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확대에도 민생 외면” 지적…“선거 겨냥한 행보” 논란“최저임금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돼 재검토 요구”충남도, 소상공인 13만명에 ‘50만원’씩 긴급지원과 ‘대조적’
  •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 1월 2일 2025년 새해 첫 공식 일정으로 청주시 내덕동에 위치한 ‘일하는 밥퍼’ 현장을 찾고 있다.ⓒ충북도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 1월 2일 2025년 새해 첫 공식 일정으로 청주시 내덕동에 위치한 ‘일하는 밥퍼’ 현장을 찾고 있다.ⓒ충북도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강하게 추진하는 ‘일하는 밥퍼’ 사업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도의회가 이 사업의 추가경정예산을 일부 삭감한 가운데, 특정 사업에 집중하는 도지사의 행보가 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이와 관련해 최저임금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며 “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충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는 지난 13일 도가 제출한 1차 추경 예산안 중 ‘일하는 밥퍼’ 사업 지원비 42억5천만 원 중 15억6천만 원을 삭감했다. 정복위는 사업의 취지와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충분한 운영 경험 없이 예산을 급격히 확대하는 데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따라 도가 계획했던 사업량 확대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일하는 밥퍼’ 사업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령 취약계층에게 시장에서 유통되는 농산물 전처리 작업을 맡기고, 그 대가로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하는 생산적 복지정책이다. 올해 본예산에서 7억 원이 편성됐던 이 사업은 추경을 통해 10배 가까운 75억 원으로 늘어날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 지사가 이 사업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일하는 밥퍼’ 관련 일정만 33차례 소화하며, 도정 주요 현안보다 이 사업에 편중된 일정을 보였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도시근로자·농부 문제나 청주공항 민간전용 활주로 신설 등 도정 핵심 과제 관련 일정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이러한 김 지사의 행보에 대해 “표를 의식한 정치행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하는 밥퍼’ 참여자의 상당수가 60대 이상으로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계층이라는 점에서, 특정 유권자층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지사는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격려하고, 자신이 작사한 ‘일하는 밥퍼’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도청 내부에서는 “표를 의식한 행보”라는 냉소적 반응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조차도 “60대 이상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많은 데 왜 이렇게 김 지사가 일하는 밥퍼에 몰방하는 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특히 일하는 밥퍼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기존 업체의 일감을 빼앗는 것은 아닌지, 특정 업체에 특혜가 주어지는 것은 아닌지, 선거법 위반 소지는 없는지 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우려를 충분히 해소한 뒤 사업을 확대해도 늦지 않을 텐데, 이렇게 서둘러 추진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상식(청주 9) 충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장은 “지사가 사업에 대해 점검 차원에서 작업장을 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횟수가 과하다면 문제”라고 질타했다. 이어 “도민들께서 엄중한 시국에 어려운 경제상황에 직면해 있는데 밥퍼에만 매진하는 것이 맞느냐”며 “그 시간에 소상공인·중소기업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선영 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특정 사업에 이례적으로 예산을 집중하고, 도지사가 직접 나서서 지나치게 방문하는 모습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며 “선거를 염두에 둔 선심성 사업이라는 논란이 지속할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최저임금법 위반 가능성도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29일 성명을 통해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일하는 사람’에게는 법정 최저임금 이상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 사업은 참가자들에게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하고 있으며, 시간당 지급 금액도 최저임금(9860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소상공인의 영리·수익 사업을 위한 노동력을 복지사업으로 포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노령 취약계층에게 법 이하의 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노동 착취”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충북도가 법률에 맞게 사업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급여지원을 현금으로 조정하고, 최저임금 수준을 맞추도록 요구했다.

    도의회는 ‘일하는 밥퍼’뿐만 아니라 김 지사의 또 다른 역점사업인 ‘문화의 바다 그랜드 프로젝트’ 관련 예산도 삭감했다. 

    행정문화위원회는 △도청 본관 문화공간 활용 사업(1억 원) △당산공원 접근성 개선 사업(5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산업경제위원회도 졸속 추진 논란이 일고 있는 도립 파크골프장 관련 예산을 일부 삭감했다. 

    반면, 충남도는 지난 1월 545억 원을 투입해 소상공인 지원(13만 명에 50만 원씩 지원) 정책을 추진한 것과 대조적이다. 충남도는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확대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활성화 지원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포함한 이번 정책은 도내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충북도의 예산 편성과 비교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지사의 ‘일하는 밥퍼’ 사업이 참모들을 총동원해 의원들을 설득해 예산안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특정 계층을 겨냥한 선심성 사업’이라는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속에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이 더 시급하다는 점에서, 충북도의회와 충북시민사회는 정책의 균형과 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편 충북도의 추가경정 예산안은 오는 1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를 거쳐 21일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