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1. 2022년 2월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침공 600일이 넘었는데도 끝날 조짐이 안 보인다. 애초에 러시아는 물론이고 서방측 중에서도 오래지 않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항복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오히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에 전력이 소진되고 있다. 무기와 탄약이 부족하여 러시아가 북한의 김정일에게 손을 벌리러 갈 정도가 되었고 전쟁은 교착상태이다. 

    예측하기 쉽지는 않지만, 전쟁을 일으킨 푸틴이 본전도 못 찾고 휴전을 제안해야 할지도 모른다. 만약 러시아의 푸틴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길고 지루한 전쟁이 이어지면서 푸틴이 실각할 수도 있다. 러시아 국력은 쇠퇴하지만, 세계대전으로 판이 커질지도 모른다. 

    세계대전의 조짐은 중동 쪽에서도 보인다.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른 새벽에 상상 밖의 방법으로 이스라엘 경계를 넘어 민간인 거주지를 기습하여 이스라엘 민간인을 죽이고 집에 불을 질렀다. 음악 축제 현장을 급습해서 수많은 참가자를 무차별 사살하거나 인질로 끌고 갔다. 이런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 아랍 국가들이 하마스 지지를 선언하고 궐기하고 있다. 자칫 5차 중동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참혹한 전쟁에 희생되고 있다. 

    #2. 동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동북아에도 영향을 끼칠지 우려된다. 우리는 73년 전 1950년 6월 25일에 소련 스탈린의 사주로 김일성의 군대가 기습 남침하여 3년여의 전란을 혹독하게 겪었다.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고 이산가족이 생겨났다. 건국 3년 차 신생국의 빈약한 국토는 더 황폐해졌고 국민의 삶도 더 피폐해졌다. 

    휴전 무렵인 1953년의 우리 국민소득은 66달러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지만 지도자들의 혜안과 국민의 헌신적 노력으로 2022년의 국민소득은 3만 2886달러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선진국의 반열로 올라서고 국방력도 6·25 동란 당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양지차(天壤之差)이다. 2022년 기준 북한의 1인당 GNI는 143만 원으로 한국의 30분의 1이지만 자칭 핵보유국의 위세를 내세우면서 핵 도발과 남침 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가까워지면서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는 북한에 군사 기술과 경제적 도움을 주면 빈사지경의 북한 경제가 살아나고 군사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김정은이 조금이라도 한숨을 돌릴 여유가 생긴다면 김일성과 김정일 때보다 더 악랄하게 중동의 ‘하마스’처럼 우리에게 기습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하여 우리 군이 잘 대비하고 국민의 국방 각오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처럼 전쟁은 예고 없이 우리를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일수록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안보 관련 고위 관료들이 확고한 국가관과 안보관으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도모해야 한다.

    #3. 안보와 경제의 국제적 상황을 살펴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멀든 가깝든 나라끼리 함께 웃으면서 어깨동무하는 좋은 시절이 끝나간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상황이 위중해진다는 의미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충돌 다음엔 대만과 한반도라는 외신의 전망도 자꾸 마음속 앙금이 된다. 그만큼 우리 주변 상황이 위중해지고 있다. 6‧25 전쟁 후 70여 년의 달콤한 평화에 빠져 있다가 자칫 위기에 대응 못 하면 우리 선대가 이룬 번영의 탑이 무너지고 나라와 국민이 다시 어려울 지경에 빠져들 수 있다. 

    우리에겐 위기에 늘 영웅이 나타나서 백척간두 나라를 구했던 역사가 있다. 앞으로의 위기에도 그러하리라 희망하고 또 반드시 그러할 것이다. 그러려면 국가 지도층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 특히 국회에서의 정쟁은 국민이 정치혐오를 하게 하고, 정치적 양극화를 유발했다. 절대다수의 야당이 오로지 숫자의 힘만으로 국익보다는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정치적 족쇄를 채우는 입법을 무도하게 하고 있다. 이런 폭주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의 족쇄가 될 것이고 오래지 않아 분명히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인데 그걸 모르고 있다. 역사는 늘 그렇게 돌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4. 지금 여의도에서 국회의원이라는 300여 명의 완장은 완장의 꿀맛에 취해 다음 22대 국회에서도 완장의 달콤한 꿀맛과 완장의 위세를 누리기 위해 별별 처신을 다 하고 있다. 

    완장들이 완장을 다시 걸치려면 소속 정당에서 공천받아야 할 테고, 당선이 확실한 곳으로 공천을 받아야 하니까 공천 명줄을 쥔 정당 내의 완장 중의 완장, 즉 왕 완장의 줄을 잘 잡아야 한다. 썩은 동아줄을 잡고 출마해봤자 개고생하고 쪽박을 찰 거니까 확실하고 튼튼한 동아줄을 잡으려 왕 완장 앞에서 충성 경쟁하느라 안달이 나 있다. 

    여의도 완장들의 그런 처신이 국민의 눈에는 훤히 보이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완장만 차면 되니까, 완장 차는 길에 걸림이 되면 조상 묘도 파낼 것처럼 보인다. 

    여의도 완장 쟁탈전에 나서는 인사들이 차고 넘치고 ‘듣보잡’ 인사들이 요즘 언론매체에 자주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공천받을 정당 완장들에 대한 온갖 아부성 발언이 춤을 춘다. 상대 당에 대한 혐오성 발언과 뒤집어씌우기, 가짜로 의심되는 뉴스가 남발된다. 작은 흠이 부풀려지고 다시 되치기하는 일도 예사로이 벌어진다. 

    여의도 물이 원래부터 이렇게 흐린 것은 아니었을 거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한 번 더 점프하려면 여의도 국회부터 리셋팅해야 한다. 어항 청소하듯 국회부터 리셋팅해야 한다. 어항을 청소하고 깨끗하게 다시 설치하려면 어항 속 물고기뿐 아니라 물때도 제거하고 물갈이해야 한다. 필자는 이를 두고 ‘어셈블리 리셋팅’이라 칭하려 한다. 

    ‘어셈블리 리셋팅’하려면 국민이 깨어서 나서야 한다. 만일 ‘어셈블리 리셋팅’이 된다면 대한민국을 두 단계를 끌어 올릴 수 있다. 민주공화국 국민이 위대한 대한민국을 이대로 스스로 무너지게 놔둘 순 없지 않은가? 국회를 리셋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