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예정 4개 상임위 연수 ‘백지화’…“진상 조사 후 당사자 엄중 조치할 것”
  • ▲ 충북도의원 기내음주 추태 의혹과 관련, 28일 이태훈 대변인(오른쪽)과 안지윤 부대변인이 충북도의회 입장을 밝히고 있다.ⓒ충북도의회
    ▲ 충북도의원 기내음주 추태 의혹과 관련, 28일 이태훈 대변인(오른쪽)과 안지윤 부대변인이 충북도의회 입장을 밝히고 있다.ⓒ충북도의회
    충북도의회가 해외연수에 나선 충북도의원이 항공기 내에서 술에 취해 추태를 부렸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다음 달부터 예정된 4개 상임위원회의 해외연수를 전격 취소했다.

    28일 도의회에 따르면 황영호 의장과 정책복지위·행정문화위·산업경제위·교육위원회 위원장이 만나 이같이 결정했다.

    4개 위원회는 다음 달 말부터 4월초쯤 8∼9일 일정으로 영국, 미국 서부, 프랑스·네덜란드, 호주·뉴질랜드 등지로 해외연수를 다녀올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21일 유럽 연수에 나선 건설환경소방위 A 의원(국민의힘)의 음주추태 의혹이 불거지면서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의장은 “사건의 진위를 떠나 논란을 불러온 것만으로도 남은 연수를 계속해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도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A 의원의 일탈이 확인될 경우 규정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 도의회 차원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도민들에게 사과드린다”며 몸을 낮췄다.

    이태훈 대변인(괴산)은 “해당 의원은 제보와 언론 보도가 과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의회는 정확한 진상 파악을 위해 항공사에 공문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의원이 다음 달 2일 귀국하는 대로 진상 파악에 나설 예정”이라며 “도의회는 책임 통감 차원에서 나머지 4개 상임위의 국외 연수와 계획된 전체 의원 제주도 연수 일정을 모두 취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논평을 내고 “기내 소란은 승객들의 소중한 여행을 망치고 안전까지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라며 “추태가 사실일 경우 도민 앞에 사죄하고 당장 의원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도민의 자존심과 품격을 실추시킨 A 의원의 이번 행태에 대해 국민의힘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며 목청을 돋웠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기내에서의 음주 추태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볼 수 없으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에 걸맞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국국민운동대연합 오천도 대표는 도의회 앞에서 술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펼친 가운데 “도민의 혈세가 허투루 쓰이는 게 아깝다”며 해외연수 의원들의 즉각적인 귀국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건설환경소방위 의원 7명은 지난 21일 직원 3명과 8박 10일 일정으로 유럽 연수를 떠났다.

    A 의원은 인천국제공항 이륙 직후부터 프랑크푸르트(독일) 도착 시까지 술에 만취해 승무원과 주변 승객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항공기 내 행태는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한 승객이 지난 26일 도의회와 언론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이 승객은 이메일을 통해 “A 의원은 이륙하자마자 맥주부터 달라고 했고, 14시간 비행 내내 취해 있었다. 계속해 술을 추가하자 승무원이 제지했고, 술에 만취해 떠들어대면서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 혈세로 가는 공무 연수 길에 술부터 찾는 도의원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다. 충북 사람들은 자기가 뽑은 도의원의 처참한 수준을 알기는 할까”라며 혀를 내둘렀다.

    한편 당초 다음달 2일 귀국할 예정이었던 A 의원은 조기 귀국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