奇巖과 老松의 조화, 암벽 등반 만끽[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괴산군 편
  • ▲ 조령산에서 신선암봉을 잇는 마루금.ⓒ진경수 山 애호가
    ▲ 조령산에서 신선암봉을 잇는 마루금.ⓒ진경수 山 애호가
    조령산(鳥嶺山, 해발 1025m)과 신선암봉(神仙巖峰, 해발 937m)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문경읍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산행은 기암괴석과 노송이 어우러진 수려한 산세와 암벽 등반을 만끽할 수 있는 충북 괴산군 연풍면 절골에서 출발하여 촛대바위·조령산·신선암봉·마당바위폭포를 거쳐 원점회귀 하는 코스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내비게이션을 청암사(충북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 산54)로 설정하고 출발하면 등산안내도 근처 또는 그 이전에 만나는 빈터를 이용하여 주차할 수 있다.

    등산안내도를 지나자마자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우측의 울창한 숲속으로 발을 들여놓으면서 산행이 시작되는데, 조령산까지는 3.9㎞이다. 만일 직진한다면 신선암봉까지는 3.3㎞이다.
  • ▲ 위풍당당한 선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위풍당당한 선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숲속의 왕자가 되어 온새미로 자연과 하나가 된다. 초입의 완만한 등산로는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면서 바윗길로 바뀌고, 힘겹고 위험한 산길에서는 밧줄을 만난다.

    기온과 습도가 높아 비지땀을 쏟아내며 오르다가 조그마한 바위에 올라 산줄기로 둘러싸인 원풍리와 신풍리 마을을 조망한다.

    암반 길을 오르면서 사마귀 형상을 한 바위를 만나기도 하고, 단애를 이룬 바위가 이끼를 품은 모습, 그리고 멀리 조령산과 신선암봉을 잇는 백두대간의 마루금도 조망한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자니 몸은 불덩이처럼 달아오르고, 거친 호흡이 목까지 차오른다. 그나마 바위와 노송의 조화가 마음을 안락하게 한다. 진행하다 넘을 수 없는 암봉을 만나 밧줄을 잡고 트래버스하여 암릉 구간을 오른다.
  • ▲ 분단된 암릉 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 분단된 암릉 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이후 평탄한 탐방로의 소나무 군락지를 통과하면서 피톤치드를 듬뿍 받는다. 노상 그랬듯이 잠시 쉬면 이내 오르막이 있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바탕 가파른 길을 오른다.

    집채만 한 바위를 만나면 우측으로 돌아서 오르니 비탈에 우뚝 솟은 칼날 바위가 선뜩하게 다가온다. 발을 옮길 때마다 도마 위에 놓인 식칼 바위, 위풍당당한 선바위 등 기암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후 조망 바위에 올라 희양산 자락과 굽이굽이 올라온 능선을 조망하니 어느새 솟아나던 땀이 수그러드는 듯하다. 이후에도 반듯하면서도 나지막한 너른 선바위를 지난다.

    이어지는 암릉과 암벽 구간에서는 밧줄을 자주 이용해 오른다. 암릉 구간을 걷다 보니 끊긴 구간을 만나 잠시 당황하지만 이내 하행 밧줄을 발견한다. 이 형상이 마치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된 현실과 극심한 국론분열,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보는 듯하다.
  • ▲ 강아지 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강아지 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분단된 암릉이 이룬 직벽을 밧줄을 이용해 내려서자마자 넘을 수 없는 암봉을 우회하기 위해 다시 밧줄을 잡고 내려갔다가 다시 오른다. 이후 바위 군락을 만나 우회한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능선에 매달린 밧줄을 잡고 오르니 바위 두 덩어리를 만난다. 앞의 것은 콧부리 바위이고 뒤의 것은 강아지 바위이다. 강아지 바위의 등에 올라 지나온 능선과 진행할 능선을 조망한다.

    계속해서 밧줄을 잡고 비탈을 오르자 암릉 구간이 수석 전시장이다. 기묘한 모양의 수석들과 고사목이 어우러져서 운치를 더한다.

    하얀 속살을 드러낸 신선암봉과 조령산을 조망하면서 노송이 길잡이를 하는 암릉 구간을 걷자니 마치 신선이 된 듯하다. 눈앞에 담장이 있다면 이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보이지 않을까 한다.
  • ▲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촛대 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촛대 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앞을 막아선 암벽을 올라 잠시 걷는가 싶더니 다시 밧줄을 잡고 내려가서 커다란 바위를 돌아가면 널찍하고 편평한 모양의 마당바위에 이른다.

    이 바위 위에서 깎아지른 암벽에 덩그러니 앉은 촛대 바위를 조망하고, 소나무에 묶인 밧줄을 이용해 침니 직벽을 내려간다.

    다시 직벽 바위를 오른 후, 집채만 한 커다란 바위를 휘돌아 올라 촛대 바위에 이른다. 이곳에서 지나온 봉우리와 마당바위를 조망하니 차근차근 내디딘 발걸음이 대견스럽다.

    이어 암릉 길을 걸으면서 수려한 풍광의 신선암봉을 조망한다. 이 산이 이리도 아름다운 것은 내가 가질 수 없기 때문이며, 노상 볼 수 있었다면 아름답다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산을 찾는 이유가 아닐까?
  • ▲ 마당바위의 침니 직벽에 설치된 밧줄.ⓒ진경수 山 애호가
    ▲ 마당바위의 침니 직벽에 설치된 밧줄.ⓒ진경수 山 애호가
    적송 군락지를 지나 암릉 구간 끝자락에 이르러 신선암봉과 조령산의 그림 같은 마루금이 이루는 찬란한 모습을 바라보자니 황홀감에 빠져버린다.

    이제 조령산 고스락을 앞두고 마지막 1017봉을 넘는다. 이후 잔돌이 깔린 완만한 길을 이동하고, 이화령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합류되는 지점을 지난다. 이곳에서 조령산 고스락까지 0.46㎞를 이동한다.

    잣나무 군락지와 헬기장을 지나 은근하게 이어지는 오르락내리락 길을 걷다 보면 조령산 고스락에 도착한다. 고스락은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조망이 거의 없다.

    조령산 고스락에서 신선암봉 방향으로 0.15㎞ 하행하면 조망 좋은 뷰 포인트가 있다. 이곳에서 신선암봉, 신선봉, 깃대봉, 마패봉, 923봉, 부봉, 주흘산 및 월악산에 이르는 수려한 산세를 감상한다.
  • ▲ 조령산 뷰포인트에서 조망되는 월악산 영봉.ⓒ진경수 山 애호가
    ▲ 조령산 뷰포인트에서 조망되는 월악산 영봉.ⓒ진경수 山 애호가
    뷰 포인트에서 숲 속을 가르는 계단을 내려와 평지를 걷다가 다시 계단을 내려가면서 뷰 포인트에서 감상한 아름다운 풍광을 다시 조망하며 그 모습을 가슴에 포근하게 안는다.

    조령산 고스락에서 0.38㎞를 하행하여 안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신선암봉까지 1.3㎞를 더 이동한다. 불가마처럼 찌는듯한 더위는 땀구멍이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다행하게도 등산로가 위험 구간마다 계단이 조성되어 있어 그리 힘들지 않게 이동한다. 계단을 만나 하행하면서 눈앞에 다가선 신선암봉과 923봉이 손을 내밀면 잡힐 듯 가깝다.

    지그재그로 계단을 내려가서 밧줄을 잡고 암벽을 트래버스 한다. 경사진 마사토 구간에 설치된 밧줄이 안전하게 하행을 돕니다.
  • ▲ 조령산 하행계단에서 바라본 신선암봉.ⓒ진경수 山 애호가
    ▲ 조령산 하행계단에서 바라본 신선암봉.ⓒ진경수 山 애호가
    숲 속의 평지를 걷다가 다시 계단을 하행하여 안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절골로 하산하면 2.3㎞이지만, 신선암봉을 향해 0.92㎞을 오른다.

    나무계단에 이어 철계단을 다 오른 후에 지나온 봉우리를 돌아보니 청록의 숲으로 가려진 계단이 어슴푸레 보인다. 이처럼 지난 일은 생명력 있는 숲으로 덮고 지금을 살아가야 한다.

    계속 오르막을 오르면서 꼿꼿한 선비의 자태로 올곧게 선 적송을 지나 평탄한 길을 걷다가 바위 구간을 지난다.

    이후 다시 계단을 오르면서 조령산을 바라보니 지나온 봉우리들과 함께 부드러운 산세가 포근하게 느껴진다. 또, 923봉을 비롯해 부봉과 주흘산이 조망된다.
  • ▲ 신선암봉의 상행 계단에서 바라본 부봉과 주흘산.ⓒ진경수 山 애호가
    ▲ 신선암봉의 상행 계단에서 바라본 부봉과 주흘산.ⓒ진경수 山 애호가
    이어서 계단을 밟으며 암릉을 오른다. 바위 틈새에 자란 나뭇가지를 붙잡고 발을 내딛자 대슬랩 바위가 펼쳐진다.

    그 끝자락에는 의젓하게 앉아 참선 중인 바위와 천상천하에서 자신뿐이라며 자리를 굳세게 지키는 소나무 등이 있다.

    그렇다. 누구를 닮아갈 필요도 없고, 누구처럼 행동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나는 나이기에 오직 나 자신을 지키며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산이 주는 삶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이곳에서 조령산을 바라보니 그 주변으로 부봉이 마치 두더지게임처럼 볼록볼록 튀어 올라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처럼 참으로 많이도 걸어온 듯하다.
  • ▲ 대슬립 바위에서 바라본 조령산과 그 부봉.ⓒ진경수 山 애호가
    ▲ 대슬립 바위에서 바라본 조령산과 그 부봉.ⓒ진경수 山 애호가
    대슬립을 지나 바위를 넘어 계단을 오르면 신선암봉 고스락에 도착한다. 비스듬한 너른 암반 위에 자그마한 고스락 돌이 있고, 암반 틈새에 소나무가 그늘 쉼터를 제공한다.

    암반 끝까지 오르면 이정표를 만나는데, 다음 차례에 오를 깃대봉까지 3.6㎞, 지나온 조령산까지 1.6㎞, 산행기점인 절골까지는 4.5㎞이다. 절골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급경사의 하산 길을 밧줄의 도움을 받아 안부로 내려왔다 다시 작은 봉우리를 오르면 공깃돌 바위에 도착한다. 공깃돌 바위에서 그 자체가 암봉인 신선암봉을 조망한다.

    마사토와 암릉 구간을 하행하는데 후덥지근한 날씨에 기진맥진(氣盡脈盡) 이다. 잠시 쉬어갈 겸 뷰 포인트에서 발길을 멈추고 조령산을 올랐던 능선을 바라보며 기력을 회복한다.
  • ▲ 하산하면서 바라본 조령산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 하산하면서 바라본 조령산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암릉 길을 하행하면서 이 길이 몇 년 전에 신선암봉을 등반했던 길이었지만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기억이 희미해졌거나 그만큼 나이가 들어 힘겨웠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청암사를 지나 가파른 암릉을 밧줄을 이용해 조심해 하산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암반 길 아직 전골까지 2.1㎞를 이동해야 한다. 무더위에 몸이 점점 지쳐간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 등반에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은 충분한 물과 소금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전골 계곡의 원천이 되는 청암사 아래 마당바위 폭포를 지나 하산을 계속하면 데크로드가 이어진다. 말용초와 전골 갈림길을 지나서 계곡을 따라 평탄한 길로 하행한다. 이후 임도를 걸어 등산안내도에 도착해 약 10㎞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