湖西의 金剛山이라 불일만큼 아름다워[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남 예산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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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숭산(德崇山, 해발 495m)은 충남 예산군 덕산면 대치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숲과 바위 등 그 모든 자연이 수덕사와 더불어 어우러진 산이다.덕숭산과 수덕사에 얽힌 전설은 다음과 같다. 옛날 수덕도령이 덕숭낭자에게 청혼하자 절을 지어 달라고 했고, 절이 완공되자 약속대로 둘은 혼인하였으나 덕숭낭자는 접촉을 거부했다.수덕도령이 참지 못하고 덕숭낭자를 껴안자 이불과 함께 덕숭낭자는 사라지고 버선만 남았다고 한다. 이후 산은 덕숭낭자라는 관음보살의 화현이 살았다 해 덕숭산으로, 절은 수덕도령이 지었다 해 수덕사로 불리게 됐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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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하면 대중가요 ‘수덕사의 여승’이 떠오르는데, 맺지 못한 사랑으로 출가한 여승을 노래한 가사다. 이 노랫말은 불교에서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큰 뜻을 품고 출가하는 스님들께는 실례가 될 듯싶다.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상가거리를 지나 ‘덕숭산덕숭총림수덕사’의 편액이 붙은 수덕사의 선문(禪門)에 도착한다. 수덕사는 무료입장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난 5월 4일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사찰 문화재 관람료가 폐지됐다.선문을 지나 숲이 우거진 포장길을 따라 가다보면 우측으로 부도전(浮屠殿)을 지난다. 이곳은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안치한 부도가 모여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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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오르면 우측으로 ‘문화관광해설사의 집’을 지나고 곧이어 입석에 새겨진 ‘삼일동안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 백년의 탐물은 하루아침 이슬과 같다네.’라는 글귀가 수행의 참뜻을 일깨운다.커다란 느티나무 뒤로 ‘崇德山修德寺(숭덕산수덕사)’와 ‘東方第一禪院(동방제일선원)’이라 적힌 편액이 붙은 일주문을 통과한다. 좌측으로 수덕사 7층 석탑이 서있는데, 1931년 만공 대선사(滿空 大禪師)께서 건립한 석탑으로 기단부 없이 바로 탑신과 옥개석으로 되어 있다.계단을 올라 불법을 수호하는 두 명의 금강역사를 봉안하고 초서체로 쓴 편액이 달려있는 금강문(金剛門)과 동서남북 사방에서 부처의 법을 지키는 네 수호신을 봉안한 사천왕문(四天王門)을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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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계단 정중앙에는 대리석에 ‘大解脫場(대해탈장)’이라 새겨져 있고, ‘禪之宗刹修德寺(선지종찰수덕사)’와 ‘德崇叢林(덕숭총림)’이라는 편액이 붙은 황하정루(黃河精樓)를 통과한다. 황하정루 입구 좌측에는 ‘코끼리 석등’, 우측에는 ‘포화대상(布袋和尙)’이 위치하고 있다.황화정루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부처님오신날 봉축연등 뒤편으로 대웅전(大雄殿)이 웅장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대웅전에는 석가, 아미타, 약사의 삼존불을 모시고 있고, 국내 현존하는 목조건축물 중 확실한 건립 연대가 밝혀진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1308년, 고려 충렬왕)이다. 대웅전 앞에는 고려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는 삼층석탑이 있다.연등이 달린 마당의 좌측에는 범종각(梵鐘閣), 우측에는 법고각(法鼓閣)이 세워져 있다. 마당 앞 끝자락에는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의자가 마련돼 있어 관광객들이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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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우측으로 지장보살과 시왕을 모신 명부전(冥府殿)이 있고, 그 앞에는 백색 연등이 달려 있다. 대웅전 좌측으로 칠성, 산신, 독성을 모신 삼성각(三聖覺)이 세워져 있다. 삼성각 앞에는 관음보살과 관음 바위가 있다.이제 관음 바위를 지나 심우당(尋牛堂) 옆으로 가면 이정표와 함께 덕숭산 노선안내도가 있다. 담을 따라 돌아나가면 신록이 짙은 계곡을 따라 형성된 계단을 밟으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벽초 스님의 1080계단’를 오르다보면 사면석불(四面石佛)을 만나 합장한다. 다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고 계곡을 잇는 석교(石橋)를 지나 오르면 우측으로 너른 바위를 받치고 있는 석벽(石壁)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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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기점 0.53㎞를 지나면 고스락까지 1.36㎞이다. 이정표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전망대를 만난다. 좌측으로는 암벽 옆으로 형성된 계단, 우측으로는 계곡을 끼고 오르면 만공스님이 주석하던 곳인 소림초당(小林艸堂)에 이른다. 소림초당으로 들어가는 갱진교(更進橋)에는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다시 계단을 오르면 1924년 만공스님이 자연석인 바위를 깎아 조성한 개대한 관음불상를 만난다. 관음불상 우측에는 약수터가 있고, 그 옆에 향운각(香雲閣)이 있는데, 이곳 역시 스님들께서 공부하는 곳이다.다시 계곡을 오르면 바로 위에 만공스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47년에 세운 만공탑을 만난다. 좌우 측면에는 ‘세계일화(世界一花 )’와 백초시불모(百艸是佛母)‘ 등 만공 스님이 직접 쓴 글과 행장(行狀), 법훈(法訓) 등이 새겨져 있다. 만공탑을 올라온 입구 쪽에는 ’참선 바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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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공탑을 출발하여 계단을 몇 발자국 오르면 우측으로 입석이 있고, 그곳에서 좌측으로 길을 따라가면 자연석문인 진여문(眞如門)이 있다. 이 문을 통과하면 굳게 닫힌 진양문(眞楊門)을 만나 다시 등산로로 돌아온다.계단을 힘차게 오르면 우측으로 스님들의 수행공간으로 출입금지를 알리는 선수문(善修門)을 지난다. 당장이라도 계곡으로 굴러 내릴 것 같은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는 나무를 기특하다 칭찬하며 계단을 오르면 묵언정진 중이니 출입을 금지한다는 일광문(日光門)을 지난다.일광문을 지나면 바로 위에 이정표와 해우소가 있다. 그리고 길을 오르면 스님들께서 경작하는 밭을 지난다. 작은 계곡을 건너 바위를 오르면 고스락을 오르는 갈림길을 만난다. 이곳에서 우측 방향, 즉 전월사(轉月舍)가 있는 곳으로 오른다. 이곳에서 고스락까지는 0.7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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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한 길을 걷다가 작은 계곡을 지나서 계단을 오르면 전월사에 도착한다. 석문에는 ‘넘지 마시오’라고 적혀 있다. 그 문구를 보는 순간 몸으로 마음으로 넘지 말아야할 경계를 지키는 것이 도리(道理)임을 깨닫는다.이제 다시 산을 오르는데, 마치 참호를 이동하듯 계단을 오른다. 자연훼손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계단을 오르니 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진 조망점이 있으나 시원치 않다. 잔돌이 많이 널려 있는 구간을 지나 이번에도 이전과 같은 바위 조망점을 만난다. 이 바위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보니 옆으로 자라는 소나무가 압권이다.이제 고스락까지는 0.24㎞가 남았고, 또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니 이번에는 화강암에서 풍화작용으로 떨어져 나온 마사토 구간을 지나 어김없이 나무계단을 오른다. 이어서 ‘노적가리 바위’의 조망점에 이르는데, 이곳에서 숭덕산 고스락과 삼준산 산등성이를 비롯해 덕산면 평야지대를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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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점에서 등산로로 돌아와 무사 산행을 기원하는 ‘촛불 바위’를 지나 산을 오르면 숭덕산 고스락(해발 495m)의 부드러운 형상이 눈에 들어온다. 완만하고 널찍한 고스락에는 고스락 돌이 두 개가 세워져 있다.이곳에서는 고스락 돌 뒤편인 북향으로는 가야산과 원효봉이 뚜렷하게 조망되고, 동향으로는 용봉산과 수암산과 더불어 그 아래 둔리저수지, 그 뒤로 충남도청 신도시가 조망된다. 남향으로는 수덕사와 홍동산, 덕산면 평야가 내려다보이고, 서향으로는 삼준산과 연암산이 조망된다.고스락을 지나 반대편 코스로 하행하는데 이 길 역시 돌계단으로 이어진다. 시간이 갈수록 등산객들로 산길이 북적이고 산비탈 높이 솟은 고래머리를 닮은 큰 바위덩이에는 기념사진 촬영하느라 산객들이 만원이다. 여간해서 차례를 얻기 힘들어 그냥 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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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데크 계단을 내려와 돌길을 하행하면 갈림길에 도착한다. 이후 올랐던 산길을 되돌아 내려가는데 상행 시에 미처 보지 못했던 풍광이 보인다. 깨어진 바위를 보는 순간 깨달음이란 이 돌처럼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암벽 아래로 형성된 산길을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스쳐지나가며 인연을 맺고, 벽초 스님의 1080돌계단을 하행하면 사면불상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염불원을 다녀와서 다시 조사전을 오른다. 두 곳 다 스님들의 수행공간이라 출입할 수 없다.이제 수덕사 경내로 들어와 황하정루와 사천왕문을 통과해 환희대(歡喜臺)를 둘러본다. 입구의 이니보탑(二尼寶塔)과 약수터를 지나 원통보전(圓通寶殿)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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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보전 앞에는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쉼터 정자가 마련되어 있다. 환희대의 기와지붕 위에 자란 풀과 작은 나무들이 세월의 흐름을 말해준다.환희대에서 나와 금강문과 일주문을 통과해 ‘수덕사禪미술관’을 둘러보고 선문을 거쳐 주차장으로 복귀하여 약 6㎞의 산행을 마무리한다.오늘 산행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주차장이 개인소유이기 때문에 경차나 전기자동차의 주차비 할인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