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월송 LH 임대아파트 “LH는 괜찮다는데” 주민은 ‘불안’작년 6월 입주 시작 90% 입주…동대표 구성 후 ‘보상 협상’ LH, 공주 월송 무량판 철근 누락 ‘보강 작업’…10월 초 마무리 국토부 “지하주차장 무량판 기둥 345개 중 154개 전단보강 철근 누락”
  • ▲ 충남 ‘공주 월송 LH 임대아파트’ 지하주차장 무량판에 설치된 보강근.ⓒ김정원 기자
    ▲ 충남 ‘공주 월송 LH 임대아파트’ 지하주차장 무량판에 설치된 보강근.ⓒ김정원 기자
    지하주차장 무량판 철근 누락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충남 ‘공주 월송 LH 임대아파트’. 본보 기자가 찾은 아파트 단지 어린이 놀이터에는 유치원 어린이 4~5명이 교사의 인솔 아래 야외에서 놀이시설을 타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아파트 외형으로 봐서는 전혀 홍역을 치른 아파트로 보이지 않았고, 만나는 주민들도 임대아파트여서 그런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입주민은 무량판 철근 누락 사건을 마치 남의 이야기 하듯 별 관심이 없다는 투로 답변을 했다. 청약경쟁이 치열한 일반 아파트였다면 난리 법석이 났을 텐데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시공을 맡았던 건설업체가 월송 임대아파트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주차장 입구를 막아 놓았고, 2층 지하주차장에는 무량판 철근 누락을 보강할 철근 자재 등을 잔뜩 쌓아 놓은 채 공사 장비와 쇠기둥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시공사는 지하주차장에서 무량판 철근 누락을 보강하기 위해 시멘트 기둥 천장 끝에 설치할 철판(‘◸’ 형태 철판)을 자르는 그라인더 소리가 신경을 자극할 정도로 크게 들렸다. 지하주차장 기둥에는 임시로 설치한 쇠기둥이 곳곳에 세워져 있어 공사가 상당히 진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하주차장 무량판 천정에는 시멘트 기둥 천장 끝부분 네 모서리를 튼튼하게 보강하고 있었다. 지하주차장 무량판에는 직사각형의 시멘트 기둥 천정 끝 부분과 기둥 끝에는 철판을 붙인 뒤 그 위에 여러 개의 철판을 세로형태(‘◸’형태)로 고정시키는 작업이었다. 튼튼해 보이기는 하지만, 천정 끝에 돌출된 보강 철판은 끝도 없이 많았고, 보기에도 흉물스러웠다. 멀쩡한 신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마치 중고자동차 시장에 내놓기 위해 파손된 부위를 고치는 것처럼 보였다.
  • ▲ 충남 ‘공주 월송 LH 임대아파트’지하주차장 무량판에 설치된 보강근이 튼튼해 보이기는 하지만, 보기는 싫다.ⓒ김정원 기자
    ▲ 충남 ‘공주 월송 LH 임대아파트’지하주차장 무량판에 설치된 보강근이 튼튼해 보이기는 하지만, 보기는 싫다.ⓒ김정원 기자
    시공사 한 근로자에게 기자의 신분을 밝히자 “사진 촬영을 하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근로자는 엉뚱한 곳으로, 공사 감독관과 회사 직원이 있다고 해서 가르치는 곳으로 가서 한참 동안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렸지만 허탕을 쳤다.

    본보 기자가 LH 공주 월송 임대아파트 단지를 찾은 8월 31일 오전 11시. 관리사무소 입구 오른쪽 사무실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는 LH 관계자는 보이지 않은 채 임시로 채용한 여직원 1명이 찾아오는 사람을 응대하고 있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지하주차장 무량판 구조부위 중 기둥주변 상부 슬래브의 전단보강 철근 누락과 관련해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LH 관계자에게 물어보라”며 기자의 물음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두 번째 가서야 관리사무소장으로부터 공사 상황과 입주자들의 반응을 겨우 들을 수가 있었다.

    LH 대전충남본부 관계자들은 본보 기자가 전화하면 담당자와 통화가 어렵고, 여러 차례 담당자를 바꿔 준다고 전화를 이리저리 돌리기 일쑤다.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무량판 철근 보강근 누락 사태로 사상 유례 없는 망신을 당한 것은 이해하지만, 일단 ‘전화를 피하고 보자’는 식의 대처가 만연돼 있었다. LH가 한 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입시생들이 가장 부러워했던 공기업이 아닌가.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들이 근무하는 직장이 이 지경이라니 한심하다 못해 측은해 보였다.

    기자가 둘러본 공주 월송 LH 임대아파트는 지하주차장 무량판 기둥(기둥 슬래브 전단보강 철근)이 최대 45%의 철근이 누락된 채 시공된 것과 관련해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9월까지 보강 공사를 끝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 ▲ 충남 ‘공주 월송 LH 임대아파트’지하주차장 무량판 보강근을 만들기 위해 쌓아 놓은 철판.ⓒ김정원 기자
    ▲ 충남 ‘공주 월송 LH 임대아파트’지하주차장 무량판 보강근을 만들기 위해 쌓아 놓은 철판.ⓒ김정원 기자
    앞서 국토교통부(7월 31일)가 발표한 보강 철근이 빠진 공주 월송 A4(국민·영구·행복 820세대)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무량판 기둥 345개 중 154개(45%)에서 전단보강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무량판 철근 누락은 시공 과정에서 현장 근로자의 작업 미숙 등으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고, 시공사는 남영건설, 제일건설, 성원건설, 도림토건이며, 감리는 LH가 직접 맡았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4월 준공됐고, 6월에 입주를 시작해 1일 현재 90%의 입주를 마친 상태다.

    LH 대전세종충남본부는 지하주차장 무량판 구조부위 중 기둥주변 상부 슬래브 부위의 전단보강 철근 설치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콘크리트학회로부터 검증받은 뒤 9월까지 보수‧보강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LH 공주 월송 아파트 입주민들은 제2 인천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국토부가 전수조사를 통해 무량판 철근 누락이 현실로 드러나자 크게 우려하고 있다.

    LH 공주 월송 아파트는 입주민 중 일부 주민들이 임대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관리사무소 한 관계자가 귀띔했다.

    특히 한 입주민들은 “LH 관계자가 보강하면 괜찮다고 하는데 그래도 불안하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기업이 발주해 지은 아파트가 이 정도라니 정말 분통이 터진다”며 울분을 토했다. 
  • ▲ 충남 ‘공주 월송 LH 임대아파트’지하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자동차 통행로가 공사로 인해 막혀 있다.ⓒ김정원 기자
    ▲ 충남 ‘공주 월송 LH 임대아파트’지하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자동차 통행로가 공사로 인해 막혀 있다.ⓒ김정원 기자
    그는 “LH가 발주한 아파트의 부실시공이 드러난 만큼 완벽한 보강은 당연하지만, 정부가 지하주차장 무량판 보강근 누락과 관련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LH 관계자의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지우고, 시공사는 부실공사에 상응하는 페널티는 물론 다시는 공사를 못 하도록 엄벌해야 한다. 그리고 입주민들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한 입주민은 “신문과 방송 등에 우리 아파트가 LH가 부실시공한 사실을 대서특필되면서 부끄럽고 창피해 죽겠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가 여기에 살고 있다고 말 조처 꺼내기 어렵다”고 개탄했다. 

    앞으로 LH 공주 월송 아파트는 전체가 임대아파트로 이달 중 입주자대표회의 구성되면 본격적으로 아파트 무량판 철근 누락과 관련해 보상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만난 LH 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시공업체가 무량판 철근 누락 보강 작업이 한참 진행 중이다. 앞서 주민들에게는 무량판 철근 누락과 관련해 설명했고, 지금도 찾아오는 입주민을 대상으로 설명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9월까지 보강 작업을 끝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파트 입주자 동대표를 뽑고 있지만, 입주자 동대표협의회가 구성되지 않아 보상문제 등은 협의하지 않고 있고, 보상은 당연히 건설업체가 부담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