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이산성과 옛 봉화터 유적 있어[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음성군 편
  • ▲ 양덕저수지에서 바라본 마이산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 양덕저수지에서 바라본 마이산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마이산(馬耳山, 해발472m)은 충북 음성군 삼성면 양덕리와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봉황리에 걸쳐있는 산으로 삼국시대의 망이산성과 조선시대의 봉화터가 있다.

    이 산의 이름은 외적을 망보는 산이라는 의미에서 붙어진 망이산(望夷山)이 마이산(馬耳山)으로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산행은 ‘신한정밀공업 입구 주차장~방아골산~전망대~망이산성 팔각정자~미호천 발원지~마이산 정상~옛 봉화터(마이산 진짜 정상)~약수터~망이산성~영덕1리 마을회관~더봄날캠핑장 입구~원점회귀’ 코스다.

    마이산 등산로 입구는 차량 10여 대 주차 가능한 신한정밀공업 입구 주차장(충북 음성군 삼성면 대양로 64) 맞은편에 있다. 이 주차장에서 양덕1리 마을 방향으로 약 0.2㎞ 떨어진 지점에도 임도로 연결되는 등산로 입구가 있다.
  • ▲ 방아골산.ⓒ진경수 山 애호가
    ▲ 방아골산.ⓒ진경수 山 애호가
    산행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신한정밀공업 입구 주차장 맞은편에 있는 등산로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이곳에는 흙먼지털이기와 마이산 등산로 안내도, 정상까지 2.4㎞라 적힌 이정표가 설치돼 있다.

    짧은 계단으로 올라 나지막한 구릉의 흙길을 걸으면서 우측으로 낚시터를 내려다본다. 이어 구릉을 내려서면 두 번째 등산로 입구에서 임도로 연결되는 합류점에 닿는다. 이정표에는 정상까지 2.2㎞라고 적혀있다.

    잘 닦인 임도를 따라 구릉을 넘어서면 곧바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두 개의 긴 의자와 산악위치번호 마이산 1지점 푯말을 지난다. 이어 앙상하면서 늘씬한 활엽수가 즐비하게 늘어선 등산로를 걷는다. 길 양옆으로 낙엽이 비켜 누운 흙길을 오르자니 발바닥이 호사를 누린다.

    허전하고 완만한 산길에 초록빛의 소나무가 찾아들기 시작하면서 계단이 발길을 맞이한다. 맑은 아침 햇살이 새파란 하늘과 어우러지니 마음이 저절로 청정해진다. 어느새 긴 의자 2개와 이정표(양덕리 마을 1.39㎞․마이산 정상 1.46㎞)가 설치된 방아골산에 닿는다.
  • ▲ 전망대.ⓒ진경수 山 애호가
    ▲ 전망대.ⓒ진경수 山 애호가
    방아골산에서 일찍이 산을 다녀오는 부지런한 산객들과 만나 인사를 나눈다. 초면부지인 산객들과 서슴없이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그 자체가 행복이다. 이 순간에 “나답게 사는 행복”이란 퍼즐의 작은 조각을 맞추는 기쁨을 느낀다.

    방아골산에서 잠시 내려서는가 싶더니 다시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의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전망대에 도착해서 잠시 쉬어간다. 역광으로 인해 풍광이 흐릿하게 지워지지만 그래도 양덕저수지와 마이저수지 그리고 음성군 삼성면 일대가 조망된다.

    “마이산에서 본 전경” 안내판에는 텅 비어있다. 일부러 비워두어 산객들의 상상을 그려 넣으라는 심오한 뜻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해 지워진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냥 삶이란 빈 도화지에 오늘을 그려서 인생의 한 페이지를 엮어가는 것이라 이해하려 한다.

    다시 계단을 오르는데 가느다란 찬바람이 능선을 타고넘어 메마른 잎새를 애처롭게 떨리게 하며 가냘픈 소리를 낸다. 영하의 날씨에 추워서 떨리는 소리보다는 밤새 외로움을 함께 달래자고 하는 것 같아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 ▲ 망이산성 성벽.ⓒ진경수 山 애호가
    ▲ 망이산성 성벽.ⓒ진경수 山 애호가
    서리가 내려앉은 계단을 올라가니, 망이산성(望夷山城) 성벽과 그 위로 수줍은 듯 지붕을 살짝 내민 팔각정자가 보인다. 이 산성은 1980년도 단국대학교 학술 조사단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토성인 내성과 석축산성인 외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산성은 백제한성시기에 토성으로 내성이 축조되고, 외성의 석축성벽은 통일신라시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보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외성의 총 길이는 약 2080m에 달한다.

    남서쪽으로 자연을 야금야금 먹어 바리캉 자국이 선명한 골프장 2곳이 보이고, 남쪽으로 삼성면 일대가 조망된다. 팔각정자에서 내려와 이정표가 알리는 마이산 정상(340m)을 향해 성벽을 내려가자마자 미호천 발원지를 만난다.
  • ▲ 미호천 발원지.ⓒ진경수 山 애호가
    ▲ 미호천 발원지.ⓒ진경수 山 애호가
    장구한 세월을 함께한 고목이 미호천 발원지를 수호하듯 지키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모습이 마치 사람들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듯하다.

    언젠가는 그 마음이 녹아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사회, 지식인이 아니라 시대적 양심을 지닌 지혜로운 사람이 세상을 이끄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미호천 발원지에서 소나무가 우거진 산길을 조금 걷다 보면, 헬기장을 지나 마이산 정상석은 있지만 진짜 정상이 아닌 곳에 도착한다. 이곳은 사방으로 초목에 가려져 탁 트인 전망도 쉼터도 없다.

    갔던 길을 다시 돌아 나와 미호천 발원지 윗길을 걷는다. 구릉을 내려가서 하얀 잔설이 녹다가 얼어붙은 그늘진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이동하여 계단을 오른다.
  • ▲ 마이산 정상석이 있는 진짜가 아닌 정상.ⓒ진경수 山 애호가
    ▲ 마이산 정상석이 있는 진짜가 아닌 정상.ⓒ진경수 山 애호가
    드디어 마이산의 진짜 정상에 도착한다. 이곳은 2023년 1월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음성 마이산의 옛 봉화터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안내 푯말이 부러져 방치돼 있다. 

    이곳에 있던 봉수대는 조선시대 봉수노선의 제2로 직선봉수인 음성 가섭산 봉수와 간선봉수인 진천 소울산봉수를 받아 죽산 건지산을 거쳐 한양에 이르도록 하는 길목에 있었다.  

    아늑하고 햇살 좋은 봉화터에는 봉수대가 사라지고 없었지만, 봉화터 가장자리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있고 반대편 가장자리에는 진짜 정상석이 위치해 있다. 소나무 옆으로 2개의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30m 아래에 위치한 약수터로 하행한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약수터 도착 직전에 만나는 캐노피 형태의 쉼터에는 마우정(馬雨亭)이란 푯말이 달려있다.
  • ▲ 음성 마이산 옛 봉화터.ⓒ진경수 山 애호가
    ▲ 음성 마이산 옛 봉화터.ⓒ진경수 山 애호가
    약수터에는 물이 파이프를 통해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처럼 쉼 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처럼 풍부한 식수가 망이산성을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약수터 기둥에 걸려 있는 바가지를 사용해 약수물을 꿀꺽 들이마시니, 시원하고 달콤하여 감로수와 같다. 약수터 아래에는 흘러내린 물을 가둘 웅덩이가 있다. 그 웅덩이는 거목을 생장시키고도 생색을 내지 않는다.

    그때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가 생각난다. 선(善)이란 양심에 따른 행위이므로 이름이 있어 부를 수 있지만, 도(道)의 경지에 이르지 않아 ‘상선(上善)’이라 한다. 왜냐하면, 도는 이름을 붙일 수도 부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도와 물은 모두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고, 이롭게 하지 않는 사물이 없다. 그러나 물은 이미 형태가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도와는 구별되는 존재이므로 거의 도에 유사하다고 해 ‘약수(若水)’라고 말한다.
  • ▲ 약수터 아래의 망이산성 성벽.ⓒ진경수 山 애호가
    ▲ 약수터 아래의 망이산성 성벽.ⓒ진경수 山 애호가
    웅덩이 옆의 망이산성을 따라 구릉에 올라 성벽을 조망하고, 계단을 통해 하산을 시작한다. 완만하게 늘어지는 흙길을 따라 걸으면서 ‘갈라진 바위’를 지난다.

    좌측으로 바위군락을 이번 산행에서 처음으로 보고, 소나무 숲이 울창한 능선을 따라 완만하게 산길을 편안하게 걷는다.

    산성에서 약 350m를 내려오니 능선이 끝나고, 좌측으로 진흙이 질퍽질퍽한 비탈길을 내려간다. 두어 차례 미끄러짐의 위험을 무사히 넘긴다.

    까칠하고 앙상한 나무들이 이룬 아늑한 공간을 걷자니, 생김새가 아닌 쓰임새가 중요하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 ▲ 하행 구간의 진흙 비탈길.ⓒ진경수 山 애호가
    ▲ 하행 구간의 진흙 비탈길.ⓒ진경수 山 애호가
    산악위치번호 마이산 2지점을 지나면서부터 자잘한 돌이 깔린 완만한 흙길을 걷는다. 길옆으로 작은 개울에서 조잘대며 흐르는 물소리가 고요한 산중의 삼매를 깨뜨린다.

    하기야 바닥이 옅은 개울물은 소리 내며 흐르지만, 큰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르는 법이니 당연지사다. 배낭 속에 담은 물병에 반쯤 남은 물은 시끄럽게 소리를 내지만 가득 찬 것은 아주 조용하지 않던가.

    이처럼 어리석은 자는 반쯤 물을 채운 물병과 같고, 지혜로운 이는 물이 가득한 연못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산행이라기보다 포행에 가까운 걸음을 걷다 보니 어느새 양덕리 마을로 진입하는 포장길에 닿는다.
  • ▲ 도로에서 바라본 마이산.ⓒ진경수 山 애호가
    ▲ 도로에서 바라본 마이산.ⓒ진경수 山 애호가
    개울을 따라 이어지는 마을길을 내려가면서 흙벽돌 창고를 보고 옛 추억에 잠겨 눈에 담고 카메라에 담는다. 양덕1리 마을회관을 지나 마을을 관통하여 대양로에 닿는다.

    대략 1.4㎞ 마을길을 걷고, 이후에 대양로를 따라 주차장까지 약 0.4㎞를 이동한다.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마이산을 바라보며 산의 표정과 망이산성의 모습, 그리고 산이 건네는 이야기를 가슴에 새긴다.

    어느새 오늘의 종착점에 닿는다. 이번 산행거리는 총 6.4㎞이고 소요시간은 사진 촬영 및 휴식 시간을 포함해 대략 3시간이다. 산행 횟수를 거듭할수록 홀로 가는 길이 두렵고 외롭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찾아가는 나답게 사는 행복의 즐거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