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사철 피톤치드와 테라핀이 숲속 가득[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남 서천군 편
  • ▲ 산천저수지에서 바라본 희리산.ⓒ진경수 山 애호가
    ▲ 산천저수지에서 바라본 희리산.ⓒ진경수 山 애호가
    희리산(希夷山, 해발 329m)은 충남 서천군 종천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국립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을 품고 있다. 산 전체 나무의 95%가 해송(海松)이어서 사시사철 푸르름을 간직한 생기 넘치는 산이다.

    희리산이란 이름의 유래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으며, 잦은 안개 때문에 산이 늘 흐릿하게 보여 ‘흐릿한 산’이라고 부른 것이 ‘희리산’이 됐다고 전한다.

    해송으로 가득한 희리산 등산로는 피톤치드와 테라핀 등 향기 좋고 살균성도 있는 물질이 풍부하여 심신 이완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번 산행코스는 소형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희리산 1호 쉼터~3호 쉼터, 희리산 고스락, 5호 및 6호 쉼터를 거쳐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산행의 기점은 어업회사법인 명품김㈜(충남 서천군 종천면 희리산길 139) 앞 소형 주차장이다.
  • ▲ 등산로 초입부터 이어지는 울창한 해송 숲.ⓒ진경수 山 애호가
    ▲ 등산로 초입부터 이어지는 울창한 해송 숲.ⓒ진경수 山 애호가
    명풍김 건물 좌측편에 등산로 입구가 있다. 입구에는 빛바랜 등산로 안내판에 세워져 있다. 서천군에서 다시 복구했으면 좋겠다. 이곳부터 완만하게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0.3㎞ 이동하면 고갯마루에서 우측으로 ‘희리산 등산로 입구’ 이정표를 만난다.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자 짧은 계단을 오르고, 이내 하늘을 향해 곧게 자란 해송 숲속의 경사진 산돌길을 오른다. 피톤치드의 혜택을 받으며 등산로 입구 기점 0.8㎞ 지점에 이르면 서천 어메니티 복지마을(0.4㎞)과 희리산 정상(3.4㎞) 갈림길에 이른다.

    이곳의 조망 바위에 서서 동남 방향으로 산천리 마을의 들녘과 산천저수지, 남서 방향으로 하늘과 맞닿은 바다와 고즈넉한 당정리 농촌 들녘을 조망한다.
  • ▲ 서천 어메니티 복지마을 갈림길의 조망 바위에서 바라본 희리산.ⓒ진경수 山 애호가
    ▲ 서천 어메니티 복지마을 갈림길의 조망 바위에서 바라본 희리산.ⓒ진경수 山 애호가
    산천리 마을 향해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거북바위를 지나 해송과 더불어 참나무와 노관주나무가 무성한 숲길에 드문드문 박혀 있는 차돌을 밟으며 이동한다. 가끔 출현하는 회색 바위에 띠 모양을 한 차돌의 신비로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려가는 듯 오르다가 이내 내리막길을 이동하면서 좌측으로 문수산(해발 311)을 조망하고, 우측으로 조망 바위에 걸터앉은 매미 모양을 바위 뒤로 희리산 산등성과 산천저수지를 조망한다.

    등산로 입구 기점 1.7㎞를 이동하여 안부에 이른다. 이곳에서 희리산 휴양림(1.4㎞)과 희리산 정상(2.5㎞) 갈림길의 이정표를 만난다.

    어제 새벽까지 일하고 장거리 이동 운전을 했고, 온습도가 높고 땀을 많이 흘린 탓인지 발걸음이 무척 무겁고 힘들며 속이 메스껍다. 산에 오르기 전에 충분한 휴식으로 체력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후회가 된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말아야겠다.
  • ▲ 1호 쉼터에서 바라본 서해바다.ⓒ진경수 山 애호가
    ▲ 1호 쉼터에서 바라본 서해바다.ⓒ진경수 山 애호가
    안부에서 1호 쉼터를 향해 소나무 밀집도가 점점 높아지는 숲속 아래로 산돌이 깔린 오르막을 오른다. 안부에서 천천히 0.2㎞를 이동하여 작은 빈터 한가운데 뿌리를 드러내고 서 있는 해송 한 그루를 중심으로 작은 해송들이 감싸고 있는 1호 쉼터에 도착한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탁 트인 서해바다를 조망하니 답답한 가슴이 활짝 열린다. 잠시 긴 의자에 누워 휴식을 취해 본다. 서풍이 산들거리며 몸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피곤이 함께 날아가는 듯하고, 가까이서 울어대는 매미들이 잠드는 것을 시샘하는 듯하다. 그리고 서풍에 흐느적대는 솔잎에 반사되는 햇빛이 마치 파도의 은빛 물결을 보는 듯하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다시 2호 쉼터로 이동한다.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에는 소나무가 성글어 뜨거운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는다. 태양에너지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해 이동하는 운동에너지가 더해져 온몸이 불덩이 같다. 1호 쉼터에서 충전한 에너지를 그대로 소진하는 셈이다.
  • ▲ 3호 쉼터에서 4호 쉼터로 오르는 길.ⓒ진경수 山 애호가
    ▲ 3호 쉼터에서 4호 쉼터로 오르는 길.ⓒ진경수 山 애호가
    1호 쉼터에서 약 1.1㎞를 이동하여 2호 쉼터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웃자란 도토리 나뭇가지에 가려진 종천저수지와 서천군노인복지관을 비켜 가며 조망하고 멀리 서해바다도 조망한다. 그리고 긴 의자에 벌러덩 누워 소진한 체력을 다시 보충하는 휴식시간을 갖는다.

    해송의 그늘에서 피톤치드의 샤워를 마치고 다시 해송 숲길을 내려갔다가 계단을 통해 다시 오른다. 약 0.4㎞를 이동하여 3호 쉼터에 도착한다. 이곳은 등산로가 문수산으로도 이어진다. 짧은 거리의 이동과 몸도 이제 자연에 익숙해진 덕택에 그대로 4호 쉼터로 향한다.

    말뚝에 매어진 밧줄을 잡고 경사진 길을 내려가 안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희리산 휴양림(0.2㎞)과 희리산 정상(0.9㎞)의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4호 쉼터를 향해 온순하게 이어지는 해송의 숲길로 계속 오른다.
  • ▲ 5호 쉼터로 가면서 만난 회색 바위에 박힌 차돌의 하얀 선.ⓒ진경수 山 애호가
    ▲ 5호 쉼터로 가면서 만난 회색 바위에 박힌 차돌의 하얀 선.ⓒ진경수 山 애호가
    얌전한 오름과 내림을 반복하면서 해송과 참나무가 어우러진 등산로를 걷는다. 어쩌다가 좌측 나뭇가지 사이로 흥림저수지를 가로지르는 철도를 가까스로 조망한다.

    서해바다로부터 뜨문뜨문 불어오는 가냘픈 바람이 등산로에서 후덥지근하게 올라오는 열기를 데리고 떠나니 고맙기 짝이 없다.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잠깐 뒤를 돌아보니 촘촘하게 들어찬 해송의 갈색 줄기와 청록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

    희리산 고스락을 0.5㎞ 남겨두고 가파른 오르막 돌길을 오른다. 좌측으로 흥림저수지와 철도, 정토사가 소나무 가지 사이로 내려다보인다. 드디어 긴 의자 두 개가 마주 보고 있는 4호 쉼터에 도착한다.

    4호 쉼터에서 몇 발자국 오르면 희리산 고스락(해발 329m)에 도착한다. 고스락 돌은 헬기장으로 인해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바위 위에 올려져 있다. 헬기장을 지나 5호 쉼터로 이동하는데 회색 바위에 박힌 차돌의 하얀 선이 길을 안내한다.
  • ▲ 희리산 6호 쉼터.ⓒ진경수 山 애호가
    ▲ 희리산 6호 쉼터.ⓒ진경수 山 애호가
    희리산 고스락에서 5호 쉼터로 내려가면서 좌측으로 벼 이삭이 익어가기 시작하는 논들과 작은 임야 뒤편으로 금강 줄기가 서해로 이어지는 형상을 어슴푸레하게 조망한다.

    해송보다 참나무가 무성한 숲길을 따라 0.5㎞ 정도를 내려가면 돌탑이 있는 5호 쉼터를 만난다. 자갈이 깔리고 해송이 우거지기 시작한 등산로를 0.2㎞ 하행하면 희리산 자연휴양림(1.14㎞)과 도안리 갈림길(1.0㎞)의 이정표를 지난다.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지는 해송이 서풍을 이기지 못해 비스듬히 허리를 굽힌다. 해송 밑동으로 웃자란 풀숲을 가로질러 이동하다가 자그마한 두 개의 돌탑 사이를 지나서 경사진 길을 오른다.

    이내 해송과 풀숲이 우거진 내리막과 오르막길을 반복하며 5호 쉼터에서 1.1㎞를 하행하면 6호 쉼터에 도착한다. 하행이 주는 여유 덕택에 마지막 쉼터를 쉬지 않고 그냥 지난다.
  • ▲ 6호 쉼터에서 하산하면서 만난 고사리밭.ⓒ진경수 山 애호가
    ▲ 6호 쉼터에서 하산하면서 만난 고사리밭.ⓒ진경수 山 애호가
    6호 쉼터에서 바윗길을 약 0.2㎞를 하행하면 휴양림과 주차장 갈림길을 지난다. 이곳에 있는 조망 바위에 올라서면 산천저수지와 소형 주차장 부근의 명품김과 바다로21 건물이 보인다. 또, 희리산 자락 너머로 서해바다가 조망된다.

    갈림길에서 주차장 방향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자갈길이고 양옆으로는 나지막한 나무와 풀숲을 이루고 있어 강렬한 햇빛을 안고 지그재그로 하행한다. 한여름 강한 햇빛을 가려줄 숲이 얼마나 고마운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이처럼 우리네 삶도 누군가의 그늘 덕택을 받고 살아가면서도 그 고마움을 잊고 산다. 그러나 그 그늘이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그늘의 그리움에 젖는다. 오죽하면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가 있을까?

    한동안 그늘 없는 산길을 하행하여 다시 해송림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우측으로 웃자란 고사리밭을 지난다.
  • ▲ 희리산 날머리 부근의 가파른 해송림.ⓒ진경수 山 애호가
    ▲ 희리산 날머리 부근의 가파른 해송림.ⓒ진경수 山 애호가
    해송림으로 서둘러 들어가 그늘의 덕을 본다. 하늘 높이 치솟은 해송의 매끈한 몸매가 햇빛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해송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연출한 햇빛처럼 필자도 누군가가 빛나는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숨은 조력자가 되고 싶다.

    해송림을 하행하는 구간은 매우 가파른 내리막과 계단이 이어진다. 등산로 옆 소나무 사이사이에 밧줄을 엮어 산행을 돕고 있다. 누군가의 아픔은 또 다른 누군가의 편안함으로 드러나니 대립과 조화가 새로운 신비함을 탄생시킨다.

    해송림 끝자락에 이르니 희리산 등산로 입구 표지판과 희리산 등산안내도를 만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산천저수지 방향으로 이동한다.
  • ▲ 대형 주차장 옆 희리산 공중 화장실.ⓒ진경수 山 애호가
    ▲ 대형 주차장 옆 희리산 공중 화장실.ⓒ진경수 山 애호가
    다리를 건너 희리산 휴양림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소형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소형 주차장에서 명품김 건물을 지나 바다로21 건물 앞에 있는 희리산 공중 화장실로 이동한다.

    화장실 부근에는 흙먼지 털이기와 야외 세면장이 구비돼 있고, 그 옆으로 대형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다른 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편의시설이고, 관리도 잘 돼 있다.

    세면장에서 시원하게 머리를 적시고,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씻은 후, 소형 주차장으로 돌아가 7.18㎞의 한여름 희리산 해송림의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