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1.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려 온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에서 쓰는 말에서도 품격과 지켜야 할 도리가 따로 있었다. 사람을 귀하게 여겨서 사람의 신체 부위 이름까지 축생의 신체 부위와 구별하여 불렀다. 

    그런데 품격이 떨어지거나 몰상식한 사람은 일상에서 흔히 축생의 신체 부위 이름을 사람의 신체 부위 대신 입에 달고 사는데, 품위가 매우 저급하고 듣는 사람이 불쾌할 때가 많다. 

    사람이 말하고 음식을 먹는 ‘입’이라는 말을 물고기에게는 쓰지 않는다. 물고기의 입을 ‘아가리’라 한다. 개나 소의 그것을 ‘주둥이’라 하지 ‘개 입’, ‘소 입’이라 하지 않는다. 새의 그것을 ‘부리’라 하여 사람의 입과 구별한다. 

    머리를 두고도 축생에겐 ‘대가리’라 하지 ‘물고기 머리’, ‘개 머리’라고 하지 않는다. ‘생선 대가리’, ‘개 대가리’, ‘소 대가리’라 칭하는 게 맞는다. 지난 정권에서 북한의 김여정이 문 전 대통령을 빗댄 욕설로 ‘삶은 소대가리’라 한 것은 매우 무례하고 국민으로서 용서할 수 없는 불쾌한 말투여서 진영을 떠나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사람이 먹는 건 ‘음식’이지만, 소에겐 ‘여물’이고 새에겐 ‘모이’이다. 사람에겐 남자 여자로 성별 구분하지만 이걸 축생에게 남자 소, 여자 개라 하지 않는다. ‘수컷 소’, ‘암컷 개’ 또는 ‘숫소’, ‘암캐’라 칭한다. ‘암컷’이라는 말은 축생을 대상으로 하는 명칭이다.
     
    사람들이 다툴 땐 상대를 비하하여 서로 부아를 돋을 때가 많이 있다. 이때 상대의 신체 부위를 축생의 신체 부위 이름으로 들먹이며 욕을 해댄다. ‘말 그만해’라고 할 것도 ‘아가리 닥쳐’라고 말한다. 듣기만 해도 화가 나는 말이다. 매우 쌍스럽고 저급하다.

    #2. 선진국이 되었다는 대한민국에서 정치인의 말본새가 쌍스럽고 저급하여 연일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다. 특히나 여의도에서는 언어의 도덕성이 시대에 맞지 않게 역주행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현직 법무부 장관이 ‘여의도 사투리’라고 뼈아픈 지적을 했는데 국민 대부분이 수긍하고 있다. 어디로 보아도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집행유예의 사법처분으로 의원직을 잃고 변호사 자격정지 처분까지 받은 더불어민주당의 최강욱 전 의원이 며칠 전 동료 정치인 민 모 의원 북 콘서트에 나가서 대통령 부인을 빗대어 ‘설치는 암컷’이라고 했다. 매우 거칠고 부적절한 말이었다. 그는 평소에도 순화되지 않은 언어로 구설에 올랐던 전력이 있어서 비난 여론이 더 들끓고 있다. 

    이런 최 전 의원의 망언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자,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권으로 그에게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국민이 이를 용납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민주당이 처음엔 최 전 의원의 망언을 두고 별 게 아닌 일로 퉁치고 넘어가려다가 비난 여론이 심상치 않자 마지못해서 별 의미도 없는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내린 게다. 

    이 인사는 이미 2년 집행유예 사법처분으로 5년간 피선거권까지 잃은 터라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는 아무 의미가 없는 물타기용 징계라서 이런 처분으로 여론이 잦아들지 내년 총선까지 영향을 줄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겠다. 
                         
    #3. 예로부터 사람을 평가할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으로 보아왔다. 신언서판은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뽑을 때 인물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였는데, 생김새, 말씨, 문장력, 판단력 등으로 등용 인재를 평가했던 게다. 

    국민의 판단으로 우리나라에서 신언서판을 제대로 갖춘 정치인이 드물다. 그런 인재는 국민이 더 정확한 눈으로 알아본다. 요즘 인기가 폭발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민의 판단은 그렇게 늘 정확하다. 지금 절대다수의 국민은 한동훈 장관이 신언서판의 조건을 제대로 갖춘 인재라 판단하여 그를 만나면 그렇게 열광하는 것이다. 

    국민은 여야 구분 없이 현재 여의도에 포진하고 있는 정치인 중에 신언서판의 4가지 조건을 제대로 갖춘 의원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내년 총선에서 싹 물갈이하여 세대 교체되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여의도를 확 뒤집어엎자는 게 절대다수 국민의 염원이다. 

    그래서 내년의 선거 전망은 명확하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이 원하는 만큼의 물갈이를 하는 쪽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의 잔을 들어 올릴 것이다. 필자의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진영을 떠나서 더 이상 저질 국회의원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국민 여론의 대세이기 때문이다.

    이제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우리 민초들이 나서서 의회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필자는 그래서 국민의힘이 발상 전환적 개혁으로 더불어민주당보다 앞서 한국 정치판을 갈아치워 주길 강력히 요구하고 희망한다. 

    국민이 언제까지 정치 땜에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이제 여의도 땜에 못 살겠다. 국민이 나서서 여의도를 갈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