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밥도둑 광천김 집산지전국 3대 젓갈시장… 40개 토굴서 숙성된 젓갈 ‘침샘 자극’
  • ▲ 광천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서해안에서 올라온 해산물을 살펴보고 있다.ⓒ목성균 기자
    ▲ 광천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서해안에서 올라온 해산물을 살펴보고 있다.ⓒ목성균 기자

    토굴새우젓과 재래맛김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충남 홍성읍 광천전통시장은 전국 3대 젓갈시장 중 하나로 93년의 역사를 가진 포구가 인접한 시장이었다.

    30여 년 전, 포구(옹암)로 들어오는 바닷길에 둑을 막아 현재는 배가 들어오지 못하지만 고려시대 때부터 새우젓 산지로 유명세를 탔으며 새우장터가 섰던 곳이다.

    시장에 들어서자 비릿한 젓갈 냄새가 진동하고 인근 포구에서 갓 잡혀온 해물들로 가득한 시장은 생각보다 정갈하고 깨끗했다. 
      
    광천전통시장은 젓갈을 주로 판매하는 계절시장이라 한산했다.

    이곳은 김장철이 다가오면 점심 먹을 시간조차 없이 바빠진다고 한다.

    김장철 이전까지는 새우젓 추억에 시장을 찾는 어른들의 발길만 있을 뿐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광천시장에서 새우젓을 판매하는 곳은 모두 120여 곳이나 된다.

    이중 새우젓 토굴을 갖고 있는 대형 상인은 39상가에 이른다.

    시장 모퉁이에서 3대째 새우젓 젓갈을 판매하고 있는 허진영 씨(48·광천형제새우젓상회)는 시장 내에서 청년 상인으로 불릴 만큼 젊은 층에 속한다.

    할아버지에 이어 아버지까지 새우젓에 평생을 받쳐온 대를 이어 지금은 허 씨가 100년째 가업을 이어 받아 토굴관리와 새우젓 판매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 ▲ 3대째 가업을 이어 받아 토굴새우젓을 판매하고 있는 허진영씨. 할아버지때 만들어진 100m길이의 토굴에는 멸치, 까니리액젓 등 100여통의 젓갈이 숙성과정을 거쳐 판매된다.ⓒ목성균 기자
    ▲ 3대째 가업을 이어 받아 토굴새우젓을 판매하고 있는 허진영씨. 할아버지때 만들어진 100m길이의 토굴에는 멸치, 까니리액젓 등 100여통의 젓갈이 숙성과정을 거쳐 판매된다.ⓒ목성균 기자

    어렵게 허 대표의 승낙을 받아 그의 새우젓 토굴을 구경할 수 있었다.

    100여 년 전 만들어진 100m 길이의 토굴에는 각종 젓갈(새우젓, 멸치, 까나리액젓, 갈치속액젓)을 담아둔 드럼통이 100여개 가까이 자리하고 있었다.

    허 대표는 “보관된 젓갈들은 염도에 따라 1∼3개월 정도 숙성을 거쳐 전국으로 판매되고 있다”면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활석암반토굴 속 14도의 일정한 온도에서 숙성·보관된 새우젓은 자연건강식품”이라고 자랑했다. 

    이어 “예전과 달리 베트남과 중국에서 넘쳐 들어오는 값싼 새우젓으로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매년 젊은 층에서 김장을 담구지 않아 수요가 줄고 있다”면서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겠지만 새우젓을 생업으로 하는 상인들도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허씨의 토굴로 향하는 옹암리 길옆으로는 새우젓을 숙성시키는 크고 작은 토굴이 40개가 있었다.

    토굴 입구마다 홍성군이 지정해준 토굴 번호도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토굴 40개 중 39개는 개인토굴이며 1개는 마을토굴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마을토굴은 개인토굴이 없는 상인들이 공동으로 새우젓 등을 숙성·보관하는 곳이다.

    허 대표는 이중 3개의 개인토굴을 보유한 비교적 경쟁력이 든든한 상인에 속한다.

    군산대에서 해양학과를 졸업 한 뒤 가업에 뛰어든 그는 “전국 각 식당에서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새우젓 중 국산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단골과 품질, 맛으로 승부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토굴 새우젓의 쫄깃한 맛과 향은 소금에서 나온다고 했다. 조미료나 물을 섞지 않고 2년 동안 간수를 뺀 천일염 만으로 새우와 결합해 얻어지는 결과다.

  • ▲ 광천시장을 찾은 관광객이 새우젓을 사기 위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목성균 기자
    ▲ 광천시장을 찾은 관광객이 새우젓을 사기 위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목성균 기자

    이 같은 고집으로 광천토굴새우젓은 전국 판매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광천시장 맞은편에는 옹암포구가 있어 고려시대 때부터 새우젓 산지로 유명했다.

    서해안 10여개 섬의 배들이 잡은 새우를 팔기 위해 모여들면서 번성했던 광천시장은 토굴이 있는 동네로 전국에서 유일하다.

    광천전통시장은 30년 전, 포구가 사라지면서 다른 잡화는 명맥만 이어갈 뿐 새우젓 상권만 유지하고 있다.

    이 시장의 또 다른 명품은 ‘김’이다. 광천김은 조선시대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를 만큼 맛을 인정받았다.

    예부터 서해안의 김 집결지로 광천이 유명세를 타면서 현재까지 김이 유통되고 있다.

    홍성군은 광천의 옛 상권 회복을 위해 매년 김장철을 앞두고 ‘광천토굴새우젓과 광천김 대축제’를 연다.

    김연형 광천전통시장상인회장은 “역사가 있는 만큼 상인 대부분이 노인들로 구성돼 있어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젓갈 판매가 대부분인 시장 특성상 시장 형성에 어려움이 뒤따르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홍성은 토굴새우젓 이외에 청산리전투의 영웅 백야 김좌진 장군과 민족대표 33인 중 한사람인 만해 한용운 선사가 태어난 충절의 고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