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물에 뛴 놈만 대서특필…축구협회 숨는데 ‘천재’
  • ▲ 화투.ⓒ자료 이재룡 칼럼니스트
    ▲ 화투.ⓒ자료 이재룡 칼럼니스트
    “없다.” 돌연변이다. 남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으니 음악가가 되었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색깔을 볼 수 있으니 화가가 되었다. 통칭하여 예술가라고 부른다. 예술은 다투지 않는다. 듣는 것만으로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에 부족하지도 않다. 끝 말이 예쁘다. 가(家). 그렇다. 그것을 전문적으로, 그것에 능하게, 그것을 많이 가진 사람 뒤에 붙어 타고난 DNA에 인내와 인고의 힘을 더하여 영성의 세계로 들어간 그것이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여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킨다. 그것이 무엇인가? 달란트요 바름이다. 절대평가로 탄생한다. 

    ​뛰고 뒹굴다 남의 눈에 띈다. 운동 경기나 기술 따위에서 기량이 뛰어나 많은 사람 가운데에서 대표로 뽑힌 사람을 선수라고 부른다. 이뿐이랴 남들은 찾지 못하는 판을 뛰어넘기에 선수가 된 것이다. 공은 둥글다. 탁구, 볼링, 당구, 농구, 배구 그중에 가장 열광하는 축구는 싸움까지 불사했다. 끝말이 경이롭다. 수(手). 그렇다 남을 휘어잡거나 다루는 힘이 매우 세차니 쪽팔린 건 참지 못한다. 힘을 빼야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골문 앞에서 힘을 잔뜩 주고 던지거나 차면 일명 ‘똥 볼’이 된다. 기량이 무엇인가? 재주요 뺌이다. 상대평가로 탄생한다. 

    꽃들의 싸움(‘花鬪’)에서 딱 하나만 배우자. ‘비풍초똥삼팔 일삼오칠구’ 많이 들어봄 직하고 익숙하다. 화투판에서 타짜 선수들이 나름 개똥철학을 앞세워 버리는 우선순위를 정해 즐겨 쓰는 명언이다. 민화투‧도리짓고땡‧육백‧섰다‧고스톱 어느 하나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싸움이다. 다만 버림의 철학을 깜빡하는 순간 그 한 번의 실수가 인생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 화투판의 진리 ‘낙장불입’이다. 화투장을 들고 있는 힘을 다해 내리치다 판에 손가락이라도 부딪치는 날이면 손가락이 탈구되고 ‘파투(破鬪)’가 된다.  

    ​지금 내 나라 내 조국이 손흥민과 이강인의 탁구 게이트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름하여 예절 타령으로 치닫는 ‘감히?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혹자는 이걸 두고 ‘싸가지 전쟁’이라고 네이밍을 한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때마침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귀를 쫑긋댄다. 아이고 성님 동상을 나가라고 하니 어느 곳으로 가오리오 이 엄동설한에 어느 곳으로 가면 산단 말이요 갈 곳이나 일러주오. 

    ​뜬금없는 노래가 새삼 제비 타령이 되었다. 정작 똥 싼 놈은 칸막이 뒤에 숨어 있고 똥물에 튄 놈만 신문, 잡지, 방송에 연실 대서특필되니 세상 참 우습다. 발단은 ‘나 몰라라’ 추종자 대한축구협회인데 숨는 데는 천재다. 강남 갔던 제비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온다니 제비도 천재다.

    ​때는 2023년 5월 7일. “아빠, 글을 써서 블로그에 넣어두면 잊어버릴 걱정도 없고 언제든 꺼내어 볼 수가 있어. 만들어줄까?” 딸의 제안에 난생처음 블로그 손맛을 보기로 했다. 신비롭기도 하고 가슴도 쿵쾅거렸다. 총각 장가가는 설렘을 안고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미동산수목원을 한 바퀴 걸었다. 첫 글 제목을 무엇으로 열어야 할지 고민할 찰나에 저만큼 슬픈 제비가 보였다. 벤치에 앉았다. 카톡을 열어 오른쪽 집게손가락 하나에 의지하여 톡톡 비고도리를 완성했다. 근 일 년 만에 다시 꺼내어 본다. 똥 싼 놈이나 똥물에 튄 놈이나 아무짝에 쓸모없는 줄 알았던 비고도리 신세가 되었다. 

    ‘비고도리’

    쉼 없이 약속한다. 다름 아닌 걷기다. 한 바퀴 휑하니 돌면 8㎞ 남짓한 미동산수목원은 허파다. 연휴 마지막 날도 어김없다. 비가 내리니 덩그러니 나 혼자다. 부처가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속눈썹처럼 가지런한 나무가 신날 망에서 하늘댄다. 이름 모를 새들이 울다 웃다 지저귄다. 숲에서는 세상만사 딱 세 가지의 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추녀 물소리보다 간드러진 봄비 떨구는 소리, 바람이 숲을 가로지르는 소리, 내 발로 사브작사브작 흙 밟는 소리가 전부다. 

    ​미동산 자락으로 5월 제비가 낮게 난다. 이상 기온 탓이다. 대가리에 먹물 꽤나 든 사람들은 온난화 영향이라고 씨부렁댄다. 하 시끄러워 이제 봄비가 그치려나 보다. 봄에 제비가 난다고 의아해할 필요는 없다. 제비는 12월에도 볼 수 있다. 바로 화투(花鬪, 고스톱)에서 그 답을 찾는다. 

    ​화투는 뜻 그림이다. 화투는 1월부터 12월까지, 월(月)마다 4장씩 총 48장이다. 화투는 광(光), 열(閱), 단(短), 피(皮) 4장이 한 단으로 구성된다. 화투에는 새‧식물‧동물‧사람이 골고루 그려져 있다. 미동산 제비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서 새가 그려져 있는 1, 2, 4, 8, 11, 12월을 탐사했다. 새로 말하자면 1월은 두루미, 2월은 꾀꼬리, 4월은 비둘기, 8월은 기러기, 11월은 닭(봉황), 12월은 제비다.

    ​유독 2, 4, 8월의 새만 고도리(gotori (五鳥) 새 다섯 마리)라 한다. 1월의 새인 두루미는 고도리에 포함하지 않는다. 왜일까? 두루미는 중국과 일본에서 학(鶴)이라고 부르고, 한‧중‧일은 모든 새 중에 으뜸 또는 지존으로 여겨 감히 화투 점수로 계산하지 않는다. 11월에 나오는 새를 일본은 ‘봉황’이라 하고 한국은 ‘닭’이라 한다. 봉황은 상상의 새이거나 날지 못하기에 새 같지 않기에 고도리에서 제외했다. 연말연시에도 비가 온다며 12월을 비월이라고도 불렀다. 제비는 이때도 자락을 날아다니기에 ‘비고도리’라 해서 넣을 때도 있고 제외하기도 했다. 새 중에서 가장 아리송하고 슬픈 비운의 새가 바로 비고도리 제비다. 많은 사람은 꿩이라고도 하지만 실은 제비다. 여름 철새 제비를 겨울인 12월 ‘비광’, ‘비고도리’에 억지로 그려 넣은 이유가 짐짓 궁금하다. 

    ​제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새란 말인가. 흥부가 기가 막혀 노랠 부른다. 아이고 성님 동상을 나가라고 하니 어느 곳으로 가오리오 이 엄동설한에 어느 곳으로 가면 산단 말이요 갈 곳이나 일러주오. 거들먹거리지 말고 찻잔처럼 살라며 일침을 쏴대곤 잊으려 했고 버리려 했건만 자꾸 생각이 난다. 내가 비고도린지 네가 비고도린지 모르겠다. 처사(處士)인 척하지만 졸지에 공부 좀 했다고 모가지 반짝 쳐든 거사(居士)에게 선방을 날린다. 어느 곳에서든 만난다. 너는 비고도리다.  

    ​2023년 5월 7일. 아따 이놈아 내가 네 갈 곳까지 일러주랴 잔소리 말고 썩 꺼져라. 이재룡 기가 막혀 숨을 고르며 글을 쓰다. 

    ​속았다. 제비는 선천적으로 갔던 길을 다시 돌아오는 재주가 있다. 흥부가 예뻐서도 아니고 놀부가 미워서도 아니다. 제비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다른 새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와 또 그런 재능을 가진 철새다. 

    ​싸움을 잘해도 선수이고 화투를 잘해도 선수다. 싸움을 잘하면 프로선수라 하고 화투를 잘하면 타짜라 부른다. 초록은 동색이다. 글래디에이터가 되지 못할 바에야 먼저 고개 숙이는 법을 배워야 진정한 타짜가 된다. 천재로 착각하면 큰 오산이다. 천재는 인내와 인고의 힘을 더해 영성의 세계로 들어갈 때까지 버린다. 쪽팔림도 잘난 척도 우쭐함도 명예도 권력도 죄다 ‘비풍초똥삼팔 일삼오칠구’다. 버리지 못하면 싼다. 싼 걸 먹는 놈은 남이 먹었다 놓은 피를 한 장 거저 가져간다. 이를 걸식이라 한다. 힘들게 오르다 발을 삐끗했다. 그래도 똥삼팔 중에 어느 것이 되었든 광 하나는 가지고 죽어라.  

    ​남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으니 음악가가 되었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색깔을 볼 수 있으니 화가가 되었다. 예술은 다투지 않는다. 듣는 것만으로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에 부족하지도 않다. 다투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사람이 천재다. 

    엉뚱한 천재들을 희생양 삼은 대한축구협회의 비열함은 반말인지 반 마리인지조차 헷갈리는 세상에 사는 조선의 천재들을 비고도리로 몰아갔다. 나쁘다. 밉다. 괘씸하다. ‘싸가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