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의 매력 간직한 박달산[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괴산군 편
  • ▲ 느릅재에서 박달산 주능선을 오르면서 바라본 주월산.ⓒ진경수 山 애호가
    ▲ 느릅재에서 박달산 주능선을 오르면서 바라본 주월산.ⓒ진경수 山 애호가
    충북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에 자리 잡고 있는 주월산(해발 470m)과 박달산(해발 825m)을 연계 산행한다. 주월산은 매바위 능선으로 등산객들을 사로잡고 있고, 박달산은 훼손되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원시림을 만끽할 수 있는 매력적인 산이다.

    간곡마을회관 앞에서 횡단보도를 이용해 충민로를 건너서 좌측 방향으로 조금 이동한 후, 우측 방향으로 이어지는 주월로를 걷는다. 포장된 주월로를 따라 이동하다보면 좌측에 주월산 고스락 1.4㎞라는 주월산 이정표를 만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주월산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자극하는 풀 향기가 뇌를 행복하게 자극한다. 그 향기가 향긋하다 못해 달콤하고, 달콤하다 못해 상쾌하고, 상쾌하다 못해 맑고 맑다. 오르는 등산로 곳곳에 피어난 야생화들이 봄날의 향연을 온전히 향유하게 한다.
  • ▲ 주월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 주월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등산로는 흙길이고 완만하여 걷기에 많이 힘들지 않다. 약 20분 정도 산을 오르면 전망바위를 만난다. 이 바위 위에서 간곡마을과 방곡저수지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박달산을 조망한다.

    오로지 혼자만의 세상에서 홀로 걷고 있다. 자연을 벗 삼아 걷는 이 순간의 즐거움을 어떤 고상한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듯하다. 그저 희유한 환희라고나 할까. 자연이 주는 그러함이 이토록 편안하게 한다. 향긋한 풀 향기가 진동하는 숲길을 걷다 보면 수줍은 듯 얕은 연분홍 빛깔의 철쭉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돌탑이 보이기 시작하고,  돌탑 뒤에 숨어 있는 주월산 고스락 돌(해발 470m)이 드러난다. 봄의 절정을 흠뻑 느끼는 싱그러운 풀과 꽃향기가 오감을 자극하는 시간을 누린다. 이제 느릅재 방향으로 완만하게 늘어진 능선을 따라 내려간다. 그 길은 한적함이 극에 달하니 문득 고독하다는 느낌까지도 든다.
  • ▲ 고사목과 매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고사목과 매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하행하면서 좌측으로 웅장하게 펼쳐진 박달산 자락을 조망한다. 박달산은 느릅재로 하산한 후, 그곳에서 박달산을 오르게 된다. 이어 널찍한 바위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이곳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주월산 고스락이 조망된다. 이제부터 그리 길지 않은 매바위 암릉 구간이 시작된다.

    안전 밧줄을 만나지만 사용하지 않고도 손쉽게 훌쩍 넘는다. 바위를 오르니 고사목 옆에 매바위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아무리 봐도 매 모양이 보이지 않는다. 고사목과 주변 바위들이 이루는 능선이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낸다. 이곳이 주월산의 백미다.

    두 번째로 만나는 고사목 근처에서 매바위를 바라보니 매의 모습이 보인다. 매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 매서운 눈초리로 사방을 살피고 있다. 짧은 매바위 능선이 끝나면 다시 평범한 흙길의 등산로를 걷는다.
  • ▲ 암벽 위에 앉아서 먹이를 찾는 매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암벽 위에 앉아서 먹이를 찾는 매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소나무 아래에 놓인 평평한 돌이 등산객들의 휴식을 초대하고, 이후 산불초소를 지나서 느릅재를 향해 하행을 계속한다.

    봄 향기를 흠뻑 받으며 걷는 발걸음이 마치 나비가 날개 짓하듯 가뿐하다. 초록색 물감을 발라놓은 듯 캔버스 위에 보라색 물감으로 그려놓은 붓꽃을 액자에 담고 싶다.

    푸른 강물 속을 헤엄쳐 나가는 것 같은 자연의 느낌을 선사한 주월산의 푸른 풀과 나무들에게 감사하며 주월산 산행에 마침표를 던진다.
  • ▲ 주월산 하행하면서 만난 붓꽃.ⓒ진경수 山 애호가
    ▲ 주월산 하행하면서 만난 붓꽃.ⓒ진경수 山 애호가
    느릅재는 해발 296m이며 장연면과 감물면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이곳에서부터 박달산 산행이 시작된다. 수종 개량한 구역을 지나면서 오후의 봄 햇살을 온몸으로 받자니 제법 따갑다. 임도를 가로질러 수종 개량 구역의 경계를 따라 산을 오른다.

    산길의 참나무들이 연두색 새잎을 쏟아내기 시작하니 싱그럽다. 박달산 1지점의 쉼터에 있는 긴 의자가 반갑다. 그에게 잠시 몸을 의지하여 휴식을 취한다.

    흙길을 걷자니 발걸음이 한결 가볍고, 철쭉 군락지에는 철지난 철쭉꽃이 필자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한바탕 오르막을 오르고 나니 박달산 등산 안내도가 설치된 두 번째 쉼터에 도착한다.
  • ▲ 주월산을 하행하면서 바라본 박달산.ⓒ진경수 山 애호가
    ▲ 주월산을 하행하면서 바라본 박달산.ⓒ진경수 山 애호가
    두 번째 쉼터에서 약 0.4㎞를 오르면 740봉 헬기장에 도착한다. 이어서 800봉을 넘으면서 앵두나무 꽃에서 꿀을 찾아 부지런히 일하는 벌의 모습에 넋을 잃고 감상에 젖는다.

    800봉을 하행한 후 다시 박달산 고스락을 향해 산길을 오른다. 산길 곳곳에 새싹이 돋아나고, 작은 생명들이 떼를 지어 기어 다니니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행여나 무심코 내딛는 내 발길에 그것들이 다치거나 생명을 잃으면 어떻게 하나 조바심이 든다.

    드디어 해발 825m의 박달산 고스락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통신중계소가 우뚝 솟아 있고, 고스락 돌과 박달산 대한민국 국기게양대 받침대만 덜렁 남아있어 아쉽다.
  • ▲ 앵두나무 꽃에 꿀을 찾아 부지런히 일하는 벌.ⓒ진경수 山 애호가
    ▲ 앵두나무 꽃에 꿀을 찾아 부지런히 일하는 벌.ⓒ진경수 山 애호가
    박달산 정상에서 약 15분 동안 하행하면 안부에 도착한다. 이정표에서 좌측 방향 간곡마을(이정표 표시 없음)로 하산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달산의 진면목인 피나물 꽃밭이 찬란하게 펼쳐진다.

    꽃길을 따라 하산하는 발걸음이 마치 꿈속을 거니는 것처럼 환상적이다. 극락과 천국이 따로 없고, 바로 이곳이 천상이다. 천상을 주유하는 기분을 어찌 말로 형언할 수 있을까?

    천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다툼과 갈등이 없고 이기적이지도 않으면서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박달산의 숲이 부럽다.
  • ▲ 안부에서 간곡마을로 하산하면서 만나는 피나물 꽃밭.ⓒ진경수 山 애호가
    ▲ 안부에서 간곡마을로 하산하면서 만나는 피나물 꽃밭.ⓒ진경수 山 애호가
    천상의 꽃길을 지나면 본성을 온새미로 지니고 있는 울창한 숲속을 거닌다. 해를 머리에 지고 있는 박달산이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사람의 손길이 미처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순수함이 이 산의 매력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학습을 통해 그 순수성을 잃어간다. 이제 그 순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해야 시작해야 함을 박달산에서 깨닫는다.

    하행하면서 만나는 꿀벌 통이 험준한 바위에 느긋하게 앉아 있다. 벌들이 쉽게 찾아들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한 벌집의 방편이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지키는 길과도 닮았다.
  • ▲ 본성을 온새미로 지니고 있는 울창한 숲.ⓒ진경수 山 애호가
    ▲ 본성을 온새미로 지니고 있는 울창한 숲.ⓒ진경수 山 애호가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울창하고 깊은 숲을 빠져나와 계곡을 건너서 그 계곡을 따라 하행한다. 계곡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고 메말라 있다. 하류로 갈수록 물이 흐르기는 하지만 썩 많은 편은 아니다.

    사방댐을 지나고,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좌측으로 복숭아밭이 보인다. 계곡에서 시멘트 포장된 농로 길로 올라선다. 여기서 좌측 방향으로 하행한다.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농촌 풍경을 감상한다. 복숭아밭에서 농부들이 복숭아꽃 솎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 ▲ 이끼를 잔뜩 머금은 박달산 계곡.ⓒ진경수 山 애호가
    ▲ 이끼를 잔뜩 머금은 박달산 계곡.ⓒ진경수 山 애호가
    세거리 길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잡아 마을로 향한다. 그리고 뒤돌아보면 박달산 능선이 치맛자락처럼 부드럽게 펼쳐진 모습이 속세의 모든 갈등을 다 품고도 여유가 있을 듯하다.

    조망이 뛰어나거나 아름다운 산세지형을 지닌 산도 좋지만 인간의 손길이 아직 미치지 않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체감하는 산행 또한 색다른 묘미를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