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 취임 1년 “축제는 끝났고 이젠 일할 시간”40년 숙원 오색케이블카 탄력 등…굵직한 현안 해결 정치적 ‘순탄행로’ 판도라 상자 레고랜드·동해망상1지구·알펜시아 헐값매각 등 현안 풀어야
  • ▲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취임 1주년을 맞아 도지사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강원특별자치도
    ▲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취임 1주년을 맞아 도지사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강원특별자치도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2019년 7월 국회 법사위에서 윤석열 중앙지검장을 상대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이 다 보고 있다”며 조목조목 따지며 몰아붙이던 모습을 많은 사람이 기억한다. 

    국회의원이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를 상대로 검증 차원에서 묻고 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모골(毛骨)이 송연해진다. 김 지사가 윤 후보자에게 “자세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고 극단적으로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당시 누구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21대 대통령이 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람의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누가 알겠는가. 김진태 도지사의 ‘대통령 꿈’이 실현될 수 있을지…. 

    김 지사는 ‘투사 기질’이 다분하다. 오히려 ‘까칠’하다는 평이 많다. 지난해 4월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KBS 앵커 출신인 황상무 씨가 단수 공천으로 추천됐고 김 지사는 컷오프됐다. 황 씨는 윤 대통령 대선 당시 TV토론 ‘과외교사’를 맡았기 때문에 공천은 따 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김 지사는 경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펄쩍 뛰었다. 그는 “공관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 이게 과연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거친 항의와 함께 공관위를 압박했다. 당시 국민의힘 중앙당에서는 김 지사의 컷오프는 ‘과거 발언’이 공천 배제를 촉발했다는 말이 많았다.  

    김 지사는 급기야 “후보 경선”을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공관위는 “5‧18일 민주화 운동 폄훼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 공천심사를 다시 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공관위가 공천심사를 다시 하겠다는데 사과를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문제가 됐던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했고 운도 따랐다. 강원도 내 지지여론도 그의 편이었다. 마침내 지난해 4월 23일 6‧1 지방선거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로 확정되면서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렇듯 그가 공천을 거머쥐기까지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그의 투사적 기질이 발동하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공천 투쟁’을 하지 않았다면 공천은커녕 경선조차 하지 못하고 고꾸라졌을 것이다.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 김진태 도지사 등과 함께 박수를 치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을 축하하고 있다.ⓒ강원공동사진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 김진태 도지사 등과 함께 박수를 치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을 축하하고 있다.ⓒ강원공동사진취재단
    결국, 그는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인 이광재 전 의원을 꺾고 제39대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최문순 전 도지사가 3선을 내리 하면서 12년 만에 정권교체보다 힘들었던 ‘강원 도정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그 중심에는 김 지사가 서 있다.

    김 지사는 취임 첫 일성으로 “강원도민에게 뼛속 깊이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1935년 강원도 정도(定道) 이후 628년만에 강원도가 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시작한다. 법은 통과됐지만, 내용을 채우는 것은 지금부터”라며 “강원특별자치도를 멋지게 만들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김 지사는 취임 후 강원특별자치도가 순조롭게 출발하는 줄 알았다. 그는 지난 5월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제1 소위원회 앞에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또 투사 기질이 발동한 것이다. 그는 도민들과 함께 6월 11일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에 개정안 처리를 국회에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신경전을 벌이며 충돌했다. 

    민주당 측은 “이렇게 하면 법 처리가 안 된다”며 해산까지 요구하자 김 지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전에 처리해 줄 수 있느냐. 약속해 줄 것”을 요구하며 첨예하게 맞섰다. 마침내 5월 25일 자치권과 정부 권한 이양의 근거를 담은 ‘강원특별자치도법 전부 개정안 법률안’이 국회 본회를 최종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환경‧산림‧농림‧국방 등 4대 분야에 대한 도지사의 권한과 특례 규정 등이 포함됐다.

    김 지사는 지난달 11일 역사적인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권한이 막강해졌다. 그는 환경부 장관의 고유권한인 환경영향평가, 자연경관 영향회의, 기후변화영향평가 검토 등에 대해 3년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또, 미래산업 글로벌도시 개발 시 김 지사는 도의회 동의를 조건으로 종합계획 수립 권한을 부여받았고, 산지관리법에 대한 특례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지난 5월 9일 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식 기념사에서 “사랑하는 강원특별자치도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벅찬 순간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한다”며 “강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역사를 썼다”며 누구보다도 감격하며 울먹였다. 
  • ▲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달 9일 강원대학교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미래산업글로벌도시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강원공동사진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달 9일 강원대학교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미래산업글로벌도시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강원공동사진취재단
    김 지사는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628년 만에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한 뒤 “축제는 이제 끝났고 일을 해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특별자치도 축제는 끝났고 일할 시간이 맞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은 역대 어느 도지사도 달성하지 못한, 그것도 취임 1년 만에 전무후무한 강원도 역사상 큰 획을 그을 정도로 큰 성과를 거뒀다. 이런 성과는 그의 투사 기질이 발동하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은 김 지사에게 정치적으로 더할 나위 없는 ‘꽃놀이패’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이 주는 정치적인 의미는 그의 앞날에 ‘꽃길’이 깔렸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김 지사가 취임 1년 만에 제1호 공약인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공약을 달성했다. 40년 환경 논쟁을 불러왔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이 확정된 데 이어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는 운까지 따랐다. 전국 지자체장 중 가장 굵직한 현안을 취임 1년 만에 해결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니 김 지사와 강원도민들이 들뜨고 고무될 법도 하다. 

    그러나 김 지사는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가장 먼저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은 했으나 후속 입법화 등 추진해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정치권을 설득, 과제를 풀어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특히 강원특별자치도 법률안과 관련한 조례를 만들고 농지‧산림규제를 해소하는 문제, 농업진흥지역 해제 권한을 어떻게 공평하게 기준을 정할지, 첨단과학기술단지와 교육연구개발특구를 어느 곳에, 어떻게 지정해야 할지 등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자칫 영동-영서 등 도민간의 다툼과 갈등으로 인한 자중지란이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최 전 지사가 12년간 벌여 놓은 판(리스크)을 ‘설거지’, 뒷마무리를 해야 한다. 김 지사는 최문순 전 지사가 추진했던 레고랜드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 불평등계약 등 이면 계약도 문제이지만, 계약 자체를 열어볼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런 불평등, 불리한 계약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황당한 계약이 아닐 수 없다. 강원도와 레고랜드와의 계약이 함부로 열어볼 수 없는 ‘판도라 상자’로, 자칫 ‘국제법 위반’으로 제소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난감한 상황이다. 
  • ▲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우)가 지난달 12일 도청 현판 제막식을 가진 뒤 권혁열 강원특별자치도의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우)가 지난달 12일 도청 현판 제막식을 가진 뒤 권혁열 강원특별자치도의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또한, 최근 논란이 된 ‘인천 전세사기범’이 추진했던 동해 망상1지구 사업도 풀어야 할 숙제다. 도 감사위원회가 감사결과를 토대로 최 전 지사와 관련 공무원, 사업주를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했지만, 이 역시 두부 자르듯이 금세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역시 법적 제소 등 이해관계로 인한 다툼과 갈등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이밖에 ‘평창 알펜시아 헐값매각 및 입찰담합’ 등 최 전 지사 재임 당시 추진했던 사업이 강원 도정을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김 지사가 이런 리스크를 얼마나 신속하고 매끄럽게 해결할 수 있을지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취임 1년을 맞는 1일 김 지사에게는 민선 8기 2년 차는 그래서 강원 도정에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김 지사에게는 과거 강원도지사가 아니라 강원특별자치도지사로서의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어서다. 그가 어떤 투사적인 기질을 발휘해 미래 강원특별자치도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편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의 6·1 지방선거 당시 주요 5대 공약은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반도체산업육성(산업) △오색케이블카 설치(관광) △춘천·속초고속화철도조기완공(SOC) △육아수당확대 등이다.
  • ▲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5월 국회 본관 앞에서 도민들과 함께 강원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강원특별자치도
    ▲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5월 국회 본관 앞에서 도민들과 함께 강원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강원특별자치도
    다음은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일문일답이다.

    -민선 8기 1년을 맞았는데 소회는.

    “올해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除舊布新)’을 발표했었다. 낡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는 뜻인데, 강원도가 이제 정말 새로운 도정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이제 정말 강원 역사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산림, 환경, 군사, 농업 등 각종 규제를 풀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한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했고, 41년 만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확정, 국비 9조 원 시대, 반도체 교육 센터 설립 등 굵직한 변화가 시작됐다. 1년 전, 강원도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초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겠다.” 

    -강원특별자치도 초대 도지사가 됐는데 소감은.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강원특별자치도법 통과를 위해 도청 직원들의 출장 다닌 거리가 지구 한 바퀴가 넘는다. 모두 고생했고, 특별휴가도 다녀오라고 했다. 국회 강원특별자치도 법률안 통과는 모두가 하나가 돼서 거둔 성과다.”

    -취임 후 1년간 추진한 사업 중 성과와 아쉬운 점은.

    “반도체, 바이오·헬스, 수소, 이모빌리티 등 미래산업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쌓았다. 41년 숙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도 확정지었다. 그런가 하면 35년 숙원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가 착공됐고, 여주~원주복선전철도 곧 착공될 예정이고, 삼척~강릉 고속화 철도와 영월~삼척 고속도로가 예타대상으로 선정됐으며, GTX-B 춘천 연장 등 굵직한 SOC 사업들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제가 취임했을 때, 강원도 빚이 1조 원이었다. 고강도 긴축과 재정혁신으로 1년 만에 30% 가까이 빚을 감축했다. 재정수지가 15년 만에 최초로 흑자를 기록했다. 전국 최초로 재정준칙을 도입해서 아끼는 재정 운용을 제도화했다.
    도청 신청사 부지를 확정지었고, 100만 ㎡ 행정복합단지 조성사업도 시작됐으며, 도청 강릉 제2청사도 곧 개청한다. 이제 도정이 ‘일하는 도정’으로 변했고, 강원도 전역에 굵직한 변화가 시작됐다. 아쉬운 점은 명백히 문제가 있는 사업들을 바로잡는 것을 두고 ‘전임 도정 지우기’니 뭐니 하는 부당한 공격을 받는 것이 조금 섭섭하다.”
  • ▲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달 20일 도청에서 열린 국민의힘과 예산정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강원특별자치도
    ▲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달 20일 도청에서 열린 국민의힘과 예산정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강원특별자치도
    -향후 강원특별자치도의 역점사업은 무엇인가.

    “첫째도 산업, 둘째도 산업이다. 미래 첨단산업이다. 반도체, 바이오·헬스, 수소에너지, 이모빌리티 등 첨단산업을 강원도에서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가 이런 산업을 키운다고 하니까, 저를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분들이 ‘그게 되겠냐’, ‘허무맹랑하다’ 등의 비판을 했다. 그러면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냐. 지난 10여 년간 가만히 있다가 늦어졌다. 더 늦어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맨땅에 꽃을 피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씨앗을 심고, 나무를 기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강원특별자치도에는 첨단산업 기반이 없지만, 지금부터 국비도 따고, 도비를 들여 투자도 하고, 기업 대표를 만나다 보면 조금씩 나무가 자라지 않겠느냐. 또 하나는 SOC이다. 수도권과 연결되는 고속도로, 철도망 연결 사업도 산업을 위해 꼭 필요하다.”

    -도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강원특별자치도민 여러분, 정말 감사하다. 단 1년 만에 이룬 강원특별자치도법 전부 개정안 통과의 성공은 모두 도민 덕분이다. 도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고, 도민이 없다면 무의미한 것이다. 6월 11일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규제혁신과 자치분권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처럼, 도민들이 힘을 합쳐서 만드는 ‘크고 작은 성공의 경험’이 늘어나야 한다.
    그동안 강원도는 ‘변방’, ‘감자’와 같은 이미지에만 치우쳐 있었고, 수도권 주민들의 미래를 위해 남겨둔 땅이라는 인식마저 있었다. 이제는 아니다. ‘강원의 외손’ 윤석열 정부와 함께 강원특별자치도를 더욱 강하게, 더욱 특별하게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