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건강과 행복 충전소[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대전광역시 중구 편
  • ▲ 등산로입구에 조성된 ‘은혜를 갚는 주머니’ 상징물.ⓒ진경수 山 애호가
    ▲ 등산로입구에 조성된 ‘은혜를 갚는 주머니’ 상징물.ⓒ진경수 山 애호가
    보문산(寶文山)은 대전광역시 중구 대사동 외 11개 동에 걸쳐 있는 산으로 주봉은 시루봉(해발 457.6m)이다. 이 산명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옛날 한 나무꾼이 죽어가는 물고기를 살려줘서 얻은 ‘은혜를 갚는 주머니’에 동전 하나를 넣었더니 순식간에 주머니에서 동전이 마구 쏟아져 부자가 되었다. 

    이런 사실을 안 나무꾼의 형이 그 주머니를 가지고 도망치려 하였으나 동생에게 발각되자 그 주머니를 짓밟다가 주머니에 흙이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자 주머니에서 흙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와 큰 산을 이루게 되었고, 그 산속에 보물 주머니가 묻히게 되었다. 이리하여 그 산을 ‘보물산’으로 불리다가 ‘보문산’으로 됐다고 전한다.

    이번 산행은 ‘공영무료주차장~보운대~보문산성~시루봉~고촉사~망향탑~송학사~공영무료주차장’ 원점회귀의 약 7.37㎞이다. 참고로 공영무료주차장의 주소는 대전광역시 중구 대사동 197이다.
  • ▲ 보문산 보운대.ⓒ진경수 山 애호가
    ▲ 보문산 보운대.ⓒ진경수 山 애호가
    공영무료주차장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데크 계단을 오르니, 1968년~2005년까지 37년간 운행했던 추억이 깃든 보문산 케이블카 ‘캐빈’이 전시되어 있다. 43년만에 다시 찾은 보문산에서 사라진 캐빈을 만나자 옛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데크 계단을 마저 올라 경사진 포장길을 따라 대전아쿠아리움 입구까지 이동하면, 바로 그 옆에 보문산 등산로입구가 있다. 포장길 옆의 완만한 경사의 데크 로드를 걷다가 우측으로 보문산 유래를 상징하는 ‘은혜를 갚는 주머니’ 상을 둘러본다.

    이후 환상적인 풍광을 자아내는 아침 단풍 숲길을 걷는 등산객들과 함께 걷는다. 우측으로 ‘대전지구전승비’를 지나 ‘숲속공연장’으로 향하다가 네거리에서 좌측 ‘보운대(寶雲臺)’로 방향을 바꾼다.
  • ▲ 보은대의 단풍길.ⓒ진경수 山 애호가
    ▲ 보은대의 단풍길.ⓒ진경수 山 애호가
    포장길을 걷다보면 좌측으로 ‘목재문화체험장’을 지나고, 얼마 가지 않아 우측으로 ‘보문산 행복숲길’ 표지석을 만난다. 그 옆으로 계단을 오르자 투명한 아침 햇살을 받는 가을의 끝자락에 선 단풍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기를 쓰며 쏟아낸다. 
     
    1965년에 건립된 보운대에 올라 대전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하고, 내려오면서 여인네 붉은 입술처럼 보운대 광장을 둘러싼 단풍과 보문산성과 시루봉 능선을 조망한다. 보운대 내부에는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다. 

    보운대 광장에서 보문산성으로 가기 위해 내려가는 데크 계단은 장엄한 궁전처럼 화사한 단풍이 모든 공간을 한꺼번에 뒤덮어 선함으로 돌아가게 한다. 계단을 내려와 보문산성(1.4㎞)을 향해 맞은편 산길을 오른다.
  • ▲ 보문산성을 오르면서 조망한 대전시가지.ⓒ진경수 山 애호가
    ▲ 보문산성을 오르면서 조망한 대전시가지.ⓒ진경수 山 애호가
    완만하게 이어지는 계단이 길을 안내하고, 해발 218m 능선에 이르러 평탄한 암반을 걷는다. 이어 붉은 단풍 터널의 계단을 오른 후 이정표를 지나면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데, ‘등산로 폐쇄 안내’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식생복원을 위해 이 등산로를 폐쇄하니 다른 등산로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 말이다. 진작 알았더라면 다른 등산로를 이용했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 이어 암벽 비탈길을 오르면서 대전시가지를 조망한다.

    보운대에서 바라보는 것만큼은 광폭의 시야각은 아니지만, 산을 오르면서 풍광을 조망하는 기회는 산행의 만족도를 증가시킨다. 다시 계단을 오른 후 울긋불긋한 단풍 터널과 이정표를 지나면 가파른 계단이 기다리지만, 계단 옆의 암반을 오른다. 높은 산에서나 만날 수 있음직한 암반을 이 산에서 만나니 이 산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 ▲ 보문산성 장대루.ⓒ진경수 山 애호가
    ▲ 보문산성 장대루.ⓒ진경수 山 애호가
    해발 300m 지점의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암반을 지난 후, 평탄한 흙길을 걷다가 구릉을 오른다. 이어 계단과 완만한 오르막 흙길을 오르면서 부사샘물(1.0㎞) 세거리를 지난다. 계속해서 흙길과 암반을 반복하면서 보문산성으로 향한다.

    이어 복전선원(1.2㎞) 세거리를 지나 보문산성 세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조금만 오르면 보문산성이다. 이처럼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만큼 곳곳에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어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다.

    드디어 보문산성 장대루(將臺樓)에 도착한다. 보문산성은 보문산 남쪽 해발 406m의 산 정상부에 테를 두르듯 돌을 쌓아 만든 테뫼식 석축 산성으로 백제시대 말기 신라와 치열한 전투를 하던 시기에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불행하게도 장대루가 붕괴 위험이 있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곳에서 대전시가지와 산하를 한눈에 조망한다. 동쪽으로 식장산, 서쪽으로 계룡산, 남쪽으로 시루봉, 북쪽으로 계족산이 우뚝 솟아 있다.
  • ▲ 보문산의 송림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 보문산의 송림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보문산성 장대루에서 내려와 시루봉을 향하여 흙길의 내리막길을 간다. 알록달록한 복장의 앞서가는 등산객들이 때마침 단풍나무 밑을 지나가는 모습이 자연과 잘 어울린다.

    숲속공연장(0.73㎞) 세거리를 지나면서부터 하늘 높이 치솟은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송림 구간을 지난다. 맑고 신선한 공기를 잔뜩 쏟아내는 소나무들과 은근한 속삭임을 통해 감사를 전한다.

    송림 구간을 나오면서 오르막길이 이어지는데, 마치 참호를 지나듯이 움푹 파인 골을 따라 구릉을 오르면 해발 410m의 송학사(1.3㎞) 세거리를 지난다. 그후, 평탄한 흙길을 얼마 가지 않아 고촉사(0.17㎞) 세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시루봉을 올랐다가 다시 돌아와 고촉사로 하행하게 된다.
  • ▲ 보문산 시루봉에 세워진 데크전망대와 보문정.ⓒ진경수 山 애호가
    ▲ 보문산 시루봉에 세워진 데크전망대와 보문정.ⓒ진경수 山 애호가
    뾰족하게 솟아오른 시루봉의 허리를 따라 활처럼 휘어진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시루봉 고스락에 오르니, 데크전망대와 ‘보문정(寶文亭)’이라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이곳은 뿌리공원 교통광장‧오도산‧보문산성 등으로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다.

    헐떡이는 숨을 고르고 대전시가지와 식장산, 계족산, 계룡산 등을 조망한다. 잠시 지난 시절 추억에 잠겼다가 가파른 계단을 하행하여 고촉사 세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다시 긴 데크 계단을 내려간 후, 평지를 걸으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고촉사 가람을 조망한다.

    다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가 계단 끝의 우측으로 포화대상을 만나면서부터 경내로 들어선다. 가람 중앙에는 대적광전(大寂廣殿)이 자리하고, 그 좌측으로 석조약사여래상이 모셔져 있으며 그 옆의 자연석굴 안에는 나한전이 조성돼 있다.
  • ▲ 촛대바위(미륵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촛대바위(미륵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그리고 대적광전 뒤에서 대전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유명한 촛대바위(미륵바위)와 조우한다. 대적광전 아래에 위치한 대웅전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경사가 매우 가파른 포장길이 이어진다.

    고촉사 약수터를 지나서 한동안 가파른 포장길을 내려가면 ‘오월드(2.4㎞)‧숲속공연장(1.5㎞)‧한밭도서관(1.5㎞)‧고촉사(0.46㎞)’의 네거리를 만난다. 네거리에서 ‘숲속공연장’ 방향으로 산책길을 걷는다.

    길 양편 안쪽으로 거무스레한 근육질의 알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뻘쭘하게 죽 늘어선 키다리 벚나무 길을 걷는다. 지금의 메마른 가지에도 내년 봄에는 하얀 꽃을 피우고 화려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 ▲ 산책길의 울긋불긋한 끝물 단풍.ⓒ진경수 山 애호가
    ▲ 산책길의 울긋불긋한 끝물 단풍.ⓒ진경수 山 애호가
    그러나 우리네 삶은 한번 가면 다시는 오지 못하니, 일생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귀한 것인가? 기껏해야 한백년도 못사는 삶으로 허망한 욕심과 부와 명예에 시달리다니 참으로 부질없다고 여긴다.

    입동과 소설이 훌쩍 지나 겨울의 문턱을 넘었는데도 이러한 마음을 알아차리고 위로라도 하려는 듯이, 단풍나무가 시들어가는 잎을 채 떨구지 않고 울긋불긋한 끝물 단풍으로 공간을 빙 둘러 아늑하게 에워싸고 있다.

    서서히 높이를 낮춰가는 길은 구부정하게 휘어져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떤 풍광이 펼쳐질까 자못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북도민 망향탑’을 지나 울긋불긋한 끝물 단풍과 아직도 초록 잎을 간직한 숲들을 지난다.

    메타세쿼이아와 소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송학사 앞을 지난다. 이 사찰 앞 도로는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삼삼오오 도란도란 정답게 얘기를 나누며 걷는 등산객과 산책객의 표정이 한량없이 평화스럽다.
  • ▲ 목재문화체험장에서 등산로입구로 가는 길.ⓒ진경수 山 애호가
    ▲ 목재문화체험장에서 등산로입구로 가는 길.ⓒ진경수 山 애호가
    ‘숲속공연장과 보운대’ 갈림길에서 보운대 방향을 이동하면서 다목적광장 주차장을 지난다. 그리고 만난 ‘아쿠아리움과 보운대’ 갈림길에서는 아쿠아리움 방향으로 내리막을 걸어 공영무료주차장에 도착한다.

    길바닥의 붉은색으로 그어놓은 안전띠와 길 양옆의 붉은 단풍이 마치 유위(有爲)와 무위(無爲)의 조화로써 산행인 듯, 산책인 듯 어정쩡한 여정을 멋지고 아름답게 마무리하게 한다.

    이는 마치 힘차게 박동하는 심장의 뜨거운 피가 온몸의 혈관으로 흘러가 체온을 유지하지만, 적절한 외피를 입어 체온 항상성을 조절해 줄 때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이처럼 우리네 삶에 대한 열정은 자신을 둘러싼 시절인연들과의 적절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을 속속들이 관찰하는 시간과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