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혁신도시의 진산(鎭山)이나 진배없어[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음성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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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산(해발 339.8m)은 충청북도 음성군 맹동면 군자리·쌍정리·두성리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이 산은 충북혁신도시를 품고 있어 충북혁신도시의 진산(鎭山)이나 진배없다. 산의 고도는 낮지만 조망이 좋아 ‘가고 싶은 山 충북 50選’에 속한 산이다.소속리산(해발 432m)에서 남쪽으로 뻗은 산맥에 솟아오른 봉우리들로 이뤄져 있고 길게 누운 형태의 산이다. 산세가 순하면서 우아하여 여성적인 자태를 보인다.산 이름은 옛날에 천지개벽할 때 산이 물에 잠겨 함지박 하나를 남겨 놓을 자리만 남아 있었다고 하여 함박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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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은 두촌리에 위치한 ‘함백산 등산로입구’를 기점으로 한다. 그 위치는 국립소방병원 건립부지(충북 음성군 맹동면 용두4길 19) 맞은편에 있다.푯말이 있는 곳에는 차량을 두 대 밖에 주차할 수 없기 때문에, 블록이 깔린 오르막길을 따라 약 0.2㎞를 이동해 함박산 주차장을 이용한다. 이곳의 주차가능 대수는 어림잡아 15대 정도로 보인다.이번 산행은 ‘두촌리 함박산주차장~목교(서낭당고개)~쪽박산안내문~맹동저수지 갈림길~두성리 갈림길~함박산 정상~두성리 갈림길~선바위~아파유 나무~맹골길~맹골1길~원점회귀’ 코스다.주차장에는 화장실․식수대․등산로안내도․흙먼지털이기가 설치되어 있다. 흙먼지털이기 옆에 있는 계단을 오르는데, 좌측으로 세워진 좋은 글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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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와 “세상에 하나뿐인 당신”이라고 적힌 푯말을 보니 필자가 출판 준비 중인 “나답게 사는 행복(좋은땅 출판사)”의 내용이 떠오른다.계단을 오르고 나면 경사가 완만하고 폭도 널찍하며 걷기에 편안한 흙길이 이어진다. 함박산-4 이정표(함박산 정산 2.3㎞․통동 0.7㎞)를 만난다.벌거벗은 앙상한 활엽수 길을 지나 푸른 옷을 걸친 통통한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왼쪽엔 충북혁신도시, 오른쪽엔 맹동저수지가 조망된다.주말이라 그런지 여러 산객들과 빈번하게 조우하면서 인사를 나눈다. 어느새 서낭당고개를 잇는 목교에 다다른다. 목교를 건너는 중간쯤에서 충북혁신도시의 주거단지를 조망한다. 목교 밑을 지나 혁신도시로 이어지는 길가로 돌무더기 3기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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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을 뚫을 기세로 위풍당당하게 솟은 소나무 숲길을 지난다. 그 아래에서 산객을 기다리는 긴 의자가 쉬어가라 유혹하지만 무심하게 지나친다.함박산은 길게 뻗은 산세라서 완만한 경사를 오르면서도 자잘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몇 차래 만난다. 오르막길에 만나는 참나무 가지에서 조각한 것처럼 그럴싸한 ‘남근목(男根木)’을 발견한다.산이 작든 크든, 명산이든 범산이든 식별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자연의 신비로움을 품고 있다. 그러한 자연의 경이로움으로부터 스스로 그러함을 배운다. 인생살이도 벼랑 끝에 놓일 때 비로소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깨닫듯이 말이다.오르막길을 마저 오르니 쪽박산의 전설 푯말을 만난다. 그 내용은 “천지가 개벽하는 날 비가 석 달 열흘씩 내릴 때, 봉우리가 쪽박만큼 남았다 해서 쪽박산이라 불리워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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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산의 형상이 온순해 보여 여인을 뜻하며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해 보인다고 어머니 산이라 전해온다”고 적혀 있다.이어 나무와 나무 사이를 잇는 외줄이 설치된 가파른 계단을 내려간다. 안부에 이르러 맹동저수지(0.73㎞)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함박산 정상까지는 0.57㎞를 더 이동한다.맹동저수지 갈림길에서 한 구릉을 넘어 0.2㎞를 더 이동해 두성리(0.7㎞)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으로부터 함박산 정상까지는 거리가 0.37㎞이다.완만한 소나무 숲길을 걷다가 이내 가파른 계단이 이어진다. 비록 낮은 산일지라도 명색이 산인만큼 함박산은 정상을 그리 호락호락하게 내줄 의향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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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앞서가는 산객을 따라 오르다보니, 커다란 소나무 뒤로 정자의 모습이 보인다. 드디어 함박산 정상에 닿는다. 이곳에는 정상석이 크고 작은 2기가 있고, 함박산 시문, 함박산 전경도, 함박산 유래비, 체육시설, 초소, 2층 누대의 함표정(咸瓢亭)이 있다.함박산 정상-2 이정표에는 이곳에서 두성․통동까지 3.3㎞이고, 군자리고개까지 1.1㎞ 거리라고 알린다. 이제 함표정에 올라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한다. 함박산의 매력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광이다.북으로는 소속리산이 가물가물 보이고, 동쪽으로는 리아시스식 해안처럼 굽이굽이 이어지는 맹동저수지의 지형과 맹동저수지 건너 겹겹이 층을 이룬 능선 뒤로 우뚝 솟은 보덕산(큰산)이 한 눈에 조망된다. 북동쪽으로 멀리 보현산도 조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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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쪽으로는 바로 아래 음성맹동일반산업단지를 비롯해 맹동면 일대가 답답한 가슴을 확 풀어주듯 시원스런 풍광을 만들어낸다.충북혁신도시에 위치한 남서방향으로는 소나무에 가려져 나무사이로 아파트 단지만 살짝 조망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안타까운 마음 때문일까? 지난 2005년 필자가 충북혁신도시 입지선정위원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그때 함께 활동했던 몇 위원들은 아직 인연이 다하지 않아 소식을 접하고 있지만, 다른 위원들은 전혀 소식을 알지 못한다. 아마도 인연이 거기까지 인가보다.늙음과 죽음을 인식하면서부터 늙음을 끊임없는 도전으로, 죽음을 충실한 지금으로 승화시키고 사는 탓인지, 아니면 하루하루 살기가 버거운 탓인지, 지난 추억을 되새기며 감상에 젖을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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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의 즐거움으로 “나답게 사는 행복”에 관한 한편의 이야기를 엮으며 하행을 시작한다. 가파른 소나무 숲길을 내려오는데,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산객들은 정상을 향해 계속 오르고 있다.두성리 갈림길에 이르러 ‘기차바위․선바위․옛 절터’ 방향으로 하행하기로 한다. 등산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수북하게 쌓인 움푹 파인 길을 조심해서 내려간다.살짝 얼어붙은 낙엽을 밟을 때마다 사박사박 경쾌한 소리를 낸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기차바위와 옛 절터를 찾아보지만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길이 없다.단지 두정리 갈림길에서 약 0.45㎞ 하행하여 ‘선바위’를 만난다. 한겨울임에도 조릿대의 푸른빛이 파도처럼 넘실대며 동공 속으로 깊게 파고든다. 눈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하다. 그 한가운데 ‘선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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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바위’는 전설에 의하면 신선이 내려왔다가 여인처럼 생긴 쪽박산에 매료되어 책을 읽던 자리라 책상바위라 하기도 한다. 겨울에 추위를 견디지 못해 떠나는 신선을 위해 쪽박산 여인은 책을 읽던 선바위 밑으로 사시사철 따듯해 보이기 위해 조릿대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지금은 선바위 주위로 조릿대가 빽빽하게 푸른 바다처럼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선바위에서 몇 발자국 이동하면 ‘아파유 바위’가 있다. 바위가 일부러 나무를 밀친 것인지, 나무가 바위 아래서 자란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나무가 무척 아파 보인다. 그래서 필자는 ‘아파유 나무’라 부르기로 한다.‘아파유 나무’에서 0.1㎞ 정도 잔돌과 낙엽이 뒤섞인 길을 이동한 후 좌측으로 임도를 따라 이동한다. 널찍한 흙길이지만 드문드문 질퍽대는 임도 구간 0.2km 정도를 이동하면 두성1리 마을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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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단지와 산비탈의 경계를 따라 형성된 맹골길을 이동한다. 두성경로당을 지나자마자 좌회전하여 맹골1길을 걷는다. 산행 계획은 ‘서낭당고개’로 연결되는 임도를 오른 후 등산로를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그러나 임도 입구를 지나쳐 아르스 카페 입구의 콘크리트길을 올랐다가 되돌아 맹골1길을 걸어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아르스 카페 입구 0.1㎞ 전에 좌측의 좁은 진입로를 무심코 지난 탓이다. 산행도 인생살이도 마냥 계획대로 되는 경우는 드물다.이번 산행 거리는 총 6.87㎞ 중 등산로와 포장길이 반반이고, 산행시간은 약 2시간이 소요되었다. 산다는 건 어쩜 길이 없는 지도를 보면서 걷는 것 같다.그러니 괜히 내일을 두려워하고 근심과 걱정에 휩싸여 번뇌하며 살 필요가 없다. 그냥 지금에 지족하고 열심히 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