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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트레킹] 보은 속리산 세조길, 속세 찌든 때 ‘씻는 길’

세조, 조카 단종 ‘왕위찬탈’ 무거운 짐 지고 올랐던 길
물 가득 머금 아름다운 법주사 저수지 데크길 ‘환상적’
아름다운 숲‧천왕봉서 쏟아지는 청아한 물소리 장단에 걷기 ‘최적’

입력 2020-02-25 21:23 | 수정 2020-05-06 02:11

▲ 속리산 세조길 중 법주사 저수지 데크길.ⓒ김정원 기자

충북 보은군 속리산 ‘세조길’은 조선시대 왕의 이름만큼이나 품위 있는 길이다. 속세를 떠난 산이라는 뜻의 ‘속리산’은 속세에서 벗어나 마음의 찌든 때를 씻어내는 길로 제격이다. 

조선 8경 중 하나의 명승지로 제2의 금강산으로 불렸던 속리산은 조선 7대 왕인 세조(世祖‧1455~1468), ‘수양대군’의 흔적을 찾아가는 화려하지 않지만, 단아한 길이다. 

‘계유정란’을 일으켜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고 재임기간 내내 죄책감에 시달렸던 세조는 피부병으로 많은 고생을 했다. 세조가 노년에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지고 올랐다가 마음을 씻고 내려왔다는 속리산의 ‘사은순행’ 길은 한번쯤 가보고 싶은 트레킹 코스다.

세조길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보은 속리산IC 또는 국도를 이용해 보은읍을 거쳐 속리산으로 가야 한다.

속리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천년 고찰 ‘법주사(法住寺‧신라 진흥왕 14년‧553년)’ 입구에 600년 된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이 반긴다. 1993년 정이품송은 돌풍으로 인해 좌측 큰 가지가 부러지면서 안타깝게도 좌우 대칭이 깨졌다. 여전히 정이품송은 당시 아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품위 있는 자태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 속리산 세조길의 가을 단풍.ⓒ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정이품송이 돌풍으로 좌측 가지가 부러질 때 아픈 사연은 지역신문사 기자로 근무할 당시 ‘특종’을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이어 북한으로 간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이 동학혁명 100주년 행사를 위해 보은을 찾을 당시 속리산 관광호텔에서 그를 인터뷰했던 기억도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과거 속리산은 전국에서 신혼지로 각광을 받을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였다. 당시 속리산 관광호텔에 ‘파친코’가 들어섰을 만큼 경기가 좋았지만, 지금은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옛 영화를 누린 지역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어 주차장에 승용차를 주차한 뒤 오리숲을 거치면 일주문(호서제일가람)이 나온다. 조금 더 가면 속리산 법주사 입구 못미쳐 첫 번째 세조길에 들어선다. 법주사 정문 우측부터 본격적인 세조길이 시작되는데 소나무와 참나무, 전나무, 단풍나무 등이 일렬종대로 선채 탐방객들을 맞이한다. 

세조길은 문장대 가는 길과 나란히 조성하다보니 중간에 도로와 만나게 되면 포장된 길이  끊겼다가 다시 시작되고 다시 세조길이 이어짐을 알리는 ‘작은 문’이 ‘시작지점’을 알려준다.

▲ 세조가 속리산에서 목욕을 한 뒤 눈병이 나았다는 목욕소.ⓒ김정원 기자

세조길은 바닥에 야자매트가 깔려 있어 흙을 밟지 않고 갈 수 있어 좋다. 이어 법주사 저수지 물막이 둑이 보이고 ‘눈썹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눈썹바위를 지나면 물을 가득 머금은 아름다운 저수지가 눈에 들어오고 좌측 산자락에 조성된 데크길이 저수지와 맞물리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다. 

데크길은 지그재그로 한참을 이어지다가 저수지의 가장자리에는 세조길과 저수지의 물이 찰랑찰랑 손이 닿을 정도로 아주 가까워 땀을 식히며 손을 씻을 수 있다.

계속해 세조길이 이어지다 문장대 길과 만나 조금 더 올라가다보면 계곡을 건너 우측에는 산, 좌측엔 아름답고 깨끗한 계곡을 끼고 데크길이 펼쳐진다. 세조가 법주사에서 국운의 번창 기원을 위한 대법회를 마치고 산에 오르다 ‘목욕소(沐浴沼)’에서 목욕을 한뒤 눈병이 나았다고 한다. 이 곳을 지나 곧 ‘세심정’에 다다르면 세조길은 끝이 난다. 

세조길이 성에 차지 않은 사람들은 복천암을 거쳐 ‘문장대(1054m)’를 오를 수 있고, 세심정 우측으로 올라가면 ‘천왕봉(1057m)’과 신선대를 등반할 수 있다. 

특히 세조길은 법주사 저수지를 지나면 계곡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천왕봉 계곡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청아한 물소리가 계속 이어지면서 계곡의 물소리에 장단을 맞춰 걷다보면 바로 “이 곳이 바로 천국”이라는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 천연기념물 제103호 속리산 정이품송.ⓒ김정원 기자

소나무와 참나무, 고로쇠나무, 단풍나무, 잣나무, 전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울창한 숲에서 내뿜는 피톤치드를 걷는 내내 한껏 들이킬 수 있다. 세조길에는 사계절 푸른 ‘조릿대’가 쫙 깔려 있다.

세심정에 도착해 파전에다 막걸리 한 잔을 들이키면 갈증은 금세 사라진다. 다시 온 길을 되돌아 내려오다 법주사 경내에 들러 천동미륵대불과 대웅전 등을 둘러본 뒤 오리숲을 통과하면 세조길 트레킹 일정은 마무리 된다.

2016년 9월에 개통된 세조길은 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 자연관찰로를 거쳐 법주사(0.8㎞)~대평쉼터(2.2㎞)~세심정(3.5㎞)~복천암(4.0㎞)까지 빠른 걸음으로 1시간, 느린 걸음으로는 1시간 30분 정도면 족하다.

세조길을 걸은 뒤 먹을거리는 ‘산채정식’과 ‘송이백숙’ 등을 호사스럽게 먹을 수 있다. 경희식당, 신라식당(보은읍)의 음식도 유명하다. 보은은 대추의 고장으로 대추가 한창 붉어진 가을에 가면 세조길은 단풍 등 아름다움에 젖어 걷기에 더없이 좋을 듯 싶다.  

▲ 속리산 법주사 청동미륵대불.ⓒ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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