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개일 뿐이다. 개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 ▲ 이재룡 칼럼니스트.ⓒ이재룡 칼럼니스트
    ▲ 이재룡 칼럼니스트.ⓒ이재룡 칼럼니스트
    사람이 개가 되길 바란다? 믿기 시작하는 순간, 속기 시작한다. 
    휴대폰 바탕 화면에 올려 둔 글이다. 벌써 이틀째 궁상맞은 비가 온다. 이상하리만큼 어둡고 무거운 글이 구미에 당기는 날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인연과 접한다. 가슴에 문신처럼 새겨 두고 곱씹는 글이 있다. “처음 만남은 하늘이 만들어 주는 인연이고, 그다음 만남은 인간이 만들어 가는 인연이다.”
    지난 3월 22일 ‘내 그럴 줄 알았다’ 제하 글을 썼다. 그 내용인즉슨 이렇다. 사람은 자기 잘난 맛에 산다. 그러다 켕기면 어깃장을 부린다. 자기가 무슨 신의 바람(神風, 카미카재)이라도 된 양 동반 자살도 서슴지 않는다. 
    사람은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다. 너도 알고 나도 잘 아는 사람 옆집 아저씨 다산 정약용이 말했다.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인간의 본질, 성품이 아니라 습관, 습성, 태도(버릇)에서 드러난다”고 했거늘 개는 개 버릇을 버리지 못해 지저분한 짓거리를 반복한다. 이따금 개가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를 개자식이라 부른다. 
    개자식이 작명했다. 나쁜 놈(년), 이상한 놈(년), 추한 놈(년), 뻔뻔한 놈(년), 마지막으로 지저분한 놈(년)이다. 아무것이나 골라 가지라 했다. 아무리 신분세탁을 한다 한들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의 스승이자 당 태종에게 로또 맞은 삼장법사 손바닥 안이더라.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추썩대고 나부댄 것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문밖 저 멀리서 뜬금없이 개가 짖는다. 이유는 간명하다. 가장 흔하디흔한 이유는 호기심, 경계심, 불안감, 습관성이다. 그러니 개 버릇 남 못 준다. 유전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나가 뒈져 버려라. 
    불쌍하고 가련하다.
    이젠 네이밍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졸라 웃긴’ 하루였다. 휘파람 소리가 개자식을 부른다. 웡웡 컹컹 지저분하게 짖어댄다. 이재룡 지렁이를 밟아 꿈틀대는 실루엣을 보며 글을 씹는다.
    어느 노교수가 그러더라. “개는 개일 뿐이다. 개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이게 무슨 말인지 글로는 이해가 되지만 선뜻 체감하지 못했다. 느닷없이 개와 사람을 비교한다는 것이 의아했다. “개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닌가?” 긴가민가하다. 
  • ▲ 우리 안에 갇힌 백구.ⓒ이재룡 칼럼니스트
    ▲ 우리 안에 갇힌 백구.ⓒ이재룡 칼럼니스트
    벌써 이틀째 궁상맞은 비가 온다. 

    전조 현상, 명현 현상, 둘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곧 뒤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본격적인 발작이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는 경고 반응을 전조 현상이라 한다면, 몸의 이상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부작용’을 그럴싸하게 무마할 목적으로 통용되는 거짓을 ‘명현 현상’이라 할 것이다. 
    처음 만남은 하늘이 만들어 주는 인연이고, 그다음 만남은 인간이 만들어 가는 인연이라고 했거늘 습관, 습성, 태도(버릇)를 버리지 못해 전조 현상과 명현 현상이 쌍으로 들이닥치는 누를 범하지 말지어다. 
    그러니 바르게 살아야 한다. 자기 잘 난 멋에 살더라도 습관, 습성, 태도(버릇)를 그르지 않도록 신독(愼獨) 해야 하며, 어쩌다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개자식은 되지 말아야 하거늘 유난히 전조 현상과 명현 현상이 판을 친다. 더럽다 못해 욕쟁이가 난다. 그리도 일렀거늘.
    믿기 시작하는 순간, 속기 시작한다. 
    예상은 적중했다. 2024년 5월 7일. 누구나 예상이 적중하길 바란다. 그러나 그 예상이 적중했을 때 허탈감이 우선한다. 이재룡 꼴 같지 않은 예상이 적중하자 글이 타래가 되어 무진장 뽑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