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의 眞景山水 일품[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대전광역시 대덕구 편
  • ▲ 계족산성에서 하행 길에 바라본 계족산.ⓒ진경수 山 애호가
    ▲ 계족산성에서 하행 길에 바라본 계족산.ⓒ진경수 山 애호가
    계족산(鷄足山, 해발 429m)은 대전광역시 대덕구 장동에 있는 산으로, 산세가 닭발처럼 퍼져 나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생김새가 봉황과 같다고 하여 ‘봉황산’이라고도 불리었다고 전한다.

    계족산은 보문산과 함께 대전8경 중의 하나로서, 황톳길이 유명하고 장동삼림욕장 등이 있어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대전시의 명소다.

    이번 산행은 ‘계족산 무료주차장~용화사~봉황마당~계족산 고스락~봉화정~임도삼거리~성재봉~계족산성~임도삼거리~법동소류지 갈림길~계족산 무료주차장’의 원점회귀 코스로 약 10㎞이다. 참고로 계족산 무료주차장 주소는 ‘대전광역시 대덕구 계족로 740번길 114’이다.

    무료주차장에 도착하여 티끌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한 하늘과 때 묻지 않는 신선한 공기를 가르며 읍내방죽 방향의 경사진 포장길을 오른다. 붉은 단풍으로 치장한 계족산 용화사 표지석을 만나 용화사 경내로 들어가서 열 손가락으로 합장 예배한다.
  • ▲ 봉황 상징물.ⓒ진경수 山 애호가
    ▲ 봉황 상징물.ⓒ진경수 山 애호가
    용화사 입구에서 봉황마당(0.39㎞)으로 포장길을 오른다. 녹색의 싱그러움을 간직하고 부드럽게 늘어진 계족산 능선이 왼쪽에 서서 동행한다. 차량통제 차단기를 지나고, 단풍과 이쁘게 만든 화장실이 있는 산모퉁이를 돌아 오른다.

    전방의 소나무 숲속에는 체육시설과 정자쉼터가 갖춰져 있고, 계족산을 배경으로 화려하면서도 의젓한 모습의 육각정자의 ‘봉황마당’이 세워져 있다. 이곳은 ‘스토리가 흐르는 녹색길’의 세 갈래길(동춘당 생애길, 덕을 품은 길, 산디마을 산신제길)이 만나는 중심 마당이다.

    봉황마당에서 몇 걸음 더 이동하면 길 우측으로 막 비상하려고 날갯짓을 하는 두 마리의 봉황(鳳凰)을 두 손으로 떠받치고 있는 ‘봉황 상징물’과 그 앞으로 하트 모양의 ‘자물쇠 걸이’를 만난다.

    봉황은 신비한 기운을 가지고 있으며 성스럽고 귀한 동물이다. 계족산은 이 봉황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산이기에 대덕구민이 봉황의 비상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상징물을 세웠다고 한다.
  • ▲ 봉황정으로 오르는 소나무 숲길.ⓒ진경수 山 애호가
    ▲ 봉황정으로 오르는 소나무 숲길.ⓒ진경수 山 애호가
    봉황 상징물 맞은편에 봉황정(0.7㎞)으로 오르는 들머리 계단이 있다. 촘촘하게 들어찬 소나무 숲으로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일일이산(一日二山) 산행으로 오전 보문산에 이어 두 번째로 오르는 산이라 그런지 종아리가 조금은 댕긴다.

    얼마 오르지 않아 등산로에서 평상을 만나지만 무심하게 지나고, 한량없이 이어지는 나무계단을 한발 한발 딛는다. 나무계단은 더 가파른 철제 계단과 자연석 계단의 작위적 길로 이어진다. 뒤이어 울퉁불퉁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암반이 배턴을 이어받는다.

    서서히 흐르기 시작하는 땀처럼 마음속의 삿된 소견과 허망한 욕심이 솔솔 빠져나가는 듯하다. 이어 자연석 계단과 나무계단을 다시 오르면 봉황정 삼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봉황정은 0.2㎞, 용화사는 1.1㎞, 임도삼거리까지는 0.9㎞이다.
  • ▲ 계족산 고스락의 서쪽에 위치한 봉황정.ⓒ진경수 山 애호가
    ▲ 계족산 고스락의 서쪽에 위치한 봉황정.ⓒ진경수 山 애호가
    봉황정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늘어선 앙상한 나무들을 지팡이 삼아 가파른 돌길과 자연석 계단을 오른다. 헉헉거리는 숨소리와 고동치는 심장소리, 이슬처럼 맺히는 땀방울을 창공으로 퍼뜨리면 어느새 해발 429m의 계족산 고스락에 닿는다.

    고스락에는 헬기장이 마련되어 있고 좌측으로 까만 자연석 위에 고스락 돌이 얹혀있으며 우측으로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북동 방향으로 약 1.5㎞ 떨어진 산마루에 세워진 계족산성을 조망한다. 잠시 후에 직접 만나러 가기로 하고 서쪽의 소나무 숲으로 몇 걸음 이동한다.

    그러면 넓은 광장의 서쪽 끝에 세워진 팔각정자의 봉황정(鳳凰亭)에 닿는다. 현대적 건물이지만 고전적 전통미가 살아있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자태로 발길을 유혹한다. 봉황정에 올라 대전시가지와 산하를 조망한다.

    발아래로 경부고속도로가 힘차게 뻗어 나가고, 갑천의 시냇물은 유유히 흐른다. 남쪽으로 식장산과 보문산, 서쪽으로 닭의 벼슬을 쓴 용의 모습을 닮은 계룡산을 바라본다. 해질 때 계룡산 능선 너머로 펼쳐질 저녁노을 상상해 보니 과히 장관이 아닐 수 없겠다.
  • ▲ 황톳길 임도사거리.ⓒ진경수 山 애호가
    ▲ 황톳길 임도사거리.ⓒ진경수 山 애호가
    봉황정에 잠시 머물다가 가파른 계단을 통해 봉황정 삼거리로 내려간다. 이후 계족산성을 향해 작은 구릉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피톤치드가 펑펑 뿜어져 나오는 소나무 숲을 걷는다.

    황금빛으로 물든 단풍이 예쁜 봉황마당 방향의 갈림길 세거리와 대전둘레산길 5구간 안내판(동신고입구 버스종점~갈현성~임도~능성~질현성~절고개~임도사거리~봉황정~용화사주차장)을 지나 황톳길 임도사거리에 이른다.

    이곳에는 체육공원처럼 조성되어 있고, 정자쉼터와 각종 안내판 및 이정표, 발 씻는 곳 등이 설치돼 있다. 에코힐링 맨발코스인 황톳길의 임도사거리를 가로질러 절고개(1.1㎞) 방향으로 계단을 오른다.

    앙상한 나무숲을 오르다가 잠시 멈춰서 뒤를 돌아 계족산 봉우리의 윤곽을 바라보고, 다시 계단을 올라 평상을 만나서 휴식을 취한다. 이른 오후이지만 해가 짧게 느껴지니 발걸음을 재촉해 얼른 계족산성을 다녀오기로 한다. 
  • ▲ 성재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청호와 환산.ⓒ진경수 山 애호가
    ▲ 성재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청호와 환산.ⓒ진경수 山 애호가
    소나무 숲길을 출발하여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이 많은 지역에 이르러 절고개(0.4㎞) 세거리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계족산성까지는 아직도 2.2㎞를 더 진행해야 한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흙길을 걷다 보면 ‘바위를 품은 부부나무’를 지난다. 팽나무 두 그루 옆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옛적에 병든 남편을 위해 아내가 바위에 정화수를 올리고 정성을 들여 기도한 후, 그 물을 남편에게 먹여 병을 낫게 하였다고 한다.

    옛적 그때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부부 이야기를 지키고, 신성한 바위도 지키고 있는 두 그루의 팽나무에 의미를 부여한 스토리텔링으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계족산에는 이러한 스토리텔링 장소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어 산행의 즐거움을 한층 더 높인다.

    이어 완만한 돌길을 오르면 해발 399m의 성재산에 도착한다. 이곳의 전망대에 서서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펼쳐진 대청호와 그 건너 환산을 비롯해 주변의 백골산, 고봉산, 식장산, 보문산 등을 바라보며 감성에 푹 빠진다.
  • ▲ 계족산성 남문터.ⓒ진경수 山 애호가
    ▲ 계족산성 남문터.ⓒ진경수 山 애호가
    성재산에서 계단과 흙길을 내려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벌거벗은 나무들과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란 낙엽송 군락, 그리고 간간이 초록빛 소나무를 만나며 걷는다.

    거북바위 같지 않은 ‘계족산의 거북바위’를 지난다. 계족산 계곡에 사이좋게 살던 거북형제 중에서 형 거북이가 승천하려고 계룡산으로 가고, 홀로 남은 동생 거북이 계룡산을 바라보며 형을 그리워하다가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계족산성을 0.8㎞를 남겨두고 낙엽송 숲에서 육각정자 세거리를 지나 산비탈을 따라 0.4㎞ 정도 이동하면 다시 육각정자 세거리를 만난다. 이 육각정자는 하행할 때 다녀가기로 한다.

    계족산성 0.5㎞ 전방에서 임도(0.2㎞) 세거리 이정표가 세워진 울창한 낙엽송 군락지를 지난다. 이어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을 제멋대로 생긴 올망졸망한 바윗돌을 밟으며 오른다. 한숨을 돌리며 평탄한 산비탈을 지나 구부정한 소나무 관문을 통과하면 계족산성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시야를 꽉 채운다.
  • ▲ 계족산성에서 바라본 대청호 풍경.ⓒ진경수 山 애호가
    ▲ 계족산성에서 바라본 대청호 풍경.ⓒ진경수 山 애호가
    이 계족산성은 삼국시대의 산성으로 태뫼식으로 축조되었으며 사적 제355호로 지정되었다. 성체(城體)는 내탁(內托)공법에 의하여 자연 활석의 외면을 맞추어 편축을 주로 하였고, 동쪽의 산록을 가로질러 협축된 곳도 있다.

    성벽의 둘레는 약 1037m이고 성 내부의 면적은 5만 2896평방미터, 북벽 높이 10.5m, 서벽 높이 8m, 서남벽 높이 6.8m, 상부 너비 4.2m이다. 협축의 내벽 높이는 3.4m, 외벽 높이 7m, 상부 너비 3.7m의 규모를 자랑한다.

    남문터에 오르면 봉수대가 있고, 그 옆으로 계족산을 바라보고 부채를 펼친 모양으로 세 그루의 나무가 지키고 있다. 서쪽으로 계족산이, 동쪽으로는 개머리산과 대청호 건너편으로 백골산과 환산이, 북동쪽으로는 충북 보은군 지역이 조망된다. 

    산성을 돌아보고 싶지만 해가 빨리 저물고 있어 지나온 성재산을 조망하며 산성을 내려간다. 하행하면서 육각정자를 거쳐 숲길을 걸으면 ‘우애가 깊은 오형제 나무’를 만난다. 적군이 쏜 화살을 맞은 막내를 보호하다가 형들도 마저 다 같이 죽은 곳에 자란 나무란다. 
  • ▲ 황톳길 임도삼거리에서 법동소류지로 하산하는 길.ⓒ진경수 山 애호가
    ▲ 황톳길 임도삼거리에서 법동소류지로 하산하는 길.ⓒ진경수 山 애호가
    다시 거북바위를 지나 성재산에 오른 후, 진경산수의 대청호를 감상한다. 저녁 햇살에 길어지는 나무 그림자를 밟으며 부부나무를 거쳐 황톳길 임도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법동소류지 방향으로 가파른 경사에 설치된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을 거의 다 내려가서 긴 의자에 앉아 고개 숙이는 햇살을 받으며 잠시 머문다. 떨어진 갈색 낙엽이 붉은빛이 감도는 오후 햇살을 받으니 더욱 밝고 투명하고 깨끗하게 다가온다. 

    비록 퇴색돼 썩어가는 낙엽도 광명을 받으면 찬란하고 기쁘게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처럼, 노년기라 할지라도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다면 삶의 마무리가 즐겁지 않을까? 그러나 순수성을 잃어버린 노년은 제 빛깔을 잃고 조명을 받을 수 없다는 진리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어 평탄하게 이어지는 산길을 이동하다가 목교를 지난다. 이후 몇 차례 계곡을 건너고 돌길을 걸으면 어느새 법동소류지 갈림길에 도착한다. 여기서 황톳길 임도를 거쳐 용화사까지 1.5㎞를 걷는다.
  • ▲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가는 황톳길 임도.ⓒ진경수 山 애호가
    ▲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가는 황톳길 임도.ⓒ진경수 山 애호가
    법동소류지 갈림길에는 정자쉼터가 있고, 그 옆에 발지압 하는 돌이 깔려 있으며 발바닥 지압과 걷기 홍보판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황톳길 임도를 따라 용화사 쪽으로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며 걷는데 황토는 거의 보이지 않고 날은 저물어 간다.

    산자락과 골의 생김새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휘돌아가는 임도를 걷다가 “벼슬길은 신중하게 사정(邪正, 그릇됨와 올바름)의 구분은 엄격하게”라는 송준길 상징물이 이 시대에 꼭 곱씹어 볼 가치가 있는 글귀라 걸음을 멈춘다.

    임도의 언덕배기를 다 올라오자 저녁노을이 닿은 끝물 단풍이 황금 길을 만든다. 몸과 마음, 자연이 동시에 고귀한 황혼빛으로 물들어가니 세상에서 이보다 행복할 수 없고 무엇 하나 부러울 것이 없다.

    구불구불한 길옆으로 가야금과 소리 물결과 같은 갖가지 조형물들이 설치돼 지루함을 달랜다. 고도를 서서히 낮추는 길에는 어둠을 깔리기 시작하고, 계룡산을 넘어가는 붉은 태양은 계족산과 필자의 마음을 까맣게 태우면서 그 빛은 방죽 수면에 그윽한 수채화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