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17번째로 지정된 國立公園[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제천시 편
  • ▲ 월악산 영봉 바로 아래 위치한 암반 쉼터.ⓒ진경수 山 애호가
    ▲ 월악산 영봉 바로 아래 위치한 암반 쉼터.ⓒ진경수 山 애호가
    월악산(月岳山)은 충북 제천시·충주시·단양군·경북 문경시 일대에 걸쳐 있는 산으로, 소백산을 지나 속리산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의 중간에 위치한다.

    이 산은 기암절벽이 치솟아 산세가 험준하고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겨져 주봉(主峯)은 영봉(靈峯, 해발 1097m)으로 불리고 있다.

    월악산 일대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으며, 만수봉, 금수산, 신선봉, 도락산 등 22개가 넘는 크고 작은 산과 봉우리가 속해 있다.

    이번 산행은 ‘보덕암 주차장~하봉~중봉~월악산 영봉’의 원점회귀 코스이다. 충북 제천시 덕산면 수산리에 위치한 보덕암 주차장에 도착하여 콘크리트 포장길을 약 3~4m를 오르자 이정표가 월악산 영봉이 4.1㎞ 떨어진 곳에 있다고 알려 준다.
  • ▲ 보덕암 대웅전과 전탑.ⓒ진경수 山 애호가
    ▲ 보덕암 대웅전과 전탑.ⓒ진경수 山 애호가
    울창하게 우거진 숲속을 가르는 계단을 오르다 보면 커다란 느티나무를 만난다. 그 옆으로 뾰족한 튀어나온 바위를 데크가 감싸고 있는 쉼터를 지나 관음도량 보덕암(普德庵)에 도착한다.

    보덕암은 대웅전(大雄殿)을 중심으로 좌측으로 보덕선원과 삼성각, 우측으로 요사채인 보덕암이 자리하고 있다.

    대웅전 앞에는 예로부터 고질병에 걸린 사람이 마시고 병이 나았다는 약수터와 벽돌로 층층이 쌓아 올린 요즘 보기 드는 전탑(塼塔)이 세워져 있다.

    보덕사를 내려와 통제문을 통과하여 힘찬 생명력을 주는 청록의 숲으로 빨려 들어간다. 산길은 처음부터 허리를 곧게 세우고 매섭게 다가온다. 철제와 나무 계단이 반복되는 가파른 탐방로를 오르자니 그간 마음을 산란하게 만들던 잡념이 사라진다.
  • ▲ 보덕암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길.ⓒ진경수 山 애호가
    ▲ 보덕암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길.ⓒ진경수 山 애호가
    계단 구간이 끝나자 돌길이 이어지는데, 오르막의 기세는 좀처럼 누그러질 것 같지 않다. 초입부터 속살을 드러날 것 같지 않던 길도 한발 한발 뚜벅뚜벅 내딛는 걸음에 조금씩 마음을 여는 듯 본래 바위산의 모습을 선보인다.

    능선으로 올라타 보덕암 기점 1.0㎞를 지나면서 난간이 설치된 가파른 돌길을 오른다. 산길은 잠시도 여유로운 생각하게 두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고 싶다면 이런 고행이 필요하다.

    산비탈을 지나 다시 능선을 오르자 시원한 바람이 뜨거워진 몸을 시원하게 식혀준다. 고맙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 바람은 구름 떼를 몰고 와 온 산을 뒤덮는다.

    노송 군락지를 지나자 잠시라도 숨을 고를 수 있는 평지를 걷는다. 이내 급경사의 돌길이 악산(岳山)의 느낌을 온몸으로 겪는다. 그래서 힘들면 쉬었다가 가야 오래가는 법이다.
  • ▲ 청풍호반을 조망하는 월악산 하봉 전망대.ⓒ진경수 山 애호가
    ▲ 청풍호반을 조망하는 월악산 하봉 전망대.ⓒ진경수 山 애호가
    곧추선 철제 계단을 오르니 바위 틈새로 꼬리진달래꽃이 반긴다. 이어 청풍호반이 발아래 펼쳐진 월악산 하봉 전망대에 도착한다. 산과 물이 어우러진 풍광에 도취 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계단을 오르자 돌길이 이어지다가 앙상한 나무뿌리를 밟으며 작은 봉우리를 오른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 영봉 2.1㎞라는 이정표가 어느덧 산행의 절반에 가까운 산길을 올랐다고 한다.

    작은 봉우리를 지나면서 얼핏 보이는 하봉(下峯)을 조망하고, 두 작은 봉우리를 잇는 구름다리로 내려선다. 신선처럼 구름이 흐르듯이 구름다리를 건너 두 번째 작은 봉우리를 넘는다. 그리고 난간이 설치된 암릉을 하행하면 다시 두 번째 구름다리를 건너 선계(仙界)로 들어선다.

    이어서 몸을 곧게 세운 암벽에 걸쳐진 급경사의 계단을 오른다. 계단 끝자락에 선계를 지키는 문지기 같은 모습의 뾰족 바위를 지나면 하봉에 이른다. 이곳에서 층암절벽과 낙락장송이 어우러진 하봉 자락과 중봉(中峯), 그 뒤로 영봉(靈峯)을 조망한다.
  • ▲ 월악산 하봉에서 조망하는 중봉과 영봉.ⓒ진경수 山 애호가
    ▲ 월악산 하봉에서 조망하는 중봉과 영봉.ⓒ진경수 山 애호가
    하봉에서 가파른 계단을 내려온 후 다시 난간이 설치된 암릉 구간을 하행하여 안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영봉까지는 1.6㎞가 남았다.

    생명력으로 가득한 청록의 숲속 바윗길을 오르는가 싶더니 철제 난간에 의지해 미끄러운 흙길을 오른다. 다시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은 몸에서 분수처럼 땀을 쏟아내게 만든다.

    이어지는 평탄한 산길에서 헐떡이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천근만근 몸뚱이에 휴식을 준다. 나무를 휘감고 오르는 덩굴처럼 곧추선 암봉을 휘감듯 설치된 가파른 계단이 끝없이 계속된다.

    오르던 계단의 중간 지점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청풍호반을 배경으로 하봉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린다. 다시 그림 속에 그려진 암릉과 계단을 올라 중봉 전망대에 도착한다.
  • ▲ 중봉을 오르면서 바라본 하봉.ⓒ진경수 山 애호가
    ▲ 중봉을 오르면서 바라본 하봉.ⓒ진경수 山 애호가
    중봉 전망대에는 망원경이 비치되어 있어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지만 오늘처럼 시계가 흐린 날에는 유명무실하다. 이곳에 태양광을 이용한 스마트폰 무선충전기가 설치돼 있어 스마트폰 충전을 할 수 있지만, 시간은 좀 걸린다. 이곳에서 영봉까지는 불과 1.0㎞ 밖에 남지 않았다.

    영봉은 숲에 가려 간신히 외형만 알아차릴 뿐 온전한 모습을 좀처럼 나타내지 않는다. 이제 영봉을 오르기 위해 흙이 뒤섞인 돌길을 하행하여 안부로 내려서기 시작한다.

    산비탈을 통해 하행하다가 다시 능선으로 올라 진한 청록의 숲길을 내려간다. 문득 눈앞에 드러난 장대한 성채(城砦)같은 월악산 영봉의 모습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냥 지날 수 없어 시간을 붙잡아 둔다.

    다시 하행을 시작해 원시림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고목들이 늘어선 돌길을 거쳐 안부에 이른다. 이제 영봉을 만나기 위한 설레는 마음으로 마지막 오르막 구간을 오른다.
  • ▲ 중봉에서 바라본 장대한 성채를 이룬 영봉.ⓒ진경수 山 애호가
    ▲ 중봉에서 바라본 장대한 성채를 이룬 영봉.ⓒ진경수 山 애호가
    영봉을 오르는 길은 거친 바윗길로부터 시작해 생기 넘치는 청록의 숲속으로 점점 깊이 빠져들어 간다. 이어 난간이 설치된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는가 싶더니 다시 급경사의 계단이 배턴을 이어받는다.

    거친 바위산의 본색을 여실히 드러내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니 허리를 펼 여유가 없다. 그래도 계단을 밟던 발길을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 중봉을 바라보니 월악산 산세의 기운이 꽤 다부지고 옹골참을 본다.

    영봉에 가까워질수록 등성이를 바짝 들어 올리자 계단은 더 가팔라지고, 영봉에서 덕주사 방향으로 뻗어내리는 능선은 마치 용트림 같다.

    지난 과거는 아름답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두렵다고 했던가, 지나온 능선들이 연출하는 장관에 발길이 더디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급경사가 이어질까 걱정했더니 영봉이 지척이다.
  • ▲ 영봉을 오르면서 바라본 꽤 다부진 중봉의 모습.ⓒ진경수 山 애호가
    ▲ 영봉을 오르면서 바라본 꽤 다부진 중봉의 모습.ⓒ진경수 山 애호가
    바윗길에 이어 난간이 설치된 바윗길을 오르다가 영봉까지 계속 계단을 오른다. 깎아지른 암봉 위에 설치된 데크 전망대와 연결된 계단이 아슬아슬하다.

    계단을 오를수록 풍광은 더욱 광활해지고 심장 고동은 더 요란을 떨며 환희는 더 깊어진다. 어서 빨리 영봉을 오르기보다 계단참을 만날 때마다 머물며 서서히 월악의 풍광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영봉에서 내리뻗은 산등성이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청풍호로 빠져든다. 능선을 중심으로 반은 층암절벽이고, 반대편은 무성하고 짚은 숲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 신비하고 장엄하다.

    시선 위로 걸리는 영봉을 오르는 마지막 계단 구간을 경건한 마음으로 한 계단씩 밟는다. 드디어 월악산 영봉(靈峯, 해발 1097m)에 도착한다. 사방으로 탁 트인 시원하고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진다.
  • ▲ 영봉에서 하봉으로 내리뻗은 산등성.ⓒ진경수 山 애호가
    ▲ 영봉에서 하봉으로 내리뻗은 산등성.ⓒ진경수 山 애호가
    월악산의 주봉인 영봉은 험준하고 가파르며 높이 150m, 둘레 4㎞나 되는 거대한 암반으로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 산중에서 고스락을 신령스러운 봉우리, 즉 영봉이라 부르는 곳은 백두산과 월악산 둘뿐이다.

    산 아래에서 영봉은 다양한 모습으로 보인다. 북서쪽 충주에서 보는 영봉은 뾰족하고, 서쪽 송계계곡 쪽에서 보는 모습은 코끼리 형상이며, 남쪽 960봉에서 보는 영봉은 거대한 암벽 모습으로 장관을 이룬다.

    동쪽 덕산면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부처님 얼굴이고, 북쪽 중봉에서 바라보는 영봉은 무성한 숲으로 암봉을 감싸고 있는 바위산 모습이다.

    영봉에서 맞은편 계단으로 내려가면 널찍한 암반 위에 편하게 쉴 수 있는 의자가 마련돼 있다. 영봉을 뒤이어 올라오는 등산객에게 내어주고, 그곳으로 가서 휴식을 취한다.
  • ▲ 월악산 영봉.ⓒ진경수 山 애호가
    ▲ 월악산 영봉.ⓒ진경수 山 애호가
    쉼터 암반에서 다시 계단을 통해 영봉을 올라 상행했던 길을 따라 하행을 시작한다. 월악산 영봉을 오르는 코스는 보덕암, 덕주사, 동창교, 신륵사 등 네 곳이다. 이 중에서 보덕암 코스가 가장 힘들고, 다음으로 동창교, 덕주사, 신륵사 순이다.

    상행 시에는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보니 허리를 펼 여유가 없어 시선이 발아래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만, 하행할 때는 시선이 사방으로 탁 트인 아름다운 풍광에 초점이 맞춰진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풍광에 심취하면 위험하므로 반드시 발걸음을 멈춘 상태에서 경치를 감상해야 한다. 곧추선 암봉을 오르는 가파른 계단, 암봉과 암봉을 잇는 계단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자신의 예봉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숲속에 숨은 건지, 예봉을 감추는 것이 지혜임을 일깨우기 위해 무성한 숲이 덮은 건지, 이 비밀을 간직한 채 보덕암 주차장에 도착해 약 8.2㎞의 월악산 산행이 마무리된다.