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철학 담은 스토리텔링 전통주…유기농 원료로 국내외 시장 개척“술,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신뢰·소통 위한 문화적, 역사‧문화 전달 매개체”전통주 세계화 목표…일본·중국·호주·미국 등 ‘8개국에 수출’“막걸리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추진…전통주 문화의 가치 세계에 알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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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호 ㈜조은술 세종 대표가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충북 청주의 한 전통주 양조장이 한국 전통주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있다.유기농 쌀만을 사용하고, 역사와 철학을 담은 스토리텔링으로 술을 빚으며 전통주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조은술 세종(대표이사 경기호, 충북 청주시 청원구 사천로 18번길 5-2)의 이야기다.경기호 대표는 “창업 당시, 청주에는 양조장이 하나도 없었다”며 “전통주 유통을 하다가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유통과 제조를 모두 경험한 그는 사라진 청주의 전통주 문화를 되살리고자 양조장을 설립했다.그러나 당시 전통주 시장은 점차 축소되는 추세였고, ‘하향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모두가 떠나는 시장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우려 속에서도 그는 기회를 보았다.그는 “우리나라에는 막걸리, 약주, 청주, 과실주, 증류주, 기타 주류 등 여섯 가지의 전통주가 있다. 현재 전통주는 단순한 주류가 아니라 문화와 스토리를 담아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전통주가 단순한 술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점을 강조하며, 조은술 세종이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더욱 의미 있는 제품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조은술 세종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술 문화를 바꾸고자 한다.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문화를 담은 발효 음식이라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우리나라는 전통주에 대한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아직 이를 제대로 상품화하지 못했죠. 이제는 전통주도 ‘문화 상품’으로서 접근해야 합니다.”◇세종대왕의 철학 담은 술 ‘이도’‘이도(李祹)’는 세종대왕의 철학과 역사적 의미를 담아 기획된 전통주다. 이 술은 단순한 알코올음료가 아니라, 제품마다 세종대왕의 업적과 가치관을 반영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먼저, 22도의 ‘등용주’는 세종대왕이 22세에 왕위에 오른 것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이는 취업이나 승진을 앞둔 이들에게 성공을 기원하는 술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응원의 의미를 담은 이 술은,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는 선물용 주류로 인기를 끌고 있다. -
- ▲ 경기호 ㈜조은술 세종 대표 뒤 책상에 대통령상 수상 기록이 세워져 있는 가운데 ‘이도 42’제조 과정과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25도의 ‘소통주’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해 백성과의 소통을 넓혔던 의미를 담아 제작됐다. 이는 단순한 주류가 아니라, 사람들 간의 원활한 소통과 관계 형성을 위한 매개체로 활용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유대감이 더욱 강조되는 만큼 이 술은 중요한 모임이나 기념일에 의미 있는 선택이 되고 있다.32도의 ‘승승장구주’는 세종대왕이 32년간 재위하며 정치, 경제,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긴 업적을 기리는 술이다. 이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들에게 응원의 의미를 담아 선물하기 좋은 술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 행사, 취임식, 성공적인 프로젝트 완료 기념 등의 자리에서 많이 찾고 있다.42도의 ‘세종주’는 세종대왕이 생전 ‘이도’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점에서 착안해 제작됐다. 이는 그의 리더십과 철학을 기리는 의미를 담아 특별한 자리에서 마실 수 있도록 기획됐다.마지막으로, ‘이도 49’는 세종대왕의 지혜와 리더십을 기념하며 만들어진 술이다. 49%의 높은 도수를 지닌 이 술은 세종의 강인한 결단력과 혁신적인 정신을 상징한다. 깊고 강렬한 풍미를 자랑하는 ‘이도 49’는 중요한 기념일이나 특별한 자리를 더욱 빛내는 술로 자리 잡고 있다.“이도 49는 세종대왕의 통찰력과 강한 리더십을 담은 술입니다.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을 자랑하며,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보여주는 제품이죠.”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물인 세종대왕을 상징하는 이 술은 해외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한국의 정체성을 담아낸 대표적인 고급 증류주로 평가받고 있다.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우리나라에서 농식품부가 주관하는 전국 우리술 품평회(2024)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전국에서 6개 주종별 대상을 선정한 후, 그중 한 종만 대통령상을 받을 수 있는데, 우리가 수상했죠.”전통주 산업이 쇠퇴하는 가운데서도 그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갔다. 현재 그는 다양한 전통주를 생산하며 전통주 시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 ▲ 경기호 ㈜조은술 세종 대표가 일제시대 사용했던 술독에서 숙성된 전통주를 살펴보고 있다.ⓒ김정원 기자
“현재 저희 양조장은 40여 종의 다양한 전통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막걸리부터 증류주까지 다양한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고 있습니다.”전통주 산업이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우리나라 전통주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느냐죠. 저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통주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의미 있는 문화 상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경기호 대표는 “술은 단순히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신뢰와 소통을 위한 문화적 매개체다. 과거 조선 시대에 장수가 전장에 나설 때 왕이 직접 술을 따라주며 무사 귀환을 기원했던 것처럼, 술은 사람 간의 신뢰를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이어 “우리가 만든 전통주는 단순한 주류가 아니라, 문화를 담고 있는 유산”이라며 “전통을 지키되 현대적 감각을 더 해 한국의 자긍심을 높이는 술을 만들겠다”고 전했다.◇전통주, 글로벌 시장서 ‘경쟁력 확보’조은술 세종은 전통주의 세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일본,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태국, 호주, 미국 등 8개국에 수출 중이며, 해외 시장에서도 한국 전통주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경기호 대표는 “한류가 확산하면서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제 전통주도 단순한 주류가 아닌 ‘문화 상품’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소비자가 전통주의 가치와 의미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 경기호 ㈜조은술 세종 대표가 ‘이도 42’등을 생산하는 증류기계 앞에서 생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경 대표는 전통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계약재배한 유기농 쌀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환경 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조은술 세종은 ‘충청북도 6차 산업 인증 1호 기업’으로 선정돼 원료 재배부터 가공, 유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유기농 농업을 확장하려면 소비가 따라줘야 합니다. 전통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를 담은 중요한 자산입니다.”◇막걸리,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추진경기호 대표는 전통 막걸리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한국막걸리협회 회장을 맡은 그는 “막걸리는 단순한 주류가 아니라 김치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문화유산”이라며 “이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도록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조은술 세종은 2023~2024년 청주에서 열린 막걸리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이를 글로벌 축제로 확대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그는 “막걸리 축제는 단순한 술 축제가 아니다”며 “우리 전통의 가치를 알리고,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조은술 세종은 앞으로도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새로운 주류 문화를 만들어가며, 전통주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예정이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한 새로운 전통주의 길을 열어가는 조은술 세종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무역협회 김희영 충북지역본부장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의 소주, 맥주 등 술 문화는 이미 전 세계에 소개되고 있다”며 “한국의 역사적 사실과 현재를 잊는 ㈜조은술 세종의 스토리텔링 기법은 한국 전통주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