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구상 발표에 충북선 고속화 '뒷전' 우려
  • ▲ ‘강호축’ 개념도.ⓒ충북도
    ▲ ‘강호축’ 개념도.ⓒ충북도

    충북도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를 제안하면서 충북도가 추진하는 충북선철도 고속화를 통한 ‘강호축’(강원~충북~세종~호남) 건설 구상이 경의·경원선 철도 복원 사업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예상에서다.

    문 대통령은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 축사에서 “동북아 6개국(남·북한, 중국, 러시아, 몽고)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를 제안한다”며 “우리 경제 지평을 북방 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돼 에너지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남북 경제협력에 맞춰 서울서 북한 신의주와 원산을 잇는 경의선·경원선 철도를 연결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이 이들 철도를 중심으로 “‘접경지역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내놨기 때문이다

    ◇ 경의·경원선 철도 복원

    경의선은 서울 용산에서 평안북도 신의주 499㎞를 잇는 철도로 중간에 개성 사리원을 거친다. 현재 이 철도는 6·25 이후 남측은 관심을 두지 않다 최근  도라산역까지 전철망을 완성한 뒤 2007년 5월 남북철도 복원 사업을 통해 시험 운행을 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2008년부터 협력 사업이 중단됐고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기로 하면서 이달부터 연결 및 현대화 사업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경원선은 서울 용산에서 강원도 북측지역 원산을 잇는 223.7㎞의 우리나라 최초 X축 철도망이다. 현재 이 철도는 서울에서 강원도 철원군 신탄리까지만 전철이 운행되고 있다.

    현재 경원선 단절 구간은 군사분계선을 기점으로 백마고지~평강역 26.5㎞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백마고지부터 월정리 9.3㎞ 구간을 우선 복원한 뒤 17.2㎞ 구간은 남북 합의 후 복원하자는 건의를 국토부에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강원도는 목을 매고 있는 상태다. 강원도는 산하 씽크탱크 기관인 강원발전연구원을 통해 동해선과 함께 경원선에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예산 투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재정법 38조 1항에서는 ‘기획재정부장관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미리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요약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다만 예외 규정 4항에서 ‘남북협력에 관계되거나 국가 간 협약 조약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은 예외로 한다’고 하고 있다.

    강원도는 정부가 북과 함께 동해선과 함께 경원선 대한 복원 작업 협상을 벌이고 있고,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펴고 있는 만큼 철도망 복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 충북선 철도 고속화는?

    충북선 철도 고속화는 강호축 구상의 시작이다.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은 2027년까지 현행 충북선 청주공항~제천역 간 84.7㎞를 현행 120㎞/h에서 240㎞/h로 높이는 것이지만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총 사업비가 1조7270억 원에 이르는 대형 국책사업이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남북경협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예외로 해 줄 수 있다는 국가재정법에 기대는 강원도와 경기도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 강호축 지원군은

    강호축을 지칭하는 충북선 철도 고속화에 여야 정치권은 이구동성으로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청주시 장애인체육센터에서 충북도당 대의원대회를 통해 당대표 후보 3명 모두 지원을 약속했다.

    김진표 의원(경기 수원무)은 “KTX오송역을 세종시의 관문역으로 만들고 오송을 중심으로 국가 X축 철도망을 완성하겠다”고 했고, 송영길 의원(인천 계양을)은 “강호축(강원~충청~호남)을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며 “더 나아가 강원권과 철도와 연결하고, 이를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해 북방경제의 기반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의원(세종시)도 “강호축 시대의 동반자가 돼 중부고속도로 확장과 청주국제공항 활성화를 지원해서 충북의 숨통을 틔우겠다”고 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대표 후보로 나선 김영환 후보도 “KTX오송역을 중심으로 한 충북의 지금의 발전 전략(강호축)이 옳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에 강원과 충청·호남권 시·도지사들도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강호축 전략을 적극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 충북의 대응책은? 

    문 대통령의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구상은 아직 덜 익은 명분에 근거하고 있어 구체적 사업으로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문 대통령과 만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한반 평화에 대한 원칙을 확인하고 후속 프로그램 이행을 확약해야 한다.

    그래야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제재가 풀릴 수 있다. 그렇다고 당장 사업이 진행될 수 없다. 남북 협력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물을 걷어낼 시간이 필요해서다.

    충북선 철도 고속화는 남북협력 사업과 관계없이 진행돼 온 국가 균형발전 차원의 사업이라는 점에서 명분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와 호남권 단체장들이 지지를 해 준 것은 이러한 시각에서 동의하기 때문이다.

    ◇ 문제는 국비 확보

    문제는 국비 예산을 확보하는데 있다.

    2019년도 국비에 35억원 반영을 요청해 놓고 있지만 기재부를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SOC예산을 줄이고 복지 예산을 증액시켜야 하는 입장이어서다.

    국회에서 증액하는 ‘절벽 전술’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문 대통령의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구상에 충북이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상황에 놓이고 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