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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홍 시사칼럼] ‘단도미사일’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박규홍 서원대학교 칼럼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2019-05-22 18:19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국민들의 뇌리에서 거의 지워졌겠지만 9개월여 전인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중 냉면과 관련된 북한 고위층의 막말 소동이 있었다. 평양 옥류관에서 ‘리선권’ 북한 조평통위원장이 남측 수행 인사들과 점심으로 냉면을 먹다가 함께 자리한 대기업 총수들에게 느닷없이 “냉면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 갑네까?”라는 막말을 했대서 일어난 소동이었다. 그것도 바로 알려진 것이 아니라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는 과정에 언론을 통해 알려져서 여론이 들끓었었다. 

이 후에도 북한 방송매체나 고위층 인사들의 막말 소동에 제대로 대응 못한 사례가 많았지만, 리선권의 ‘옥류관 막말 소동’은 정부와 여당 정치권이 적절히 대응을 못하고 북한 편들기만 했던 북한 눈치 보기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분기 마이너스 경제성장으로 국민들 걱정이 큰 터에, 여름 초입 같은 때 이른 더위속 냉면 값 인상 소식에 작년의 평양 옥류관 ‘냉면 목구멍 넘김’ 막말 소동이 다시 떠올려졌다. 9개월여 시간이 흘렀건만 문재인 정권의 북한 눈치 보기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남북 정상회담 당시 대통령 지지율이 80%를 웃돌며 하늘을 찌를 듯 보이며 계속 잘 나갈 것 같던 남북 화해 분위기는 언제나 그러했듯 일 년 만에 단발성 이벤트로 막을 내릴 조짐이다. 

애초부터 비핵화 의지는 없었고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을 둔 김정은을 문대통령이 진솔한 마음으로 설득했을 런지는 몰라도 김정은이 문대통령의 진심을 받아줄 거라 믿었던 국민은 많지 않았다. 남북회담이 단발성 이벤트로 끝난 걸 한두 번 본 게 아닌 국민들의 학습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김정은과 손을 잡는 그림을 보여야 경제실책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올라갈 테니까 남북대화의 끈이 끊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문정권의 북한 눈치 보기는 순애보처럼 눈물겹고 처연하다. 국제적 분위기가 전혀 아님에도 말이다.  

지난 5월21일 한미 군주요 지휘관 청와대 오찬초청 모임에서 북한이 지난 5월 4일과 9일에 발사했던 미사일을 문 대통령이 ‘단도미사일’이라 표현했는데, 오찬 후 청와대 대변인이 ‘단거리미사일’을 잘못 말한 것이라 서둘러 정정하는 소동이 있었다. 미국 국방부가 이미 북한이 쏜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 정의를 했음에도 우리 국방 당국은 아직도 분석 중이라 말하고, 청와대는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 말도 못하고 북한눈치를 보느라 ‘단거리 발사체’라 우겨왔는데, 한‧미 군 주요 지휘관이 있는 자리에서 대통령이 ‘단도미사일’이라 말했으니 대통령의 말실수라면서 급하게 정정한 게다. 

이런 코미디 같은 소동에 국민들이 혀를 끌끌 차고 있다. 부동산 투기로 물러난 전임 청와대 대변인의 교묘한 말 만들기를 보아왔던 국민들은 대통령의 ‘단도미사일’ 발언 소동을 보면서 청와대의 여전한 말 만들기 능력에 또 한 번 놀라고, ‘탄도미사일’을 ‘단거리발사체’라고 우기는 비굴함에 좌절하고 안보 우려에 한숨을 쉬고 있다.

인터넷 댓글 창에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장도미사일’이라 말하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기막힌 줄임말이다. 미국 국방부에서 북한이 지난 5월 4일과 9일에 쏘아 올린 미사일을 이미 ‘탄도미사일’이라 정의했으니 대통령이 모를 리 없었을 테고, 그래서 대통령의 발언을 아무리 정정하고 수정한들 국민들은 그게 대통령의 말실수가 아니라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이미 알고 있어서 엉겁결에 ‘단도미사일’이라 말한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북한이 쏘아 올린 미사일은 ‘단거리탄도 미사일’임을 국민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말한 ‘단도미사일’은 말실수가 아니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줄임 말로 제대로 말한 것이다. 

뻔한 사실을 말장난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는 건 정도정치(正道政治)가 아니다. 비록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올 여름 시원한 냉면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게 하려면, 지금이 1997년 IMF 때와 같은 현상을 보인다는 경제학자와 연구기관의 적색경고에 귀 기울이고 비정상적 경제상황을 빨리 정상으로 되돌릴 방안이나 잘 마련하라고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다. 

이런 행태의 정치로 여당대표가 희망하는 20년, 50년 100년 정권을 창출한다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나라 경제가 망가지고 있는 데 5년 임기나 제대로 버텨내겠는가?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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