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둘레길 59회 토요정기 ‘이어걷기’…11월 4일 걷기축제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보은군 편
  • ▲ 속리산둘레길 코스 중 목탁봉 가는길.ⓒ진경수 山 애호가
    ▲ 속리산둘레길 코스 중 목탁봉 가는길.ⓒ진경수 山 애호가
    마을과 사람, 숲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상생하는 속리산둘레길은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경북 문경시와 상주시를 연결하는 속리산권역의 총 200㎞의 광대한 길이다.

    오색실 아름답게 수놓은 듯 산군의 경치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완연한 가을, 무심코 지나치기엔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을 느끼며 여유를 찾는 ‘제59회 토요정기 이어걷기에’ 초대를 받아 참가한다.

    2023년 10월 21일 오전 9시쯤 속리산둘레길 상판안내센터(보은군 속리산면 속리산로 743)에 도착한다. 사전접수자 명단에 서명날인 하니 감사하게도 무료 김밥 한 줄을 선물받는다.

    오전 9시 30분에 단체 체조를 실시하고 속리산둘레길 걷기를 시작한다. 오늘 걷기길 코스는 ‘상판안내센터~목탁봉~말티재 정상~솔향공원~상판안내센터’ 원점회귀의 약 8㎞이다.
  • ▲ 걷기행사 진행요원의 교통안전 및 길안내 지도.ⓒ진경수 山 애호가
    ▲ 걷기행사 진행요원의 교통안전 및 길안내 지도.ⓒ진경수 山 애호가
    이번 걷기길 코스는 2023년 11월 4일 오전 9시30~오후 2시에 개최되는 ‘제5회 속리산둘레길 걷기축제 가을따라! 숲길따라!’의 걷기길 코스와 같다고 하니, 구전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걷기축제는 참가자 1000명을 선착순으로 ㈔속리산둘레길(043-542-7330)에서 사전접수를 받고 있다. 행사기간에 지역주민 농산물 장터가 운영되고, 완주자에게는 기념품과 잔치국수를 제공한다고 한다.

    상판안내센터를 출발해서 도로 옆길을 걸을 때는 걷기행사 진행요원의 교통안전지도가 이뤄진다. 날씨가 쌀쌀한데도 불구하고 참여자는 30여명이 넘었다.

    한글창제의 주역 신미대사를 기리는 ‘신미길’를 걷는다. 신미대사는 훈민정음 반포 8년 전에 완성된 한글 문헌인 ‘원각선종석보’를 발간했다.
  • ▲ 솔향공원.ⓒ진경수 山 애호가
    ▲ 솔향공원.ⓒ진경수 山 애호가
    걷기를 출발해 1.4㎞를 도로를 따라 이동하면 솔향공원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소나무전시관, 모노레일, 스카이바이크 등의 시설이 있어 많은 휴양관광객들이 즐겨 찾고 있다.

    출발할 당시에는 맑고 상쾌한 가을 날씨였는데, 하늘의 뭉게구름은 어느새 비를 머금은 먹구름으로 바뀌었다. 솔향공원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목탁봉으로 향한다.

    목탁봉가는길의 아치를 들어서면 경사진 데크로드가 이어진다. 남녀노소 큰 장애가 없이 오를 수 있도록 나지막한 경사도를 갖고 지그재그 형태로 설치돼 있다.

    모노레일 밑을 통과하여 데크로드를 오르면서 운행 중인 모노레일과 함께 걷기도 한다. 숲속에 설치된 데크로드를 한동안 걷는다가 고도가 높아지면서 조망이 터지기 시작한다.
  • ▲ 모노레일과 나란히 설치된 데크로드.ⓒ진경수 山 애호가
    ▲ 모노레일과 나란히 설치된 데크로드.ⓒ진경수 山 애호가
    데크로드 끝자락에는 속리산테마파크 전망대가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천왕봉, 비로봉, 문장대, 관음봉, 그리고 묘봉에 이르기까지 속리산 능선을 한눈에 조망한다.

    흐린 날씨로 인해 선명하게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긴 해도 이렇게 속리산 산등성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행운이다.

    이곳에서 참가자 일행은 잠시 휴식을 갖는다. 속리산테마파크는 지난 12년간에 걸쳐 속리산 말티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광휴양시설을 갖추고 있다.

    울창한 숲속에서 뿜어 나오는 청정한 공기는 전 국민이 생활의 활력을 재충전하는데 전혀 손색이 없다.
  • ▲ 속리산테마파크 전망대에서 바라본 속리산 산등성.ⓒ진경수 山 애호가
    ▲ 속리산테마파크 전망대에서 바라본 속리산 산등성.ⓒ진경수 山 애호가
    이곳에서 집라인을 체험할 수 있고, 목탁체험도 할 수 있다. 목탁체험은 소원지에 소원을 적어 소원함에 넣고 100년 된 살구나무 목탁을 3번치며 소원을 기원한다.

    이곳은 백두대간 중심축 천왕봉에서 뻗어 내린 한남금북정맥 말티재에 목탁처럼 생긴 작은 산봉우리인 목탁봉이 있었던 자리었다고 한다.

    그런데 2014년부터 3년간 108굽이 10㎞ 비포장 러닝코스 꼬부랑길을 조성할 때 여러 골짜기를 메울 토석이 절대 부족하여 부득이 목탁봉을 헐어서 충당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100년 된 살구나무 목탁을 이곳에 설치했다.
  • ▲ 100년 된 살구나무 목탁.ⓒ진경수 山 애호가
    ▲ 100년 된 살구나무 목탁.ⓒ진경수 山 애호가
    100년 된 살구나무 목탁을 품고 있는 누각 기둥에는 ‘생명의 존엄을 일깨우는 자비소리, 중생의 해탈을 기원하는 목탁소리’라고 적혀 있다.

    한 두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점점 많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사전에 우천 시에도 걷기를 진행한다고 했기에 참가자 모두는 내리는 비에도 개의치 않고 말티재를 향해 꼬부랑길을 걷는다. 가랑비에도 미치는 못하는 비여서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상판안내센터를 출발해서 지금까지 초행자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설치된 이정표가 이곳 꼬부랑길에도 마찬가지다.
  • ▲ 말티재 전망대.ⓒ진경수 山 애호가
    ▲ 말티재 전망대.ⓒ진경수 山 애호가
    말티재전망대에 도착하여 전망대에 오르기 전에 인문학 강좌를 실시한다. 이번처럼 토요정기 이어걷기 행사에는 점심식사 시간을 이용해 인문학 강좌가 실시된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도 쌀쌀하고 해서 전망대 앞에서 특강이 이뤄졌다. 강의내용의 주제는 노자의 도덕경에 있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수유칠선(水有七善) 즉, 물의 품성으로부터 일곱 가지 도덕적 생활의식에 대한 가르침이다.

    첫째로, 거선지(居善地) 즉,  물은 항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위치가 낮고 안정된 곳에 머무는 것처럼 사람은 ‘겸허심(謙虛心)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 ▲ 말티재 전망대에서 바라본 말티재.ⓒ진경수 山 애호가
    ▲ 말티재 전망대에서 바라본 말티재.ⓒ진경수 山 애호가
    둘째로, 심선연(心善淵) 즉,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처럼 늘 마음 씀씀이를 깊고 고요하게 하여 자신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평정심(平靜心)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여선인(與善仁), 즉,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물처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포옹력을 발휘하며, 지위의 높고 낮음, 신분의 귀천(貴賤)을 차별하지 않는 ‘자애심(慈愛心)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로, 언선신(言善信), 즉 말할 때는 물처럼 진실한 믿음이 묻어나야 하며, 예컨대, 군자(君子)의 ‘군(君)’을 살펴보면,  ‘다스릴 윤(尹)’과 ‘입 구(口)’로 되어 있는 것처럼 입을 잘 다스릴 줄 아는 사람(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정선치(政善治), 즉 정치가 공정하지 않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지 않으며, 국민의 뜻에 반하여 통치자가 제멋대로 날뛴다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민이 봇물이 터지듯이 곳곳에서 봉기하여 사회가 혼란해지고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는 것이다.
  • ▲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걷기 숲길.ⓒ진경수 山 애호가
    ▲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걷기 숲길.ⓒ진경수 山 애호가
    여섯째, 사선능(事善能) 즉, 물은 휘저으면 쉽사리 흩어지는 유약한 존재이지만, 물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지면 돌에 구멍을 뚫을 수 있고, 물이 모이면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가는 강한 힘도 있는 것처럼, 일을 처리할 때는 물처럼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곱째, 동선시(動善時), 즉 밀물과 썰물도 때가 되어야 일어나고 봇물도 보를 다 채운 후에라야 넘쳐흐르듯, 사람도 사회 흐름에 적응하려면 큰 포부를 가지되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기회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문학 강좌가 끝나니 비가 그치고 먹구름이 걷히기 시작한다. 일행들은 전망대에 올라 말티재를 구경하고 휴식을 취한 후 꼬부랑길 카페를 지나 솔향공원으로 하행한다.
  • ▲ 상판안내센터의 가을 풍경.ⓒ진경수 山 애호가
    ▲ 상판안내센터의 가을 풍경.ⓒ진경수 山 애호가
    야자매트가 깔린 비탈길을 걸으면서 발아래 오색단풍이 물드는 풍광을 감상한다. 속리산숲체험 휴양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건너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숲길을 걷는다.

    진한 가을 내음을 가슴에 담고 숲길을 다 내려온 후, 말티지방정원 산책길을 걷는다. 솔향공원과 정이품송 후계목을 지나 도로 옆 걷기 길을 따라 상판안내센터로 회귀한다.

    도착하니 하늘이 맑아진다. 이것은 오는 11월 4일 속리산둘레길 걷기축제 가을따라! 숲길따라! 행사에 참여해서 오늘 미처 느끼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라고 하는가 하늘의 뜻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