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전망과 야경 조망이 일품[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대전광역시 동구 편
  • ▲ 보문산성에서 바라본 식장산.ⓒ진경수 山 애호가
    ▲ 보문산성에서 바라본 식장산.ⓒ진경수 山 애호가
    ‘식장산(食藏山, 해발 598m)’은 대전광역시 동구 대성동에 위치한 산으로, 충북 옥천군 군서면과 군북면이 경계를 이루고 있다.

    백제 때 군사용 식량을 많이 저장하고, 신라의 침공을 방어하던 요충지였다는 기록에서 식장산이라 불렀다는 유래와, 먹을 것이 쏟아지는 밥그릇이 묻혀 있다고 하여 식기산 또는 식장산이라 불렸다는 전설이 함께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도심지에 위치한 해돋이와 야경 전망대로 널리 알려져 있고, 등산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등산로 입구와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엮여져 있다. 최근에는 충북 옥천군 자모리에서도 식장산을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개설됐다.

    이번 산행은 ‘고산사주차장~식장사~대성산악약수터~팬더곰바위~정자~해돋이 전망대~헬기장~식장루~고산사주차장’ 원점회귀의 약 5㎞의 짧은 코스이다. 고산사를 가기 위해 통영대전고속도로 굴다리를 통과한 직후 식장암 표지석 앞 간이주차장을 기점으로 삼으면 더 긴 산행을 할 수 있다.
  • ▲ 산록에 위치한 천년고찰 고산사.ⓒ진경수 山 애호가
    ▲ 산록에 위치한 천년고찰 고산사.ⓒ진경수 山 애호가
    식장암 입구에서 고산사까지는 약 0.7㎞의 가파른 콘크리트 포장길이다. 콘크리트 포장길을 걷기 싫으면 식장암에서 약 0.1㎞을 이동하여 만나는 이정표에서 식장정상약수터(0.8㎞) 방향으로 산행을 하면 된다.

    이번 산행은 등린이 분과 함께하는 산행이어서 가장 짧은 코스인 고산사주차장을 산행기점으로 삼는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바로 위쪽에 위치한 고산사를 둘러본다. 이 사찰은 식장산 산록에 위치하고 있으며 886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천년고찰이다.

    고즈넉한 산사의 아침 분위기로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바위 위에 참선하듯 고요하게 자리한 식장사 표지석이 알리는 방향으로 콘크리트 포장길을 오른다. 너무나 가파른 경사이어서 ‘갈 지(之)’자 형태로 오르기도 한다.

    0.3㎞를 이동하면 ‘개심사(0.9㎞)‧식장사(0.2㎞)’ 이정표를 만난다. 이어 식장사에 도착해 약수터에서 약수 한 잔을 마시고, 대웅전 앞에 서니 대전시가지가 한눈에 조망된다. 오늘따라 유달리 미세먼지가 극성이라 산뜻한 풍경을 조망할 수 없어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 ▲ 대성산악약수터.ⓒ진경수 山 애호가
    ▲ 대성산악약수터.ⓒ진경수 山 애호가
    식장사에서 내려와 대성산악약수터 방향으로 나무토막 계단을 올라 능선에 닿으니 바위군락과 조우한다. 이어 능선을 따라 짧은 계단을 오르자 앞길을 가로막는 바위군락을 또 만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돌계단을 내려가면 길 위쪽으로 체육공원과 길 쪽으로 대성산악약수터가 있다. 체육공원으로 올라가니 매일 같이 이곳을 오른다는 대전 시민 80대 여성 두 분을 만난다.

    대전시 동구청에서 체육공원관리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호소와 함께 대성산악약수터의 물이 식장산 정상 부근에 있는 물이 부글부글 솟아나는 약수터로부터 이곳까지 호스로 연결된 것이라고 자세히 설명한다.

    설명을 들은 후 약수터에서 꼭지를 돌리니 물이 콸콸 쏟아진다. 겨울인데도 봄날 같은 이상 기온으로 인해 땀이 쏟아지고 목이 마르다. 이런 참에 약수를 한 바가지 마시니 그야말로 감로수가 따로 없다.
  • ▲ 정자를 향해 오르는 능선 초입 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 정자를 향해 오르는 능선 초입 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대성산악약수터에서 사면길로 계단을 오르니, 평행봉과 철봉대가 있는 능선에 이른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가면 산내삼거리(1.3㎞)에 이르고, 좌측으로 능선길을 오르면 정상(0.6㎞)에 닿는다.

    능선의 좌측으로 참나무 군락지, 우측으로 소나무 군락지로 확연히 구분된다. 능선을 오르다가 잠시 내려가는가 싶더니 이내 암반과 바위, 흙길이 반복되는 능선을 다시 오른다. 미세먼지와 소나무 숲을 뚫고 나오는 빛줄기가 막막한 세상에서 그나마 희망을 갖게 한다.

    울퉁불퉁 곰보처럼 튀어나온 바윗길을 오르자 동남쪽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검푸른 바위군락을 휘돌아간다. 바스락대는 낙엽을 밟으며 고도를 높일수록 산길 우측에 자리한 소나무 군락이 더욱더 빽빽해 지고 햇살을 온통 빼앗아 가며 피톤치드를 낼 준비를 한다.
  • ▲ 정자 도착 직전에 만나는 팬더곰 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정자 도착 직전에 만나는 팬더곰 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철봉대가 있는 능선 초입에서 출발해 30분 정도 오르면 무명바위를 만나는데, 요리조리 살펴보니 마치 팬더곰 모습과 같아 ‘팬더곰 바위’라고 이름을 붙여준다. 머리와 두 팔다리가 선명하게 연상된다.

    팬더곰 바위에서 오목조목한 경사진 짧은 암반길을 오르자 정자에 닿는다. 이곳에서 헐떡이는 숨을 고르고 땀을 식히는 휴식을 취하며 대전시가지를 시원하게 조망한다.

    정자를 뒤로하고 구릉을 내려오니 좌측 방향으로 판암동(2.8㎞)과 직진 방향으로 정상(0.4㎞) 이정표를 지난다. 바위 덩어리를 지나면서 좌측의 참나무들이 우측의 소나무 군락지를 침범해 버린다.
  • ▲ 해돋이 전망대를 오르는 계단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 해돋이 전망대를 오르는 계단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작은 돌멩이가 더 이상을 올려놓을 수 없을 만큼 한가득 채워진 바위를 지나면서 이곳을 지나간 선행자들의 수많은 사연과 생각들이 무엇일지 자못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 궁금증에 필자도 한 몫을 더해 본다.

    이어 참나무 군락지를 가르는 가파른 바윗길과 암반길을 오르면서 힘들면 잠시 멈추고 다시 뛰어오른다. 암반길 다음으로 구부정하게 휘어지는 계단이 이어지고, 통나무 계단을 한발 한발 디디며 해돋이 전망대를 향해 오른다.

    계단을 다 오르니 정복자의 선물로 푸른 소나무와 함께 긴 의자가 설치된 쉼터가 마중한다. 그곳에서 보문산을 조망하는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뿌옇게 보이는 보문산을 바라보니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미세먼지가 극성인 환경이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 ▲ 해볻이 전망대(식장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 해볻이 전망대(식장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쉼터에서 봉우리를 바라보니 통신중계탑과 태극기가 나뭇가지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구릉을 힘차게 오르면 바위지대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해돋이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식장산 598m의 고스락 돌이 있지만, 실제 고도는 약575m에 불과하다. 고스락은 해돋이 전망대 뒤로 약50m 후방의 통신중계탑이 세워진 곳으로 생각된다.

    때마침 해돋이 전망대를 관리하는 마을주민 등산객들을 만난다. 식장산이 대전 시민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명산인지 그분들의 대화에서 능히 알아차린다. 해돋이 전망대 주변은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지만 조망은 거의 없다.
  • ▲ 해돋이 전망대에서 헬기장으로 오르는 훼손된 산길.ⓒ진경수 山 애호가
    ▲ 해돋이 전망대에서 헬기장으로 오르는 훼손된 산길.ⓒ진경수 山 애호가
    해돋이 전망대에서 통신중계탑이 있는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세천공원(4.9㎞)‧만인산(19.9㎞)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나무토막 계단에 이어 촉촉한 바윗길을 하행한다.

    안부에 이르러 다시 밧줄이 매여진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등산로는 깊게 골이 파이도록 훼손돼 나무뿌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안전을 위해서나 자연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계단설치가 시급해 보인다.

    한동안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통신중계소 철망을 만나면서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이내 계단을 내려간다. 이정표를 지나면서 철망을 따라 흙길을 오른다. 철망에는 사진촬영 등 활동을 제약한다는 내용의 군사시설 경고판이 눈길을 끈다.
  • ▲ 헬기장에서 바라본 보문산.ⓒ진경수 山 애호가
    ▲ 헬기장에서 바라본 보문산.ⓒ진경수 山 애호가
    철망이 끝나자 이정표와 함께 드넓은 헬기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에서 보문산을 비롯해 대전시가지와 계족산, 그리고 바로 아래 식장루 지붕 뒤로 대청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전경을 조망한다.

    헬기장에서 계단을 내려서면 콘크리트 포장길이 식장루까지 이어진다. 10여년 전에 올랐던 식장산의 추억이 아련하다. 널찍한 광장의 중앙에는 2층으로 세워진 식장루가 자리하고 있다. 이 누각의 주춧돌에는 십이지간이 새겨져 있다.

    식장루 우측에는 미적으로 조형된 식장산 유래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식장루 뒤편 데크전망대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대전시가지를 조망한다. 식장루 이층으로 올라가 ‘한밭의 해오름’이라는 액자를 보니 이곳의 해돋이와 야경이 힘차고 아름다울 것이라고 상상이 된다.
  • ▲ 식장루.ⓒ진경수 山 애호가
    ▲ 식장루.ⓒ진경수 山 애호가
    식장루에서 내려오니 좌측으로 ‘대전 식장산 문화공원 안내도’와 그 옆으로 멋들어진 가지를 늘어뜨린 소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나무 아래 긴 의자에 앉아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는 연세 지긋한 두 여인이 정겹다.

    식장루는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롭기를 염원하는 시민의 뜻을 모아 대전대학교의 기증으로 2018년 10월 건립되어 지금까지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식장루 앞에는 ‘날망채’라는 쉼터가 있다. 그곳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설치되어 있고 내부 인테리어를 실용적이고 예쁘게 꾸며놓았다. 쉼터에 들어 등린이 분과 분위기와 대화를 반찬 삼아 요기를 한다.

    쉼터 건물 처마 밑에 써놓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라는 문구와 다른 쪽에 적힌 ‘흔들리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글귀가 공감되며 가슴에 와 닿으니 감동의 물결이 일렁인다. 그런 낭만을 마음에 꾹꾹 눌려 담고 하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