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발전소 건립 적극 지원…이주민 원활한 보상 최대한 노력” “30년 소멸지역 인구늘리기 난제…획기적인 중앙정부 정책 절실”
  • ▲ 박세복 영동군수가 지난 6월 14일 양수발전소 영동유치가 확정 발표된 뒤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열린 양수발전소 건설 및 유치지역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영동군
    ▲ 박세복 영동군수가 지난 6월 14일 양수발전소 영동유치가 확정 발표된 뒤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열린 양수발전소 건설 및 유치지역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영동군
    충북 영동군이 군민들이 하나로 뭉쳐 지난 6월 14일 군 설립이래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을 유치하는데 성공하면서 군민들의 자긍심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군민 모두가 1조원이 넘는 국책사업을 영동에 유치한 것을 놓고 ‘모두가 놀랍다’는 반응을 나타내면서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기자가 찾은 영동군청과 지역사회는 영동군 역사 이래 양수발전소 유치라는 전무후무한 큰 대업을 이룩한 열기가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다. 

    영동군민들이 양수발전소에 전폭적으로 힘을 보탠 것은 영동지역이 인구절벽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30년 후에는 소멸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군민들의 위기감과 절박감이 분출된 것이 큰 원동력으로 작동했다.

    지난 8월 28일 영동군수실에서 가진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박세복 영동군수는 양수발전소를 유치해 낸 군민들의 저력에 대한 칭찬은 입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이어졌다.

    박 군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처음부터 전국 8곳 중 다 해줄 수는 없고 군민들의 자발적 유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곳을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잘 알다시피 인구절벽으로 영동군은 물론 옥천, 보은, 단양군 등은 30년 후에는 소멸되는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런 절박한 상황을 군수로서 가만히 앉아서 볼 수만 없었고 양수발전소 유치가 지역발전의 호기가 될 수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 ▲ 박세복 영동군수는 지난 5월 26일 양수발전소 영동유치 범군민 결의대회에서“100년에 한번 찾아올만한 지역발전의 절호의 기회다. 양수발전 유치시 환경피해는 최소화하고 자연은 최대한 보전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발전소 건설로 지역의 새 성장 동력원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영동군
    ▲ 박세복 영동군수는 지난 5월 26일 양수발전소 영동유치 범군민 결의대회에서“100년에 한번 찾아올만한 지역발전의 절호의 기회다. 양수발전 유치시 환경피해는 최소화하고 자연은 최대한 보전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발전소 건설로 지역의 새 성장 동력원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영동군
    그는 “먼저 양수발전소 유치 시 경제유발효과 등 한수원의 설명이 맞는지, 양수발전소가 들어왔을 때 실질적으로 지역에 보탬이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정말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10여 명의 공무원들에게 예천 등 기존의 양수발전소 유치 지역을 방문, 양수발전소 유치가 군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지역발전의 가속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아보도록 했다. 그 결과 양수발전소를 유치할 경우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보고를 받고 군 간부들과 협의한 결과 적극 유치하기로 결정했다”고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양수발전소 유치를 행정기관이 나설 경우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불보듯 뻔해 지혜를 짰다. 영동지역의 사회단체를 하나로 묶어 범군민 양수발전소 유치추진위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45개 영동군 사회단체가 하나로 결집됐고 양무웅 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한 뒤 양수발전소 유치결의대회, 서명운동 등 일사천리로 유치운동을 전개한 결과 성공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박 군수는 “양수발전소 유치는 인구절벽과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영동군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되겠다’는 군민들의 위기감이 절박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급기야 반대보다는 찬성의 목소리가 워낙 크다보니 반대 목소리는 양수발전소 예상지역 이주대상 18가구의 주민들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수원이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결과 영동군이 70%의 찬성 의견이 나와 양수발전소 유치 대상 지역 제1순위 후보로 결정됐다”는 박 군수는 “군민들이 30년 후면 영동군이 소멸된다는 마음속에 담고 있었던 위기감과 절박감이 양수발전소 영동유치라는 대어를 낚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군 행정과 한수원과 협의를 통해 열심히 양수발전소 건립을 지원하겠다. 다만 이주 주민들로부터 애로 사항을 진솔하게 듣고 최선을 다해 애로사항이 없도록 적극 돕겠다. 그리고 군민들과 합심해서 양수발전소 건설을 적극 지원할 범군민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덧붙였다.
  • ▲ 영동군민들은 지난 5월 26일 양수발전소 영동유치 범군민 결의대회에 5000여 명이 넘는 군민들이 영동읍 영동천 둔치에 운집했다. 양수발전소 유치서명운동에 군민 3만2445명이 참여하는 등 양수발전소 유치에 적극 힘을 보탰다. ⓒ영동군
    ▲ 영동군민들은 지난 5월 26일 양수발전소 영동유치 범군민 결의대회에 5000여 명이 넘는 군민들이 영동읍 영동천 둔치에 운집했다. 양수발전소 유치서명운동에 군민 3만2445명이 참여하는 등 양수발전소 유치에 적극 힘을 보탰다. ⓒ영동군
    박 군수는 이주 예상 주민들과 유치이전과 이후에 진솔한 대화를 빼놓지 않았다. 

    박 군수는 “양수발전소 유치로 인해 이주가 예상되는 마을에 이미 선정되기 전부터 영동군이 처한 열악한 실정과 왜 양수발전소를 영동에 유치해야 되는지를 정확하게 말씀드렸다. 그리고 지난 6월 14일 양수발전소 유치 확정 발표와 함께 서울에서 가진 상생협약식을 끝내고 바로 마을 주민들을 찾아 양수발전소 유치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렸다. 조상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떠나게 되는 이주민들은 참으로 속상할 것이다. 이 점 군수로서 마음이 아프고 이들의 눈물을 어떻게 하면 잘 닦아줄 수 있을까하고 고민을 하고 있다. 군수로서 지역이 더 이상 낙후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잖느냐. 결과적으로 양수발전소 유치는 성공했지만 이주민들에게는 참으로 죄송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양수발전소 건립으로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이주민들의 마음이 아프지 않도록 한수원과 원활한 보상 등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이주민들에게 군수를 믿고 저를 따라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면서 “그렇다고 ‘소’가 ‘대’를 위해 희생하라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 이주민들이 이전할 터가 선정되면 찬성과 반대 주민들이 이제는 화합해야 한다. 그리고 이주민들이 어느 곳이든 이주지역을 선택을 할 경우 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시키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최근 수력원자력이 영동에 양수발전소 건립을 위해 1차로 필수 인원을 발령 냈으며 사무실과 거주할 주택을 알아보고 있다. 군은 이들이 거주하고 안정적으로 근무할 곳을 알아봐줄 계획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영동에서 먹고 자고 잘 지낼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박 군수는 양수발전소 유치 성공을 이야기하는 내내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영동군 역사이래 최대 국책사업 유치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는 “양수발전소 건립에 들어가는 예산은 1조1000억 원에서 1조3000억 원이다. 이 예산 중 지역에 떨어지는 돈은 7000억~8000억 원을 예상한다. 또한 양수발전소 건설기간은 12년 정도가 걸리고 빠르면 인허가 기간이 4년 이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공사기간이다. 양수발전소 건설을 시작할 때부터 여기에서 발생하는 경제유발효과가 70%까지 군민들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구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그는 “인구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출산정책을 펼쳐왔으나 어려움이 너무 많다. 영동은 노인인구가 29.8%로 초고령화 사회다. 어른신은 많이 돌아가시고 젊은 친구들은 결혼을 안 하는 사람이 많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고 있는 추세다. 그동안 출산장려 지원책을 많이 내놓았지만 그때만 반짝할 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며 호소했다. 
  • ▲ 박세복 영동군수가 지난 7월 14일 양수발전소 영동 유치가 확정 발표와 함께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상생협약식을 갖고 있다.ⓒ영동군
    ▲ 박세복 영동군수가 지난 7월 14일 양수발전소 영동 유치가 확정 발표와 함께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상생협약식을 갖고 있다.ⓒ영동군
    박 군수는 “인구감소는 영동군뿐만 아니라 전국의 86개 농업군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인구 늘리기 정책은 지자체가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하지만 중앙정부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아이를 낳으면 파격적인 출산지원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요즘 젊은이들이 맞벌이에도 먹고 살기가 빠듯하고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출생부터 획기적으로 개선해줘야 그나마 농업 군으로서의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인구절벽에다 일자리가 없어 대도시로 나가면서 농업군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가 획기적인 인구증가 정책을 펼쳐야 그나마 희망이 있다”는 그는 “영동군 인구 5만 명이 붕괴된데 이어 인구 4만9000명도 무너졌다. 1년에 인구 1000명이 빠져나가는 것은 금방”이라며 인구정책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박 군수는 “유원대학교도 인구절벽 등으로 정원감축 등으로 점점 학교가 더 어려워지며 지역도 함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앙정부가 글로벌 시대에 맞게 획기적인 인구정책을 펼쳐야 한다. 영동군의 환경은 열악하지만, 공직자들이 국비 등의 예산을 확보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등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러나 인구 감소문제는 어떻게 막아낼 방법이 없다. 군수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인구정책”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영동 양수발전소는 설비용량 500MW 규모로 상촌면 고자리 일원이 상부지, 양강면 산막리 일원에서 추진되며 한국수력원자력이 8300여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양수발전소 건설은 1조3500여억 원에 달하는 생산유발효과와 6780여명에 이르는 고용유발효과, 2460여억 원의 소득효과, 4360여억 원의 부가가치효과가 기대된다. 영동 양수발전소는 오는 2024년 5월 본공사에 착수해 2029년 완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