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힐링을 즐길 수 있는 휴양단지[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괴산군 편
  • ▲ 성불산 1봉에서 바라본 최고봉(좌)·3봉(중)·2봉(좌).ⓒ진경수 山 애호가
    ▲ 성불산 1봉에서 바라본 최고봉(좌)·3봉(중)·2봉(좌).ⓒ진경수 山 애호가
    성불산(成佛山, 해발 530m)은 충북 괴산군 감물면 오성리와 가곡리 사이를 꿈틀거리며 지나가는 산이다. 이 산에는 성불사(成佛寺) 터가 남아 있으며, 현재 ‘성불산 성불사’는 괴산읍 검승리에 위치한다.

    갑진년 설날 연휴 마지막 날에 성불산을 오르기 위해 ‘성불산산림휴양단지’의 관리사무소 옆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 휴양단지는 생태공원, 숲관광메가시티, 미선향테마파크, 생태숲학습관, 산림문화휴양관, 한옥체험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소형주차장 맞은편 목교를 지나면 ‘성불산 등산로 종합안내도’와 이정표를 만난다. 이정표의 안내에 따라 좌측으로 약간 이동해 거칠고 가파른 산길을 치고 오른다. 밧줄이 늘어져 있기는 하지만, 무심하게 지나고 나서 산허리를 휘돌아간다.

    이어 ‘성불산’ 이정표를 만나면서부터 낙엽이 깔린 가파른 활엽수 지대의 능선을 탄다. 희미하게 내려앉은 안개를 뚫고 나온 아침 햇살이 산길을 비스듬히 비춘다. 단조로운 낙엽들이 귀한 손님을 맞듯 깔끔한 빛깔로 변신하고, 산길은 울퉁불퉁한 근육질을 뽐낸다.
  • ▲ 촌철살인 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촌철살인 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고도가 높아질수록 앙상한 숲길에는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소나무가 눈에 띄게 출현한다. 산허리에 분포된 진달래 가지 끝마다 꽃망울이 성급하게 생겨나기 시작한다. 따뜻한 봄날이 왔을 때 이 능선이 연분홍 저고리를 입고 춤추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추운 겨울에 숨죽이고 있던 진달래는 새봄이 오면 앙상한 가지에 다시 꽃을 피우고 잎을 돋는다. 그러나 우리네 삶은 싱싱한 잎과 아름다운 꽃을 떨구고 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그러하기에 유한한 삶을 소중히 여겨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

    기세 당당하게 계속되던 오르막 산길은 주차장 기점 0.65㎞ 지점의 ‘소나무 쉼터’에 이르러 한풀 꺾인다. 이곳에서 거친 숨을 고르고 메마른 목을 적신다.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초록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소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완만한 산길을 오른다.

    다정하게 나란히 서 있는 ‘부부바위’를 지나자마자 날카로움을 드러내고 있는 집채만 한 바위를 만난다. 바위 옆으로 뾰족하게 나온 창끝 바위와 바위 틈새에 삶의 둥지를 튼 소나무가 예술적이다. 이 바위를 이름하여 ‘촌철살인(寸鐵殺人) 바위’라고 부르기로 한다.
  • ▲ 소나무와 진달래 군락지.ⓒ진경수 山 애호가
    ▲ 소나무와 진달래 군락지.ⓒ진경수 山 애호가
    이후 소나무와 진달래 군락지가 펼쳐진다. 그 속으로 드문드문 누운 바위들이 단조로움을 누그러뜨리고, 선 바위들은 밝은 촛불이 되어 진달래꽃이 만발하기를 기원한다. 소나무 아래로 빽빽하게 들어찬 진달래 군락지 사이에 통과해 산을 오르면서 봄기운을 느낀다.

    한동안 계속된 오름세가 끝나면서 달천과 제월리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조망처에 이른다. 네 그루의 소나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그 사이로 고개를 기웃거리며 간신히 조망한다. 능선을 따라 평탄한 길을 조금 이동하자 힘없이 바위에 기대고 있는 ‘성글산·기곡마을’ 이정표를 지난다.

    이후 하얀 잔설이 드물게 있는 구릉에 올라서자 성불산 1봉이 반긴다. 작은 돌탑과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휴양림의 사방댐에서 올라오는 등산코스와 합류된다. 이곳에서 성불산 정상까지는 1.1㎞를 더 이동해야 한다.
  • ▲ 도덕산(좌)과 성불산 1봉(우).ⓒ진경수 山 애호가
    ▲ 도덕산(좌)과 성불산 1봉(우).ⓒ진경수 山 애호가
    성불산 1봉에서 지난 2017년 4월에 발생한 참혹한 산불의 상흔을 발견할 수 있다. 아직도 그날의 아픔을 간직한 채 그때 그 자리를 지키며 쓸쓸하고 고독하게 서 있는 고사목은 여전하다.

    2019년에 이곳을 찾았을 때 산불의 흔적이 너무나 역력해 불타버린 생명의 고통에 가슴 아픈 기억이 있었다. 그때 비하면 지금은 새로운 숲이 많이 생겨나 있어 제법 제자리를 잡아가는 듯하여 기쁘기 한량없다.

    이곳에서 산허리로 이어지는 데크 길과 휴양단지 일대, 그리고 앞으로 지나가야 할 성불산 2, 3봉과 최고봉, 그리고 그들을 잇는 유연한 능선을 조망한다.

    능선을 내려가는가 싶으면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며 성불산 2봉으로 이동한다. 능선은 흙길과 바윗길이 교대로 반복된다. 숨 막히게 펼쳐진 전경에 넋을 잃고 빠져드니 이동하는 시간보다 멈추고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 ▲ 성불산 2봉.ⓒ진경수 山 애호가
    ▲ 성불산 2봉.ⓒ진경수 山 애호가
    성불산 1봉에서 2봉으로 이동하면서 사방으로 거침없이 내달리는 시선에 마음까지도 텅 비워지는 듯하다. 오늘도 ‘도리(道理)를 지키는 것이 순탄한 삶이고, 겸손(謙遜)할 줄 아는 것이 성공하는 삶’이라는 것을 자연에서 배운다.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면 좌측으로 도덕산과 우측으로 새로운 탄생이 분주하게 일어나는 성불산 1봉, 그 뒤로 괴산읍 제월리 일대를 조망한다. 능선 아래로 시선을 돌리면 휴양단지가 계곡으로 따라 길게 들어서 있다.

    성불산 1봉과 2봉 사이의 거리는 약 0.5㎞이다. 그 중간쯤부터는 능선길이 바윗길로 얼굴을 바꾼다. 능선의 좌측에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고, 우측에는 깎아지른 암봉의 속살이 희멀겋게 드러난다. 절벽에 남아 있는 고사목이 고통의 몸부림으로 인간에게 호소하는 듯하다.

    성불산 2봉에 이르니 돌멩이와 이정표, 고사목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 0.1㎞의 짧은 거리이지만 성불산 3봉까지 거칠고 험한 암릉과 밧줄 구간을 이동한다. 가던 발길을 잠시 멈추고 2봉을 바라보니 능선의 절벽이 빚어내는 절경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 ▲ 성불산 3봉.ⓒ진경수 山 애호가
    ▲ 성불산 3봉.ⓒ진경수 山 애호가
    성불산 3봉에는 이정표와 큰 돌탑이 있고, 데크 전망대가 휴양림 방향의 절벽에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성불산 최고봉, 북동쪽으로 박달산, 동쪽으로 신선봉과 조령산, 남쪽으로 군자산과 비학산, 남서쪽으로 도덕산을 조망한다.

    부드러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맑고 신선한 공기를 코로 실컷 들이키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고 풍요로운 자연의 이익을 받는다. 이 순간에 얼마 전에 탈고하고 세상의 빛을 만나기 위해 태동을 시작한 ‘나답게 사는 행복’(좋은땅 출판사)의 한 내용이 떠오른다.

    ‘나답게 사는 행복한 삶은 지족(知足)할 줄 아는 것이고, 나답게 사는 즐거운 삶은 아름다운 동행(同行)이다’라고 말이다. 지금 작지만,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큰 행복을 느낀다. 나를 위하되 나만을 위하지 않는 삶, 그것이 진정으로 ‘나답게 사는 행복’이 아닐까 싶다.
  • ▲ 성불산 최고봉.ⓒ진경수 山 애호가
    ▲ 성불산 최고봉.ⓒ진경수 山 애호가
    성불산 3봉에서 0.5㎞ 전방에 있는 최고봉을 향해 돌길을 하행한다. 그늘진 산길에는 미처 녹지 않은 잔설이 긴장을 고조시킨다. 안부에 도착하니 암벽을 배경으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암벽에 매달린 밧줄을 잡고 올라도 되지만, 이번 산행은 좌측으로 우회하기로 한다.

    이곳에서 성불산 최고봉을 다녀와서 휴양림으로 하행하게 된다. 눈 덮인 산비탈을 조심해서 우회하여 능선에 이르니, 커다란 바위가 앞을 막아선다. 우측으로 돌아가 일주문을 이루는 두 바위 사이를 통과하자 곧바로 ‘통천문(通天門) 바위’를 만난다.

    이어서 경사진 암반에 몸을 옆으로 누운 채 사는 소나무를 지나 암반을 오른다. 암릉을 걷다가 짧은 ‘칼날 능선’을 건너 잔설이 있는 암릉으로 하행한다. 이후 가파른 돌길을 지그재그로 오르면서 지나온 능선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최고봉에 닿는다.
  • ▲ 낙엽송 군락지.ⓒ진경수 山 애호가
    ▲ 낙엽송 군락지.ⓒ진경수 山 애호가
    최고봉에는 큰 돌탑과 정상석, 이정표가 있고 조망은 없다. 정상석에는 0.2㎞ 아래에 성불사터가 있다고 표시되어 있지만, 등산로를 찾을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을 간직한 채 안부로 하행한다. 안부에서 가파른 계단을 한참을 내려가다가 산객들을 만나 새해 인사를 나눈다.

    성불산 정상에서 0.7㎞를 하행하자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우측의 휴양림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산허리를 휘돌아가는 산책길은 잘 닦아져 있다.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산의 생김대로 물처럼 바람처럼 발길을 딛는다.

    ‘수석전시관’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짙푸른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자란 낙엽송 군락지를 걷는다. 이런 자연의 기운을 온새미로 받아 갑진년을 사는 동시대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한다. 길옆 산비탈에 자라고 있는 파릇파릇한 애송들이 지난 화마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 ▲ 성불산 1. 2봉 사이의 산허리를 잇는 데크 길.ⓒ진경수 山 애호가
    ▲ 성불산 1. 2봉 사이의 산허리를 잇는 데크 길.ⓒ진경수 山 애호가
    휴양림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성불산 1, 2봉 사이의 능선을 바라보면 데크 길을 걷는다. 이처럼 속살을 속속들이 들려다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벌거벗은 산이 온갖 초목들로 산을 덮기 시작한다. 자연은 서두르는 법이 없지만, 게으르지도 않다. 오히려 인간이 발묘조장(拔苗助長)한다.

    조만간 무성한 초목이 산을 신비스러운 생명이 탄생하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숲으로 바꿀 것이다. 이렇듯 우리네 삶 속에서 겪는 지금의 환난은 때가 되면 구름이 걷히듯 사라질 것이다. 그것은 단지 인생이란 장막극을 이루는 하나의 막에 불과하다.

    데크 길 끝자락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휴양단지를 조망하고, 전망대 아래 휴양림 방향으로 하행한다. 소나무 숲으로 덮인 거칠고 가파른 바윗길을 조심해서 하행한다. 0.3㎞ 정도를 내려와 오른쪽 날개를 잃은 이정표 방향으로 방향을 틀어 하행한다.

    생기 넘치는 청춘을 만드는 신선한 공기가 가득한 소나무 숲을 빠져나가자 바위 절벽에 걸쳐 있는 짧은 잔도(棧道)를 걷는다. 장엄하게 우뚝 솟은 암벽을 지나서 산비탈을 이동한다. 이어 휴양림(0.3㎞)과 1봉(0.3㎞)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 ▲ 사방댐으로 이어지는 소나무숲 감상로.ⓒ진경수 山 애호가
    ▲ 사방댐으로 이어지는 소나무숲 감상로.ⓒ진경수 山 애호가
    갈림길에서 휴양림 방향으로 하행을 이어간다. 가파른 돌길을 내려오는 내내 연초록에서 진초록으로 여러 단계의 빛의 농도를 띠는 소나무 숲의 향연에 발걸음이 저절로 춤을 추는 듯하다. 소나무 솔잎 자체가 갖는 색깔과 더불어 빛의 투영이 솔잎의 색상을 더욱 찬란하게 한다.

    이처럼 우리의 눈부시게 찬란한 성과 뒤에는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이 존재했다. 그러하기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하고, 그것을 넘치기 전에 베풀어야 한다. 세상에서 홀로 행복한 것보다 함께할 때 더 행복할 수 있다. 그것이 진정으로 ‘나답게 사는 행복’일 것이다.

    소나무 숲을 나오면 짙은 에메랄드 빛깔의 사방댐을 만난다. 목교를 지나면서 고요한 연못에 비추어진 산과 숲의 모양 속으로 나를 투영해 본다. 사방댐 표지석을 지나 포장길을 걸어 주차장에 닿는다.

    이번 산행은 ‘소형주차장~소나무 쉼터~1봉~2봉~3봉~안부 세거리~성불산 최고봉~안부 세거리~휴양림 세거리~산책길~데크길~전망대~소나무길~잔도~소나무길~사방댐~주차장’ 원점회귀 코스의 약 5.44㎞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