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해상도 25㎝급 광학 위성으로, 주차된 차량의 차종은 물론, 사람 수까지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김 대표는 “이번 위성은 젊은 엔지니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지금은 초기 운영 단계에 있지만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위성은 ‘자체 보유 위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의 납품 위성과 달리, 쎄트렉아이가 직접 보유하고 촬영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향후 자체 영상 데이터 사업 확장이 기대된다. 그는 “초고해상도 영상은 주로 국방·안보용으로 수요가 많고, 앞으로는 B2G(정부 대상) 외에도 B2B·B2C 서비스로도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쎄트렉아이는 위성 제조에서 영상·정보 서비스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 중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위성 제조사로 알려졌지만, 앞으로는 위성 데이터를 가공해 정보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위성 데이터·정보 기업’으로 전환해 산업의 파급력을 키우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사로서 쎄트렉아이의 경쟁력으로 ‘최적화 설계 능력’을 꼽았다. “동일한 성능의 위성을 만들더라도 쎄트렉아이는 더 가볍고 작게 만든다”는 김 대표는 “예를 들어 300㎏ 무게로 우리가 설계한 것을 경쟁사는 500㎏으로 만든다. 무게와 크기가 줄면 발사 비용이 줄고 제작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경쟁력은 상당수의 외부 부품을 사용해 위성 전체를 조립하는 방산체계 기업과 달리, 쎄트렉아이가 대부분의 부품을 자체 설계하고 개발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 ▲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가 대전 본사 1층에 마련된 홍보영상을 통해 쎄트렉아이가 만든 위성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가 대전 본사 1층에 마련된 홍보영상을 통해 쎄트렉아이가 만든 위성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쎄트렉아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투자(1천억원, 지분율 약 30%)를 받아 현재는 한화그룹의 주요 계열사와 시너지를 모색 중이다. 김 대표는 “향후 한화시스템 등과 함께 국방·우주 기술 융합을 통해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쎄트렉아이는 그 중심에서 지구관측과 감시·정찰 분야에 강점을 가진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현재 매출 비중은 내수가 약 80~90%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다. 과거에는 수출이 절대다수였지만 최근엔 국방부, 과기정통부 등 국내 공공기관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쎄트렉아이의 수출이 “대한민국 전체 위성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일화도 있다.

    우리나라 우주 산업의 규모에 대해 그는 현실적인 평가를 내놨다. 김 대표는 “2023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우주 산업 규모가 400조 원에 이르지만, 한국은 3조 원 남짓으로 1% 미만”이라며 “미국·중국·유럽과 비교해 기술력 격차가 크고, 단기간 내 따라잡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강대국을 추격하기보다는 특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우주 스타트업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그는 “나라스페이스, 이노스페이스, 컨텍, 루미르 등 다양한 기업이 생겨나고 있으며, 생태계 확장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CEO로서 가장 큰 고민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은 직원이자 고객이며, 어떤 문제도 혼자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공계 인재 부족 역시 우려를 표하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공계 인재와 역량이 필요하다. 인재들이 의료계로만 몰리는 현실은 장기적으로 위험하다”고 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외국인을 채용할 수 없는 점도 한계로 작용한다. 그는 “방산·국가핵심 기술 분야 기업이기 때문에 인적 분리가 어려운 500여명 규모의 기업으로서는 외국인 고용이 사실상 어렵다”고 전했다.
  • ▲ ㈜쎄트렉아이가 만든 중소형 지구관측 위성.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가 자체 설계와 기술로 만든 위성에 대해 제작과정과 발사, 위성에서 보내온 자료의 활용도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 ㈜쎄트렉아이가 만든 중소형 지구관측 위성.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가 자체 설계와 기술로 만든 위성에 대해 제작과정과 발사, 위성에서 보내온 자료의 활용도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김 대표는 향후 10년간 우주 산업의 키워드로 ‘우주 인터넷’과 ‘화성 탐사’, ‘민간 우주정거장’ 등을 꼽았다. “스타링크로 대표되는 우주 인터넷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자율주행차, 드론, 개인 단말기까지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고 했다. 

    또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이 퇴역 수순에 들어가면서 민간 우주정거장이 새로운 우주 인프라로 사용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쎄트렉아이의 중장기 전략은 ‘정확한 정보 제공 기업’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위성을 만들기보다, 위성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김 대표는 “단순 기술을 넘어 실질적인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진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이런 메시지를 건넸다. “우주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 삶에 들어와 있고,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젊은 세대들이 우주와 이공계에 관심을 두고 도전해주길 바랍니다. 그게 우리 산업의 미래입니다.”

    정형식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팀장은 “최근 10년간의 대전광역시의 수출 실적 상위 품목에 ‘우주선(인공위성 등)’이 등장했다”며 “수출 품목 다변화가 우리 경제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만큼, 항공·우주 산업은 한국 수출의 미래를 견인할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무역협회는 지난해 쎄트렉아이를 이사상사로 선임한 데 이어, 앞으로도 항공·우주 산업의 수출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 ㈜쎄트렉아이의 국내외 30개 우주사업 참여 리스트.ⓒ㈜쎄트렉아이
    ▲ ㈜쎄트렉아이의 국내외 30개 우주사업 참여 리스트.ⓒ㈜쎄트렉아이
    한편 KAIST에서 출발한 최강 스타트업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개발한 핵심인력이 1999년 12월 29일에 설립한 ㈜쎄트렉아이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우주개발 선도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우주에서 검증된 위성체계 개발 능력을 보유한 국내 유일 기업이다.

    이 회사는 위성 본체, 전자광학 탑재체, 지상국 시스템(3대 핵심기술 보유)을 포함한 지구관측 위성체계를 개발하며, 인공지능 기반 영상분석 솔루션도 제공한다. 쎄트렉아이는 2008년 11월 28일, 국내 최초 우주 분야의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우주 산업 분야의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매출은 약 1713억 원, 임직원 수는 약 480명이며, 주요 사업 분야는 위성체계 개발, 위성영상 공급 서비스, AI 기반 영상분석 등이다. 국내 최초로 인공위성 수출을 달성했으며,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 위성 및 핵심부품을 공급했다. 2025년에는 자체 개발한 중형 지구관측 위성 ‘SpaceEye-T’를 성공적으로 발사해 25㎝급 초고해상도 영상을 확보했다. 

    한국군 정찰위성 ‘425 사업’의 지상체를 개발하는 등 국방 분야에서도 기여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3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