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가 초원으로…" 가뭄여파 대청호 겨울축제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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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청호 연안인 충북 옥천군 동이면 안터마을 주민들은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됐지만 왠지 기분이 석연찮다.

    예전 같으면 중장비를 동원해 축제장을 다듬는 등 겨울축제 준비로 분주할 때지만 올해는 극심한 가뭄 여파로 일찌감치 축제를 접었기 때문이다.

    이 마을 호수는 보통 12월 하순에 얼어붙기 시작해 이듬해 2월 초까지 한 달 넘게 거대한 빙판을 이룬다.

    얼음에 구멍을 내 낚시를 드리우면 어렵잖게 빙어를 낚을 수 있는 중부권 최대 빙어 낚시터이기도 하다.

  • [사진] 지난해 옥천 안터마을 겨울문화축제장

    주민들은 10여년 전부터 이곳에서 겨울 문화축제를 열어 해마다 1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해왔다.

    썰매나 낚시도구를 빌려주거나 음식을 팔아 벌어들이는 돈만 한해 7천만원이 넘었었다.

    그러나 올해는 가뭄으로 인해 마을 앞 호수가 바싹 마른 상태다.

    물이 출렁거려야 할 호수는 잡초가 우거진 초원으로 변한 지 오래다.

    현재 대청호 수위는 65.35m로, 지난해 73.86m, 예년의 70.63m를 크게 밑돈다.

    가을장마 덕에 최근 80㎝가량 수위가 올랐지만, 아직 만수위(80m)에는 14.65m 모자란다.

    이장 박효서(50)씨는 "호수가 말라붙어 축제를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북적거리는 겨울을 기대했던 마을 사람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의 허탈감을 달래기 위해 마른 호수 비탈면을 이용해 눈썰매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축제는 취소됐지만 겨울철 호수 주변 안전대책을 수립 중인 옥천군의 근심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빙어를 낚으려는 시민들이 얼음붙은 호수 중심부로 접근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옥천군청 이진희 안전총괄과장은 "옥천읍 오대리 쪽 호수 중심부는 수심이 깊어 얼음이 얼더라도 두텁지 않은 곳"이라며 "경찰서· 소방서와 함께 시민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법을 논의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