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단법인 문화유산한옥 박종미 대표.ⓒ문화유산한옥
    ▲ 사단법인 문화유산한옥 박종미 대표.ⓒ문화유산한옥

    ‘고택(古宅)’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다.
    고택은 우리 조상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역사‧문화‧삶의 현장이다. 고즈넉한 고택은 우리의 뿌리인 조상들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건축미와 삶의 지혜를 발견할 때마다 재미가 쏠쏠하다.

    사단법인 ‘문화유산한옥’ 박종미 대표(충북 청주시 상당구 이정골로 9)는 최근 전국 고택‧한옥을 둘러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박 대표가 고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가 살고 있는 집(충북 청주시 상당구) 인근에 ‘신항서원’(莘巷書院‧충북유형문화재 제47호)이 있는데, 그 서원을 바라보면 한옥의 아름다움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는 서원을 바라보면서 고택에 푹 빠졌다. 그는 한옥을 짓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됐고 살고 있는 집을 헐고 한옥으로 짓기로 마음을 먹었다.

  • ▲ 세종 유계화 가옥.ⓒ문화유산한옥
    ▲ 세종 유계화 가옥.ⓒ문화유산한옥

    그러나 서원일대는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증‧개축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박 대표는 그 때부터 고택과 한옥이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지 달려갔다.
     
    또 하나의 계기는 박 대표가 “우연찮게 청주 용정동 개발지구 한 사찰의 산신각을 해체한 뒤 집으로 옮겨놓고 차실(茶室)로 썼더니 너무 좋은 거야.” 이때부터 한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고택을 수리하고 한옥 건축가와 한옥 소유자 등 전문가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박 대표가 2015년 처음으로 구입한 경북 안동 동간재(洞澗齋‧경북 지방문화재 제5호). 이 고택은 너무 아름답고 ‘ㅁ’형 까치집에 안동호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고택의 매력과 주변 환경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박 대표는 “고택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열악하게 살고 있고 생활이 안 돼 힘겨워 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지자체가 보수는 해주지만 고택만 가지고 있을 뿐 수익이 없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후손들이 조상이 물려준 유산을 팔수도 없는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되면서 나라도 해보자.” 그는 고택을 구입해 내‧외부를 수리하고 경북 청운동 ‘성천택’(星川宅‧중요민속문화제 제101호~제200호), 세종시 부강 ‘유계화(柳桂和)가옥’(중요민속문화재 제138호) 등을 차례로 매입했다.

  • ▲ 경북 안동 동간재.ⓒ문화유산한옥
    ▲ 경북 안동 동간재.ⓒ문화유산한옥

    과거 고택에 거주했던 인물들의 스토리를 들어보면 너무 너무 재미있고 내가 전혀 모르던 문화를 알아가는 것이 너무 흥미롭다”고 고택의 매력에 빠진 이유를 소개했다.

    훼손되고 관리가 안 됐던 안동 동간재는 박 대표가 사재를 들여 수리를 했다. 이 고택은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사용토록 할 계획이다. 청송 성천택은 거주가 가능해 화가들과 작가들이 그림과 책을 쓰기 위해 많이 찾고 있다.

    또한 세종 유계화가옥은 국가가 지원하는 관리비용이 부족해 사재를 보태 관리인을 두고 있으며 전문가들에게 맡겨 수리하고 있다. 이 가옥은 문화공연과 인문학 강좌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박 대표가 이 고택을 매입한 뒤 가장 먼저 한 것은 감사의 마음으로 이화여전을 졸업한 유계화 할머니를 기리는 제사를 지낸 것이다.   

  • ▲ 충북 제천 한수 명오리 고가.ⓒ문화유산한옥
    ▲ 충북 제천 한수 명오리 고가.ⓒ문화유산한옥

    박 대표는 조선말기 고택인 세종 부강 유계화가옥, 200년 된 경북 청송 청운동 성천댁, 경북 안동 동간재, 충북 제천 한수 ‘명오리고가’(충북 민속문화재 제5호) 등 4개의 고택‧고가를 소유하고 있다. 

    이 중 중부지역의 전형적인 ‘ㅁ’형의 양반가옥인 유계화가옥과 조선 고종 때 행장능참봉(行壯陵參奉)을 지낸 임춘섭(林春燮)이 살았던 청송 청운동 성천댁, 평산 신씨 종택인 안동 동간재는 기와지붕의 고택이라면, 제천 한수 명오리고가는 ‘ㄱ’자 형 안채와 ‘ㄴ’자형 사랑채가 마주 놓여서 튼 ‘ㅁ’자형 초가집이다. 명오리고가는 한수면 명오리 풍무골에서 1983년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면서 현재의 위치로 이전됐다.

    전국 곳곳에 있는 고택을 돌아보는 것도 또 다른 묘미를 준다. 고택의 멋스러움과 조상들의 지혜, 그리고 아름다운 건축미까지 느껴볼 수 있다.
    올해 휴가 때 가족과 함께 고택을 답사하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새로움을 맛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