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1. ‘에밀 샹브리’가 1927년에 발간한 이솝우화(Esope. Fables)에 나오는 ‘개구리 임금’ 이야기이다.

    어느 연못에 개구리들이 노래를 부르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노래 부르는 것이 심심해진 개구리들이 어느 날 자기들도 임금님이 있으면 좋겠다며 신께 빌었다. 신은 개구리들의 임금님으로 통나무를 연못에 던져 주었다. 개구리들은 통나무가 노래를 못 한다며 다른 임금님을 원했다. 이번에는 개구리들의 임금으로 두루미를 내려보냈다. 개구리들은 기뻐하며 새 임금님 두루미에게 노래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 청했지만, 두루미가 노래는 안 가르쳐주고 매끼 식사로 개구리들만 잡아먹고 말았다. 이 우화에 이야기를 덧붙여 한국판으로 약간 각색하면 두루미가 개구리 중 말 잘 듣는 녀석들을 골라서 잡아먹지 않고 임금의 개구리로 임명하여 자신의 수발을 들게 하는 거로 마무리할 수 있다. 

    이 이솝우화는 민주주의보다는 강력한 참주를 갈망하던 2000년 전 그리스 시민들의 모습을 풍자한 이야기이다. 오늘날에도 파시즘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되고 있고 불량 권력자에 대한 풍자가 되기도 한다. 애초에 ‘선하고 유능한 개구리 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기도하느니 차라리 개구리 하나하나가 훌륭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도 담고 있다. 그것만이 좋은 개구리 사회를 만드는 길이며, 반대로 개구리 사회가 엉망인 것은 개구리 하나하나의 책임이라는 풍자 교훈을 주고 있다. (나무위키에서 참조했음)

    #2.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이 다가오니까 온 세상이 시끄럽다. 우스개로 천국의 옥황상제도 부러워한다는 대한민국 꿀 권력인 국회의원 자리를 차지하려는 정치꾼들이 사생결단식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조용하면 오히려 이상할 터이다. 국회의원 완장을 한 번 차봤던 사람은 그 권력의 꿀맛을 못 잊어서 다시 그 완장 차려고 대들고, 완장을 안 차본 사람들은 완장 차고 있는 사람들 완장을 뺏으려고 달려드니 선거철이 되면 세상이 더 시끄러운 게다. 

    요즘에는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와 관계가 소원했던 현역들의 공천 탈락으로 더 매우 시끄럽다. 이 소음 사태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여러 가지 상상으로 예측된다. 그냥 예사로이 넘어갈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야당의 공천 파문과 내분 사태를 보면서 딱 맞는 비유는 아닐지라도 엇비슷한 상황인 ‘개구리의 임금’이라는 이솝우화가 떠오르는 게다. 개구리의 임금은 개구리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먹지만, 임금님의 개구리들은 왕으로부터 목숨을 보장받고 있는 격이다.

    야당의 이재명 대표는 이솝우화처럼 신이 보낸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한 뒤 바로 대표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권을 쥐었다. 정치적룰 같이 이어 온 관례와 다르게 보궐선거에 출마하여 국회의원 방탄 완장까지 차지했다. 성남시장, 경기도 지사 시절의 여러 가지 비리 의혹에 걸린 사법 리스크가 불거져 있었음에도 야당은 이재명 대표를 그들의 지도자로 옹립했다.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이 일상적 궤를 벗어났지만, 이 대표를 옹위하는 야당 의원들이 똘똘 뭉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철벽 방어해 왔다. 그렇게 열성적으로 받들면 자기는 공천이 될 거란 착각에 빠졌는지 아무튼 그들은 대표 방호를 열심히 하였다. 하지만 선거가 박두하니까 이재명 대표는 자기편이 아닌 국회의원을 철저히 솎아내고 있다. 개구리를 마구 잡아먹는 두루미가 된 거다.

    #3. 국회의원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완장 권력의 꿀맛에 중독된다. 그 완장을 다시 찰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국회 언저리에서 중독자들처럼 하염없이 맴돈다. 완장을 차고 있는 현역들은 그 꿀 완장을 빼앗기지 않고 마르고 닳도록 차지하려고 당 대표자의 의중에 자신의 영혼을 맡기는 처신도 서슴지 않는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런 행동 모습이 국민의 눈에 훤히 보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들에겐 국가, 국민보다는 차기 공천 보장이 더 절실하다. 그래서 그런 꿀 완장 자리를 보장해 줄 당 대표자는 저절로 막강 절대 권력이 된다.
      
    정당의 목적은 자기 당의 대통령 후보를 내고 당선시켜 국가 권력을 쥐는 일이다. 국민의 절대 지지를 받을 대선 후보를 찾아야 사람들이 모이고 정당에 힘이 실린다. 차기 권력을 차지할 수 있는 인재를 얻는 정당이 힘을 얻고 국민의 관심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지도가 야당에 뒤지던 여당이 골든크로스를 지나 상승 중인 것도 한 비대위원장과 원 전 장관 같은 출중한 대선 후보군이 포진하고 이들이 명성만큼의 역량을 보이기 때문이다. 

    정당에 리더십의 힘이 생기니까 여당의 총선 후보 공천이 물 흐르듯 보인다. 그래서 ‘밋밋하다, 무감동이다’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차기 대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야당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회의원들의 세속적 성향이야 여야 구분 없이 거의 같지만 힘 있는 정당과 리더십이 흔들리는 정당의 내부 사정은 천양지차인 것을 현재의 총선 정국에서 두 거대 정당이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경우 국민의 마음은 어느 편으로 기울 건가는 상식적으로도 판단된다.

    개구리들이 옹립한 두루미 임금이 개구리들을 잡아먹어도 속절없이 당해야 하는 신세를 한탄할 게 아니라 아무래도 전멸하기 전에 연못을 벗어나서 새터를 찾아야 할 거 같다. 연못에는 임금의 개구리들만 남아서 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두루미를 임금으로 잘못 옹립한 대가가 너무 크다. 이솝우화가 참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