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1. 갈라파고스 제도는 남아메리카 에콰도르 본토에서 서쪽으로 1000㎞ 떨어진 태평양에 있는 19개의 화산섬과 수많은 암초로 이루어져 있다. 제일 큰 섬이 이사벨라섬이고 적도가 이 섬 북부를 지나간다.

    면적은 전라북도 정도인데 1950년대만 해도 1000여 명 정도의 주민이 살던 조용한 섬이었으나, 생태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1990년대에는 인구 1만명을 넘겼고, 2020년에는 3만명에 이르렀으며 갈수록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섬의 위치가 적도 부근이어서 매우 덥고 강수량 편차가 커서 건조 기후부터 우림 기후까지 모두 나타난다. 이런 연유로 독특한 생태계가 만들어졌는데, 지구 유일 종들이 많아서 생물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섬들 모임이다. 1835년에 찰스 다윈이 영국의 해양탐사선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 제도에 들어가서 동식물의 독립적 진화 경향을 연구하여 진화론의 기틀을 닦은 것으로 유명하다. 

    갈라파고스 제도가 육지로부터 고립되어 동식물 진화의 방향이 달라진 결과 고유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것을 비유해서 이런 고립된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을 ‘갈라파고스화’라고 한다. (나무위키 참고했음)

    #2. 세계 곳곳으로 이민 간 우리 동포들이 고국인 대한민국을 언덕 삼아서 이민지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재외교포 중 우리 말을 쓰고 우리 고유의 풍속을 지키면서 크게 모여 살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중국의 만주 지역인 동북 3성에서 터를 내리고 사는 조선족 동포가 있고, 식민지 시절 무렵부터 일본으로 건너가서 정착한 재일교포도 있다. 또 광복 이후 미국으로 이주하여 LA 등에서 코리아타운을 이루고 살고 있는 재미교포가 있다. 그 외에 유럽, 남미, 러시아 등에도 우리 동포가 많이 이주하여 살고 있다.

    흔히 성장기에 길든 습성이 평생 버리지 못하듯 재외 동포가 현지에 적응하면서도 이주 당시에 가졌던 습성과 이주 당시의 사고방식으로 대를 이어 살아왔다. 이렇게 다른 외부의 요인이 없이 우리 동포끼리 모여 살다 보니 이주 당시의 풍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래서 만주 조선족 동포 사회에서는 1910년대, 재일 교포 사회에서는 1940년대, 재미교포 사회에서는 1970~80년대의 생활풍습이 남아서 그 당시의 풍습을 교포 공동체에서 엿볼 수 있다.

    요즘은 미디어가 발달하여 재외 동포가 고국의 생활 방식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옛날에는 이역만리 타국에서 우리 동포끼리 고립되어 살아가야 해서 이민 갈 당시의 풍습과 사고방식에서 시간이 정지되는 현상을 보인다. 재외 동포 공동체에서 갈라파고스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3. 갈라파고스 현상은 재외 동포 공동체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소위 민주화 세대라는 일부 운동권 정치인들이 이제 50대~70대가 되었음에도 민주 투쟁 당시의 이념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화석처럼 굳어버려 이념의 갈라파고스 현상을 보인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천거되었다가 9시간 만에 자진하여 사퇴한 이래경 씨의 사례가 그렇다. 이 씨의 발언과 SNS 글에서 그는 40~50년 전 독재에 저항하던 시대의 사고의 틀 안에서 굳어버린 심각한 갈라파고스 현상을 보인다. 그가 소셜네트워크에 올린 글을 보면 21세기 자유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

    그는 지난 2월 10일의 페북에서 중국 정찰 풍선을 미국이 격추한 것을 언급하면서 “자폭 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 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이라고 했다. 또 2020년 3월에는 중국 관영매체를 인용해서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라고 했다. 2월 2일 페북에서는 “대한민국은 ‘윤가’ 집단으로 복합위기 누란에 빠졌다, 유일한 길은 윤가 무리를 권력에서 끌어내리는 일뿐”이라고 올렸다. 

    이래경 씨의 글을 보면 일흔을 넘긴 나이임에도 그의 이념적 사고방식은 그의 학창 시절 70년대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이래경 씨는 그가 사는 동안 그가 가진 반미 친북, 종중 이념이 바뀔 것 같지 않다. 

    GDP 3만5000 달러의 10대 경제 선진국, 방위력 6위의 자유대한민국은 이승만으로 대표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국 세대, 박정희로 대표되는 산업화 세대, 3김과 운동권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세대의 공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 중 어느 하나가 빠졌어도 오늘의 풍요로운 대한민국은 없었을 거다.

    86세대로 통칭되는 민주화 운동권 인사들은 그들의 투쟁 이력이 훈장처럼 통하던 시대가 이미 지나갔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들이 추종하던 북한에서는 21세기에도 굶어 죽는 인민이 속출하고, 어린이와 아녀자들이 인신매매에 내몰리고, 어이없는 죄목에 재판 없이 인민들이 처형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북녘 ‘최고 존엄’만 바라보고 사회주의 체제로 나라를 뒤엎을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게 오히려 괴이하다.

    이제 낡아도 너무 낡은 운동권 시절 이념으로 정치하기엔 시대가 너무 많이 바뀌었다. 아직도 민주화 세대임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자리만 지킨다면 국민이 그들을 버릴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말을 빌려 필자는 86세대 운동권 정치인들에게 이렇게 들려주고 싶다. “죽으면 불명예스러우니 운동권 세대의 영광을 지키려면 그냥 사라져라. 죽지 말고 그냥 조용히 사라져라. 다음 시대는 건전한 MZ 세대가 이끌 것이다.” 

    건전하고 바르게 성장한 우리 MZ 세대들이 이념적 갈라파고스에 갇힌 세대들을 압도하여 나라를 이끌 것이고 그들이 G8의 선진국으로 나라를 도약시킬 것이다. 나가자, G8 선진 자유대한민국 건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